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몸과 마음에 한 잔 차(茶)의 여유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
그러나 하루에 대여섯 잔씩 커피나 녹차 등을 마셔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주스나 청량음료도 차 마시는 ‘고역(苦役)’을 덜어주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갈증을 해소하고 몸도 보(補)하는 시원한 한방차를 준비하면 어떨까.
대접하는 사람의 센스와 품격이 올라간다.
▲ 여름철 커피나 청량음료 대신 내 놓는 시원한 전통차에는 대접하는 사람의 품격이 담겨있다.
사진은 인사동 떡카페 질시루3에서 전통차를 마시는 모습.
/김진평기자 jpkim@chosun.com
◆ 오미자차 =오묘하게 붉은 색감과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이 어울린 오미자차는
여름철 축축 늘어진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사과산이 많아 피로회복에 좋고, 갈증 해소 효과가 있다.
뇌파를 자극하는 성분이 있어 밤샘 작업하는 사람이나 수험생에게도 좋다.
오미자를 끓이면 맛이 몹시 쓰므로 깨끗하게 씻은 오미자를 생수나 정수한 물에
24시간 담가 우려낸 뒤 찌꺼기를 걸러내고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마시면 좋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려 체력 소모가 많은 사람은 인삼을 달인 물과 섞어 마시는 게 좋으며,
식은 땀이 나는 사람은 여기에 황기와 감초 달인 물을 섞어도 좋다.
◆ 제호차 =제호차의 주 재료는 푸른 매실 열매를 질그릇 냄비에 넣어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검게 구워 말린 오매육(烏梅肉).
여기에 가루를 낸 백단향, 사인, 초과 등을 섞어 중탕을 해 놓았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면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는 제호차(탕)가 된다.
더위와 갈증이 가시면서 전신이 상쾌해지는 효과가 있어
여름철 궁중에서 즐겨 마셨다 한다.
꿀 등에 잰 매실 열매를 냉수에 타 마시는 매실차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 생맥산차 =인삼과 맥문동, 오미자를 구입해 가루를 낸 뒤
1:2:1의 비율로 물에 타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차게 마시면 여름철 음료로 제격이다.
주 재료인 맥문동은 심장의 열을 없애주고 활동력을 왕성하게 해 주므로
갈증을 자주 느끼거나 체질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좋다.
피로회복과 다이어트용 차로도 제격이다.
◆ 솔잎차 =공해가 없는 심산(深山)에서 딴 솔잎이나
약재시장에서 산 솔잎을 응달에서 잘 말린 다음
가루를 내서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쌉쌀한 솔잎 향을 느낄 수 있다.
위나 장이 약한 사람에게 특히 효과가 좋으며,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송충이를 막기 위해 수간 주사를 맞은 소나무 잎을 따면
인체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간주사를 맞은 나무는 하얀 페인트칠 등으로 표시를 해 놓는다.
◆ 그 밖의 여름 한방차 =여름철 배탈 설사에는 인삼차와 백굴채(애기똥풀)차가 좋고,
더위를 먹어 피로하고 입맛이 없을 때는 익모초 생즙이 좋다.
땀이 많이 나는 사람에겐 몸의 진액을 보충해 주는 둥굴레차와 말린 쑥 잎으로 만드는 인진차,
산수유 열매를 말려 달인 산수유차 등이 좋다.
티백 둥굴레차가 유행이지만, 생 둥굴레로 만든 차와는 맛과 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칡차는 냉방병으로 피의 흐름이 원활치 못해 등허리 등이 뻐근하게 아플 때 효과가 있다.
머리와 눈을 혹사하는 직장인들에겐 국화 꽃잎을 달인 국화차가 좋다.
<도움말:이경섭·강남경희한방병원장, 주입산·꽃마을한방병원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