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산지: 대둔산(충남 논산시 벌곡면)
※ 입산일시: 2013년 1월 19일 16시10분 ~ 20일 13시10분
※ 입산구간: 벌곡면 관리사무소 ~ 전승탑 ~ 석천암 ~ 통천문(?) ~ 낙조대(1박) ~ 마천대 ~
낙조산장 ~ 수락폭포 ~ 전승탑 ~ 원점회귀
※ 날씨: 흐리고 갬, 흐림
언제 가족이 함께 산에 들어갔는지 기억하기 힘들다.
작년 7월 백덕산이 함께 들어간 입산지다.
딸봄의 게으름, 외갓집에 대한 향수가 원인일 듯 싶다. 과연 봄은 뭐라고
할지...?
올 겨울들어 날씨가 한결 포근해진다는 주말, 대둔산도 좋고 황매산도 좋고 삼각산 백운산장도 좋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산에 들고 싶었다.
산은 사람에게 많은 위로를 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라는 말이 있지 않을까?
자연을 접하면서 사람 욕심이란 것이 더 머물고 싶고, 결국 산에서 자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대둔산을 완주, 케이블카 있는 곳에서 들어서서 철계단만 엄청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뭐 그리 감흥을 느끼지 못하다가 칠성봉 전망대에서 서서 감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병풍바위처럼 둘러싼 그 바위의 위용이 주왕산의 바위맛, 그리고 청량산의 병풍바위를 연상케했다.
그런 대둔산이다.
그 품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 생각만해도 설레는 일이다.
아무리 날씨가 풀려도 겨울은 겨울이고, 산 밑의 캠프가 아닌 짐 싸들고 올라서의 하룻밤이 어찌 마냥
설렘만 있겠는가?
추위를 견뎌야 한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그 때문에 긴장감이 함께 감돈다.
오늘은 태고사에서 오를 생각을 했는데, 수락계곡이 보다 편리하겠다는 생각에서 논산으로 든다.
제1회 얼음축제라고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느즈막해서 도착해서 다행히 주차를 편하게 했다.
워낙 늦어서 은근히 걱정이 밀려든다. 밝아오는 야간산행은 힘이 나지만, 어두어지는 야간산행은 힘이
빠지는 법이다. 자연의 기운이 몸에도 똑같이 반응한다고 할까?
목표한 숙영지는 낙조대 주변이다. 과연 우리는 해가 지는 모습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야영을
할 수 있을까?
입산시간은 16시 10분이다.
▲ 된비알을 오르니 더워서 복장을 다시 챙겼다.
고도를 높이면서 흐린 날씨에 저 멀리 해가 얼굴을 드러낸다.
이미 해거름이 다 되어 가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올라 갈수록 해가 더 머물 것이므로 안도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 대둔산의 맞은 편. 지도상 바랑산 방향이다.
▲ 바위 위에 석탑이 오묘하다.
낙조대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산길이 암릉을 계단으로 오르고 내리다보니 시간이 제법 걸린다.
눈앞에 낙조대인가 했지만 아직 멀었다.
두 시간이 지나면서 무게에 대한 부담도 늘어만 간다.
중력과의 싸움도 제법 흥미롭다.
유유자적하듯 다니는 것이 몸에 베여 서둘러야 서둘러지지 않는 우리 발걸음.. 해거름이 우릴 손짓한다.
어둠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헤드렌턴과 옷을 추스린다.
초행길에 어둠, 눈이 쌓인 산은 길을 더 흐리게 한다.
산은 산이란 이름으로 서로 닮았다.
통천문, 해산굴 등 그냥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는다. 특히 큰 덩치에 큰 짐이면 더 그렇다.
매트리스를 풀고 납작 숙여서 들고 났다.
어두운데다 바위틈이 좁아 더 고생이다. 대둔산에 이런 곳이 있다니 너무 대충대충 둘러보고 산에 들어서서
어려움을 겪는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손과 발이 고생하는 것이니 이 역시 고스란히 감수할 몫이다.
큰 짐지고 어둠이 손짓하면 마눌의 신경은 온통 곤두선다.
오늘도 여지없이 체력을 한탄한다.
이럴 때는 묵묵히 발걸음만 옮겨야 한다. 섣부른 위로나 사진 찍기는 염장 지르기로 전락한다.
하지만 이런 마눌을 위해 산을 나서게 되면 백팔배를 권해 볼 요량이다. 물론 오늘 말 꺼내봐야 본전도
못찾는다.
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하늘 아래 뫼이듯, 느림보 걸음에도 낙조대가 더 멀어질 수 없듯이 어김없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 팀이 낙조대 산마루를 이미 차지했다. 우린 미련없이 주변 평지를 찾아 터를 잡았다.
