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수송기가 해병 여단에 도착하자
수많은 해병들의 함성소리 천둥같이 울리고 여단장을 비롯한
미군 해병들이 마주 보며 기다릴 때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내리는 명철의 가슴에 금빛 훈장들이 철렁 인다
내 외신 기자들의 카메라 후렛쉬가 터지고
도움을 받아 내리는 명철 필승이라는 구호 속에 여단장 앞에 거수경례로 귀대 신고를 한다
드디어 고국땅.
얼마나 그리워했던 하늘이던가
폭죽처럼 터지는 해병 군악대의 군가가 차라리 눈물겹다
군악대의 군가가 그치고
명철 해병의 소개가 끝난 후
조용히 앞에 나아가 마이크를 잡는다
전 영웅이 아닙니다
해병으로써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싸웠습니다
다리는 이미 없어졌고
팔과 가슴에 총을 맞아 이미 저는 죽은 목숨이었고 정신력으로 총을 쥐고
한 명의 해병이라도 고국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날아오는 총알을 몸으로 막았습니다
저라고 왜 고국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습니다
부모님과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 자리를 피하면 혹시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기가 끊겨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동굴에 베트콩들이 엄청난 폭탄을 설치해 놓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촉박한 시간에
저의 몸에서는 피가 수돗물처럼 나오고
다리가 잘려 일어설 수도 없는 상태
하지만 신의 도움으로 미 해병들을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명철 해병의 이야기에 듣는 분들 눈물을 훔쳤지만
환영 나온 현역 해병들과 고급 공직자분들 예비역 선 후배님들
누가 준지도 모르는 금일봉이 차라리 슬프다.
월남전에서 영웅이었던 명철이건만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 준 것일까
당당해도 되련만 명철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자꾸만 위축된다,
살아만 돌아가자. 돌아만 갈 수 있다면 그 누구의 상상보다도 힘듦을 견뎌 내며
마음에 수없이 칼자국을 남겼건만
막상 반토막이 되어 돌아오니 환영 행사가 기쁨 뒤에 슬픔이 놓여있다
명철이 자리를 떠나면서 말한다
"위로하지 말라고. 징그러워하지 마시라고 "
그 또한 명철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렇게 억지웃음으로 화답을 한 후
명철은 자신을 경호해 주는 현역 해병들과 지역 유지들에게 명령하듯 이젠 됐다고
여기까지 감사하다며 더 이상의 경호는 사양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여단장 이하 많은 현역들이 진정 어린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철수한다.
새벽부터 기다렸던 기철이 손을 잡으며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형이 전사한 줄 알고 부모님이 바닥을 치며 통곡하시며
형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형의 모습을 보니 너무 속상하지만
그래도 살아와 주어 너무 고맙다고 울먹인다
말없이 뒤 따라오던 경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몸은어 때?
다리는 여전히 절뚝이네
그래도 다시 볼 수 있어 너무 반갑네
나의 생각에 옥순이가 결혼해서 잘 사는 줄 알았지
그래서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살려했어 귀국하면 네가 부담될까 봐
하지만 언제나 잊을 수 없던 게 고향의 하늘이지
남의 나라 정글을 누비며
동생 뻘 되는 어린애의 가슴에 총부리를 대고
고향 이장님 같은 분의 목에 대검으로 찌를 대도
난 죽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뿐이었지
나 혼자 살아 남기도 힘든 전쟁 속에서 너를 구해낸 것도
혹시 내가 잘못되면 고국으로 돌아가 네가 옥순이를 위로해 주라고
너 라도 옥순이를 잘 보살펴 달라고 내 목숨을 걸고 구해낸 거야
그런데 넌 나의 기대치를 모두 날리고 외롭게 목발로 서 있으니
나의 마음은 어떨까?
