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라 5 - 대 메테오라 수도원에서 걸어 내려와 아래쪽 발렘 수도원으로 가다!
2024년 5월 3일 델피(델포이)에서 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암피사 ΑμΦσαα
를 지나 3시간만에 라미아 Λαμία 에 도착하니 버스가 매진이라 벨기에인 부부와
함께 170유로 하는 택시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려 칼람바카 Kalambaka 에 도착합니다.
배낭을 메채 KTEL(ΚΤΕΛ) BUS 정류소에서 5유로 1일권을 끊어 10시 45분에 출발하는 메테오라
Meteora 행 버스를 타니 20여분 만에 대 메테오라 수도원 Megalo Meteoro Monastery
에 도착하기로 교대로 계곡으로 내려가 146개 계단을 올라 동굴을 지나 수도원에 올라 구경합니다.
들판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 위에 새워진 수도원인 메테오라 (Μετέωρα, Meteora) 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 '하늘의 기둥' 이라는 뜻인데.... 공중 수도원은
15세기 말에 24개였지만 현재 일반인들의 방문이 허용되는 수도원은 모두 여섯개 입니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메테오라의 바위 위에 들어선 수도원들의 모습이며 멀리 계곡 아래 칼람바카
를 조망하는데.... 바로 계곡 건너편에 보이는 것은 바를람 수도원 Varlaam Monastery 입니다.
마눌이 찍어온 사진에 큰 쇠로 장치를 만든 도르레가 설치된 것을 보는데.... 오늘에야 우리 관광객들은
절벽에 바위 게단을 만들고 동둘을 뚫어 돌계단을 낸 덕분에 편히 올랐지만 예전에는
절벽에 오르는 길이 없으니 도르레로 바구니를 내려 물자는 물론이고 수도사들도 실어올렸다고 합니다.
대메테오라 수도원을 내려와 이번에는 내가 배낭을 지키기로 하고 울 마눌이 계곡으로 내려가서 계단을
올라 대메테오라 수도원을 구경하는데..... 여기 계곡에는 지형 때문인지 바람이 참으로 매섭습니다.
그러고는 대 메테오라 수도원 Megalo Meteoro Monastery 을 나와 언덕 위에 자리한 주차장으로 올라오니
주로 여행사 패키지 손님인 듯 여행사가 운행하는 버스가 들어오니 한 무리씩 빠져나가는 모습을 봅니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옆 계곡 아래에 자리한 바를람 수도원 Varlaam Monastery 을 내려다 보는데 오늘은
휴무라 볼수 없으니...... 진작 포기하고 주차장에서 다음 수도원으로 갈 버스를 기다립니다.
12시 15분이 도착 예정인 버스가 12시 40분이 되었는데도 오지 않는지라 불평을 하면서 아래쪽을 보니....
아니? 세상에나!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 바를람 수도원으로 들고 나는 모습이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담.... 해서 마눌과 무거은 배낭을 베고는 차가 다니는 도로를 달려내려 가는데
거의 다 가서 비탈길이 보이지만 맨몸이라면 모를까 배낭을 짊어졌으니 끝까지 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다 내려가니 버스가 올라오는게 보이는데 그럼 12시 15분에 와야 할 버스가 12시 45분
이 넘어서야 지각하나 보네요? 저 위에서는 12시 50분은 되어야 출발할 듯....
그런데 여기서 저 바를람 수도원까지 들어가는 도로가 위에서 내려다 보던 것 보다는
멀어서 배낭을 멘채 달려가다가 숨이 너무 가쁘니 그만 보통 걸음으로 바꿉니다.
이윽고 게곡에 걸린 다리를 건너서 수도원으로 오르는 돌게단을 밟아 둘달음쳐 올라가니 입구에
문이 있고 구경을 마친 사람들이 빠져 나오고 있는데 경비원이 노! 라며 입장을 제지합니다.
그래서 입구에 있는 안내문을 보니 오늘은 13시 까지 개방을 한다는데.... 시계를
보니 12시 52분이라? 아니 8분이나 남았는데 왜 입장이 안된단
말이요? 그 아래에 작은 글씨를 보니 입장은 12시 30분까지 해야 한답니다?
불현 듯 옛날 일이 떠오르는데....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에 있는 국립 미술관에
갔는데 입장 마감시한에서 2~3분 정도 남았으니 여직원은 지금 들어
가도 30분 밖에 볼수 없는데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자세히 설명을 하는 겁니다.
또 이시카와현 가네자와에 가서 겐로쿠엔(兼六園) 에 갔을때도 그러했는데.... 이보쇼?
지금 설명할 시간이 어디 있소? 금쪽 같은 시간이 흐르니 피가 마를
지경인데 설명은 관두고 티켓이나 빨리 주쇼! 소리를 친게 떠올라 실소를 자아냅니다.
중국에 갔을 때 전장 镇江(진강) 의 자오산궁위엔 焦山公园 (초산공원) 에 내려서
매표소에서 초산공원과 북고산 감로사 그리고 금산사 연표를 구입하려는데....
