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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폴라리스>
어린이가 쓴 동시 모음
소풍
황성초등 1년 서영은
오늘은 소풍 가는 날
눈을 떠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구름 친구가
따라 오지 않을까
오늘은 산으로 소풍가는 날
메뚜기 친구가 춤을 출까
시냇물이 노래를 부를까
한참 가다가 배가 고파서
어머니가 싸 주신
동그란 김밥이 생각난다.
('95. 경주아동문예백일장 장원)
손
황성초등 6년 손유경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이면
고사리 같은 내 손을
꼭 잡으시고
풀밭을 거니시던 할아버지.
엄마를 찾으면서
엉엉 울면
주름진 손으로
등을 다독거려 주시던
우리 할아버지.
아주 깊은 병으로
내 손을 놓으시고
영원히 오지 못할
저 세상으로 가신
보고 싶은 할아버지.
<제23회 신라문화제백일장 장원>
송아지
황남초등 3년 이상원
이랴!
길다란
논두렁을 종일 오고간다.
엄마소의
지친 모습을 쳐다보며
송아지는 온종일
어미 옆을
졸졸 따라다닌다.
웟디!
농부가 채찍질을 할 때면
송아지는
까만 눈을 말똥거리며
원망스러운 눈길로
주인 아저씨를 쳐다본다.
<1991. 목월백일장 저학년부 최우수상>
숲
황남초등 6년 최한나
숲은, 마을입니다.
내가 작은 꿈들을 모아
도화지에 그리듯,
숲도 꿈들을 모아
색색의 마음을
자신에 그립니다.
숲은, 사랑입니다.
내가 나의 모든 것을
내 속에 간직하듯,
숲도 모든 생명들을
품안에 따뜻이 안습니다.
그리고 숲은,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내가 항상
희망과 소망으로
세상을 꿈꾸듯,
숲도 우리의
정성과 관심으로
내일을 꿈꿉니다.
<'95. 경주아동문예 백일장 장원>
시계
황성초등 4년 강남욱
똑딱똑딱
아기가 60 걸음 걸으면
나는 1 걸음.
내가 60 걸음 걸으면
아빠는 1 걸음.
부지런히 쉬지 않고 도는
아기바늘
놀면서 도는 나의 바늘.
게으름 피우는 아빠바늘.
똑딱똑딱
시계집에서는
밤새도록 소리가 나네요.
똑딱똑딱
3시가 되면
땡땡땡
소리가 나네요.
밥 없다고 돌지 않는
시계바늘
항상 다정한
시계바늘 가족.
<1997. 경주아동문예백일장 중학년부 장원>
아기
동천초등 1년 박범탁
이모 아기는 밉다.
이모가 약올리고
야단칠 때에만
이모 아기 울음 소리는
이모 닮아 크다.
화나면 황소처럼
크게 우니까
이모 아기 웃을 때는
입이 하마처럼
커진다.
나만 보면
팔 벌리고 웃는다.
<1996. 목월백일장 저학년부 최우수상>
아침
동천초등 5년 한채하
안개 낀 아침
아이들은 모두
굴뚝이 되어
김을 내뿜는다.
시린 손에
'호오'
유리창에도
'후우'
따뜻한
아이들 손
푸근한
유리창
골목 모퉁이
돌아갈 땐
유리창이
'반짝' 웃는다.
아이들도
'싱긋' 웃는다.
<1994년 화랑문화제 도대회 금상>
어머니
모화초등 1년 이재성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이마에 주름살 세 개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세 개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착한 어린이 되라고 말씀하시네.
<'94. 신라문화제백일장 우수>
연꽃
계림초등 2년 최정수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둥실둥실 떠 다니는
연꽃 한 송이
분홍 옷
갈아입고
나들이 가면
물결들이 부러워해요.
버들가지 머리 굽혀
인사하면
연꽃밥이 빨개져요.
<1986. 경주박물관백일장 저학년부 장원>
우리집
왕신초등 5년 정재향
나는 사랑이란
그네를 타고 있네.
한 가닥은 아빠
한 가닥은 엄마
이 사랑이란
그네를 타면서
나는 날마다
조금씩 자란다.
이 그네에는 부모님의
따뜻한 정이 담겨 있구나!
이 그네에 언제나
웃음꽃 피는 우리집.
<1985. 경로효친백일장 장원>
소풍
동천초등 3년 김경태
어머니께서 사 주신
노란 내 우산
바람 불면
망가질까?
마음이 두근두근
'소중하게 써야지'
마음먹으면
심술궂은 바람이
장난을 걸지만
우산으로 바람을
밀어 버리고 말 거야.
