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중국에 왔던 첫해... 상해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혀 느낄 수 없었죠.
캐럴도 없고 그 흔한 트리도 하나 없고... 아이들은 학교 가고 어른들은 회사 가고...
다만 큰 문구점이나 백화점 매대에서 한국제 바른손 카드를 발견하는 것으로 성탄과 연말연시를 느끼곤 했죠. (이곳에선 구정을 거하게 쇠는 대신 연말연시는 그리 크게 안 쇠잖아요)
2000년 들어오면서 시내 중심가에서 캐럴이 울려퍼지기 시작하더군요. 반짝이등과 산타할아버지 인형도 보이기 시작하고...
지금은요?
"크리스마스"가 장사가 되는 아이템인 것을 눈치챈 장사꾼들이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습니다. 음식점마다 대형 트리와 반짝이 등이 설치되고 옷가게, 선물가게마다 캐럴이 울려퍼집니다. 세탁소, 미용실 등등은 성탄맞이 50% 세일로 손님들을 부르고...
크리스마스 대목에 대비해 새로 장식을 하고 있는 대형마트 입구입니다.
Merry Christmas를 중국말로 번역하니 聖誕快樂이 되네요..
福자 거꾸로 붙여놓은 거 보이시죠? ㅎㅎ
크리스마스는 자기 복 달라고 비는 날이 아니라 자기 복을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날이니
저렇게 붙이는 게 맞겠네요. 복을 쏟아 세상에 풀겠다는 생각?
스프레이를 이용한 초절약형 크리스마스 장식...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장식인 듯..
미용실 앞에 붙은 세일광고입니다.
머리 자르고 감고 드라이해주는 데 48원. 파마 168원, 염색 178원, 브릿지 넣고 하는 염색 198원, 스트레이트 파마 298원이네요.
발렌타인데이와 마찬가지로 성탄절은 실속파 중국인들이(주로 중국 젊은이들이겠죠. 소위 月光族-그달에 받은 월급을 그 달에 다 써버리는 젊은층-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낭만소비(꽃, 양초, 초콜릿, 음반 등등 생필품이 아니고 포장이 중시되며, 따라서 가격조차 거품이 잔뜩 들어간 소비)를 하는 날이거든요.
기독교인도 무척 드문 이 도시에 성탄 분위기가 넘쳐나니 좀 웃기기도 하지만... 뭐 예수님 생일이 꼭 기독교인들만 축하할 날은 아니니까 뭐, 상관없죠. 아무튼 우리 동네 나무들도 모두 금빛 치마 두르고 빨간 리본을 매니 저도 괜히 기분이 들뜨는군요.
종교가 없는 제게도 크리스마스는 의미있는 날이겠지요.
일생을 인류의 구원에 바쳤던 예수의 탄생일이니 그가 평생에 보여주었던 이웃사랑의 메시지를 새삼스레 되새겨볼 필요도 있겠고... 관심이 필요한 사람에게 뭔가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는 것이 내 나름대로 이 명절을 쇠는 방법이겠죠.
하지만 온동네가 나서서 크리스마스 즐겁게 지내라고 인사를 해대니... 웬지 크리스마스에는 나를 위한 무슨 특별한 이벤트라도 벌여야 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래서 내가 지냈던 마흔여섯 번의 크리스마스... 아니 정확히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잠깐 추억해보는 것으로 2004년 크리스마스의 흔적을 남길까 합니다.
움.. 글구 낼은 뭔가 좋은 일을 하나 해야징~
첫댓글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리본이 무척인상적이네요..가까이 계시면 크리스마스 긴긴밤을 타이머신을 타고 어린시절의 추억과 예쁜기억들을 떠올리며 이바구 꽃을 피울텐데....우리들의 아름다운삶을 위해서 메리크리스마스~~~ㅎㅎ
장만옥님! 聖誕快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