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시 2차 입학 상담을 했습니다.
"수시 쓰고 싶은 사람 오늘 내로 선생님 한테 와. 안 오는 사람은 안 쓰는 걸로 알테니까"
3교시 끝나고 찾아가서...
"선생님. 이거요. (서울예대 입시정보 기억나는 거 적은 공책을 내밀며)
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원서 써보려구요."
"서울예대? 무리 아냐? 여기 말고 좀 낮은데로 알아 와"
'뭐가 무리라는 건데! 내신이? 뭐 내신이 안 좋긴 하지만... 내가 글 쓴 거 한번이라도 보고 말 하는건가? 아니 뭐 내가 딱히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말야...'
"예? 아니... 여기 말고는 쓰고 싶은데가 없는데요. 그리고 대부분 다른 대학들은 수상경력이 있는 애들만 지원 자격을 줘서요... 전 수상경력 같은 게 없으니까, 실기위주로 갈려구요."
"그래도 다른데도 알아봐"
"아니... 그냥 여기 쓸께요..." (아나 미치겠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 돈으로 원서 쓰겠다는데 뭔 불만이야!)
"여기 쓰는 건 좋은데, 다른데 지방대 쪽도 알아보라구"
"아... 여기도 쓰고 지방대도요?"
"그래"
교실로 돌아와서... 공부 하나도 안되-_... 자습시간에는 자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
'흐흐흐, 담임이 원하는 대학 원서 안 써줘서 자퇴한다고 하면 웃기겠다. 아니, 뭐 웃길 것도 없지?
어차피 고등학교는 대학 갈려고 다니는 거니까... 원하는 대학 못 가면...'
야자 1교시가 시작할 즈음, 담임이 들어와서
"야! 왜 이거 밖에 안 와! 다른 애들은 수시 안 쓰거야?!" 하고 다시 교무실로
아무래도 좀 걸려서 다시 담임한테 가는데, 상담하러 가는 기분이 아니라 싸우러 가는 기분.
'와, 다리 풀린다..._-'
"넌 왜 또 와?"
"저... 서울예대는 제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거구요... 지방대는, 나중에 정시 때 써도 늦지 않지 않나요?"
"하아. 그러니까, 대학 이곳 저곳 써 봐서 경험 좀 쌓고 오라고. 네 까짓게 거기 한군데 써서 뭘 어떻게 할래? 너 그러다 정시 때 면접에서 떨어진다. 좀 만만한데 그런데 지방대 같은 곳. 그런데 찾아봐서 면접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 와. 그런데 너 문예창작과만 갈꺼냐?"
"예... 문예창작과 쪽으로 가고 싶은데요."
"문예창작과 있는 학교 별로 없지 않아? 그러지 말고 국어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 복수정공하는 데로 가는게 좋지 않겠어?"
"아뇨... 그건 좀..." (벗어나고 싶어. 벗어나고 싶어. 저 눈빛... 내가 쓰고 싶다는데 뭔 참견이야. 왜!)
"그럼 지방대 쪽 알아와."
"...음, 그럼 서울예대는요?" (작아지는 목소리. 이게 몇 번째 요청인가.)
"써! 써! 써!" (네 맘대로 하라는 말투)
상당히 더러운 기분으로 교실 왔는데... 오, 그나마 난 괜찮은 편-_-
김모군 : 난 가자 마자 "넌 호서대" 이랬어...
애들 : 그럼 상담 끝난 거야?
김모군 : 상담 받은 건지 안 받은 건지 모르겠어...
다른 이름의 김모군 : 난 가서 "경기대(맞나?)가고 싶어요." 그랬더니 "안돼." 그걸로 끝.
"그럼 인천대라도..." 그랬더니 "안돼." .......
야자 중간에 또 와서 "야. 아까 나 한테 적성검사 한다고 한 놈들 이리 나와봐.'
대략 5~6명 나가자,
"야 니들 어디 사이트 알려줄 테니까 거기 가면 적성 테스트 받는 거 25000이거든? 그거 해 봐서 등급 낮게 나오면 때려쳐."
애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서로 어이 없다는 듯 웃고 있고...
정모군 : 스승의 날에 오면 미x놈이다.
반모군 : 야 우리 졸업식날 담임차 박살낼래? 내 사물함에 지금 연장 챙겨놨어.
오늘 정말 처음, 진심으로 담임을 죽이고 싶었다.
다른 반은 그냥 써달라는 곳 아무 군말 없이 써준다던데...
와, 정시 때 가면 난리나겠네
"너 수능 등급 이정도니까 이중에서 골라"
라고 할지도... 아, 아니다. 이건 오늘 한 말이고...
(내신 몇 등급은 무슨 대학에서 무슨 대학까지만 써 주겠어.) 이렇게 말했지...
