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이면 함께 산행을 하는 동기회 총무놈이 화요일이면 의례 멧세지를 보낸다.
이번 주는 도봉산 만남의 광장에서 열시 어쩌구 저쩌구 하길래 학하고 핸펀을 닫아 버리곤 느림보 산악회 번개 산행방에서
얼마 전에 본 적이 춘천 금병산을 다시 한번 더 검색을 해 보곤 일요일 아침에 오리역에서 전철을 탔다.
가로 늦게 당구에 재미를 들인 동기회 친구넘들은 산행은 아예 뒷전이다. 그래서인지
허구헌 날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사당역 아니면 불광동 어드메 쯤이다. 일찌거니
내려 와서 당구를 치자는 얘긴데 지난 구월 이후로 물경 사십년을 예폔네 보다 더 애지중지하고 사랑했던 담배를 끊고 나니
당구장에 가는 일이 나에겐 고역 그 자체다. 한때 당구 큣대만 잡았다 하면
험프리 보가드 처럼 아니 부엌 강아지가 거시기 빨듯이 연신 빨아 대던 담배 생각 땜에 거의 실신할 지경이다.
학창 시절 놀러 다니던 경춘선의 추억도 되씹을 겸, 김 유정 문학촌 구경도 할 겸, 오랫만에 콧구녕에 바람도 쐬일 겸해서
오리역에서 전철을 탔는데 소요 시간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약간은
늦은 시간에 김 유정역에 도착을 하니 다행히 등산객은 그리 많지가 않다. 역에서 좌측으로
조금만 올라 가면 김 유정 문학촌이 아주 양지 바른 곳에 아늑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유정님은 부잣집에서 태여나 휘문고를 거쳐 연희전문을 다녔으며 왕성한 문학활동으로 인해 자신의 이름을 딴 기차역이
생겼을 뿐 아니라 어엿한 문학촌을 만들어서 만인이 귀감이 될 정도라면 생가터가 좋아서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젊은 나이에 결핵과 늑막염을 앓아 총각 딱지 한번 제대로 떼지 못하고 29살 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한
불운한 삶을 살았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참으로 헷갈린다.
생가터를 양택이라 하고 신후지 즉 죽어서 들어 가는 무덤을 음택 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어느 지관이 조상 산소를 잘 쓰면
발복을 하고 어쩌고 저쩌고 썰레발이를 치자 이를 듣던 어느 황제가 하는 말씀이 내 아버님의 산소를 잘 써서 내가 황제가
되는 운을 받았다면 같은 자식인 내 동생은 젊은 나이에 전쟁터에 나가서 목슴을 잃었는데 이는 어찌된 일이냐고 다그치니
지관은 묵묵부답.
사람의 관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둥 역할을 하는 코의 모양이다. 그래서
귀 잘 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 생긴 거지는 결코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귀 하면 내 귀도 약간은 특이한 귀다.
학창시절 퇴계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육교를 건너면 동시상영이라고 하여 한물 간 영화를 두 편이나 보여 주는 극동 극장이란
곳이 있었는데 수업을 땡땡이 치곤 허구헌 날 컴컴한 영화관에 앉아 있었는데 내 친구놈들이 참으로 용하게도 나를 잘 찾아
내길래 사연을 물었더니 뒤에서 화면의 불빛이 비칠 때 한마리 당나귀 처럼 내 귀만 유독 시선에 들어 오기 때문에 금새 나를
찾는 다는 것인데 몇년 전 어느 행사장에서
당시 성남시장이시던 이 대엽 시장님께서 축사를 하시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뵌 적이 있었는데 귀가 말 그대로 부처님 귀 였었다.
귀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원래 관상 보다 헐 중요한 포인트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는
목소린데 짧은 시간 메모지를 읽는 이 대엽 시장님의 목소리는 남자인 내가 들어도 오줌이 슬슬 나올려고 하는데 여성 유권자들이
유세장에서 저 목소리를 듣고 아니 찍을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문제는
인기 연예인을 거쳐 국회의원에 지역 시장직을 역임한 화려한 삶만 볼 것인가 아니면 말년에 관재수에 휘 말린 좋지 않은
모습만을 볼 것인가 이 또한 참으로 헷갈리는 일이다.
내가 알았던 한 지인은 관운이 좋아서 꽤나 높은 자리에 올랐었고 재력도 좋아서 강남에서 넓직한 정원을 갖춘 단독에서
머 하나 부러울 것이 없이 살았는데, 정원 가꾸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정원에 들어 가 보면 괜찮은 정원석을 비롯하여
과실수를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헌데
웬지 그 정원엘 들어 가면 답답한 느낌이 들어 집주인에게 에지간한 나무는 쬼 베어 내라는 얘기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후일 어느 풍수에 관한 책을 읽어 보니 정원수의 높이가 지붕 위를 덮는 것은 금기시 해야 할 일이란 것이다.
