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위기가 감도는 여춘원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 총병 역시 그날 사고가 난 것이죠. 그는 평서왕의 명을 받들어 진 원원을 보호하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그가 진원원을 몇 번 보는 사이 그 만 정신이 몽롱해져서는 놀랍게도 가까이 다가가 진원원의 그 하얗고 부드러운 조그만 손을 어루만지게 되었소이다. 후에 평서왕이 알고 그 에게 사십 대의 곤장을 때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마 총병은 살그머니 다른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더라지 않습니까? '내가 만진 것은 진원원의 왼손이므로 왕야가 나의 한 손을 자르리라고 생각했소. 진작부터 사십 대의 곤장만 맞고 끝날 줄 알았다면 그녀의 오른손마저 만져 보는 것인데 그랬소. 칠십 대의 곤장을 맞는다고 해서 설마 죽기야 하겠소.' 평서왕 휘하에는 모두 열 명의 충병이 있는데 나 머지 아흡 명의 총병은 모두 부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죠. 그 말이 평서 왕에게 들어가자 그는 즉시 명령을 내려서 누구든 진원원을 만진다면 반드시 두 손을 자르겠다고 했답니다. 평서왕에게 하국상이라는 사위가 있는데 그 역시 열 명의 총병 가운네 한 사람이죠. 그는 바로 솜씨 좋 은 장인(匠人)을 불러서는 한 쌍의 가짜 손을 만들었다지 뭡니까? 그는 때로 선녀와 같은 장모님을 만나는데 참지 못하고 손이라도 만지고 싶 어지면 자기가 만들어 놓은 가짜 손을 만지려고 했다더군요. 이것이야 말로 뭡니까? 유비무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갈이단은 그 말에 그만 입을 코게 벌리고 넋을 잃었다. 상결은 끊임없 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황당하군, 황당해!]
열 명의 총병이 황당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위소보의 말이 황당하다는 것인지 다른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기는 말했다.
[그대 역시 진원원을 만나 보았는데 어째서 그대는 그녀의 손을 만지지 않았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것은 까닭이 있지요. 내가 진원원을 만나기 전에 오응웅이 먼저 와 서 나를 만나자고 했소이다. 그리고 그는 천 리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서 공주를 자기의 아내로 삼게 해주니 매우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러 면서 그는 금빛이 번쩍이는 한 가지 물건을 품속에서 꺼냈는데, 그 위 에는 빛이 아름다운 옥홍보석, 묘아안 등이 잔뜩 박혀 있는 황금 수갑 이지 뭡니까.]
아기는 물었다.
[무슨 수갑인데 그토록 진귀해 하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그에게 무슨 물건이냐고 물어 보면서 어찌 됐든 그가 나에게 주 는 예물이거니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는 철컥 나의 두 손에 수갑을 채 우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나는 깜짝 놀라 부르짖었지요. '부마 그대는 어째서 나를 잡으시오. 내가 무슨 죄를 지었소? 무슨 죄를?' 오응웅은 말했지요. '흠차대인, 흠차대인께서는 오해를 하고 있구려. 이 형제는 호의로 이러는 것입니다. 그대가 우리 작은어머니를 만나 보고자 한다 면 이 수갑을 반드시 차야 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참지 못하 고 손을 뻗쳐 그녀를 만져 보게 될 것입니다. 만약에 그녀의 손끝이라 도 만져 본다면 부왕께서는 그대 흠차대인의 체면을 보아서 어떻게 하 지 않겠지요. 그러나 그대가 한 번 만지고 두 빈 만지고, 세 번 만지게 된다면 부왕께서는 흠차대신을 살해하는 커다란 죄를 범하게 될 것이니 그것이 두렵다 이거죠. 그렇게 된다면 대인께서도 야단이지만 우리 오 씨 집안도 망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깜짝 놀라서는 수갑을 찬 채 진원원을 만나보게 되었지요.]
아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우스워서 말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다음에 그대가 북경에 오시면 그 금수갑을 꺼내 보여 달라고 해보십시 오. 금수갑을 보게 되면 그대는 믿게 될 것이외다. 그는 그 황금으로 만들어진 수갑을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진원원을 만날 때 꺼내 서 수갑을 차려는 것이었지요. 그저 한걸음이라도 늦는다면 큰일이 날 테니까 말입니다.]
상결은 흥, 하고 코웃음치며 말했다.
