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처서處暑⇨ 태양의 황경은 150도 이고,
양력 8월23일 경에 든다
▣한자로는 "더위를 처분한다". 또는
“더위가 머물러 있다”는 뜻으로 풀이 하는데
이때부터 더위와 추위가 교차되어
더위는 점차 사라지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절에 접어 든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한다.
또한“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라는 속담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사라져 간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만큼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이다. 예전에 부인들은
이때 여름 동안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 말리면 “포쇄暴曬”라 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
▣초후初候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중후中候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말후末候 에는 곡식이 익어간다.”라고 하였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무렵은
김매기도 끝나 “호미씻이”를 한 뒤여서
농가에서는 한가한 때이다.
◉그래서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라는 뜻으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고 한다.
◉처서 무렵 날씨는 벼 이삭이 패는 때이기에
한 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무엇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견주어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
이란 속담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쑥쑥
익어가는지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하는데,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
라는 말이 있다.
◉전라도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고 한다.
이는 부안과 청산은 대추 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익어가는 처서 앞뒤로 비가 내리면
대추가 익지 못하여, 혼사를 앞둔 큰 애기들의
혼수장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처서를 맞아 옛 선조들은 환절기가 되면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였다
주로 추어탕, 전어, 대하, 연근, 복숭아 외에
옥수수나 풋콩을 넣은 현미밥 등이 있는데,
가을에 접어들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추어탕은
겨울을 나기 전 기력을 보충 하는데
아주 좋은 고단백질의 음식이다
▣처서와 관련해서 남도지방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절기상 모기가 없어지고
처량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단장斷腸, 즉 애끊는 톱소리로 듣는 시기이다
⟪처서 때 모기와 귀뚜라미의 대화 내용⟫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이에 모기는 “사람들이 날 잡는답시고
제 허벅지와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 졌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 간장 끊으려 가져가네'
라고 말한다.
▣처서 때는 천지가 金의 기운을 띠면서
쓸쓸 해지기 시작한다
옛날 조정에서는 금기金氣(살기)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이때부터
범법자에게 벌을 주거나 사형을 집행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