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인터넷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을 일삼는 이들의 IP주소를 추적해 출처를 공개함으로써 망신을 주는 이른바 ‘IP추적놀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즘 네티즌들의 대대적인 IP주소 추적으로 망신살이 톡톡히 뻗친 곳은 바로 한나라당. 인터넷 이색 뉴스사이트인 도깨비뉴스(www.dkbnews.com)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의 시사·뉴스 갤러리에 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난하는 욕설이 동일한 IP주소(211.44.187.143)에서 끊임없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이 이를 추적한 결과 이를 사용하는 곳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7-7 한나라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네티즌들은 게시판에 이 IP주소가 나타날 때마다 ‘한나라당 알바 또 떴다’나 ‘청년실업 시대에 일거리를 만들어준 한나라당에 고맙다’ 같은 댓글을 달며 한나라당 IP주소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폭행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김병현 선수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차두리 선수에게 ‘못난 기회주의자’ 등 원색적인 욕설을 올렸던 곳이 당시 김 선수와 갈등을 빚고 있던 신문사라는 사실이 네티즌들의 IP주소 추적으로 밝혀져 비난이 봇물 터진 듯한 바 있다. 또 지난 2000년 총선 당시에 낙선운동을 주도하던 시민단체 게시판에 수차례에 걸쳐 욕설과 비방을 했던 곳이 바로 국회였다는 것도 IP주소 추적으로 확인돼 의원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한·일 네티즌간에 벌어지는 사이버 갑신왜란과 관련해 익명으로 각종 게시판에 ‘독도는 일본땅’이라며 우리나라를 비하하던 글의 출처도 일본 도쿄라는 사실이 네티즌들의 IP주소 추적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독도문제와 관련해 ‘KFC’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도 일본땅’이라는 등 노골적인 친일언사를 일삼는 네티즌을 찾는 ‘KFC 찾기 놀이’도 한창이다.
IP주소를 안다면 후이즈(ipwhois.nic.or.kr) 등의 사이트에 이를 입력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에 IP주소 추적을 피하기 위해 PC방을 옮겨 다니며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를 상대로 거액을 요구하던 협박범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공개되지 않은 IP주소까지도 추적이 가능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첨단프로그램 덕분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IP주소를 찾아내는 것은 불법이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IP추적놀이’를 위한 각종 정보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IP주소 추적카페’ 10여곳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 8월에 개설돼 600명이 활동하는 해킹넷(cafe.daum.net/hakingnet)에는 익명게시판에 숨어서 상습적으로 악성댓글을 올리는 ‘블랙네티즌’을 찾기 위한 다양한 IP주소 추적 노하우가 소개돼 있다. 인터넷 만화 웹진 ‘두고보자’의 운영자이면서 악성댓글의 IP주소 추적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김낙호씨(30)는 “IP추적놀이는 인터넷 문화를 어지럽히는 일부 악성 네티즌을 공개해 네티즌 스스로 질서를 회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eco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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