[진원원은 그의 서모인데 설마 하니 그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단 말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물론 감히 하지 못하조 그렇기 때문에 몸에 그와 같은 황금 수갑 을 갖고 다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기는 말했다.
[그는 북경으로 가게 되있는데 왜 그 물건을 몸에 지녀야 했지요?]
위소보는 당황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야단났다. 허풍이 들통나게 생겼구나.) 하지만 그의 머리는 무척 빨리 돌아가는 편이라 다시 말했다.
[오응웅은 곤명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고 북경에서 오래 살려고 간 것 이 아니었지요. 북경에 남아 있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었습니다.]
상결은 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말했다.
[그것은 그대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 아니겠소? 상대방은 수갑까지 그대에게 빌려 주는 등 의리를 보였는데 그대는 그를 운남으로 돌아가 지 못하게 저지하지 않았소?]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응웅이 나에게 무슨 은혜를 베풀었단 말입니까? 오히려 그는 나와 불공대천의 원수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상결은 의아하여 말했다.
[그가 그대에게 죄를 지었단 말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죄를 짓잖구요. 수갑을 나에게 빌려 준 것은 나의 아비를 죽인 것보다 더욱 악독하답니다. 당시 내가 만약에 그 수갑을 차고 있지 않았다면 진원원의 얼굴을 만져 볼 수 있었지 않았겠소이까? 아! 대라마, 왕자 전하. 내가 진원원의 그 꽃잎보다 만배나 아름다운 얼굴을 만질 수가 있다면 오삼계가 나의 두 손을 자른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 있겠소. 설 사 그가 나의 두 다리까지 잘라서 운남 선위(宣威) 땅에서 화퇴(火腿) 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대수로운 일이겠소?]
세 사람의 정신은 남쪽으로 날아가 진원원의 절세적인 용모를 상상하느 라고 그 몇 마디의 말을 듣고도 웃지 않았다. 위소보는 음성을 낮추어 매우 신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직이 말했다.
[하늘처럼 커다란 비밀이 있는데 세 분은 들으시고 누설하시면 아니됩 니다. 본래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세 분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의기투 합하여 지기에게 말해 주어도 상관이 없다고 느낀 것이외다.]
갈이단은 재빨리 물었다.
[무슨 비밀이오?]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황상께서는 군사와 장수를 움직여서 오삼계를 공격하려 하고 있소.]
세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똑같이 생각했다. (그게 무슨 비밀인가? 황제가 오삼계를 치지 않는다 해도 오삼계는 군 사를 일으켜서 황제를 칠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들은 황상이 어째서 운남에 군사를 사용하려는지 아시오? 그것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외다.]
아기는 말했다.
[설마 그것 역시 진원원 때문인가요?]
위소보는 탁자를 치며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
[어! 그대가 어떻게 아셨소?]
아기는 말했다.
[아무렇게나 짐작해 본 것이에요.]
위소보는 크게 찬탄하며 말했다.
[소저야말로 진짜 여자 제갈양으로서 귀신처럼 일을 혜아려 보는구려. 황상께서는 황제가 되었으니 모든 깃을 갖추었지만 다만 천하 제일의 미녀민 부족한 셈이었소. 지난 번 황상께서는 나 같은 어린 사람을 운 남으로 보내면서 어째서 덕망이 높고 수고와 공을 많이 세운 대신들을 보내지 않았겠소? 그것은 바로 나로 하여금 친히 만나 보아 도대체 그 녀가 정말로 그토록 아롬다운지 확인을 하고 오삼계가 진원원을 황궁으 로 바칠 뜻이 있는지 없는지 그 뜻을 슬쩍 알아보라고 했소. 그런데 허 연 수염의 대신에게 그와 같은 일을 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겸연쩍은 일 이 아니겠소. 그런데 내가 한 마디 비추자마자 오삼게는 탁자를 두드리 며 화가 나서 말했소. '그대는 한 명의 공주를 보내 나의 살아 있는 관 음보살을 바꿔치려는 것이오? 흥 흥, 설사 백 명의 공주라 해도 나는 바꿀 수가 없소.']
