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늦은 장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곧 이어질 큰 더위. 왠지 심상치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땀범벅인 상태로 안법 학교를 안전하고 아름답게 꾸며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바로, 시설파트에서 근무하시는 시설계장님과 주무관님, 기숙사와 장학관 청소를 담당해주시는 청소 사감님들, 그리고 밤에 문단속과 기숙사 학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인자하시지만 두 눈 치켜뜨고 밤을 지키시는 당직 사감님이 계십니다.
이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요셉 성인이 생각납니다. 성실함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하십니다. 그분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정돈과 깨끗함, 아름다움과 안전함이 새겨져 있는 듯합니다.
이번 늦은 장마가 길게 이어지는데, 어디서 비가 샌다거나 빗물로 문제가 된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옥상 방수와 배수로 작업을 잘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설 주무관님은 기숙사와 학교 시설물의 고장난 방충망, 문틀, 수도꼭지 수선과 보수, 그리고 새롭게 무언가 설치해야 하는 것들에 신경 쓰느라고 정신없으십니다. 토요일과 주일에도 학교에 나와 일하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교장인 제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교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시설물 교체나 공사를 하면서 소음이 많이 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휴일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요일 아침이면 늘 무언가 바뀌어 있습니다. 그렇게 일하니, 그분들은 평일이고 주말이고 관계없이 땀에 범벅이게 됩니다.
기숙사와 장학관에서 청소하시는 사감 선생님, 2명의 여사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그분들이 장학관(학생들이 밤 11시 40분까지 공부하는 장소)에 가보면, 정말 깨끗하게 정리해놓았습니다. 학생들의 개인 책상은 손을 못 대지만, 복도와 화장실은 정말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살아보고, 수도원에도 많이 가보았지만, 그처럼 화장실이 깨끗한 곳은 없었습니다. 이 상태는 학생들이 공부하러 올라오기 전까지의 상태를 말합니다. 학생들이 거쳐간 곳은 좀 상황이 다릅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엔 다른 곳이 됩니다.
그리고 기숙사의 복도와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해 놓습니다. 기숙사가 오래된 건물이라 그렇게 깨끗하지 못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청소 잘 해주십니다. 그리고 행정실장님과 큰 소리 난적이 한번도 없으십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하시는 사감(여사님)이십니다. 고마움의 인사가 절로 납니다.
그리고 당직 사감 선생님은, 여든이 가까운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젊은이 못지않게 젊게 사십니다.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십니다. 누가 무언가 시키지 않아도, 풀을 뽑는 일, 꽃나무에 물을 주시는 일, 문단속과 소등하는 일, 저녁에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요구 사항도 절차에 맞게, 품위있게 하십니다. 교장에게 일러바치는 말은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지혜로우신 분이십니다.
이분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하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습니다.
얼마 전에 관리자 회의를 하면서, 이분들에게 유니폼을 맞춰드리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실장님이 그것을 기억해 놓았다가, 얼마 전에 준비해서 교장실로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실장님이 “교장 신부님이 직접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신부님 아이디어이니까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로 당직 사감 선생님에게 입혀 드렸고, 오늘은 시설계장님과 주무관님에게 입혀 드렸습니다. 일명, ’착복식‘이었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축하의 박수를 드렸습니다.
학교 마크가 들어간 옷을 입혀드리기 전에, “주님, 우리 계장님과 주무관님이 정말 학교에서 일을 열심히 합니다. 그러다 보니, 땀도 많이 흘리고 옷이 더럽혀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작업복 하나 마련해주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작업을 입고, 일하고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리고 출퇴근할 때는 멋진 나들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하고 나서 성모송을 바치고 강복을 드렸습니다.
그동안 작업복을 집에서 가지고 와서, 집으로 가지고 가거나, 필요한 옷을 본인이 마련해서 입은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거시기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작업복을 입고, 참 좋아하시던 청소 여사감님들, 기분 좋은 웃음을 던져주시던 당직 사감 선생님,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와 함께 고마워 하시던 계장님과 주무관님, 그리고 그 옆에서 박수치켜 사진 찍어주던 행정실 식구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분들을 위하여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우리 직원들에게 작업복, 유니폼을 마련해드리면서, 우리 영적은인들에게는 어떤 작업복, 유니폼을 마련해드릴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영적은인 한분 한분에게 안법 영적은인회의 기도 작업복, 유니폼을 하나씩 선물해드리기로 다짐했습니다. 어떤 형태, 어떤 모양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번 웃어봅니다.
오늘은 이렇게 웃으며 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저희 모두에게 강복하소서.
* 아멘.
+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첫댓글 계장님에게 착복해 드리고 있는 사진
공베르 언덕길 양편을 정돈한 모습..
이 길에 십자가의 길이 설치됩니다.!
신부님의 깊은 사랑을 가까이에서 몸소 느끼는 저는 늘 감동입니다. 우리 신부님 최고이십니다~
기도중에 기역하며 기도하겠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안법고등학교를 위해 여러면에서 일해주시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합니다~
그 많은분들 모든분들께 마음담아 감사드립니다~♡♡♡
세밀한 부분을 어루만져 주시는 교장신부님의 배려로 무더위가 주춤 뒷걸음 치는 듯 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근로의 신성함'을 몸소 실천하시는
안법고 여러 직원쌤들이
착복식을 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아멘~
주님 감사합니다~♡
따뜻함이 가득담긴 학교 풍경!!!
학교많은분들의 마음길 손길 모두가 주님의 축복길인거 같네요...
감사함 가득합니다~
신부님!저희 영적은인들의 기도 유니폼 기대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착복식~!
신부님의 자상한 배려와 사랑에 감동~~~^^♡
영적은인회 유니폼까지~~~?
상상해보니...
신부님 웃으시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예. 아멘. 찬미 예수님.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은인 모니카씨가 보내준 글..
학교에는 착하고 열성이 많으신 분들이 많으셔서 학교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것 같아요.
신부님께서는 그분들께 유니폼 까지 선물 하셨으니
긍지를 가지고 더 열심히 일 하실 것 같아요.
작은일에 까지 세심한 배려
해 주시는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