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은 화강암으로 빚은 꽃이요 태백산은 설악과 지리를 섞었네
중국 서안 華山·太白山 글·사진 진우석 기자·협찬 혜초여행사 www.hye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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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봉의 바위미가 압권인 화산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가운데 봉긋한 봉이 중봉, 오른쪽이 서봉. 중봉에 붙어야 동봉과 남봉이 보인다. |
중국 지도를 놓고 드넓은 대륙 가운데에 점을 찍으면 그곳이 섬서성(陝西省)에 위치한 서안(西安)이다.
서안은 3천년이란 긴 역사를 지닌 중국의 5대 고도(古都)의 하나로 주, 진, 한, 수, 당나라에 걸쳐 11개 왕조의 수도로 번성한 곳이다.
우리에게는 당나라 때 부른 이름인 장안(長安)으로 익숙하다.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이곳은 “장안에 가면 없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서양 문물의 중심지인 국제도시였다.
서안에는 오래된 문화유산이 흩뿌려져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진시황릉과 진시황의 병마용이다.
3천년 동안 잊혀졌던 고도 서안이 새롭게 주목받은 것은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가 발견한 진시황 병마용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서안은 한국의 산꾼들에게 중부 내륙의 명산 화산(華山·2160m)과 태백산(太白山·3767m)의 베이스캠프로 주목받고 있다. 서안에서 화산이 2시간, 태백산은 2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산의 트레킹은 중국 내륙의 대표적인 명산과 서안의 문화유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투어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5대 명산과 태백산
화산과 태백산은 중국 중부의 감숙성(甘肅省)과 섬서성(陝西省)의 남부를 동서로 뻗은 진령산맥(秦嶺山脈)에 위치한다.
진령산맥은 평균 해발 고도 2000m, 길이는 약 1500㎞에 이른다. 태백산은 진령산맥의 최고봉으로 위수(渭水)와 한수(漢水)의 분수령이 된다.
중국에서는 대대로 오악(五嶽)이라 하여 5개의 명산을 꼽고 있다. 그것은 동쪽 산동성의 태산(泰山), 서쪽 섬서성의 화산(華山), 남쪽 호남성의 형산(衡山), 북쪽 산서성의 항산(恒山), 가운데는 하남성의 숭산(嵩山)을 말한다.
중국인들은 5대 명산의 특징을 문학적 비유와 과장법을 버무려서 ‘항산여행(恒山如行)하며 태산여좌(泰山如坐)하고, 화산이립(華山而立)이며 형산여비(衡山如飛)에 숭산여와(嵩山如臥)라’고 했다. 즉, 항산은 움직이는 것 같고, 태산은 앉았으며 화산은 섰고, 형산은 날아갈 듯하며 숭산은 누웠다는 말이다.
화산이 섰다(立)는 것은 기암절벽들로 험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화산의 화(華)는 예전에 화(花)와 같은 의미로 쓰였기 때문에 산의 형상이 꽃과 같다는 이름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화산은 험한 바위봉들이 꽃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특징이 도출된다.
태백산은 물이 귀한 중국의 산들과 달리 20㎞ 넘는 긴 계곡이 발달했고, 1500여 종의 동물들과 진귀한 약재 510여 가지가 자라는 축복 받은 산이다.
태백산은 그 동안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리산과 설악산을 섞어놓은 산세와 3767m라는 높이로 한국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화산으로 가는 아침, 하늘이 누렇다. 서안의 연 강수량은 고작 600㎜에 불과하다. 더욱이 고비사막이 가깝기 때문에 황사가 낀 날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족 가이드는 오늘 날씨가 상대적으로 좋다며 벙끗 웃는다.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차장 밖으로 푸른 밀밭과 연한 자주색 오동나무 꽃이 그득하다. 들판과 집집마다 오동나무가 군락을 이루었다. 서안의 척박한 풍토에 오동나무가 잘 자란다고 한다.
