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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한 십여일 시골에서 보낼 생각이라 애들 보충수업 해야하는데
오늘은 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학부모들에게 컨디션이 안 좋아 오늘 수업 못 한다는 핑계문자 보냈는데..
마음은 개운치가 못하다
여러 일정에 바쁜 녀석들인데...
평온한 시절엔 마눌이 수업하지 말고 같이 놀자는 특정한 이유 말고는
수업에 빵꾸 낸 적은 거의 없었는데 근자엔 비일비재하게 수업을 빵꾸낸다
나에게 고 2 때 부터 수업받았던 애들 부모님들은 샘 또 한 잔 할려나 보네 하고
안주도 배달시켜 보내주시곤 하나..
올해 들어온 신입생 애들은 날 잘 모르니..일부 학부모는 화 내시기도 하고..
그래도 어쩔수 없다
난 마음 안 내키는데 억지로 일 하는 건 잼뱅이라..
근자엔 꿈을 자주 꾼다
아마도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니..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일테다
꿈속 다수는 지극히 평화롭다
아가랑 봄 동산에 노는 꿈..
마눌과 바닷가에서 빛나는 물고기 잡는 꿈..
아빠 무등타고 반디불 쫒는 꿈..
행복했던 기억들이 꿈속에서 투영되나 보다
깨고나면 오피스텔에 홀로 있는 자신을 자각하곤 서러워지고..
최근 친구 중놈이 자기랑 토굴에서 공부하자고 자꾸 꼬신다
그 친구 녀석 불납으로 40년이 넘었으니 충분히 한 소식 들었어야 했는데..
주지질 하고 사판질 하며 늙다보니 회한이 남았나보다
젊어서 토굴에서 화두 잡아야지 다 늙어 불성조차 쪼그라 들 나이에 무슨 공부 하냐고
49제 염불이나 잘 하고 기와불사나 잘 해서 신도들 돈 삥 은 돈으로 유니세프에 후원해서
다음생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그때 공부 잘 하라고 했다
친구놈도 한때는 수좌였다
여러 선방을 돌았고 제법 도인향기도 풍겼으나 총무원에서 감투 쓰고 사판질 하다
다 늙은 자신을 돌아보니 지 부모 버리고 세상 영화 버리고 대가리 깍았던 초심의
모습에 진한 회한을 느낄거다
상좌들에게 큰 스님이라 불릴게고 신도들에겐 도인이라 불리는 존경 받는 중..
그러나 실상은 헛 껍데기..
한 소식 듣지 못해 생사윤회을 끊지 못한 중놈은 고해의 바다를 헤메이는 나 같은
미물과 다를 것 없고..
작정하고 토굴 만들어 멸함을 각오하고 공부할 때 날 도반으로 생각했나 보다
세상 다 그렇게 사나 보다
부자인 정몽헌도 그렇게 죽고 권력을 잡았던 노무현도 그렇게 죽고..
여러 생각 놓아버린 천진한 서울역 노숙자보다 그 들보다 불행 할 것도 없을거다
천석꾼 천가지 걱정 만석꾼 만가지 걱정이라 더니
세상 평화로워야 할 중 놈 친구가 같이 공부하자고 꼬시고
하느님 빽 든든한 목사 친구놈은 가끔 술 쳐마시면 전화질해서 운다
세상은 다 그런가 보다
나 같이 이혼당하고 아가랑 고향 못가서 쳐 울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나에게
전화질 해서 괴롭다고 하는 목사놈이나 생사여문을 못 열어 두렵다고 징징거리는 중놈이나..
세상은 다 그런다
이재명이도 걱정에 잠 못 드는 밤 많을게고 윤석렬이도 내가 왜 그 지랄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나락으로 빠트릴 때..어쩌면 서울역 노숙자 아재 누군가 준 우유하나에
마냥 행복해하고 서울역에 떨어진 만원자리 지폐를 발견하곤 로또에 당첨되는 희열을 느낄거다
그 로또 당첨금으로 소주 5병 사서 주변 노숙자에게 네병 돌리고 한병은 햇살 받아 포근한
광장에 앉자 지나가는 사람 보며 소주 마시다..잠들면 가장 행복한 꿈 꿀지 모른다
서울역 노숙자의 삶이나 우리들 삶이나 뭐 다를 거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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