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근삼, 「원고지」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60년 『사상계』에 발표되었으며 한국 서사극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번역 기계로 전락하는 교수의 모습을 통해 피로와 고독,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관객에게 무대의 상황을 소개하고 논평하는 해설자의 설정, 원고지의 형태를 소품이나 배경의 무늬로 적용하는 무대 설정 등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제 : 배금주의가 만연한 일상에 매몰되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잊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
■전체 줄거리
교수는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가족의 압박을 받으며 피곤한 몸으로 귀가한다. 하지만 남편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아내는 쉴 틈도 주지 않고 교수에게 번역을 재촉한다. 교수는 중압감으로 인해 정신적 혼란을 느끼며 잠이 들지만, 관념적 존재인 감독관이 나타나 교수에게 번역 원고를 독촉한다. 원고를 돈으로 바꾸는 데 여념이 없는 아내 옆에서 교수는 백구십 칸 원고지를 발견하고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고, 이를 계기로 젊은 날의 희망과 정열을 상징하는 천사를 만나고 생각할 힘을 갈구한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감독관의 재촉을 받으며 교수는 비참한 표정으로 다시 번역에 매진한다.
(나) 김광규, 「상행」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83년에 출간된 『반달곰에게』에 실려 있는 시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풍요로움에 자족하면서 사회적 문제에는 눈을 감은 소시민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나’라는 화자가 서울로 올라가는 ‘너’에 관해 말하는 방식을 취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말하기가 반어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자는 ‘너’에게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데 독자는 이러한 요구의 표면적 의미를 수용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참뜻을 비판적으로 헤아려야 한다.
■주제 : 근대화된 일상에 안주하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비판
■구성
•1~5행: 일상에서 낯설게 다가오는 성찰적 자아에 대한 자각
•6~11행: 일상의 즐거움과 편안함만을 지향하는 소시민의 삶에 대한 비판
•12~19행: 현대 사회의 부정적 문제에는 눈감는 향락적 태도에 대한 비판
•20~30행: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회피하고 세속적 관심사에만 매몰되는 태도에 대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