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만금 간척사업을 위한 방조제가 건설되고 있는 전북 부안군 제2공구 현장. 부안군 대항리의 내륙에서 뻗어나온 6㎞의 바다 위 길이 끝난 지점에서 서해의 물살이 초당 4.2m의 빠른 속도로 세차게 내해(內海) 쪽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길 반대편엔 신시도에서 뻗어나온 방조제가 1.6㎞를 사이에 두고 바짝 다가선 상태.
이 두 방조제가 이어져 서해의 물살이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 새만금에는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내해쪽으로 장대하게 펼쳐진 4만100ha의 바다갯벌이 ‘세계 최대의 환경파괴 현장’이 될지 ‘전북의 미래이자 약속의 땅’이 될 것인지.
■ 새만금 중단, 어림도 없다.
"전북 사람 누구도 새만금 중단 소리에 콧방귀도 안 뀝니다.” 새만금 재검토 문제에 대해 전북의 도 관계자가 대뜸 잘라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최근 북한산 관통도로, 경인운하 등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형 국책사업을 재검토키로 함에 따라 최대 환경이슈인 새만금 간척사업도 함께 도마에 오른 것.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당시 ‘새만금 신기획 구상단’을 구성해 새만금 활용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공약한 것을 계기로 환경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공사를 중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전북 여론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상태다.
실제로 새만금 개발공사 현장의 관광객만도 지난해 116만여명. 부안읍의 한 식당 주인은 “새만금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 수입도 짭짤해졌다”며 “뭐가 들어서든지 사람도 늘고, 돈도 돌아다닐 것 아니냐”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부안군의 한 직장인은 “그동안 각종 개발정책에 소외된 채 천대받았는데 이제 유일하게 진행되는 국책 사업을 누가 반대하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지역단체나 지역언론은 연일 ‘새만금은 전북의 미래’라며 숙원 사업 해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되돌릴 여지 없는가
이제 와서 공사를 되돌리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공사 강행에 힘을 받쳐주고 있는 상황. 사실상 방조제 공사는 막바지에 달한 상태다.
2년동안의 공사중단 끝에 2001년 5월 정부가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한 후 전체 33㎞중 90% 가까이 진행돼 4.4㎞만 남겨 두고 있다.
새만금사업단의 정한수(鄭漢洙) 공무부장은 “이 상태로 방조제를 두면 땅도 못 만들면서 갯벌만 죽어나가고 서해의 세찬 물살로 방조제 유실 위험도 너무 크며, 방조제를 허물려해도 들인 돈(1조)의 다섯 배가 든다”며 “환경단체 주장대로 공사를 중단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다물결의 흐름이 급변하면서 새만금 갯벌은 이미 상당부분 갯벌로서의 가치가 잠식됐다. 한 어민은 “방조제 건설 후 예전에 잡히던 꽃게, 왕새우는 볼 수 없고, 백합 등 조개류도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은 갯벌을 살리면서 전북의 개발욕구 충족이란 타협점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김석철(金錫澈) 명지대 교수의 바다도시 구상안에 대해서도 냉담하긴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의 제안은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현 개방구간을 선박 통로로 활용하면서 새만금을 항만과 갯벌과 바다가 어우러진 바다도시로 만들자는 것.
전북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개방구간의 유속이 빠르고 조석간만의 차(6m)도 너무 커 항구로 만들기에 불가능하다”며 “경제적 실효성 여부를 떠나 해양공학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며 평가절하했다.
■ 환경재앙은 없는가
바다를 차단해 조성될 1만1,800ha의 새만금호가 시화호의 재판이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전북 여론은 분명히 할말이 있는 듯 했다.
양재삼(梁才三) 군산대 교수는 “호소 수질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의 체류시간으로 시화호는 유입수량이 적어 물순환주기가 10개월이나 걸리지만 새만금호는 4배 이상 빠르다”며 “향후 수질관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시화호의 전례를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부절적하다”고 말했다.
■ 새만금 땅 활용문제
하지만 새만금 간척사업의 부실 논란이 여전한 것은 당초 사업 목적인 농지확보가 유효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만금 사업을 강행한지 100일이 지난 후 쌀재고 누적 등으로 쌀 증산정책을 포기, 쌀 재배면적을 현 108만3,000ha에서 2005년까지 13만여ha를 축소키로 결정한 것.
환경단체들은 “농지를 줄이는 마당에 갯벌을 파괴하면서 2만8,000여ha의 농지를 확보한다는 것은 사업 타당성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논리가 그렇다고 새만금에 거는 전북의 기대심리까지 꺾지는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전북의 숨은 복안만 커진 격.
전북 애향운동본부 관계자는 “애초 전북도민의 기대가 농지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결국 산업단지로 용도변경 돼 각종 개발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과연 장미빛일까
하지만 전북 도민의 열망과 달리 새만금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산업용지로 변경할 경우 29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추가예산도 문제지만 전국적으로 공단분양율이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공단이 활성화될 지도 의문이기 때문.
장지영(張志英) 환경운동연합 갯벌보전팀장은 “실효성도 없는 산업단지 조성을 들먹이는 것은 결국 전북도민을 현혹시켜 공사를 강행시키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용기(朱鏞錤) 전주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새만금 수질 대책 때문에 상류지역은 산업시설 확장 제한 등 각종 규제에 묶이는 등 새만금 간척사업이 전북 도민 모두에게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니지만 실상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전북 도민의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