상결과 갈이단은 서로 마주보았다. 은연중 그들은 오삼계에게 크게 속 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원래 그 가운데는 그와 같은 아름다운 여자 문제도 얽혀 있었구나 하고 새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삼계가 과거 그야말로 머리끝까지 모조리 곤두설 정도로 노했던 것은 바로 진 원원 때문이었고 또한 대명나라 삼백 년이나 되는 사직과 강산을 잃게 했다는 것도 천하가 모두 알고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소황제가 나이가 젊기 때문에 풍류적으로 놀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모두 생각했 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현자, 그대는 오생어탕이 아니겠소. 결코 늙은 자라의 마누라를 탐 하지는 않았소. 하지만 이 소계자가 크게 난을 당하게 되어 그대에게 몇 마디 나쁜 말을 지껄였지만 정말로 여기지는 말아 주오.) 그리고 상결과 갈이단이 모두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오삼계가 그토록 노하는 것을 보고 감히 더 말하지 못했소. 그때 나는 운남에 있었고 비록 수천 명의 병마를 거느리고 있다고는 하나 어 찌 오삼계 수하의 천군만마를 대적할 수 있었겠소? 그렇기 때문에 그만 입을 싹 다물고 있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겠소?]
갈이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어느 날 밤 텁석부리 한첩마가 나를 찾아왔소. 그는 왕자 전하가 그를 곤명으로 보내 오삼계와 연락을 하도록 했다고 하더군요. 그는 곤명의 정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몽고인은 한(汗)의 자손으로 모 두 영웅호걸인데 무엇 때문에 오삼계의 여자를 위해서 전쟁을 하며 죽 어야 하느냐고 말했소. 그는 자기를 북경으로 데리고 가 황제를 만나게 해 달라고 청을 했소. 자기 자신이 친히 황제에게 진원원인가 하는 여 자는 몽고 왕자와 서장 라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겠 다고 했소. 몽고의 갈이단 왕자에게는 아기 소저가 있으니 다시는 진원 원이라는 사람을 요구하지 않으리라고도 했지요. 그리고 서장의 대라마 에게도....많은 아리따운 서장의 소저가 있다고 했지요....]
상결은 큰소리로 꾸짖었다.
[터무니없는 소리, 우리 황교의 라마들은 계율을 엄히 지키고 있으며 결코 색을 밝히지 않소.] [그것은 한첩마가 말한 것이지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외다. 대라마, 한첩마는 황제의 호의를 사서 안심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대가 진원원을 빼앗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말했는지도 모르지요.]
상결은 코웃음쳤다.
[흥, 다음에 한첩마를 만나면 반드시 그에게 물어 봐야겠군! 도대체 그 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그토록 우리의 명성을 더럽히다니.]
위소보는 속으로 무척 기뻤다. (그가 한첩마에게 질문을 한다면 지금 나를 죽일 것 같지는 않구나.)
[예, 예. 다음에 그대가 나와 한첩마를 직접 대질시키도록 하시구려. 그대들이 오삼계를 도와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결코 좋지 않소이다. 설사 반란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대들 두 분이 몸에 수갑을 항상 준비 하고 있지 않는다면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될 것이외다....]
갑자기 상결의 얼굴에 노기가 도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
[대라마에게는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니 진원원을 본다하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지요. 하지만 하지만....아!]
상결은 물었다.
[하지만 뭐란 말이오?] [지난 번 내가 곤명에 이르렀을 때 진원원이 나서서 공주를 맞이했는데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밟혀 죽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 죽 은 사람들의 집에서 법사를 행하려고 했으나 화상과 도사들이 갑자기 오실 수가 없게 되었소.]
아기는 물었다.
[그것은 또 어째서이죠?]
위소보는 말했다.
[많은 화상들은 진원원을 보고 속세에 대한 미련이 일게 되어, 하루에 도 몇천 명이나 되는 화상들이 환속하여 출가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오. 생각해 보시구려. 갑자기 수천 명이나 되는 화상들이 환속해 버렸 으니 법사를 크게 치러야 할 사람이 얼마나 부족하겠소?]
갈이단 등 세 사람은 반신반의했다. 위소보의 말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진원원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이미 의심할 여 지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아기는 갈이단에게 눈짓을 하더니 나직이 말 했다.
[곤명이라는 곳이 그토록 이상야릇하다면 나는 가지 않겠어요. 그대가 오삼계를 돕고 싶다면 직접 가도록 해요.]
갈이단은 재빨리 말했다.
[누가 곤명으로 간다고 했소? 나는 진원원을 만나고 싶지 않소. 내가 볼 때 우리 아기 소저가 결코 진원원에게 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구 려.]