경수가 죄송하다는 듯
제가 돌아와 사방으로 수소문해 찾았건만
이미 결혼하였다는 소식에 넋을 잃고 울다가 왔어요
선배님이 목숨을 건 옥순이였건만
신랑이 정상인은 아니지만. 대단한 갑부집 며느리로요
저도 선배님 전사하신 줄 알고 잠도 못 이루고 식사도 제 때 못하며 괴로웠어요
하지만 선배님 모습을 보니
저의 남은 다리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네요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월남의 밀림에서 저는 여러 번 전사했을 거네요
명철이 둔탁한 목소리로 경수를 말린다.
"다 지난 일이야 너라면 나를 구하지 않았겠어?"
기철이에게 언덕으로 오르라 한다.
꽃을 심고 흑을 퍼내 옥순이와 함께 만든 작은 공원
월남의 숨 막히는 정글에서도 절대 잊지 못했던 옥순이
언덕은 그대로이고 하늘도 구름도 옛것이건만
우리 모두 어디로 흘러간 걸까
하루에도 몇 번을 치솟는 그대 생각에
잊으려 할수록 파고들던 간절함
이젠 그대가 돌아서 갔는데도 그리워하는
나를 용서하지 마시라고
마지막 모습까지 버리지 못하고 기억하는
내 못난 사랑을 어찌하리오
다시 찾아왔건만
임은 보이질 않고
그대가 심은 꽃만 무성하니
가슴속 아픔은 어찌할까
아~~ 그대에게 내가 잊힌 존재였다 해도
부디 날 용서 하시오
어디에 있는지 말 안 해도 되니
부디 살아만 계시구려
옥순을 그리워하며 판소리처럼 읊조리는
명철이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프다.
경수야! 이젠 집으로 돌아가라
잊을 건 잊고 살아야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가
경수가 아무 말 없이 목발을 짚은 채 명철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그리고 보고 하듯 입을 연다.
선배님 우리의 만남의 운명은 가혹하지만
저를 구하신 은인이시고
선배님은 해병 중에 해병이십니다.
현실을 너무 슬프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선배님 몸관리를 잘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선배님에게 어찌해야 할지 다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명철이 화난 얼굴로
"뭔 생각이야 너도 정상이 아니잖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남은 인생 살아야지"
멀리로 시집간 옥순이 생각으로 슬퍼하는 건 현명하지 않아
월남의 밀림 속에서 표범처럼 날아다니며 자기를 구하던 명철이
이젠 반신 불구가 되어 앉아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으리라
명철이 경수의 손을 잡으며 괜찮다는 듯이 해병은 함부로 우는 게 아니라며 타이른다
목발을 짚고 가는 경수의 뒷모습 뒤로 긴 그림자가 걸쳐있다.
명철이가 생각한다 이젠 우리 둘이서 만날 일 있을까.
기철이가 휠체어를 밀며 형? 아버지가. 아버지가~
명철이 기철의 입을 막으며 "알아 세상이 너무 괴로우셔서 아기가 되셨다지?"
잊고 사시는 것도 좋지만 바라보는 할머니와 어머니는 어떠실까
집으로 가자 살았으니 인사를 드려야지
기철이 드디어 싸리문을 여니
이 정도도 괜찮다고 우시는 할머니 앞에 반가움의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를 보며
명철이 참고 참았던 눈물을 보이며
"용서하세요!"
"제가 할머니와 부모님 앞에 큰절을 드릴 수가 없는 몸이 됐다고" 말끝을 흐릴 때
동생들까지 문밖으로 나와 큰소리로 운다,
베트남 단항 어느 미로의 밀림 속 동굴
달려오는 베트콩을 향해 AK소총을 뺏아 끝까지 버텨냈지만
결국 실탄이 떨어져 베트콩이 쏜 총알을 몸으로 막으며 쓰러져 있을 때
수많은 베트콩이 명철위를 밟고 지나가며
동굴마다 설치해 놓은 폭탄들..