나무가 일정 수준 이상 밀식을 하면 통풍도 통풍이려니와 아무래도 좋은 기운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할 것은 당연지사 이리라 헌데
말년에 이 집에 각종 우환이 연거푸 발생을 하자 아마 어느 누구에게선가 귀동냥을 들었던 모양이다. 내게 자문을 구하는데
마당에 있는 연못이 아무래도 꺼림칙 하여 없애 버릴려고 조경업자를 불렀더니 연못을 없애고 나면 정원 모양이 너무 나쁠 것
같다고 하는데 내 의견은 어떠하냐고 물어 본다. 물론 나도 후일 어느 책에서 읽은 일이지만
옛말에 어느 누구에게 악담을 할 경우에 가장 지독한 악담이 집꾸석에 연못을 파고 살아야 할 놈이란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집주인은 여러 희귀병으로 몇 년 사이에 돌아 가셨고 우애가 좋았던 삼남매는 재산 상속 문제로 민 형사 소송을 벌리게 되었고
지금은 서로가 원수처럼 으르렁 거리며 살고 있다. 맨주먹으로
서울에 올라 와서 출세도 하고 강남에서 단독주택을 거느리고 나이 칠십 꺼증 잘 살았다면 괜찮은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님
말년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벌어 놓았던 돈은 마음 푠하게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마악 눈이 녹기 시작하는 금병산 등산로를 조심 조심해서 발밑만 내려다 보면서 올라 가노라니 마침 하산길을 걷던 어느
묘령의 여인네가 스쳐 지나 갔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불러 세운다. 내가 안면이 많이 익은 사람이란 것이다.
나 처럼 절멋던 시절 개구신 노릇을 하며 지랄발광을 뻐드렀던 인간은 이런 순간이면 의례 가슴이 철렁 거리기 마련이다.
난 요즘도 심심찮게 악몽을 꾼다. 으악하며 괴성을 질르면서 벌떡 일어나 보면 식은 땀이 흥건하다. 머어 꿈 내용은
별 것이 아니다. 우리집 대문 앞에
어린애를 업은 여인네들은 개떼처럼 몰려 들고 아빠를 찾는 아기들은 동네가 떠나 가라고 울어 대는데에...
예폔네는 내 대가리 까 부실려고 후라인팬을 찾는데 도망갈 곳은 도무지 보이질 않고오오...
분당에 있는 느림보 산악회 소속 최정예 요원이 아시니냐고 물어 본다. 으흐흠 물론
이 여성분은 고글에 등산모를 깊이 눌러 썼었기 때문에 정확한 얼굴 모습은 알 수가 없었지만 객지에서 고향땅 까마귀를 만난
것 처럼 몹시도 반가웠다.
이 여성분은 2010년 내가 처음으로 느림보 산악회에 나올 무렵 까지는 느림보에서 산행을 함께 했었으나 지금은 우리 느림보
카페만 애용을 하는지라 내가 쓰는 글은 가끔씩 읽어 보신다고 한다.
참으로 묘한 것이 인연이라고 하더니만 이런 강원도 호젓한 산길에서 수년 전에 우연히 그것도 몇 번 정도 함께 산행을 했었던
산벗을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일행들이 기다리는 것 같아서 그리고 또한 한참을 얼굴을 마주 보노라니 기억이 점차 살아 나기 시작하는데 작별의 시간 또한
망설임 없이 다가 온다.
아모르.
이 분의 닉네임이 아모르인지? 지금은 아모르 산악회엘 다니고 있다는 말씀인지 정확하게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금병산을
오르 내리는 내내 내 머릿속을 꽈악 채웠던 말이 아모르 였었다.
자그만 인연을 놓치지 않고 인사를 건네 주신 아모르님께 올 한해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고 또 빌어 본다.
이번 주 느림보 화요 산행은 마냥 아쉽기만한 설산을 찾아서 떠난다고 했었는데 아마도 대관령에 있는 능경봉?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눈산행 모든 벗님들이 좋은 시간을 함께 했었으면 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분당 탄천변에서 돌삐 인사 드립니다.
첫댓글 돌삐님 혼자서 금병산엘 가셨다구요?
춘천까지 가는 전철을 이용하면 찾기 쉬운 산이지만 혼자 가기엔 다소 긴 차 시간입니다.
좋은 사람과 자분자분 걸으면 좋을..그런 산이었지요.
김유정 문학관도 들려보고..열차 대신 전철 타고 시골 풍경도 보고..
한적한 마음으로 다녀오고 싶을때 찾아가는 산입니다.
산행을 안하는 제 친구도 돌삐님 애독자이십니다.
돌삐님 글을 읽으면서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배꼽을 쥐고 웃기도 한답니다.
그 사람 고향은 상주.. 돌삐님 고향과 지척간이지요?
금병산에서 아모르님을 만나셨군요.ㅎ
느림보산악회에 오셨던 분들중 돌삐님 모르면 간첩..ㅋㅋ
돌삐님 애독자 많습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더 재밌고 유익한 글 써 주세요.
근간..버들강아지 피어나는 탄천에서 한번 만납시다.
지역 주민끼리..ㅎ
발왕산 눈속에 굴르러 갈랬더니
산불예방기간이라 입산을 통제한다는군요.
눈길이 허리춤인데..산불이라니..헐!!
능경봉~고루포기산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