아기는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그대는 내가 진원원에게 지지 않으리라고 말하는 것은 어찌 됐든 내가 그녀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그대는 그녀를 만나 보 고 싶어하는군요.]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가겠어요.]
갈이단은 매우 어색해져서 말했다.
[아니, 아니오. 나는 하늘에 두고 맹세하겠소. 결코 한평생 진원원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겠소.]
아기는 뾰로통해졌던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며 앉았다. 위소보는 말했 다.
[그대가 결코 진원원을 바라보지 않겠다는 말은 옳은 것이외다. 그 누 구이든간에 고녀를 만나 보면 한 번 보아서 어찌 만족할 수 있겠소. 백 번 보고 천 번 봐도 부족한 판이라오.]
갈이단은 욕을 했다.
[그대라는 꼬마는 그저 터무니없는 소리만 지껄이는군. 나는 맹세코 영 원히 진원원의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했소. 만약에 만난다면 나의 두 눈알이 멀게 될 것이오.]
아기는 크게 기뻐서는 정을 듬뿍 담은 눈길로 그를 응시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소황제에게 들은 말이지만 그대들 두 분이 오삼계를 무엇 때문에 도우려고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소이다. 만약에 진원원을 얻고자 한다 면 그것이야 할 수 없는 일이죠. 천하에는 한 명의 진원원밖에 없고 소 황제마저도 갖지 못했으니 말이외다. 그러나 그 미녀를 제외하고 오삼 계에게 무엇이 있느냐 말이오. 소황제에게는 그야말로 그보다 열 배나 더 많은 것이 있지 않소. 그대들 두 분이 황제를 돕기만 한다면 금은재 보는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소?]
상결은 냉랭히 말했다.
[서장과 몽고가 가난하기는 하나 결코 금은재보를 탐하는 것은 아니 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금은재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미녀도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도 아 니라면 그들 두 사람이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속으로 생각을 굴려 보았다. (그렇구나. 소장부(小丈夫)에게는 하루라도 돈이 없으면 안 되지만 대 장부는 하루라도 권세를 휘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위소보는 소장부 이고 그들 두 사람은 대장부이다.)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소황제께서는 갈이단은 왕자일 뿐이고 아직도 충분히 크지 못했지만 만약에 소황제를 도와 오삼계를 공격한다면 왕자를 몽고의 국왕으로 봉 하겠다고 했소.]
갈이단은 두 눈에 기쁜 빛을 띠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황....황제는 정말 그와 같은 말을 했소?] [물론이오. 내 어찌 그대를 속이겠소?] [천하에는 몽고 국왕이라는 명칭이 없소. 황제가 만약에 전하를 도울 준객이한(準喀爾汗)을 찾는다면 전하께서도 만족하실 수 있을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되지요, 되고말구요. 전부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황제가 반드시 봉하 려 할 것이오.]
(전부가 좋다는 것이, 제기랄 무슨 말이지. 설마 하니 반이 좋다는 것 도 있을라고?) 그는 준객이한이라는 말을 전부 좋다는 말로 잘못 듣고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상결은 그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가 잘 알지 못한다 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
[몽고는 몇 부족으로 나뉘어져 있소. 준갈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 족이오. 몽고의 왕은 국왕이라 부르지 않고 한(汗)이라고 부르오. 왕자 전하는 아직도 한이 되지 않았소.]
위소보는 말했다.
[그랬군요. 왕자 전하가 황상을 돕기만 한다면 전체의 한이 되는 것도 매우 쉬운 일이오. 황제께서 성지를 내리기만 한다면 수만의 병마를 파 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설마 다른 몽고 사람들이 반항을 하겠 소?]
갈이단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황제가 그렇게 해주시기만 한다면 그거야 쉬운 노릇이오.]
위소보는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대는 걱정할 것 없소이다. 내가 책임지도록 하겠소. 황상께서는 그 저 오삼계 한 사람만 미워한다오. 아기 소저가 아름답기는 하나 황상의 눈에 띄지 않게만 한다면 그는 그대의 여자를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다 는 것을 보장할 수 있소. 그리고 상결 대라마에 관해서는 그대가 황상 을 돕는다면 황상께서는 자연히 그대에게 전 서장을 관리하는 큰 벼슬 을 내릴 것이오.]
그는 그 큰 벼슬이라는 것을 뭐라고 할지 몰라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상결은 말했다.
