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을 앞둔 친구가 있었다. 의자에 앉고 설 때마다 임신부처럼 허리에 손을 받치고 걷던 사람이 어느 날인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는데 그를 낫게 한 건 수술이 아니라 한약 반 첩이었다. 부은 위장이 허리를 압박하여 생긴 통증이므로 허리가 아니라 위를 고쳐야 한다는 한의사를 만났는데 다섯 첩의 약을 지어주곤 닷새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완치가 되었다고 기뻐했다.
당시 난 위장병을 앓고 있었는데 가벼운 궤양이 점점 심해져서 천공 상태에 이르러 병원을 찾았으나 재발이 반복되었다. 친구의 권유로 그를 찾았는데 눈자위와 혀만 보고 곧바로 처방을 내렸다. 기이하게 여기는 내 눈을 보았던지 "서운하면 맥을 짚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고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의 절반은 암 환자라고 덧붙였다. 닷새 후 다시 찾았는데 그간의 상태를 묻고는 처방을 수정했고 나머지 다섯 첩을 지어주며 이것만 먹고 나면 위장이 아픈 일로 병원을 찾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그 후로 내가 아는 여럿이 그를 만나 병이 나았다. 병명은 저마다 달랐지만 공통점은 한꺼번에 많은 약을 주지 않고 닷새 정도의 간격으로 경과를 봐가며 처방을 바꿔가는 것이다. 척 보면 병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추적하듯 병을 찾아냈고, 찾을 때까지 병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그와 막역해진 나는 풀잎과 나무뿌리 따위로 어떻게 사람을 고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현재까지의 생각으론…, 현재까지입니다. 풀잎과 나무뿌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품고 있다가 몸에 다시 나눠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저마다 다르므로 상태를 살펴가며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저의 할 일입니다." "끝없이 설계 변경을 하는 것이군요."
그의 이야기가 집수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다루는 것이 사람에게 깃든 병이라면 내가 하는 일은 낡고 병든 집이라는 점만이 다르달까. < 조선일보(2019.10.08.) “一事一言(김재관·‘수리수리집수리’ 저자)”에서 옮겨 적음. (2019.10.08. 화룡이)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8/20191008002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