차가 화산 입구에 다다르자, 현지 주민들이 차를 따라 뛰기 시작한다. 그들은 꼬마에서부터 할머니까지 연령층이 다양했지만 손에는 똑같이 화산 팜플렛과 장갑 등을 들고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올라 케이블카 앞에 내리니 인수봉 두 배만한 화강암 덩어리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케이블카는 6명이 타도록 설계되었는데, 시설이 괜찮은 편이다. 15분 가량 케이블카를 오르니 허공을 밟고 오르는 듯, 엄청난 고도감이 느껴진다. 아래 절벽 사이로 돌계단 길이 길고 예리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북봉(1614m)으로 연결된 계단길이 시작된다. 10분 정도 팍팍한 계단 길을 오르면 북봉 앞 광장이 나타난다.
여기서 15분 거리의 북봉에 먼저 들렀다. 운대봉(雲台峰)이라 부르는 북봉에서 화산 전체의 장엄한 조망이 펼쳐지는데, 그 장관에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화산 등산로의 비밀
화산은 그 이름처럼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동봉(2090m), 중봉(2042m), 남봉(2160m), 서봉(2080m)이 꽃잎처럼 핀 형국이다.
동봉과 서봉이 서로 마주보고 있고, 그 가운데에 중봉과 화산 최고봉인 남봉이 솟아있다. 따라서 꽃술에 해당하는 부분은 평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화산 등산로는 꽃과 연결된 줄기에 해당된다. 그 줄기의 형세는 마치 거대한 숨은벽리지를 떠올리게 한다.
숨은벽이 인수봉과 백운대의 사이를 파고들 듯, 화산 등산로는 동봉과 서봉 사이로 침투한다. 숨은벽이 로프가 없으면 등반이 불가능하지만, 화산 길은 바위를 일일이 정으로 쪼아 계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워킹으로 등반이 가능하다. 따라서 길이 굉장히 험하고 급경사가 많다.
꽃잎 봉오리로 향하는 길에서 제일 먼저 귀를 비비며 오른다는 찰이애를 만난다. 영락없이 오른쪽 귀가 바위에 스치게 된다. 찰이애를 지나면 돌연 길이 곧추 서는데, 이곳은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란 뜻으로 상천제(上天梯)라 부른다. 다시 일월암(日月岩), 삼원동(三元洞), 어도(御道) 등을 지나면 거대한 바위의 날등에 만들어 놓은 530개의 계단이 나타난다. 이 길은 화산의 험로 중에서도 손꼽히며 각도는 약 50°가 넘는다. 길 폭도 좁아 두 사람이 간신히 설 수 있다. 끝이 없는 계단이 끝나면 오운봉(五云峰)이 나타나고, 오운봉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중봉과 동봉, 오른쪽을 잡으면 남봉이나 서봉에 이른다.
중봉을 거쳐 동봉에 섰다. 동봉은 예전에 조양봉(朝陽峰)이라 불렀는데, 그 이름처럼 일출이 빼어나다고 한다.
동봉 남쪽에는 하나의 봉우리가 우뚝한데 이를 박대(博台)라 하고, 그곳에 정자 하기정(下棋亭)이 세워져 있다. 하기정은 뒤편에 빼어난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 선경을 이루고 있다.
길은 화산의 최고봉 남봉으로 이어진다. 남봉 정상에는 신비롭게도 앙천지(仰天地)라는 못이 있는데, 사람 4명 정도 들어 갈 수 있는 크기로 바위가 패여 물이 고여 있다. 남봉이 화산의 상징적인 봉우리라면 서봉은 화산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연화봉(蓮花峰)이라 부르는 서봉은 단일 화강암 봉우리로 우뚝 솟았고, 그 끝이 뾰족하여 악마의 성채처럼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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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봉 아래 장공잔도 근처에서 본 동봉의 모습. 오른쪽에 홀로 떨어진 정자가 하기정이다. |
태백산은 동식물의 천국
태백산은 드넓고, 정상에 눈이 쌓여있다 하여 태백(太白)이라 부른다고 한다.
