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신부터 홍대용까지, 조선의 저주받은 천재들
https://youtu.be/uWU0VUIOgcQ
전박사의 독서경영 - <미쳐야 미친다>
<미쳐야 미친다>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2023. 2. 13. 05:56
저자
정민 대학교수, 작가
1960년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한국한문학. 박사학위는 우리나라 고전작가들
의 문장 이론을 다룬 '조선후기 고문론 연구'로 받았다.
한시를 쉽게 풀어 소개한 이론서 '한시 미학산책'을 간행한 이래, 연암 박지원의 예술정신을 살핀 '비슷한 것은 가짜다', 이덕무의
청언소품을 감상한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등을 잇달아 펴냈다. 학문 외에 서예와 전각에 오랜 취미가 있다.
'돌 위에 새긴 생각' '와당의 표정'이 그래서 나왔다. 한문학이 어떻게 우리 시대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늘 고민
한다. 요즘은 한시 속의 새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고전문장이론에 관한 번역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한문은 이미 쓰임새를 잃은 문자지만, 그 안에 담긴 콘텐츠는 쓸모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다. '목릉문단과 석주 권필' '마음을
비우는 지혜' 외에 여러 권의 전문 연구서와 번역서가 있다.
다양한 저작을 통해 문학을 넘어 사회문화사 전반으로 글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다산의 지식경영법 중 집체적 지식경영에
관심을 가졌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 정 민, 출판사 : 푸른역사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이러한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이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들은 대부분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슬하게 비껴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학문도 예
술도 사랑도 나를 온전히 잊는 몰두 속에서만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다. 한 시대를 열광케 한 지적, 예술적 성
취 속에는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광기와 열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당대의 마이너였지만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광기와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8세기 지식인들은 이처럼 벽에 들린 사람들, 즉 마니아적 성향에 자못 열광했다. 너도나도 무언가에 미쳐보려
는 것이 그 시대의 추세였다. 이전 시기에는 결코 만나볼 수 없던 현상이다. 이전까지 지식인들은 수기치인
(修己治人) 곧 자기를 닦는 공부에 몰두했다. 사물에 몰두하면 뜻을 잃게 된다고 하여 오히려 금기시했다.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를 강조하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사물이 아니라 앎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이 최종 목적
지였다. 이런 흐름이 18세기에 오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 것이다. 세상은 바뀌고 지식의 패러다임에도 본질적
인 변화가 왔던 것이다. 이 시기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 속에 자주 등장하는, 무언가에 온전히 미친 마니아들의 존
재는 이 시기 변모한 지적 토대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벽(癖)에 들린 사람들”이란 주제로 18세기 조선의 지식인들은 불광불급의
'마니아적 성향'이 시대적 추세였다. 김영, 김득신, 이덕무, 박제가, 노궁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2부는 “맛난 만남”이란 주제로 혀균, 권필, 정약용, 박지원등의 미쳐야 미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3부는 “일상 속의 깨달음”이란 주제로 이옥과 박지원, 이덕무와 정약용, 홍길주, 허균 등의 인간냄새 물씬 풍기는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 올린 노력가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그 자체로
삶이었던 예술가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앙가슴과 만나려 했던 마니아들의 삶 속에 나를 비춰
보는 일은, 본받을 만한 사표(師表)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스산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를 건너가는데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그때와 우리의 지금은 똑같은 되풀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있
다. - <머리말> 중에서
순 가짜들이 그럴듯한 간판으로 진짜 행세를 하고, 근성도 없는 자칭 전문가들이 기득권의 우산 아래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진짜는 진짜고 가짜는 가짜다.
진짜 앞에서 가짜는 몸 둘 곳이 없다. 설 땅이 없다. 그것이 싫어 가자들은 패거리로 진짜를 몰아내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다. - <벽(癖)에 들린 사람들_미쳐야 미친다; 벽(癖)에 들린 사람들> 중에서
글의 앞부분에서 황덕길은 김득신의 피나는 노력을 말하면서, 부족한 사람은 있어도 부족한 재능은 없다고 했다.
