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4대 희곡의 하나인 《갈매기》가 상연되었을 때 전례를 볼 수 없을 만큼 혹평을 받았으나, 항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해 온 그는 그 아픔을 딛고 서서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양해 아래 선구적인 근대 연극의 무대화에 성공하였다. 주제와 줄거리의 생략이라든지 무대에서의 사건의 후퇴, 사소한 일상사(日常事)의 재현에 의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인생의 진실과 미(美)를 시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린 희곡으로서 이 밖에 《세 자매 Tri sestry》(1901 초연)와 《벚꽃 동산 Vishnyovy sad》(1904 초연)을 완성하였다.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애정의 삼각관계로 이들은 서로 얽혀 있고, 거기에 인생에 대한 상이한 입장이 가미해 있다. 그래서 [갈매기]는 언제라도 폭발할 듯이 여기저기서 대립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갈매기]의 복잡한 갈등과 대립은 아무런 극적인 의미를 띠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갈매기]의 현대적인 특성이 나온다.
체호프의 희곡에는 일상적인 평범한 체험과 그것을 통해 바라본 과도기의 전체적인 생활상이 반영되어 있다. 박진감 넘치거나 흥분되는 사건들이 무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단지 평범한 인간들을 통해 인간의 성격과 운명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 소시민적 갈등과 속물적 갈등, 강한 생명력, 자유의지와 미래에 대한 갈망 등을 긴장과 심리적 갈등으로 풀어낸다.
죽음을 그렇게도 두려워했던 체호프는 ‘그리고...... 죽었다’라는 구절을 시그니쳐처럼 썼다. 그리고 자신 이 실제로 죽을 때도 이런 말을 남겼다. 'Ich sterb e’. ‘죽는다’는 뜻의 독일어다. 그의 마지막 순간은, 그의 소설 마지막 페이지처럼 그렇게 딱 한 구절만을 남기고 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소설으로 영생 하는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