태백산은 화산과 달리 육산(肉山)과 골산(骨山)이 섞여있다. 버스로 케이블카까지 가지 않고 칠녀봉(七女峰) 전망대인 홍화평(2240m)에서 내리면 칠녀봉 산행이 시작된다. 전나무 우거진 숲길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을 오르니, 붉은 색깔로 껍질을 벗는 나무가 많이 눈에 띤다. 이 나무는 ‘홍화수’로 부르는데, 고도 2000m 이상에서 자라는 태백산의 보호수라고 한다. 선녀봉 일대봉과 이대봉을 지나면서 풍경은 급속도로 설악산을 닮아간다.
능선에 붙자 멀리 태백산의 얼굴이 드러나는데 지리산의 반야봉과 비슷하고, 주릉의 흐름 역시 지리산 능선과 흡사하다.
선녀산 산행은 초여름 설악산을 산행하면서 겨울 지리산을 바라보는 불협화음의 즐거움이다. 산의 나무들은 전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이끼가 그득하여 원시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케이블카에 가까울수록 태백산의 웅장한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조망되는데, 마지막 봉우리가 가장 전망이 좋았다.
하반사(2800m)에서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고도가 3000m를 넘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서 주변이 뿌옇다.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700m 정도 오르니 배선대(拜仙臺·3300m)가 나타난다. 내처 500m 더 오르니 천원지방(天圓地方·3511m)이란 표석이 서있다. 이곳이 외국인들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시나브로 비와 안개가 스멀스멀 밀려오면서 올라왔던 길을 말끔히 지운다.
INTERVIEW
태백산 가이드 진영씨
“신비한 산정호수 보러 오세요”
그녀는 씩씩했다. 보통 태백산을 오는 관광객들이 칠녀봉을 산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한국인들을 만난 그녀는 5시간 걸리는 산행을 가뿐하게 완주했다. 발랄한 미소가 보기 좋은 진영(21세)씨는 2년 전부터 태백산 가이드로 활동했다.
3년 전에 고향 섬서성 보옥 지역에서 여행관련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가이드 자격증을 땄다. 평소에 산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직업으로 태백산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그녀가 태백산에서 좋은 하는 곳은 칠녀봉·연화봉폭포·낙타산이고,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산정에 위치한 호수를 꼽았다.
산정호수는 크기가 5000㎡, 수심이 3589m 라고 한다. 현재 이곳은 외국인들에게 출입금지 구역이다. 그러나 앞으로 개방되면 그녀는 꼭 한국인들에게 호수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간단한 한국말을 배우고 있고, 태백산의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오시면 더욱 자상하고 깊이 있는 가이드를 해드리겠습니다. 많이많이 오세요.”
Information
화산·태백산·서안 문화유산 길잡이
화산 산길
화산(華山)은 중국에서 ‘기험천하제일산(奇險天下第一山)’과 중국 도교의 사대명산(四大名山)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오악(五嶽) 중에 서악(西嶽)이며, 산세는 우뚝한 화강암 봉우리가 꽃잎 모양을 이루고 있다.
화산은 오봉(五峰)과 세 개의 거대한 계곡(삼욕·三 )으로 구성되어 있다. 5봉은 북봉·중봉·동봉·남봉·서봉, 삼욕(三 )은 화산욕(華山 )·황보욕(黃甫 )·선욕(仙 )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오직 화산욕으로 단 하나의 길이 나있었지만, 황보욕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는다.
산행은 케이블카가 설치된 북봉 앞에서 내려 북봉~중봉~동봉~남봉~서봉~북봉의 원점회귀가 되고, 거리는 약 9㎞로 4시간 30분 걸린다.
조망은 북봉에서 화산 전체의 빼어난 조감도가 그려진다. 동봉 아래의 하기정(下棋亭) 정자와 남봉 밑의 장공잔도(長空棧道)가 빼어나다. 장공잔도는 벼랑에 만든 길이어서 오금이 저리기 때문에 노약자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가지 않는 게 좋다.
남봉 정상에는 앙천지(仰天地)라는 작은 연못이 신비롭고, 서봉 부근의 바위 길이 좋다.
화산 등산로는 바위를 정으로 쪼아 만들었기 때문에 험하고, 거칠다. 따라서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를 신고 장갑을 꼭 갖추는 것이 좋다.