이미 동굴 속은 포탄의 파편과 미군이 쏜 직격탄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동굴을 가득 채운 화약 냄새와 쇠가 타는 냄새가 코를 질러
흙먼지로 한 치 앞도 안 보일 때
동굴 안쪽에서 아군인지 적군인지 실낱 같은 신음소리
명철이 본능적으로 낮은 포복으로 기어 나가니
쇠창으로 막아놓은 동굴 속 포로들
미군였으리라 철창을 잡고 흔들어대며 외치건만
이 상황에 열쇠를 찾기는 불가능
베트콩 시체를 들어 올려 소총을 들고 외친다" Can you step aside?"
망설임 없이 열쇠에 총구를 대고 난사하기 시작
그리곤 정신을 잃고 쓰러 졌건만
감옥을 탈출한 미군 장교가 명철이를 우이에 싸매고 나온 것이다.
그 후 한국 해병대에선 전사자로 처리되었던 것
그리하여 질긴 생명이 유지되어 다시 고향에 왔건만
보고 싶은 사람은 없고.
그리운 사람은 가고..
날이 밝으면 명철은 마을 동산에 오른다.
사랑을 가꾸고 기다림을 배우고 슬프게 헤어졌던
함께 꽃을 심은 동산. 나무 사이에 쪽지글을 끼워둔다
옥순아?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네가 올까 봐 적어둔다.
이제는 남의 여자가 되어버린 옥순
너의 생각 뒤로 바늘로 찔린 것처럼 비명 소리 내며
아픔에 지쳐 잠들다 보면
잠시 잊을 때도 있었지만
슬픔에 겨워 울다 보면. 눈물도 말라 버릴 때도 있었으므로
만나지 못함의 괴로움은 나 혼자만의 슬픔이었을까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이 질긴 그리움을 죄라 한다면
난 사형대에 올라야 한다,
찜통더위가 말 타고 칼 휘두르는 적장처럼 몰려오는 여름
그 여름이 지나고
고운 한복 입은 것 같은 가을도 지나고 캐럴송이 울려 퍼지던 그 겨울
대통령이 전국의 상의 군인들을 초청
명철이도 청와대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첫댓글 대단한 필력 입니다
나룻배님은 꼭 해병대 출신 같아요
청와대 만찬에 가서 옥순이를 만나게 되는가 봐요
그럼 옥순 남편은 ?
갈수록 흥미가 있네요 경수 옥순 순덕 앞으로의 ?
하체가 없는 명철은 어찌 되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오늘도 결과 없는 영화 한편 감상합니다 감사드립니다~
힘들게 살아왔어도 버릴 세월은 없는 것
이다영님의 걱정으로 모두 잘 지내시겠죠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조 석으론 아직 춥네요
감기 조심하십시오
정말 대단한 필력이세요
두근두근 읽어 내려갑니다
감사드려요
노래면 노래~
율동 있는 춤
정모 때 마다 늘 기쁨 충만하답니다
감사드려요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반신이 잘려나간 명철을 보게 되면 과연 옥순이의 선택은?
점점 더 흥미있어집니다
감사드려요
저도 매월 마지막 토요일
볼 수 있는 분들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조심하시고요
마치 나룻배님이 월남전에 참전한 해병처럼 사실감 있는 글이 실화처럼 느껴집니다.
공항에서의 군악대 환영행사, 상이군인의 청와대 초청만찬 등 예전에 TV에서 소식으로 전해졌던 모습들이 보여지네요.
그리고 청와대에서 운명처럼 만날 명철이와 옥순이의 가슴아픈 만남이 너무나도 처절할 것 같습니다...ㅠ
제가 월남 전 참전 용사라면
더욱 실감 있게 작성했겠죠
감사드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삼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말 재밌어요~~~
앞으로 어찌될지 넘 궁금해요
저는 혀나님이 이번 달 정모에 무슨 노래 부르실런지
벌써 기대 만땅됩니다
감사드려요
조 석으론 제법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