[전 서장은 달뢰활불(達賴活佛)이 다스리는 곳으로써 황상이 마음대로 봉할 수 없소.]
위소보는 말했다.
[다른 사람이 활불이 될 수 있는데 그대가 어째서 될 수 없다는 것이 오? 서장에는 모두 몇 명의 활불이 있소?]
상결은 말했다.
[또 한 분의 반선활불(班禪活佛)이 있으니 모두 두 분이외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소. 하루는 세 끼의 밥을 먹는데 그치는 것이오. 그러니 무슨 일 에도 세 개가 있어야만 옳은 일이외다. 우리는 황상에게 다시 한 분의 상결활불을 봉해 달라고 청을 하여 상결 대활불로 하여금 달 뭐라고 하 고, 반 뭐라고 하는 작은 활불들을 다스리도록 하면 될 것이오.]
상결은 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이 꼬마 녀석이 티무니없는 소리를 마구 하는 것 같지만 퍽 일리가 있 는 밀들을 하는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의 수척한 얼골에는 대뜸 웃음빛이 떠올랐다. 이때 위소보는 그저 목숨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상대편에서 다른 요 구를 해온다 하더라도 무조건 응낙할 참이었다. 더군다나 준갈리한과 서장의 대활불을 봉하는 것은 밑천도 들지 않는일이라고 생각했다.
[허풍치는 것이 아니오. 이 형제가 어떤 계책을 바치면 황제는 십중팔 구 그 계책에 따른다오. 더군다나 두 분이 오삼계를 공격하겠다고 나선 다면 황제는 비단 두 분을 높은 지위에 세우실 뿐 아니라 커다란 상금 을 내릴 것이고, 형제 역시 큰 공을 세우는 것이니 반드시 벼슬이 오르 고 재물을 얻게 될 것이오. 흔히들 조정에 사람이 있으면 벼슬하기가 쉽다지 않소. 형제가 조정에서 큰 벼슬을 하고 있으니 두 분이 나누어 몽고와 서장에서 큰 벼슬을 하도록 하시오. 나의 말은 즉, 우리 세 사 람이 결의형제를 맺어 차후로는 복이 있으면 함께 누리고 이려움이 있 으면 함께 막도록 하자는 것이며, 동넌 동월 동일 생은 아니나 동년 동 월 동일에 죽기를 바라는, 소황제를 제외하고는 우리 세 사람이 가장 크게 될 것이니 그야말로 멋진 일이 되지 않겠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동년 동월 동일에 죽기를 바란다는 이 한 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다시는 나를 죽일 수 없을 것이 다. 나를 죽인다는 것은 자살과 마찬가지일 데니까 말이다.) 상결과 갈이단은 양주로 오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을 조사해 놓고 있었 다. 그러니까 그들은 이 소년 흠차가 소황제에게 가장 총애를 받는 사 람으로서 출세길이 훤히 열려 벼슬도 지극히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 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이 흠차대신이 자신들이 알고 있던 소년이라 는 것을 생각해 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갈이단은 그와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상결은 그에게 해침을 받아 열두 명의 사제를 잃었고 열 개의 손가락을 잘리는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했으나 위소보의 그 와 같은 말을 들은 이후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사제들은 이미 죽은 몸이니 다시 살아날 수 없는 일이고 손가락은 자른 이후에 다시 자라날 수도 없으니, 만약 이 사람을 죽인다 해도 화를 풀 수 있을 뿐이며 그 저 헛되이 오삼계에게 커다란 협조를 하는 셈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일들은 자기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지만 만약 그와 결의형제를 맺는다면 매우 커다란 실리를 얻게 되고 좋은 점이 여간 많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그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모두 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매우 기뻤다. 자기가 한바탕 지껄인 말로 두 악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였다. 그는 두 사람이 흑시라도 후회를 할까 봐 재빨리 말했다.
[큰형, 둘째 형, 둘째 형수님, 우리들은 바로 이 자리에서 결의형제를 맺기로 하지요. 둘째 형수님은 절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 형수님 은 둘째 형님과 천지신명에게 절을 한다면 그때는 한집안의 사람이 아 니겠습니까?]