태배간 산길
태백산은 깊은 계곡과 설악산과 지리산을 합쳐놓은 듯한 산세, 그리고 3767m의 높이가 매력적인 산이다. 1992년 정식 개방되었고, 1997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접근이 편리해졌다. 원시 산림이 풍부하여 동물과 약재의 천국이다.
산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시작점(2800m)까지 1시간 정도 오르면서 낙타봉, 삼국잔도(三國棧道), 연화봉폭포 등 볼거리가 많다. 산행은 칠녀봉(七女峰) 전망대인 홍화평(2240m)에서 칠녀봉을 넘어 케이블카까지 7.13㎞로 5시간 걸린다.
등산로는 전 구간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고, 군데군데 샛길이 있어 경험자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길은 설악산의 리지를 워킹하는 맛이 나고, 조망은 지리산 능선을 떠올리게 한다. 태백산을 계속 바라보면서 산행하게 되고, 후반부로 갈수록 조망이 뛰어나다. 능선에 식수가 없으므로 충분히 준비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 0.7㎞ 오르면 배선대(拜仙臺·3300m)에 이른다. 배선대에서 500m 더 오르면 천원지방(天圓地方·3511m)으로 이곳이 외국인들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태백산 정상은 입산통제구역이다.
그리고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3000m가 넘기 때문에 고소 증세에 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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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봉 밑에는 오금이 저리는 장공잔도가 숨어 있다. |
서안의 문화유산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박물관
사마천은 사기에서 ‘시황제는 즉위하면서부터 여산에 능을 만들기 시작, 70만 명을 동원…’했다고 썼다. 서안의 유적을 대표하는 진시황릉은 전체 면적 2㎢(60만평), 지하 4층 구조로 되어 있다.
그 규모나 구조가 무덤이기 보다 지하궁전에 해당된다. 현재 무덤 내부는 발굴이 안 된 상태이고, 무덤 정상에만 올라 갈 수 있다.
병마용은 죽은 진시황을 수호하는 진나라의 군대로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다.
진시황릉과 불과 1㎞ 거리에 있다. 진의 대군인 병마용은 20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와 마치 살아 있는 사람들이 진흙을 바르고 나타난 듯 생생하다.
삼장법사와 대안탑
서안 남쪽 4㎞에 위치한 자은사는 당나라 고종이 망모문덕 황후를 위해서 세운 절이고, 그 안에 서안의 상징물 대안탑(大雁塔)이 64m 높이로 솟아있다.
이 탑은 삼장법사로 널리 알려진 당의 고승 현장이 645년 천축(天竺)에서 가져온 불경을 번역하기 위해서 세워졌다.
양귀비와 화청지
화청지는 서안시에서 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곳에 있다. 여산을 등에 업고 아담하게 들어서 있는데, 당 현종과 양귀비와의 사랑이 어려 있는 곳이다.
또 이곳은 온천지로 유명해 황제들이 온천을 즐겼다고 한다. 내부에는 양귀비가 목욕을 하던 해당탕과 현종이 목욕을 하던 연화탕 등이 복원되어 있다.
한편 화청지는 대만을 건립한 장개석이 본토에서 대만으로 피난 가기 전 임시 피난소 및 사무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비림박물관
비림은 글자 그대로 ‘비석의 숲’이다.
한나라 때부터 수·당·송대에 이르는 역대 명필들의 친필석각 1095기가 보존되고 있다. 중국 서예 예술의 보고로 아름다운 한자의 전시장이 되고 있다.
교통
인천공항에서 중국 서안까지 아시아나 항공과 중국 서북항공이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3시간. 북경에서는 국내선으로 서안까지 1시간 25분 걸린다.
유용한 정보
입장료(위엔화 10원은 우리 돈 약 1600원)
화산 80원. 셔틀버스 20원. 케이블카 110원.
태백산 50원. 셔틀버스 20원. 케이블카 60원.
비림 40원. 자은사(대안탑) 25원. 화청지 40원.
중국관광청(www.cnto.or.kr 02-773-0393)에는 중국 바로 알기, 여행 준비, 정보 등이 잘 나와 있어 중국여행에 앞서 꼭 들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