여직원이 지금이 13시라 멀리 떨어져 있는 3곳을 다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만류하는 바람에 초산공원 표만 끊었다가 결국 3곳을 다 보면서 요금이
비싸져 후회했는데....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모르는 때문이라?
입장만 시켜주면 8분 안에 토끼처럼 달려서 수도원 절반은 볼수있다고 얘기하려는 생각에 “익스큐즈미“
라고 입을 여니 경비원이 험악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며 손가락을 흔드는지라 머쓱해서 돌아
서는데...... 여기 6곳 중에 바를람이 제일 볼만하다니 아쉬우니, 원래 놓친 열차가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바를람 수도원 Varlaam Monastery (Μονή Βαρλαά) 은 일주일에 목, 금요일 (오늘 보니 13시 까지 개방)
이틀이 휴무이며...... 메테오라의 수도원 6곳 중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이지만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이 수도원은 1350년 발람 수도사가 세명의 주교를 위해 예배당과 기도처를 짓고 그 이후에 세례 요한을
비롯한 여러 성인들을 위한 세 개의 성소를 재건하였습니다. 수도원에는 세 명의 주교를
기리는 돔으로 된 십자형 교회가 있으며, 목조십자가와 성골함, 성화등 귀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수도원들은 제2차 세계대전과 잇따른 내란중에 많이 파손되었다고 합니다만 여기 메테오라는
1960년에 복원(?) 이 되어 필사본들과 16세기의 프레스코가 현재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네요?
오래된 명화를 복원한다고 생각하니 문득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이 떠오르는데....... 2003년에 나카에
이사무 감독이 만든 영화로,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이별 후 다시 만나는 8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대학 일학년때 만난 첫사랑,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 분) 와 아오이(대만배우 진혜림 분). 둘은 아오이
가 서른이 되는 생일에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같이 올라갈 것을 약속하는데, 두오모
성당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성지이니까..... 그러나 둘은 집안의 반대와 사소한 오해로 헤어집니다.
할아버지가 화가인 준세이는 대학 졸업후 피렌체에서 “명화 복원사” 공부를 하는데 우연히 밀라노
에 아오이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그러나 그들에겐 각자 새로운 애인들이 있는
상태였으니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아오이의 서른살 생일 날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재회합니다.
‘러브 어페어 ’ 와 비슷한 스토리 인데..... 이런 러브 스토리는 보고 또 보아도 좋은게
사랑하는 그 순간이 영원하기 때문일까요?. 사랑이 영원하다는 건, 시간의
길이를 말하는 게 아니니 그 순간이 황금 처럼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는 말인가 합니다.
피렌체를 2번 갔었는데....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골동품 같은 피렌체의 골목길과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를 낡은 자전거를 타고 미술 공방으로 출퇴근하는 준세이....
물론 나는 준세이 보다는 저 베키오 다리에서 연인과 헤어진 단테를 더 생각했었지만.....
이 다리에서 9살의 단테가 8살의 베아트리체 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고 하며 또 공무원(외교관) 이었던 마키아벨리 가 건너 다녔던 다리이기도 합니다.
베아트리체의 모델이 된 폴코 포르티나리의 딸 비체 는 은행가 시모네 드 바르디에게 시집가는데
10년후 베키오 다리에서 19세가 된 단테와 우연히 마주쳤다고 합니다. 불륜이
될수 밖에 없는 사랑은 6년후인 ,290년에 베아트리체가 죽으니 단테는 낙심하고 방황하는 데.....
단테에게 베아트리체는 운명의 여인이었기에 “돈나(여주인)” 로 불렀는데 후일 "신곡"
에서 그녀를 자신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여인으로 묘사하기에 이르니.....
즉 베아트리체를 "사랑의 지성을 가진 여인" 으로 표했했던 것인데 이때까지는 "사랑" 이라고
하면, 오직 하나님의 사랑만이 사랑이고 "인간의 사랑은 욕망" 이라고 생각되던 중세 였음에...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1966년 기록적인 대홍수로 피렌체의 문화유산이 손상되자 복원기술의 혁명
으로 피렌체 거리 전체가 복원 공방이 되었으며 준세이는 조반나 선생 덕에 치골리 작품 복원을
맡게 되었고 복원을 거의 마쳤을 무렵, 오랜 망설임 끝에 준세이는 아오이를 만나러 밀라노로 갑니다.
그녀 옆에는 돈 많은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되며 냉정하게 변한 아오이....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오이
를 바라볼 때 준세이의 표정. 버림받은 자의 슬픈 눈빛! 준세이는 피렌체 공방으로 돌아오니
치골리 그림이 훼손되어 있는 것이라? 나중에 밝혀지지만 조반나 선생이 치골리 그림을 훼손 한 것이라!
하지만 1960년대 초 도로가 건설되어 관광객이 대규모로 들어갈수 있게 되자 젊은 수사들은
이곳으로 오기를 기피했고, 기존의 나이 많은 수사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서...... 동북쪽 데살로니키 너머 아토스 산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