부족해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어느 순간 길이 열린다. 단순무식한 노력 앞에는 배겨날 장사가 없다.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동안 내용이 골수에 박히고 정신이 자라, 안목과 식견이 툭 터지게 된다. 한 번 터진 식
견은 다시 막히는 법이 없다. 한 번 떠진 눈은 다시 감을 수가 없다.
- <벽(癖)에 들린 사람들_독서광 이야기; 김득신의 독수기(讀數記)와 고음벽(苦吟癖)> 중에서
소박하다면 소박하기 그지없고, 야무지다면 야무지기 짝이 없는 꿈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소망을 종내 이루지
못했다. 이정이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뜬 뒤, 허균은 더러운 세상을 뿌리째 뒤엎어 보겠다고 반역을 꿈꾸다 쉰
살의나이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정에게 편지를 보낸 지 11년 뒤의 일이다.
- <맛난 만난_이런 집을 그려주게; 허균과 화가 이정> 중에서
박지원의 문집 속에는 50여 통의 이런 짤막한 편지가 실려 있다. 한통 한통 들춰볼 때마다 그네들의 삶의 속살이 훤히 들여다뵌다. 이런 편지들은 어떻게 남을 수 있었을까? 이덕무가 죽었을 때 이서구(李書九)는 평생 모아둔 친구의 편지를 차곡차곡 정리해서 배접하여 작은 책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슬픔에 잠긴 이덕무의 아들에게 보내면서 “네 아버지가 평생 내게 보낸 편지들이다. 잘 간수해서 문집 속에 넣도록 해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 뭉클한 정이 마음을 울린다. 이런 쪼가리 글들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가지 전해졌다. 정작 기록할 줄 모르고 조금도 정리할 줄 모르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 <맛난 만난_돈 좀 꿔주게; 박지원의 짧은 편지> 중에서
고수(高手)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그들의 눈은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단번에 읽어낸다.
핵심을 찌른다. 국화그림자를 연출하며 벗들과 가을밤을 보내던 정약용의 그림자놀이와, 비너스 상 둘레로 램프
를 돌리면서 햇빛 아래서는 볼 수 없었던 조각상 위의 수많은 요철을 음미하던 로댕의 그림자놀이는 참 무던히
닮아 있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는 양(洋)의 동서도 없고 때의 고금(古今)도 없다.
- <일상 속의 깨달음_그림자놀이; 이덕무와 정약용의 산문> 중에서
어쨌든 허균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것을 벗어나 자유의 세계, 즉 신선의 꿈을 꾸고 있었다. 두 발은 땅을 딛고
있었지만, 그의 두 눈은 끊임없이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에서 욕심을 걷어내면 몸이 둥실 떠올라 광대
무변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으로 꿈꾸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야말로 큰 욕심인 줄은 몰랐던 것 같
다. 그 꿈을 성급히 이루려고 역모를 계획하다 그는 죽임을 당했다. 그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교(蛟)는 이무기다.
이무기는 용이 되려다 승천하지 못하고 못에 사는 이물(異物)이다. 그의 호 교산은 용으로 승천하지 못한 그의 꿈
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허균! 그의 글을 읽노라면 떠오르는 생각이 참 많다. - <일상 속의 깨달음_신선의 꿈과 깨달음의 길; 마음을 다스
리는 방법에 관한 허균의 생각>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이 책은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이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슬하게 비껴 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었다.
남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한 삶의 태도, 신분과 나이와 성별을 잊고 이름 밖에서 그 사람과 만나고자
했던 진실한 사귐,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고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
그러나 이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기보다는 죄인으로, 역적으로, 서얼로, 혹은 천대받고 멸시받는 기생과 화가로
한세상을 고달프게 건너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심지어 굶어죽기까지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록의 행간에 숨어 잘 보이지 않던 이들의 이야기를 먼지 털어 전달하는 사람의 소임만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살린 이들의 삶은, 본받을 만한 사표(師表)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모호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어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광기와 열정이 없어서는 절대 이룰 수가 없는 일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하는 이들만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책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광기와 열정을 배우면 좋을 것이다. 치열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또다른 무기가 바로 미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제대로 미쳐보는 건 어떨까?
출처http://hyjeon9.tistory.com/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