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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평등의 나라 호주 여행記
양태룡(중랑구청 인문학 강사)
‘24.12.22 어수선한 국내 상황을 뒤로 하고 1주일 여정으로 호주를 향해 나섰다.
남태평양에 우뚝 선 대륙, 호주는 우리나라 면적의 약 77배나 되는 광활한 나라지만 국토의 10% 정도만 활용가능하고 나머지는 그냥 버려진 땅이다. 인구는 약 2600만 명 정도 수준이고 GDP는 66,000달러로 우리나라의 두 배다. 호주는 한국전쟁 때 파병했던 우방국이요, 평화와 평온의 땅이라 비행기를 타면서 부터 설레이기 시작한다. 여행일정표를 보니 시드니를 중심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1.라페루즈
막혔던 국내의 일상에서 벗어나 장장 9시간 30분 동안 비행을 마치고 처음으로 맞이한 여행지는 라페루즈다. 남태평양의 이름만큼 뻥 뚫린 바다와 청량한 바람은 비로소 여행이란 단어에 내 몸을 실었음을 느끼게 한다.
라페루즈는 1788년 프랑스 탐험가 라페루즈 백작이 맨 먼저 도착했다고 하여 이름 붙인 조그마한 섬(베어 아일랜드)이다. 영화 미션 임파셔블2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 섬은 한 때 군사기지로도 활용했다. 섬 주위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웃통을 벗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이어도 지키기’ 현수막을 펼치고 함께 사진을 찍자 '원더풀, 코리아'를 연신 외친다.
2.달랑하버
달랑하버는 바다의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알리기라도 하듯 형형색색의 깃발이 펄렁이며 크리스마스 안내간판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다위의 다리를 걷는다. 빌딩 숲 사이로 공원과 쇼핑센터, 정박한 군함, 영화관, 카지노, 레스토랑, 극장, 수족관과 박물관이 있다. 호주는 1788년 1월 영국의 죄수 736명과 하급관리들을 태운 배 13척으로 건설한 나라다. 당시 여자 죄수가 10%에 불과하여 성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여 여성은 상당히 존중받고 귀하게 대접했다. 같은 시기 조선의 여인들을 생각하면서 間과 隔의 의미를 새긴다.
죄수들이 이룩한 국가라는 의미에서 맹자의 성선설의 의미가 뭔지? 그래 원래 악한 존재는 없는 것이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지. 그 후손들이 지금은 영국 못지않게 영화를 누리고 있다.
3.국립해양박물관
해양박물관은 지붕이 돛단배 모양으로 되어 있고 호주의 바다문화와 항해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4천 년 전 어부들의 생활모습과 유럽의 탐험가, 이주민 등의 활동상이 전시되어 있다. 최초로 호주 대륙을 발견한 영국의 쿡선장의 모습이 보인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에서 머리는 두건으로 감싸고 윗도리에 망투를 걸치고 쫙 달라붙은 백 바지에 굽 높은 검은 구두는 패션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항해사의 멋일까?
뭔가 응시하듯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은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제압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4.바랑가루
시드니 경제개발의 상징 바랑가루는 역시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일행들과 동요되어 아이스크림가게 들어가 시음을 하고 이것저것 섞어서 무게를 달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고급호텔은 7성급으로 하룻밤 묶는데 한화로 1억이라고 한다. 객실카운터는 예약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돈이란 무엇일까? 돈의 마력을 세익스피어는 “돈은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늙은 것을 젊게 만들고 심지어 문둥병도 사랑스러워 보이도록 만들며 늙은 과부에게도 젊은 청혼자들이 오게 만든다.”고 했다.럭셔리한 잔치, 여흥을 통해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분명 삶의 활력소다.
