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4 김성령＜주취감경 조항 폐지＞

[20804 김성령]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 지난 9월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 약 3개월 만에 추천 수가 20만 건은 물론 50만 건 이상을 받아 화제다. 이는 국민들에게 흉악범 조두순을 향한 분노와 그의 출소에 대한 사회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지난 달에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사건이 있다. 바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다. 이 사건은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이 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 후 딸과 함께 시신 유기를 한 사건으로, 수사 과정에서 모금액으로 딸의 질환 치료보다는 호화생활, 아내를 이용하여 성매매를 한 의혹 등이 있어 네티즌에게 큰 공분을 주고 있으며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조두순 사건 (= 나영이 사건)’과 ‘어금니 아빠’ 사건. 이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취감경 조항’이다. '주취감경 조항'이란, 술을 먹고 범행을 저지를 때,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감형을 받을 수 있는 법률로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 미약 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범죄는 이를 감안해 감형된다. 지난 17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자신의 범행은 인정하나 범행 당시 환각제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도 주장했다. 그리고 2008년 당시 57세의 나이로 고작 8살이던 여자아이를 처참하게 성폭행 한 조두순 또한 범행 당시 자신이 술에 취한 상태, 즉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해 징역 12년으로 감형받았다. 이외에도 '주취감경 조항'이라는 명목 아래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으려 하는 범죄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은 재판부의 선고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양형을 받으려는 피의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러나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거나 약물 복용 상태였다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형을 선고하는 판사 본인의 생각에 따르기 때문에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피의자를 범행 당시에 잡았다면 충분히 음주 상태나 약물 복용 상태를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범죄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범인을 잡기 때문에 범행 당시 피의자의 음주· 약물 복용 상태를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 법은 피해자의 인권보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에 더 무게를 두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에 존재 이유가 아이러니하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성폭행, 연쇄 살인 등과 같은 흉악범죄를 일으킴과 동시에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피의자에게 단지 음주·약물 복용을 이유로 형량을 줄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악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법은 한국, 일본에게만 실시되고 있으며 선진국의 경우에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피의자들에게 형량을 더 늘린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주취감경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 찬성한다.

출처 : http://hei.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11173372H  / 한국 경제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