미x 무슨 원서 써주는 걸 그렇게 으시대면서 말 할 수 있지?
어떤 여자애는 울더라...
수시 쓸려던 애들도 체념하고 "정시나 가자..." 라고 말하고...
아마 나도 서울예대, 문창과 라는 고집이 없었다면...
김모군처럼 가자마자 "넌 호서대" 3초 상담...
지금 문창과 지방대 찾고 있는데... 참... 없다-_
2개 - 대전대랑 한남대 찾았다.....
후... 학교 가기 싫다... 때려치고 싶다... 담임 얼굴 보기 싫다...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원서 쓰는거에 참견하니까 미치겠다...
죽고 싶다......
내일, 아니 오늘이구나
학교 가서 담임이랑 또 상담(...) 할 생각하니 죽고 싶다.
김모군(다른 인물) : (담임이 기침하는 걸 보고) x발, 저대로 피 토해서 죽어버려라.
박모군 : (비오는 날 담임이 일찍 퇴근하는 걸 보고) xx 담임 빗길에 교통사고 나서 뒤져버려랏!
후후... 담임이 그러니 반 애들 단합이 너무 잘 되...
분량이 너무 많아서 못 썼지만 그 동안 우리 반은 담임 때문에 맘 고생들이 참 심했어요...
정말... 말로 못 할...
옛날에 지각을 하면 '어떡해! 어떡해! 지각이야! 아아 어떡해!' 했지만
담임을 만난 이후로 지각을 하면(지금 껏 2번)
'...뭐야, 지각이네? 아 xx 뭣 같네. 아! 몰라! (머리감고 이빨닦고 다 하고) 혼내라면 혼내라지 뭐.
학교 까짓게 뭔데? 이제 몇 달이면 쌩이야. 지가 뭔데 흥!'
나 이렇게 막 나가는 놈 아니었는데...ㅠ
애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장난으로 내뱉은 욕에도 크게 상처받고 아파하는... 그런 애였는데...
(뭐, 남자가 이러면 솔직히 순진, 순수 보다도 '찌질' 단어가 생각나지만 여하튼)
이젠 왠만한 욕은 뭐... 별 생각 없이 듣는다는-_-(담임 욕질 덕분에...)
아, 그런데 '입시' 하니까 궁금해 지는 건데
여러분은 (님들이라고 할까... 이런 표현은 어색하네...) 왜 대학교에 가려고 하시는 거죠?
정말 '글 쓰는 법을 배우려고'??
전 솔직히... 재밌을 것 같아서 가려는 건데...
(몇백만원 학비 들어가면서 놀 생각하냐고 하시면... 음... 그렇다고 말 해야겠네요...
애당초 문창과를 지망하는 것도 '글 쓰는 게 재밌으니까' 이고...)
뭐...글 쓰는 건 대학교 말고도 공부 할 곳과 방법이 다양하니까요...
첫댓글 글 쓰는건 공부할 곳과 방법이 다양하지만 전 글쓰는 것이라면 모두 배워보고 싶어서에요. 예대에선 순수문학과 소설을 배우고 싶고 장래희망인 드라마작가를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협회교육원에서 드라마를 배우고 싶기 때문이에요. 담임이 뭐라 그래도 소신껏 지원하세요. 담임 말 듣고 지원 안하고 이러다가 후회해요. 떨어지건 붙건 그건 지원 후에 결과니까요! 힘내세요~
님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요... 선생님 말씀대로 몇개더 알아보심이 좋을것 같아요. 사람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기분나쁘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선생님한분께서 30몇명의 고민을 상담해 주신다는건 많이 힘든일이니까 선생님의 차가운 마음을 이해해주세요~
아니에요. 기분 안 나빠요. 분명 일리있는 말씀이 시니까요. 제가 어제 너무 흥분 했었던 듯... 오늘 제가 쓴 글을 보니 괜히 화낸 면도 없지 않네요. 별 것 아닌 걸로 맘상하고... 어제 이곳저곳 대학 알아보다가 4시에 잤는데 잠이 안 와서 5시 까지 뒹굴거리다가 1시간 자고 학교- 피곤 ㅠ
오늘 생각지도 않게 선생님한테 칭찬을 들었습니다. -_ 후훗. 내신이 안 좋다 할 뿐이지 싹수가 보인다나 어쨌다나...
핳핳핳 저희 담임은 실제로 벼락을 맞았답니다. 언어선생님이시죠. 저의 글 또한 봐주지 않는 분이십니다. 하늘이 대신 벌해주실거에요
ㅋㅋㅋ
콩뜨쓰는데 재능이 있어보입니다. 몰입이 잘 되네요. ㅎ 1074번글 '타인이 규정한 내 능력의 한계를 함부로 믿지 말 것'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건필하세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