아기는 얼굴을 붉히고 퉤, 하고 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위소보 의 아첨하는 소리는 남의 비위를 여간 잘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결은 갑자기 손을 뻗치더니 팍, 하고 탁자의 한 모퉁이를 내 리쳤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이때 상결이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위 대인, 그대가 오늘 한 말을 나는 잠시 믿기로 하겠소. 그러나 이후 그대가 이랬다저랬다하는 사람으로서 식언을 하고 자기 욕심만 채워 살 이 찐다면 이 탁자의 모퉁이가 바로 그대의 본보기가 될 것이오.]
위소보는 웃었다.
[큰형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만약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일을 하 게 된다면 모두에게 좋은 점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만약에 그대들을 속인다면 그때는 몽고와 서장에서 군대를 풀어 황제를 괴롭힐 것이 아 닙니까? 아, 그렇게 되면 황제는 화가 나서 나의 머리를 자르려고 할 것이 분명합니다. 두 분 형님들도 생각해 보십시오. 이 형제가 어찌 감 히 그대들에게 죄를 지을 수 있겠소이까?]
상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옳은 말이오.]
세 사람은 즉시 대청에 붉은 촛불을 밝히고 바깥쪽을 향해 큰절을 올려 서 형제의 의를 맺게 되었다. 상결이 나이가 가장 많았고 갈이단이 그 다음이었으며 위소보는 셋째가 되었다. 그는 첫째와 둘째 형에게 인사 를 하고 다시 아기에게 절을 하며 둘째 형수님이라고 매우 다정히 부르 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가 나의 둘째 형수가 된 이상, 이후 내가 내 마누라인 아가를 희 롱하는 것을 보아도 겸연쩍어 간섭을 못할 것이 아니겠는가?) 아기는 술주전자를 들더니 넉 잔의 술을 따르고는 웃었다.
[오늘 그대들 세 형제가 결의형제를 맺었으니 아무쪼록 이후에는 처음 부터 끝까지 잘지내면서 커다란 일을 해내기를 빌겠어요. 소매(小妹)는 그대들 세 분에게 한 잔의 술로 경의를 표하겠어요.]
상결은 웃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물론 마셔야지.]
그는 술잔을 들었다. 위소보는 재빨리 말했다.
[큰형, 잠깐만! 이것은 찌꺼기 술이니 깨끗하지 못합니다. 사람을 불러 바꾸도록 하지요.]
그는 큰소리로 불렀다.
[게 아무도 없느냐? 빨리 술을 가져오너라.]
그는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여춘원은 어떻게 된 것이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이 와서 시중드는 것을 볼 수 없다니, 이상한 일이구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그렇다. 주모와 귀노는 우리가 싸우는 것과 관병을 죽이는 것을 보고 모조리 도망친 모양이구나.) 이같이 생각하고 있을 때 한 명의 귀노가 들어와서 고개를 푹 수그리며 애매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지요?]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여춘원의 귀노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녀석은 새로 온 모양 이로구나. 어찌하여 손님에게 이토록 예의를 차리지 못하는 것일까? 아 마도 놀라서 멍청해진 모양이로구나.) 그는 호통을 쳤다.
[빨리 가서 술 두 주전자 가져오게.] [예.]
그 귀노는 대답을 하고 몸을 돌려서 나갔다. 위소보는 그 귀노의 뒷모 습을 보자 마음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어, 저 사람이 누구더라? 대낮 선지사 밖에서 작약을 구경했을 때 그 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으로 와서 귀노가 되었지? 여기에 는 반드시 이샹야릇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그만 등줄기에서 식은땀 이 흐르면서 자기도 모르게 아, 하고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상결과 갈 이단, 그리고 아기 세 사람이 일제히 물었다.
[왜 그러오?]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저 사람은 오삼계의 휘하 고수인 무사가 가장한 것이외다. 우리가 조 금 전에 한 말을 그가 모조리 들었을 것이외다.]
상결과 갈이단은 깜짝 놀라 일제히 말했다.
[그렇다면 그를 남겨 둘 수가 없지.] [두 분 형님들은 잠시.... 잠시 손을 쓸 것 없습니다. 우리들은 모르는 척하고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왔는지, 또.... 어떤 간계가 있는지 두고 보기로 합시다.]
