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5일 일요일 맑음
글쓴이와 아내
마을은 산에 의해서 나뉘고 물은 마을끼리 이웃되게 연결시킨다. 산은 나누고 물은 잇는다. 그 사이에 길이 있다. 산과 물은 조물주가 만들었지만 길은 사람이 만들었다. 그 길을 따라 산으로 간다.
길을 따라 문명이 살포시 들어오고, 온갖 삶이 그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 길의 어느 한 종점인 쌍곡주차장에서 전날 저녁 늦게 도착해 차박을 한다. 이어서 아침 6시에 칠보산 산길을 찾아 나선다.
길에는 들짐승도 다니고 날짐승도 날아든다. 지렁이도 때론 길의 주인이 된다. 들옆 꽃들도 가지를 내민다. 사람 만이 주인이 아니라 생태계 모든 이가 함께 주인이 되는 칠보산 모퉁이에 어느 이름 없는 길을 인연따라 걷는다.
쌍곡리 마을에서 보이는 일곱 봉우리가, 불교의 일곱 가지 보물인 산호(珊瑚) 거저(硨砠) 마노(瑪瑙) 호박(琥珀) 파리(玻璃) 진주(眞珠) 사향(麝香)처럼 아름답다 하여 칠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한 전에는 한때 칠봉산이라고 불렸다.
떡바위를 출발해서 청석재를 지나 칠보산 끝마루에 올랐다가 살구나무골로 해서 쌍곡폭포를 보고, 등산 날머리가 있는 쌍곡휴게소 부근 칠보산장으로 내려와 913번 도로를 따라 떡바위까지 걷는다. 총 8.4km로서 네 시간 정도면 오갈 수 있다.
떡바위에서 출발한다. 들어가자 바로 길이 왼쪽으로 꺽인다. 즉시 다리를 건넌다.
개울을 건너니, 이름 그대로 시루떡을 옆으로 놓아 자른 것처럼 생겼다,
이 떡바위 근처에 모여 살면 먹을 것을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전설이 있어 사람들이 근처에 모여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노송들이 운치있게 소나무 숲길을 점령한다. 산행 길 오른편으로 문수암골 계곡이 청석재 직전까지 나란히 이어진다.
시작하는 곳이 해발 367m정도니 432m만 더 올라가면 된다. 오늘 산행도 거저먹기다.
구름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날이다. 새벽에 자연이 낸 길을 따라 산사람이 되어, 산이 내어주는 길과 한몸이 되어 걸으니 멀리서 온 피로가 단번에 가신다.
두 번째 계단 길을 오르니 삼거리 하늘금에 이른다. 여기가 청석고개다.
산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비교적 길이 또렷하게 나 있는 659봉 방향을 지나 보개산(750m)과 보배산(799m) 군자산(760m)으로 가는 능선길과 , 각연사(覺淵寺)에서 올라오는 길 그리고 칠보산으로 오르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조금더 올라오면 조망처가 있는데 여기서 엄청난 트임과 황홀한 보임이 있다. 보개산(750m)과 보배산(799m)이 눈가까이 다가 온다.
왼쪽이 보배산, 오른쪽이 보개산.
덕가산(德迦山 855m) 도 눈 앞에 있다
700여 m를 더 가니 드디어 칠보산(七寶山 799m) 마루금에 닿는다. 출발한지 한시간 반 정도 시간이 지났다.
새하마노 많은 산들이 겹겹이 이어져 있으니 여기서만 보면 그저 첩첩이 산뿐이다 .
백두대간 남진 때 올랐던 악휘봉, 그 오른쪽으로는 희미하게 보이는 장성봉(화살표시)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장성봉 왼쪽으로 희양산도 아련하게 보인다.
더 남으로 시선을 돌리니 전에올랐던 대야산이 아른거린다.
새의 목을 닮아 이름지은 조항산
그 더 멀리 청화산도 손에 잡힐 듯하다.
그리고 문장대 등 속리산 용아장성 산릉이 가뭇하게 눈에 머문다.
살구나무골로 내려가려니 가파른 계단이 가로 막는다. 때론 바위에 걸린 밧줄도 잡아야 한다.
10여 분 걸어 오니 유명한 거북바위다. 거북이가 몸통인 듯한 큰바위를 지고서 기어오르려고 용을 쓰는 형상으로 듯 머리를 위로 향한 것이 여태껏 보아왔던 수많은 거북바위 중 가장 압권인 듯한다.
바윗길과 능선 길을 타고 700여m 정도 더 가니 활목고개(630m)다. 지금은 입산금지된 동쪽 시루봉가는 길. 왔던 서쪽에서는 칠보산, 가야할 남쪽으로는 절말.
그리고 북쪽은 산방기간 동안 임시로 막아 놓은 각연사 방향이다.
절말 쪽으로 간다. 2.4km 남았다. 여기서 부터 계속 순한 내리막이다.
내림길이 아까보다 조금 더 완만해지고, 이어지는 살구나무골 계곡을 타고 가니, 드디어 물소리가 들려온다. 시묘살이계곡을 따라 장성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길은 험함을 포기하고 스폰지를 걷듯 폭신해 진다.
절말 주차장 쪽.
이 곳 명물인 쌍곡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많은 팬션을 스쳐서 나타나는 용추골 다리를 건너면 ..
517번 지방도로가 이어진다. 곧 이어 쌍곡산장을 지나 출발했던 떡바위 방향으로 걸어간다 . 15분 정도 소요된다.
귀가 길에 차량으로 5분정도 내려가서 경치 좋은 속리산 소금강을 잠시 구경한다.
칠보산과 헤어진다
17,012보
3시간 21분 17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