<'95. 경주아동문예백일장 장원>
운동장
황성초등 5년 정윤환
운동회날 운동장은
웃음소리 함성소리
참으로 떠들썩
유치원 동생들의
무용으로
빨간 꽃 핀 운동장
청백 점수표는
온종일 시이소오 게임
청군은 만세
백군은 박수
운동장 얼굴은
땀으로 뒤범벅
오늘 밤 이슬이
세수를 시켜 줄까?
<제21회 신라문화제백일장 장원>
운동회날
계림초등 1년 이가이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지요.
해님도 정답게
웃고 있어요.
만국기도 신이 나
철봉을 하고
청군 백군 응원소리
신이 났어요.
마음대로 안 돼
1학년 공굴리기
6학년 오빠들의
사또옷 차전놀이
신나고도 힘들었던
가을 운동회날.
<제23회 신라문화제백일장 장원>
이슬
흥무초등 4년 황인성
초록 색시 좋아서
나뭇잎에 앉았지.
자주빛이 좋아서
장미꽃에 앉았지.
아침 바람 무서워서
똘똘 뭉친 이슬
봄바람이 좋아서
산책 나왔다가
해님에 쫓기듯
흩어지는 아침 이슬
<2001년 목월백일장 우수>
잠자리
황성초등 2년 김세준
하늘 위의 잠자리
미술 시간이지요.
빨간 잠자리는
고추에 고추에
빠알갛게 물들이고
노란 잠자리는
호박에 호박에
노오랗게 물들였네.
빨간, 노란 잠자리의
미술 시간
참 즐겁지요.
<1996. 신라문화제백일장 저학년부 장원>
제비
월성초등 5년 권단옥
봄마다 고향 찾아오는
제비
웬일일까?
올해는 찾아오지 않는다.
해마다 오기만 하면
술취한 아버지께서
애처롭게 죽이기만 한다.
올해에는 죽지도
않을 텐데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올 수 없는
먼 길로
가셨는데….
제비 없는 우리집은
어느 누구 집보다
더 쓸쓸하기만 하다.
<1988. 목월백일장 고학년부 최우수상>
종
계림초등 5년 손효정
옛날 신라 사람들은
일하던 흙손으로
종을 쳤겠지요.
그러나 그 때와는
시간도 사람도 다르지만
종소리만은 변함이 없어요.
은은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만은
늘 푸른 상록수처럼
변함이 없어요.
<제17회 신라문화제백일장 장원>
참새
화랑초등 4년 정원형
불국사 호수에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벼를 쪼아 먹듯이
콕콕 물을 쪼아 먹는다.
단풍잎 하나가
낭낭낭 떨어지니
작은 물결에 참새는 놀라
고개를 갸웃둥하다가
포르르
날아가 버린다.
<1985. 경주종합예술제 최우수상>
참새
화랑초등 6년 방우진
둥그런 금쟁반
깨끗이 닦여
하늘로 던져질 때
짹짹 아침을 알리는
귀여운 종소리
쏟아지는 금실에 싸여
올라가는 이슬 집어먹고
조그만 날개로
아침의 희망을 불어넣는다.
해님도 깨어나 안개로 세수하고
조그만 참새
활기 찬 아침의
새싹을 온누리에 심어준다.
등교길 우리의 마음엔
참새의 소리가
겹겹이 포개어져 있다.
<1984. 목월백일장 고학년부 최우수상>
첨성대
단구초등 ○년 이경호
별을 본다.
내가 별을 본다.
첨성대 위에 앉아서
내가 별을 본다.
나는 별을 보는 사람
하늘 속으로 밤새도록
내 별 따라 걸어간다.
내 별은 멀리 멀리
내 키보다 높게 가고
나도 마침내 별이 되어
하늘 속에 박힌다.
별이 된다.
내가 별이 된다.
첨성대 위에 앉아서
내가 별이 된다.
<제13회 신라문화제백일장 장원>
친구
흥무초등 1년 천한얼
내 친구 이름은 예술이입니다.
날마다 예쁘게 머리를 묶어 옵니다.
말도 많이 합니다.
웃기도 잘 합니다.
나는 내 짝이 참 좋아요.
예술이도 내가 좋은가 봐요.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내 친구 예술이랑 결혼할 거예요.
<'94. 목월백일장 저학년부 최우수>
풀
유림초등 3년 김미진
어머니와 함께
약수터로 가는 길에
예쁘게 피어 있는 풀
내가 밟아도
동생이 밟아도
아프지 않은가 봐
다음날 아침
다시 가 보면
그대로 있지요.
아무리 아파도
웃고 있지요.