5보다닉파크/맥쿼리 포인트
왕실의 정원, 보다닉파크는 자연목과 조경수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원의 나무뿌리가 유난히 돌출된 것들이 많다. 그저 괴이한 모습이려니 했는데 외래 수종이 현지의 토양과 생존조건이 맞지 않아서 뿌리박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전라도 강진의 다산초당입구에도 보면 많은 뿌리들이 노출되어 있다. 땅속으로의 뿌리내리는 것은 생장조건과 연관이 있는 모양이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진 미세스 맥쿼리 포인트. 저 건너편에 오페라하우스와 하브브릿지가 배경을 깔고 있다. 총독부인인 맥쿼리는 남편이 영국에서 돌아올 때마다 마중 나와서 기다리던 곳이다. 미세스 맥쿼리 포인트를 찾아 바닷가를 달리다 급히 몰아치는 파도 한 방 맞고 신발과 옷이 흠뻑 젖었다. 맥쿼리가 앉아 기다리던 곳은 알고 보니 바닷가의 나무 숲 아래 벤치 하나 있고 그 옆에 돌덩어리 하나 눕혀져 있다. 사람들이 왜 자기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남의 자리, 유명세에 덩달아 춤을 추는지 모르겠다.
스스로가 꽃이라고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6.세인트 메리 대성당
호주의 대표성당이라지만 유럽의 성당에 비하면 빈약하다. 신에 대한 경배와 경건한 마음자세가 중요하지 규모가 중요하겠느냐마는 기도하는 신도들도 적고 종교시설이 주는 근엄함과 중압감 같은 것이 부족해 보인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성당 광장과 입구에는 장식물을 설치 해 두었지만 자극적이고 현란한 불빛이 아니라 은은하고 수수한 느낌으로 와 닿는다. 시선에 들어온 것은 전사한 병사가 총 한 자루 옆에 두고 누운 채로 조각되어 있다. 무슨 의미일까? 영국군이 호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식민지 개척자들과 원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Frontier Wars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호주가 해외에 파병하여 죽은 병사를 기억하자는 것일까?
전쟁이 없는 평화와 영원한 축복의 영토를 기원하겠지. 전쟁은 없어야 한다. 한국에서 살고 자란 나는 전쟁의 공포와 긴장, 갈등과 분열이란 의식이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호주는 평화와 평온 그리고 은은함과 수수함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의 삶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7.시드니 타워
타워에 올라 250m의 구조물 위에 나는 서 있다. 시드니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도시가 참 아름답고 속이 후련해진다. 작년에 도쿄도청 건물 타워에서 본 조망만큼 상쾌하게 와 닿는다. 사람들은 왜 높은 곳에 오르려 할까? 조망은 권력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이유는 권력이 없는 자가 상대적 압도감에서 잠시 권좌의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8.Murry's 와이너리
호주의 포도농원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밭에서 포도를 생산한다고 한다. 뜨거운 햇볕과 바람을 견뎌온 한 송이송이가 영글어 만든 와인.
와이너리에 도착하여 3종류의 와인 맛을 본다. 첫 번째 sparkling shiraz는 탄산 맛을 낸다. 톡 쏘는 맛이 목 젓을 상쾌하게 한다. 육고기에 어울릴 것 같다. 두 번 째 Tawny port는 포도향을 그대로 품고 있다. 회나 육고기가 모두 다 어울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Darkside는 커피향으로 묵직하게 목을 넘긴다. 회와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사실 이 기록은 조금 차이가 날 수 있다. 여행메모지가 날아가 버려서 기억이 희미하다.)
작열하는 태양의 파라솔 아래에서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다. 포만감으로 삶의 재미와 여행의 의미를 새겨본다.
9.포트스테판 항구와 사막체험
항구는 조용하다. 해수욕장의 하얀 모래밭에는 크리스마스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바다만 보면 발광하는 내가 수영복을 챙겨왔더라면 하는 후회도 한다. 크루즈선에 올라 돌고래의 물놀이 하는 장면을 보려고 선상 위를 이러 저리 다녀보지만 돌고래의 점프 쇼 같은 것은 볼 수 없다. 물위로 몸을 내밀었다 잠수하는 정도의 연출에 만족해야 했다.
사막이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입자를 보면서 청정지역임을 확인한다.
