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신비로운 도성 3권
41. 성전에서의 마리아의 삶 그리고 요야킴의 죽음
천상 여왕이신 성모님의 가르침
“내 딸아, 고통이 가져다주는 축복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면서 네 영혼에 생기가 돋게 하여라. 고통의 은총은 주 하느님의 정의로운 판결이며 그분의 자비와 섭리에 따라 주어진다. 그러나 고통은 금이나 보석보다도 더 보배로우며, 그 참된 가치를 알고 소중히 간직하는 이에게 고통은 꿀보다도 생청보다도 더욱 달게 느껴진다."
“내 사랑하는 딸아, 내가 하는 말을 잊지 말아라. 하느님께서 죄 없는 이에게 내리시는 고통은 사실 그분의 무한한 자비이며 은총이다. 죄 없는 이가 받는 고통의 은총은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반면에 하느님께서 죄인에게 내리시는 고통은 자비인 동시에 정의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 아담의 자녀들아, 지상의 편안함과 행복, 감각적 쾌락과 안락만을 추구하는 너희는 참으로 어리석다. 역경이나 고난까지는 말할 것도 없다. 너희는 조금이라도 힘들고 불쾌한 것이면 기를 쓰고 피하려 든다. 어찌나 완고하게 고통을 꺼리는지, 내가 '제발 불편함을 감수하고 고통을 받아보겠다는 다짐만이라도 한번 해 보아라. 실제로 고통을 주지는 않겠다. 그저 다짐만 하여도 큰 복을 내리리라.' 하여도 너희는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고통에는 반드시 값진 보상이 따르며, 고통이 아니고서는 참된 행복을 결코 얻지 못하는데도 너희는 고통을 거부한다.
금덩이가 용광로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쇠가 모루에서 두드려 맞기를 싫어하며, 곡식이 탈곡기를 피해 달아나고, 포도가 즙 짜는 확에서 멀리 도망간다면 어찌 되겠느냐? 전부 쓸모없을 뿐더러 창조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죄를 짓고 악습에 빠져 살면서도, 즉 용광로에 들어가지 않고 모루 위에 올라가지 않고도 하느님을 영원히 향유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너희의 영혼이 티 없이 깨끗하더라도 고통의 시련을 받지 않는다면 결코 영광의 관을 쓸 수 없거늘, 어둠과 죄 중에 살면서 어찌 하느님의 얼굴을 뵈올 수가 있겠느냐? 게다가 어둠의 자식들은 한 술 더 떠 하느님 앞에 십자가를 내던지며 그분께 스스럼없이 적대감을 표출한다. 십자가가 무엇이더냐?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께로 돌아오라 친히 마련하신 길, 세상의 허영을 부수어버릴 수 있도록 지성을 비추는 빛이지 않느냐? 의로운 이들의 일용할 양식, 은총을 가져오는 확실한 도구, 영광의 상급이 아니냐? 무엇보다도 십자가는 우리 주님께서 뽑힌 이들에게 주시는 영원한 상속 유산이다. 성자께서는 수난당하기 위해 태어나셨고, 수난당하며 사셨고, 십자가에서 수난당하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내 딸아, 바로 이러한 것들에 따라 고통의 가치를 재도록 하여라. 세상에 속한 자녀들은 이 같은 고통의 척도를 알지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한다. 저들은 천상의 지식을 받을 자격이 없고, 천상의 지식을 경멸하기 때문이다. 고난을 겪게 되거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주님께서 시련을 들고 다가오시면, 불멸의 영광과 사랑과 축복을 가지고 오시는 줄 알고 서둘러 뛰어나가 기쁜 마음으로 맞아들여라. 용기와 인내와 초연함으로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그러면 마치 즐거운 일에 네 마음이 머무르는 것처럼 거리낌 없이 고통에 머무를 수 있다. 네가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하기로 했으면 더 이상 그 일을 두고 불평하거나 슬퍼하지 마라. (2코린 9,7)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고 기꺼이 희생하는 이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네가 가진 모든 능력과 마음을 하느님께 완전한 제물로 바쳐라. 인내의 제사를 드리며 지존하신 분의 정의와 자비를 찬미하여라. 주님께서는 당신의 사랑과 우정의 징표로 시련과 고난을 세워 두셨으니, 네가 고통만 보며 따라가면 이 광야에서 헤매는 일이 없을 것이다.
성자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기로 마음먹은 영혼들에게 고통이라는 이 거룩한 학문을 가르쳐 주기를 원하신다. 나 역시 그렇다. 세상의 지혜에 눈먼 아담의 자녀들은 고통으로 치유받고 고난으로 성장하기를 거부하며, 심지어 악마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십자가의 지혜를 가르칠 수 있는 이는 오직 성자와 나뿐이니, 배우고 싶다면 이리로 오너라. 진리에서 참 평화와 기쁨을 얻게 되고, 네 마음에서 세상의 영예와 영화를 떠나보낼 수 있단다. 십자가의 지혜를 터득하면 세상의 그 무엇도 부럽지 않게 되리라. 무언가를 얻고자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사람들 앞에 너를 드러내고 인정받으려는 모든 노력이 참으로 부질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세상의 영광은 공허하며 세상의 지혜는 무지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 내 사랑하는 딸아, 좋은 몫을 택하여라. 좋은 몫이란, 세상이 경멸하는 것, 세상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하느님의 어머니이고 내 아들과 함께 만물의 여왕 지위에까지 올랐음에도 내 존재는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내 아들은, 그분의 엄위하심은 심지어 사람들에게서 멸시와 조롱까지 받았다. 이 지식이 참으로 값지지도 필요하지도 않는 것이라면, 우리가 말과 삶의 모범으로써 가르쳐 줄 필요가 없지 않았겠느냐. 이 앎은 어둠 속을 비추는 빛이며(요한1,5), 선택받은 이들은 가까이 하고 단죄 받은 이들은 멀리하는 빛이다.”
- 하느님의 신비로운 도성 3권/ 아그레다의 예수 마리아 수녀/ 아베마리아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