그는 이 몇 마디 말을 하며 음성마저 떨었다. 이 귀노가 만약 정말로 오삼계의 무사가 가장한 것이었다면 그는 오히려 이토록 당황해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바로 신룡교의 육고헌이었다. 이 사람은 신룡 도에서 위소보를 따라 북경으로 가기도 했으며 오랜 세월에 걸쳐 함께 생활했다. 그의 분장한 모습이 지극히 교묘하여 얼굴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으나 그의 뒷모습을 보자 눈에 퍽 익숙했다. 낮에 선지사 밖에서는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여춘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자 이 가운데는 반드시 이상한 일이 있다고 느껴졌고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제서야 확 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단지 육고헌 한 사람뿐이라면 두려운 바가 없 었다. 그러나 그가 선지사 밖에서 위소보가 멋모르고 슬쩍 한 말을 들 었다면 문제는 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여춘원으로 와서 소 곡을 듣겠다고 했는데 고 말을 듣고서 그가 이곳으로 와서는 귀노로 변 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반두타와 수 두타 역시 여기에 와 있을 것이고 어쩌면 홍 교주마저도 친히 왕림했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군다나 홍 교주는 자기와 의리로 맺어졌으며 동 년 동월 동일에 죽겠다는 맹세를 했는데 그것이야말로 천만번 더 어렵 고도 어려운 노릇이었다. 위소보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겁이 나서 이 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이때 육고헌이 나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나무 쟁반 위에는 두 개의 술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술주전자를 탁자 위에 올 려놓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구나. 흥, 또 어떤 사람이 왔는지 모르겠구나.) 그는 말했다.
[이 기녀원에는 어째서 그대 혼자만 있는 거지? 빨리 여러 사람들을 불 러 시중들게 하시오.]
육고헌은 예예, 하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 나갔다.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큰형, 둘째 형, 그리고 둘째 형수님은 나중에 나의 눈빛을 보고 일을 처리하도록 하시오. 내가 만약에 눈을 까뒤집고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 보면 그대들은 즉시 손을 써서 들어오는 사람을 죽이도록 하시오. 그 사람들은 무공이 고강하기 이를 데 없는 자들이외다.]
상결 등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응낙을 했으나 속으로는 이상하게 생 각했다. (오삼계 휘하의 무사들이라면 무공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대단할 자는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잠시 후 육고헌은 네 명의 기녀들을 데리고 들어와서는 네 사람의 곁에 앉혔다. 네 명의 기녀는 위소보가 모르는 사람으로 원래 여춘원에 있던 기녀들이 아니었다. 기녀들의 얼굴은 모두 지극히 추악했다. 어떤 사람은 사팔뜨기였고 어 떤 사람은 입이 삐뚤어졌으며 어떤 사람은 피부 색깔이 노랗거나 까맣 고, 울긋불긋하기도 했고 얼굴이 온통 흉터 투성이기도 했다. 위소보는 웃었다.
[여춘원의 소저들은 얼굴 모습이 정말 예쁘군.]
이때 상결의 옆에 앉아 있던 온 얼굴에 흉터투성이인 기녀가 그에게 눈 을 깜박이더니 곧이어 다시 눈짓을 했다. 위소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신 랄하게 움직이고 또 눈초리가 무척 아름다운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네 사람은 신룡교의 사람이라 일부러 이와 같은 모양을 했구나. 그 런데 그녀가 나에게 연신 눈짓을 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는 한 주전자의 미춘주를 들어 네 명의 기녀에게 한 잔씩 따르고 말 했다.
[모두들 한 잔씩 드시오.]
기녀원에서는 손님이 기녀에게 술을 따르는 법이 아니었다. 손님이 손 을 뻗쳐 주전자를 들기만 하면 기녀가 낚아채서 술을 따르기 마련이었 다. 그러나 이 네 명의 기녀들은 그저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을 뿐 위소 보가 그녀들에게 술을 따라 주는데도 네 사람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 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네 명의 여인은 가짜 갈보로 분장하고 있는데 연기가 형편없구나.) 그는 말했다.
[그대들은 손님을 시중들러 왔는데 어째서 규칙을 모르지? 먼저 한 잔 마시지 않고 무엇하는 것이오?]
그는 다시 한 잔의 술을 따르고 육고헌에게 말했다.
[그대는 새로 온 사람이지? 자라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구먼. 그대들이 손님들에게 술로써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손님들이 화가 나서 어떻게 행화전을 내리겠느냔 말일세.]
육고헌과 네 기녀는 기녀원의 규칙이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한 듯 모두 응낙했다.
[예.]
그들은 술을 마셨다. 위소보는 웃었다.