모래썰매를 타기위해 언덕 위로 오르는 길은 발이 빠지면서 힘든 만큼 도전한다. 질주본능을 가진 나는 동심으로 돌아가 그저 달리고 미끄럼 타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썰매를 타고 나오는 길, 낙타타기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이 바닷길을 돌고 있다. 궁금하면 달려가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잖아. 그냥 달렸다. 그리고 파도와 함께 맘껏 뛰어보았다.
10.시드니 동물원
코알라 캥거루 팽귄 등 많은 동물들이 울타리 안에 살고 있다.
여러 마리의 코알라가 한 나무씩 자리를 차지하고 고이 잠들어 있다. 관광객들의 소란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캥거루 조련사가 튼실하지 못한 캥거루에게 입에 먹이를 넣어 주는 모습도 포착된다. 마치 자기 자식 젖먹이는 정성이다.
악어는 수족관에 갇혀 꿈적도 하지 않고 거북은 물속에서 거침없이 긴 호흡을 하고 있다. 팽귄은 초라하게 서 있다. 안내문에는 ‘Hellow I'm an emperor penguin. I can grow up to 1.2m tall’이란 문구가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바다를 뛰어드는 용기를 가진 퍼스트first 펭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약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 운명이란 것이 이런 모습일까?
한 쪽 면에는 옛날 원주민들의 그림문자가 보인다. 글자는 의사전달 수단이고 삶의 기록이고 진화의 근거다. 문자가 있었기에 한 세대의 지적 성취는 다음세대로 이어졌고 그 연속선상에서 인류문명이 발전 해왔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글자의 최고 정점을 넘어 다시 그림문자로 회귀하고 있다고 본다.-휴대폰의 이모디콘을 보면서-
돌고 도는 것이 세상사일까, 어쩜 우리세대에 불편을 감수할 준비를 해야 한다.
11.블루마운틴국립공원
차에서 내리는 순간 미국의 그랜드 캐넌을 생각했다. 차이는 나무숲이 무성하고 자연의 색이 푸르다는 것이다. 블루마운틴은 이름 그대로 푸른빛을 띠는 산맥이다. 이곳은 유칼립투스 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발산되는 기름입자가 햇빛에 반사되어 산 전체가 푸르게 보이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Echo point. 엘리자베스 여왕이 호주를 방문하면 찾던 곳에는 Queen Elizabeth Lookout 표식주가 박혀 있다. 조망하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기록사진 하나 찍기 힘들 정도다.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니 바위 3개가 우뚝 서 있다. 3자매봉이다. 원주민의 전설에 의하면 마법사의 저주로 3자매가 바위로 변했다는 것이다.
숲속에는 다양한 수종들이 있지만 밤송이와 도토리 형상의 껍질로 열매를 감싼 나무가 있다. 무슨 나무일까 궁금하여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이름대신 이 나무의 특징을 이야기 한다. 불이 나서 나무가 타야 번식이 된다고. 참 아이러니하다. 비가오고 햇볕을 쬐어서 사는 것이 식물의 생장조건 일터인데 불이 나야 번식이 된다니. 쿠테타로 반란군이 되어 감옥 가는 세력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 권력을 향유하는 세력이 있다. 남의 재앙이 나의 행복이고 남의 근심은 나의 기쁨이 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짧은 관람시간에 이곳저곳 보다가 유칼립투스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3~40m의 큰 키에 껍질은 벗겨져 미색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나무를 만져보니 재질이 단단하다. 잎사귀는 옅은 풋고추향과 진한 박하향이 나고 열매는 종모양으로 단단하다. 호주에서는 이 나무를 귀하게 여기고 청정 환경을 조성하는 으뜸 목木으로 쓰고 있다고 하니 효자목인 셈이다.
12.로라마을
100년 이상 된 아름다운 집으로 조성된 마을로 은퇴한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연휴로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호주시민들의 특징이 11개월 일하고 6주 정도 쉬면서 일 년 번 돈을 다 쓰고 온단다. 부의 대물림도 신분의 변화도 없다. 아니 평등에 익숙한 나라라 누가 잘났고 못났고, 귀하고 천하게 여기지 않으며, 위엄도 무력도 개인의 자유를 억누를 수 없는 국가.
