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랜만이군요.
영화를 본 것도 오랜만이고, 영화 감상을 쓰는 것도 오랜만이에요.
영화 본 지 한달 정도 지나버려서,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오랜만에 감상 남겨요. ^^
"섬"
영화의 배경은 섬입니다. 섬이란 공간은 고립되어있고,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공간 안의 사람들의 감정 전의가 더 빠르고 극단적이지요.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욕심과 이기심"
아마도, 사건의 발단은 평화로운 사람들 안에 숨겨져 있던 이기심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처음엔 천호진(처음 제지소의 주인)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말려들게 됩니다. 그 시대엔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극형에 처해졌던 모양입니다. 천호진이 천주교도는 아니었으나, 밀고자들에 의해 모함을 받아 온 가족이 극형에 처해지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외면하고 묵인하게 됩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용기 없음 때문만이 아닌, 사람들 속에 있던 이해관계와 이기심 때문이었지요. 제지소의 공동 주였던 그 노인(박용우의 아버지)은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표면적인 이유 속에 양반이 아닌 자가 자신과 같은 지위에 있던 것이 못마땅했었고, 마을 사람들은 각기 천호진에게 빚이 있었습니다. 천호진이 없어짐으로써 자신들의 빚도 없어지는 것이지요.
“심혈증 – 어떤 이는 특정한 상황이나 사물에 공포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피를 토하거나 죽기도 합니다. “
극 중에서 차승원이 무당에게 하는 말이지요. 사건의 발단이 인간의 욕심이라면, 사건을 전개시키고 결말을 맺는 것은 이 공포가 아닐까요.
박용우는 자신의 연인이 죽던 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회한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내리는 비를 핏 비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는 천호진이 말했던 ‘심판’을 단행하게 됩니다. (박용우는 바다에 심혈증이 있는 자였죠.)
마을 사람들은 살인사건이 점점 끊이지 않고 천호진의 가족들이 형을 당했던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이 죽게 되자, 공포에 질리게 됩니다. 그 공포는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넣고, 그 광기가 극에 달할 즈음 내리는 비를 맞고 피를 토하고 죽게 되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 또한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핏 비에 대한 공포, 비에 대한 심혈증이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셜리잭슨의 제비 뽑기라는 소설이 생각나더군요. 그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마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 해 제비 뽑기를 하고, 뽑힌 사람을 마을 사람들이 돌로 쳐 죽입니다. 평소엔 너무나 친절하고 상냥하던 사람들이 그 순간은 너무나 잔인하고 잔혹하게 변하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한 사람을 잔인하게 희생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인간 안에 잠재된 속성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지요.
영화는 이러한 인간의 속성과 심리를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잘 묘사한 것 같아요. 에피소드가 많아서 감독이 의도한 바를 제대로 못 살린 것 같은 생각은 들지만, 나름대로 좋은 영화였습니다.
첫댓글저는 영화를 볼 때, 항상 감독을 봅니다. 번지 점프를 하다를 찍었던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서 봤습니다만 너무 피비린내나는 장면이 많아서 눈을 감고 본 방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차승원의 2%부족한 연기만 아니라면 스토리의 전개는 꽤 좋았습니다. 캐릭터들도 살아있고, 인과 구조도 완벽하고...
첫댓글 저는 영화를 볼 때, 항상 감독을 봅니다. 번지 점프를 하다를 찍었던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서 봤습니다만 너무 피비린내나는 장면이 많아서 눈을 감고 본 방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차승원의 2%부족한 연기만 아니라면 스토리의 전개는 꽤 좋았습니다. 캐릭터들도 살아있고, 인과 구조도 완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