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온 문자
새벽을이고 나와 동틀 무렵까지
더럽혀진 세상을 곱게 단장하려고 나오는
환경미화원을 한지가.40년이 넘었다는
할머니는 하루 일을 마칠 때면
꼭 하는 일이 있다는데요
"일어나야지 우리 똥강아지"
"엄마...나 요즘 일찍 일어나서
스스로 이빨 닦고 유치원에 간다? "
"와 !! 우리 딸 이제 다 컸네"
할머니에게 늦둥이 딸이 있는지
알콩달콩 주고받던 휴대전화기를
다시 청소 사물함에 넣고 굽어진 허리를
일으켜 집으로 향하는데요
"할머니,! 힘들었지?
내가 호 해줄게.."
집에 도착한 할머니 품으로 안겨 온
여자아이는 좀 전에 문자를 주고 받던
그 딸 같은데
엄마와 딸이라고 주고받던 호칭이
할머니와 손녀로 변한 게 궁금해지던 그때
" 엄마가 이제 우리 딸 다 컸다고
칭찬해 줬어. ?"
"우리 수빈이 즇겠네
엄마한테 칭찬도 다 받고?"
할머니랑 주고받은 문자를
수빈이는 엄마가 보낸 걸로 아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더욱 궁금해지는 그들의 하루를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저...아저씨..
여기로 가려면 어떻게 가면 돼요?"
유치원을 마치고
집과 그리 멀지 않은 주민센터로 찾아온
수빈이가 내민 휴대전화기 속 주소는
(하늘시 행복구 사랑동 1004번지)
라고
찍혀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 엄마가 계신 곳이거든요“
주민센터 담당자는 아이가 내민
휴대전화기 속 주소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다
"꼬마 아가씨,,,
여긴 너무 멀어서 혼자 갈 수가 없단다"
"아닌데..엄마가 늘 저랑
가까이 있다고 그랬는 걸요"
"엄마가 계신 그 곳으로
편지를 보내 보는 건 어떨까?.."
"그럼 엄마에게 갈까요?"
울먹이던 수빈이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뛰어나가는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던 사람들의 가슴엔
가족을 잃은 아이의 슬픔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걸 안타까워하며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수빈아..어딨니?"
"할머니 나 옥상에 있어"
"우리 똥강아지 혼자 여기서 뭐하고 논다고?"
"할머니..나 오늘 유치원에서
편지를 섰는데 엄마한테 부칠려고"
"....."
하늘로 보낸 편지는
답장을 받을 수가 없다는 걸 모른 채
문방구에서 사 온 풍선에 편지를 매달아
띄워 보내려는 수빈이의 모습에
타다만 종이 속 까만 글자가 되어버린
할머니의 마음은 밤새도록 눈물에
젖어있어야만 했습니다
매일매일 하늘에 뜬 구름 조각들을 모아
엄마의 얼굴을 그려보고 있다는
편지 속 그 말을 되뇌어 보면서...
"우리 수빈이가 유치원에서
카네이션 만들어 왔구나"
"할머니 주려고"
"엄마건?"
"엄마는 거짓말쟁이라서 안 줄려고"
"왜 엄마가 거짓말쟁이야?"
"오늘 주민센터 가서 물어보니까
엄마 있는 곳이 너무 먼 곳이라 갈 수가 없대"
맨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그 말은 이젠 믿지 않을 거라는
그말에
할머니는 이별이 준 선물이
보고픔이고 그리움인 줄 모르는 손녀 앞에
울음밖에 내보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수빈이가 만들어 온 카네이션을
엄마 사진에 달아 주자 수빈이도 그렇게
할 거지?"
그 말에 참았던 눈물을 둑이 무너져
내리듯 흘리며 할머니 품으로 안겨든 수빈이가
날 선 그리움 한 조각 입에 물고
울다가 울다가 잠이 드는 걸 바라보며
기억한 채 힘들어하는 이 고통이
잊힘으로 지워져야 하는 아픔보다
더 클 수 없다며 되뇌고 있습니다
"그래, ..
또 이렇게 하루를 사는 거다…."며
만개한 봄꽃이 세상을 밝히는가 싶더니
시들어 버린 새벽을 걸어 나온 할머니가
오늘도 어김없이 일을 마치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사물함을 열어 수빈이가
밤새 보낸 문자를 읽고 무슨 답변을 해줄까
궁리하는 일이라는데요
...
....
"이젠 엄마랑 말 안 할 거야"
평소 같으면 조잘조잘 써 내려간 문자들로
꽉 채워질 공간에 외마디 비명 같은 한마디만
있는 게 마음에 걸린 할머니가 한걸음에
달려왔을 때 유치원에서 돌아온 수빈이가
대문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울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 수빈이 왜 울어 친구랑 싸운 거니?"
"엄마 미워"
"우리 수빈이 아직도 화 안 풀린 거야?"
"친구가 그러는데 하늘나라엔 갈 수가 없대
죽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거래"
"누가 그런 못 뗀 소리를 해
이 할머니가 내일 데리고 갈 테니
뚝"
"정말?"
"그럼"
할머니는 손녀가 알까 겁이 나
덜컥 데려가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걸
어떻게 주워 담을지 막막하기만 한 가슴을
열어젖혀 놓고 검게 멍든 하늘만
올려다보고 앉았습니다
"초코파이랑
사탕을 왜 가방에 넣는 거니?"
"하늘나라 가서 엄마 만나면 줄려고"
"그런데 그 끈은 뭐 하려고 챙겼어?"
"엄마 만나면 내 손이랑 엄마 손이랑 묶어서
다신 안 헤어지게 묶어 놓으려고..."
초코파이랑 사탕을 넣은 가방을
머리맡에 놓아두고 잠이든 손녀의 얼굴을
매만지던 눈길이 탁자 위에 놓인 사진을 보며
아직도 네가 준 미소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별이 내게 준 선물
그리움이 있었으니까....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카페 게시글
감동이야기 모음。
하늘나라에서 온 문자
효사랑방
추천 1
조회 35
26.08.01 10:32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먹먹함에 울다 갑니다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