가만히 있지요.
나도
예쁜 풀처럼
예쁜 마음 가진
예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1993. 목월백일장 저학년부 최우수상>
풀
경주초등 4년 이상연
비 온 뒤
쑤욱쑤욱
자란 풀잎
우리 할머니
밭 맬 걱정
태산 같이 쌓이고
한낮 늘어진
풀잎은
우리 할머니
굽어진 허리를
더 늘어지게 하지요.
<'99. 목월백일장 고학년부 최고상>
풀꽃
용황초등 3년 정여진
아카시아 나무 아래서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어요.
쥐며느리가 안녕! 하며 걸어가는 것도 보고
왜 그러니? 라며 근심스러워하는 새앙쥐도 만났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냥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어요.
보라색 꽃을 반만 벌리고
떨어지는 아카시아 꽃잎에
등을 기댄 채
친구들이 불러줄 이름을 가지고 싶은
풀꽃은
오늘도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어요.
<2001년 목월백일장 저학년부 최우수>
풀벌레
동천초등 3년 윤치원
풀숲 속에 반짝이는
달팽이 한 마리는
안으로 둥글게 예쁜 집을 짓고
삐죽이 제 몸을 밖으로 내어
세상 구경을 나서네.
천천히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기가 살 예쁜 집을
무겁지도 않은지
이고 다니네.
둥근 집 속에
자기의 꿈을 싣고
햇살 가득한
넓은 배추밭을
기어 다니네.
<2001년 신라문화제백일장 저학년부 최우수>
풀잎
모량초등 6년 서삼덕
아빠 풀잎은 힘이 없다.
언제나 기울어져
있으니까.
아기 풀잎은 힘이 넘친다
언제나 우뚝 서
있으니까.
풀잎의 사이는
언제나 다정하다.
둘이 서로 붙어
있으니까.
<1986. 목월백일장 고학년부 최우수상>
풍선
동천초등 3년 김경태
엄마풍선 뚱보
아기풍선 홀쭉이
세상 구경하라고
하늘 높이 띄우면
서로서로 잘났다고
폼을 내지요.
내가 만약 풍선이라면
친구들이 뚱보라고
놀릴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공기를 빼내어
날씬하게 만든다면
친구들은 아마도
기절하고 말겠지.
<'95. 목월백일장 저학년부 최고상>
할머니
동천초등 1년 이혁준
할머니 머리는
라면처럼
꼬불꼬불
할머니 눈은
개미처럼
작아졌다.
할머니 귀는
우리가 말해도
잘 못알아 듣는다.
할머니 이마는
나뭇가지처럼
꾸불꾸불하다.
내가 맛있는
고구마를 달라고 하면
'우리 왕자님' 하면서
만들어 주신다.
<1997. 경주아동문예백일장 저학년부 장원>
할아버지
모량초등 ○년 김세원
사진 속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
내가 공부 잘 해
상 타 올 때면
"고녀석 참 기특하기도 하지"
어쩌다
말썽부려 꾸중들을 때면
"네 이놈"
언제나
사진 속에 얌전히 앉아
내 하는 일 지켜보시는
할아버지
오늘은 내게
어떤 모습을 보여 주실까?
<○○한글백일장 장원>
해님
흥무초등 2년 강보경
해님은
우리 동생 기저귀
말리는 선수이고요.
해님은
늦잠꾸러기 나를
깨우는 시계랍니다.
해님은
비가 온 뒤에
예쁜 무지개를 만드는
요술쟁이이지요.
<2000년 목월백일장 저학년부 최고상>
= http://dongsi.mygo.tk/main.htm,
허동인의 동시 감상 교실 <어린이 시>에서
<출처: 시인의방>
첫댓글 풀꽃이 '풀꽃'에 끌려 가슴이 다 먹먹합니다.
고운 동심의 숲을 거닐며 맑은 숨 들이쉬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아침이슬처럼 맑고 순수한 동심,
어린이들의 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메말라가고 삭막해져가는 머리, 가슴,
잠시 머물며 씻어봅니다.
이렇게 순수함이 잔뜩 묻어나는 시야말로 정말 시의 제맛이 나는 것 같네요.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 표현되었기에 정말 아름다운 시입니다.
예, 그렇지요?
그런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
감동을 주는 시를 쓸 수 있는데요.
너무나 예쁘네요..아이들이 저 시를 쓰면서 골똘히 고민하는 사랑스러운 모습도 떠오르구요.~
아이들은 어쩌면 모두 시인의 감성을 갖고 있지요.
그걸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할 뿐이지요.
그래도 참 이쁘게 글들을 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