개인주의에 익숙한 어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을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 동화 속의 그림 같은 집이 있다. 한 집에는 주전자위에 토끼 한 마리가 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토끼의 운명이 궁금하다.
13.시드니 야경
시드니의 바다는 수증기와 빌딩의 빛이 굴절되어 바다와 하늘은 온통 네온 빛으로 찬란하다. 야경의 압권은 오페라하우스와 하브브릿지. 조가비와 돛 모양의 오페라 하우스는 네덜란드의 젊은 건축가 예른 우촌의 작품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한 국가를 상징하는 심벌이 되었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다.
오페라하우스 탄생비화도 재미있다. 호주 정부는 시드니 항구에 랜드마크를 설치하기 위해 국제공모전을 했다. 당시 출장 다녀왔던 심사위원장이 1차 선발한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어 탈락한 작품 중에 독특한 모양의 예른 예촌의 설계도면을 보면서 반했다고 한다. 설계자는 아내가 잘라준 오렌지 조각을 보고 기안했다고 한다. 명작은 혼자만의 독창성이 아니라 영감을 발취하는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페라하우스는 공연을 보는 관람객이 아니고서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지하의 바에서는 맥주 한 잔 하는 청춘들이 이글거리고 있다. 나름 오페라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휴대폰으로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듣고 You raise me up으로 흥얼거려본다.
하브브릿지는 1932년 개통된 134m 높이의 세계에서 최대의 강철다리다. 다리에서 바라본 황홀의 시드니의 야경을 감상하며 1km를 걸어본다. 방랑벽 있는 내가 좋다.
14.시드니 대학
쌍탑 모양의 중앙에 큰 벽시계 그 위로 호주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총리 8명, 호주 고등법원 재판관 24명, 노벨상 수상자 5명 등을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건축물은 소박하다. 세계 20위의 명문대학으로 성장한 배경은 자연환경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그리고 학문적 열정이라고 한다. 자연이 광활해야 생각의 폭도 마음의 품도 넓어지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풍토 거기다 학생들의 열정이 더했으니 뭘 바라겠는가.
15.본디해변과 빠삐욘 촬영지
본디해변은 일광욕을 즐기는 휴양객들로 붐비고 있다. 그들의 신체구조가 천차만별이다. 코끼리 다리보다 두꺼운 여인의 다리도 보이고 누워서 책을 보는 가냘픈 여인의 각선미도 보인다.
버스가 왓슨스 베이 동쪽해안을 따라 달리는데 휴양객들의 차량으로 진입하기 곤란하다. 깎아지른 절벽은 남태평양 바다의 수평적 광활함과 조화를 이룬다. 그 뒤로 보이는 절벽이 영화 빠삐욘의 촬영지라고 한다. 틈새로 보이는 바다의 경관이 아름답다고 이름 붙여진 Gap park. 틈새는 완성미로 보면 균열이고 흠결이다. 그 다른 시각으로 보면 생명의 잉태점이고 새로운 출발이고 시작인 셈이다.
16.스테이크와 맥주
질주 본능이 발동하여 호텔 주변 숲 속을 1시간여 달려본다. 맑은 공기, 천연자원의 나라를 달리는 기분은 여행에 없는 일정을 스스로 만들어 낸 셈 이다. 이제 땀을 흘리고 몸에 나쁜 기운을 뺐으니 채우는 것이 도리이다. 스테이크 하나 가격이 19.90달러이고, 맥주 한 잔에 5달러이다. 한국에서 이 가격이면 매일 달리고 스테이크로 배 채우겠다.
여행을 마치면서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도시의 풍광.
자신에 충실한 삶을 살면서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시민들. 자연과 평화의 나라를 조금 일찍 여행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참 좋은 겨울나기 여행으로 기억하고 싶다.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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