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시각장애인이 점자 선거공보 활용할 권리 박탈해

[구름처럼]

헌법재판소, 시각장애인이 점자 선거공보 활용할 권리 박탈해

합헌의견 5인·위헌의견 4인으로 헌법소원청구 기각

임예은 기자  |  lim0192@cowalknews.com

승인 2014.06.02  13:29:40

▲ 지난 2012년 11월 14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점자형 선거공보물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선거후보자가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내용을 활자 선거공보와 동일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장애인 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012년 11월 19일,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 이하 연구소)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함에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후보자의 선택에 맡긴 점 △활자를 점자로 변환했을 때 통상 3배 이상의 분량이 필요함에도 점자선거공보를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로 작성하게 해 정보 접근에 있어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점을 들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바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9일, 합헌의견 5인, 위헌의견 4인으로 헌법소원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거공보물 이외에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서 후보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에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소수 의견인 위헌의견에서는 ▼선거권과 선거의 공정성이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심판 대상 조항이 입법자의 재량영역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선거공보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임에 반해 방송과 인터넷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심판대상 조항이 시각장애인에게 불평등을 초래해 선거권 행사에서 차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소는 “국민의 기본권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을 합헌결정 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더구나,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라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태만히 방기하고 있는 것이며, 시각장애인 고유의 문자인 점자를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장애인의 기본권을 후퇴시키고 차별행위를 정당화 한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하며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평등을 위한 중대한 기본권인 선거권에 있어서 여전히 장애인은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소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공직선거법의 조항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권 침해를 확인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조항(국가인권위원회 2005. 3. 28.자 04진기95 결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결정에서, “시각장애인이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공받을 권리는「헌법」과「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복지법」,「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라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