[그래야지. 이 기녀원에는 자라 같은 갈보들이 또 있소. 모조리 불러 오시오. 이토록 넓은 여춘원에 어째서 그대들 다섯 사람밖에 없소? 정 말 좀 이상하구먼.]
그러자 얼굴이 싯누렇게 부어오른 듯한 기녀가 육고헌에게 눈짓을 했 다. 육고헌은 몸을 돌려 나가더니 다시 두 명의 귀노를 데리고 들어와 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갈보들은 없습니다만 자라는 두 마리가 있습니다요.]
위소보는 속으로 우스운 것을 참아야 했다. (갈보와 자라라는 말은 다른 사람이 뒤에서 부르는 것인데 그대 스스로 귀노의 짓을 하면서 어찌 갈보, 자라라고 칭한단 말인가? 설사 기녀원 에 하룻밤을 묵으러 온 손님들이라 해도 이토록 무례하게는 굴지 않을 것이다. 기녀원에서는 그저 소저와 동료라고만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내 가 너를 시험해 보았는데, 후후! 마각을 드러내는구나. 홍 교주가 신기 묘산을 쓴다고 해도 이 위소보가 바로 이 기녀원에서 자랐다는 것은 꿈 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 들어온 두 명의 귀노들은 모두 키가 크고 뚱뚱했다. 한 사람은 반 두타가 가장한 것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수두 타인데 어째서 키가 그토록 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잠 시 생각해 보고는 그의 발 아래 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약에 마음속으로 알아차리지 않았다면 결코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 다. 위소보는 다시 두 잔의 술을 따르고 말했다.
[손님이 너희들 자라에게 술을 마시라고 하면 너희들 두 마리의 자라는 빨리 마셔야 한다.]
반두타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수두타는 성 질이 거칠어 참을 수 없다는 듯 냅다 욕을 했다.
[너 소잡종이야말로 자라다!]
육고헌은 재빨리 소맷자락을 당기며 호통을 쳤다.
[빨리 술을 마시게! 어찌 손님에게 그토록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수두타가 이번에 귀노로 가장한 것은 교주의 은밀한 당부를 받은 것이 라 속으로 깜짝 놀라서 재빨리 술을 마셨다. 위소보는 물었다.
[모두 다 왔는가? 다른 사람은 없겠지?]
육고헌은 말했다.
[없소이다.]
위소보는 물었다.
[홍 교주는 자라로 분장하지 않았는가?]
이 한 마디의 말을 하면서 그는 두 눈을 까뒤집고 고개를 쳐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육고헌 등 일곱 명은 그 소리를 듣자 모두 깜짝 놀랐다. 네 명의 기녀들은 일제히 일어났다. 상걸은 이미 운기행공하여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두 손을 일제히 내밀어 대뜸 수두타와 육고헌 두 사람 의 허리를 찍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두 손가락을 찔렀을 때 육고헌은 찔리자마자 쓰러지는데 수두타는 그저 흥 했을 뿐 곧이어 손을 휘둘러 상결의 머리를 후려쳐 오는 것이 아닌가? 상결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속으로 자기의 양지선(兩指禪) 재간을 좌우에서 일제히 쏟아 낸다면 그 야말로 천하무쌍이라 할 수 있으며, 열 개의 손가락 가운데 독이 묻은 한 토막을 잘라낸 후 손가락이 한 토막씩 더 짧아졌기 때문에 손 씀씀 이가 예전처럼 민활하지 못했지만, 바로 그 한 토막이 잘려졌기 때문에 적의 몸을 찍었을 때 힘이 옛날보다 더 강해지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 라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이때 분명히 이 뚱보의 허리 혈도 를 짚었는데 어째서 이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을 하고 있는 것 일까? 하고 의아하게 여겼다. 설마 그 역시 위소보처럼 이미 금강호체 신공을 연마한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기실 두 사람은 누구도 금강호 체신공을 연성한 것은 아니었다. 위소보의 몸에 칼과 창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바로 온몸을 보호하는 보 의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수두타는 다리 아래에 대나무 조각 같은 것을 달아서 한 자 정도 키가 훌쩍 더 큰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상결 은 그의 몸이 정말 그토록 건장한 줄만 알고 손을 뻗쳐 손가락으로 그 의 허리를 짚는다고 짚었으나 그의 손가락이 적중한 곳은 수두타의 허 벅지 바깥쪽이었다. 따라서 수두타는 한차례 극렬한 아픔을 느꼈으나 혈도는 결코 봉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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