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판·검사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법무법인에 취업했을 경우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했던 법원과 검찰청에서 다루는 사건을 퇴직일부터 1년간 맡을 수 없게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은 사건 수임 기록에 다른 변호사의 이름을 올려놓고 실질적으론 자기가 변호하거나,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로 변호하는 것도 금지했다. '전관예우(前官禮遇)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다음 주 공포하면 곧바로 시행된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는 작년 3월부터 법원과 검찰 제도의 개혁을 추진해 왔다. 전관예우 금지법은 그 첫 산물이다. 국민이 사법제도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전관예우로 인한 폐해를 너무 자주 듣고 보고 겪었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전관예우 금지법은 신뢰의 위기에 처한 법원과 검찰의 자위책(自衛策)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관예우 금지법에는 큰 허점이 있다. 전관예우 금지를 지키지 않은 변호사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을 위반한 변호사를 자체 징계하도록 돼 있는 기존의 벌칙 규정에 따라 불이익을 준다는 정도다. 자유로운 계약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위반자를 처벌하는 조항까지 두면 위헌(違憲) 시비를 불러올 것을 염려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변협이 변호사를 스스로 징계한 사례는 눈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들다. 이래서는 법이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고 이번에도 국민을 실망시킬 경우 법원과 검찰에 대한 불신은 단번에 둑을 넘어 법원과 검찰과 변호사 조직을 휩쓸어 버릴지 모른다.
새 법엔 다른 허점도 많다. 대법원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과 대검의 사건은 맡을 수 없지만 서울고법·지법과 서울고검·지검 사건은 말을 수 있게 돼 있다. 대검 출신 변호사도 똑같다. 이렇다 보니 예를 들어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변호사가 중앙수사부에서 수사해 서울중앙지법이나 서울고법에서 재판하고 있는 사건은 맡아도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법원행정처나 법무부에서 근무했다가 퇴직한 판·검사가 맡을 수 있는 사건은 어디까지인지도 아리송하다.
법 전문가들인 변호사들이 이런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기는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울 것이다. 법원·검찰·변협엔 시행령으로라도 전관예우 금지법의 허점을 수선해 어떻게든 다가올 쓰나미를 막아내겠다는 결의(決意)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