나름 부지런을 떨며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
겨울밤을 보내기는 고기보다는 찌개가 제격이다.
그동안 소고기, 오리고기, 돔배기(상어고기) 등 다양한 먹거리를 시도하면서 최적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차에 묵은지 김치찌개를 통해 역시 난 토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 된장찌개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사실 남의 살이 주는 입맛의 쾌감(?)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는가?
이런 관성적 생각에 충격을 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설악산 환경단체 일을 하고 있는 박그림씨를
통해서다.
물론 교육방송에서 봤지만 자연을 대하는 그 분의 철학에서 내 입산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보다 간결하고, 지지고 볶는 일을 최소로 줄여가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은 선식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바지락과 미더덕을 넣은 된장찌개는 현미밥과 잘 어울렸고 술안주로도 최고였다.
된장맛에 반해 술 실컷 마시고 잠 들었는데.. 침낭을 대충 덮어서 그런가?
새벽에 차가운 기운이 온몸으로 침입한 모양이다. 재채기에 나도 잠을 깼다.
이 정도 날씨에 찬 기운이 감돌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작년 백덕산에서 땡벌에 전신 샤워를 하다시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 해 지났다고 바로 감기가 찾아오다니...?
코가 질질 새고, 재채가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운해와 일출을 놓칠 수 있으랴. 낙조대에 서니 바로
일출이
내가 본 최고의 운해는 가리왕산이었다.
산은 서로 닮았지만 또 다르듯이 대둔산 운해도 운치가 있다.
일출과 운해를 감상하고 숙소로 내려오니 딸봄은 이제야 일어난다.
아직 잠이 눈에 덕지덕지 붙었다.
아침도 된장라면으로 색다른 식사를 마치고 이제 마천대를 향해 간다.
낙조대에서 마천대 가는 길은 짧은 편이다.
칠성봉 전망대의 장관은 아니지만, 완주에서 오르던 가파른 바위와 계단이 맞이하지는 않지만
올망졸망 바위들이 발길을 잡는 능선이다.
이 길을 걸으며 난 문득 속리산 천황봉과 문장대 능선길을 떠올렸다.
물론 속리산의 절결에 버금간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속리산을 문장대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듯이 대둔산을 혹시 마천대 정도로 이해한다면 마천대와 낙조대 능선을 밟아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어둠을 보낸 마눌은 어제의 마눌이 아니다.
난 재채기에 콧물 풀면서 거닌다.
속으로 지금의 재채기는 나쁜 기운을 내 몸에서 빼내기 위한 산의 정화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콧물은 나쁜 기운을 액체로 뿜어내는 것이라고..
으실으실하지는 않으니 내 느낌이 완전히 어긋나는 것은 아니리라.
꿈보다 해몽에 딸봄은 한껏 웃어제낀다.
어느새 중2를 앞둔 딸봄은 무게는 많이 나가지 않지만 제법 큰 짐을 졌다.
나이가 들수록 짐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산을 통해 스스로 깨달으면 좋겠다.
▲ 딸봄과 마눌.. 절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 낙조산장이 멀리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쥔장이 없다.
▲ 산마루에 탑이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 산을 나오다.
대둔산의 논산을 우리는 걷고 느꼈다. 완주에서의 대둔산은 온통 계단만이 기억에 남았다.
논산의 대둔산은 온통 산죽과 너덜로 둘러쌓이고, 낙조산장이 고즈넉히 자리잡고 있다.
낙조대 주변은 야영도 적당하고, 낙조대에서 마천대로 이어지는 산길이 아지자기한 바위들이 멋을 뽐내고
있었다.
산에서 옷을 대충 입더니 감기 들었다는 마눌과 딸봄의 놀림에 맞서 나쁜 기운 빠졌다고 우겨대는 나..
내일 아침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 것인가?
첫댓글 멎지시네요 저희집에서 조금만 ? 가면 되는데 ㅠㅠ 아직도 가볼질 못했으니 좋은글,사진 잘 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꼭 한번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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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삼총사 야영이었습니다^^
멋진 가족이군요..겨울 비박을 가족과 하고 싶네요.
한번 시도해보세요^^
모기님 부럽습니다 가족 모두가 산을 많이 사랑 하시나 봅니다 저도 언제나 이런산행을 해볼수 있을가요 아주 좋아보이네요^^♥
모두 산을 좋아합니다. 함께 시작한 취미였답니다.
부럽습니다~~^^
우리집엔 아무리 가자고 꼬셔도 안간다는군요 ㅋ
고맙습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했더니 거부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