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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빠와 베트남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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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사랑과 영혼
차태현 추천 0 조회 136 14.11.21 10: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언젠가 부터...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버릇이라기 보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상황이 만든 현상...

 

그것이 뭐냐 하면...

 

혼자 가족을 멀리서 바라 보는 것...

 

집에서도, 바깥에서도, 나들이나 여행갈 때도...

 

아내와 두 아이가 친구처럼 함께 얘기하고 게임하고

간식을 만들어 먹거나, 밥을 먹고 있거나, TV를 보거나,

동화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을 때나,

바깥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산책하고 놀고 있을 때...

 

나도 함께 하기도 하지만, 내가 없이 그들만의 어울림일 때...

난 멀찍이 떨어져(식구들이 나를 의식하지 않는 거리를 두고)

다정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수 없는 슬픔...영원한 이별과 같은 그런 감정에 젖는다.

 

유명했던 외국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고로 먼저 이 세상을 떠나,

영혼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내려 보며 가슴 아파하는...

 

 

 

 

 

 

 

 

 

 

많은 나이 차이가 자연스러운 국제결혼 -한베결혼...

 

딸 같은 나이의 아내를 맞이한 분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아내와 나이 차이가 적잖게 많다.

 

그러나

 

한국 여성들처럼, 신랑과의 나이 차이에 별로 개의치 않는,

조금은 특별한 문화 풍습을 가진 베트남 아내들로 인하여,

국내결혼 부부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그 많은 나이 차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문제 없이 잘 사는

한베가족 부부들이 적지 않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말도 있으며,

두 국가간의 서로의 현실적 필요에 의해 이뤄진 국제결혼의 특수성과

베트남의 남다른 역사와 환경으로 이뤄진 문화 풍습아래,

조건보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순박한 베트남 신부들의 의식이 한 몫하여,

아빠같은 신랑이라도, 또래 나이 신랑처럼 마음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잉꼬 부부처럼 살아가는 한베 부부들은 복받은 사람들이다.

 

 

 

 

 

 

 

 

 

 

 

 

한베가족 부부는 신랑이 먼저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99%이다.

 

나 역시, 그 범주에 속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족을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하늘에서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미리 연습하듯...

 

참으로...가슴 아프고 슬픈 운명의 드라마 주인공이 아닐수 없다.

 

('사랑과 영혼'의 남자 주인공과 같은 신세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비슷한 나이의 아내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자식들이 성장하여 결혼하고 자기들 인생을 알아서 살아 나가며,

자식에 대한 걱정은 덜고, 오히려 자식에게 도움을 받으며,

부모는 서로 의지하고 정을 나누다 비슷한 시간에 세상을 떠나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국제결혼 부부는 이런 점이 큰 단점이다.

 

자식들과 너무 세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자식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자식들이 성장할 때 까지 뒷바라지 해 주는 과정에서,

한국 생활에 서툰 아내 대신, 나이든 아빠가 학교 선생님 면담이나

아이들의 행사등에 참석할 때, 다른 일반 아이들 아빠와 달리

너무 많은 나이를 먹은 아빠의 모습이 부담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학교 교육과 생활 적응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곤란과 부작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예를 들면...초등 1학년에 들어가면, 엄마들이 모임을 가지고

 서로 만나 소통하고 의논하며, 담임 선생님에게도 알아서 챙겨드리고,

 아이들을 위해 여러 노력과 실천들을 하는데...

 한국말도 어직 서툴고, 그런 모임에 적응하기 힘든 베트남 엄마들이

 모임에 참석하여 함께 하지 못하니... )

 

 

 

 

 

 

 

 

13년 전 갑자기 시작된 한베결혼...

 

제대로 국가적인 준비도 없이, 어렵지 않게 너도 나도 행한 한베결혼...

 

아직 자녀들이 어리고, 먹고 살기 바빠 깊이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

앞으로 자녀들이 더 성장해 나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난제들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몰고 올 예감이 든다.

 

저녀들이 예민한 사춘기에 접어 들기 시작하면...

 

아직 다문화 정착이 덜 된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엄마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것과,

할아버지 같은 나이의 아빠에 대한 부자연스러움,

엄마에게 받아야 하는 여러 가르침의 부족함,

자신들이 다 성장하기 전에,

나이들어 자신들 뒷바라지에 어려움을 겪을 아빠...

 

등등...

 

아직 한국 생활에 서툰 아내와,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자녀를 남겨 두고

혼자 먼저 세상을...그들 곁을 떠나야 하는 늙은 아빠...

 

 

 

 

 

 

 

 

재래시장이나 큰 마트나 공원이나 시내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한베부부들을 바라 볼 때 마다 느끼는 낯이 붉어지는 부끄러움...

 

 나 역시 그러하지만, 어린 외국 아내와 늙은 한국 신랑...

 

딸 같은 아내를 둔 나이 든 남편으로써,

돈이나 권력 혹은 멋진 외모나 사회적 명예 등으로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면 그나마 조금 나은데...

볼 품 없고 늙어 뵈는 신랑...

 

바로 이것이 다문화가족 부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가장 큰 약점 -아킬레스건을 커버할 지혜로운 대처 방안을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화합하고 노력하여 찾아야 한다)

 

국내 결혼에서, 딸같은 나이의 아내를 맞이하는 신랑은,

재벌, 고위직, 연예인, 저명인사 등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국제결혼이라고 딸같은 나이의 아내가 당연하다는 것은,

두 국가간의... 특히 경제적 차이로 인한 까닭 때문에

나이든 신랑과 어린 신부가 부부가 될수 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으로 이뤄진 이유라고 이해한다고 해도,

결국은 매우 어울리지 않는 조건으로 맺어진 부부이기에,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으로 결심하여 행한 결혼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특히 신부가 한국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느끼고 인식하게 되는 자신과 신랑의 운명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염려스럽다.

 

(나도 예전까지는...순박한 나의 신부가 고맙고 좋기만 해서,

 베트남신부들을 무척 칭찬하고, 좋은 아내와 결혼한 한베가족은

 행복한 부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줄기차게 주장홰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아내는 아직 별 말 없이 잘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 "이건 ...아닌데..." 라는 남모르는 혼자만의 회한에

 빠져 들 때가 많아진다.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로...암 것도 모르는 어린 여자를

 마치 돈주고 사서 데려 온 것 같은 미안함...)

 

 

 

 

 

 

 

 

13년의 아직은 짧은 한베결혼 역사...

 

대부분 나처럼 국내결혼에 어려움과 기피로 인해 결심하여,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아 가 결혼한 한베결혼...

 

그 13년의 시간 동안...

 

한베가족 가장들이 한베가족 카페에서 행하여 온...

부자연스런 결혼 만큼, 스스로 느끼는 자격지심을 숨기며

같은 한베결혼자들 끼리 서로의 얼굴에 침뱉으며,

연장자 선배에게 반말과 욕설을 밥 먹듯 하는 일부 사람들을

포함한 너무나 창피한 모습의 부끄러운 자화상...

 

이것이 대한민국 한베 결혼자들의 현 정체성...

 

매우 치명적 약점을 가진 한베가족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예견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시간과 열정을 바쳐

같은 운명의 한베가족들을 위해 애써 온 분들은,

한심한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모두 떠나 갔다.

 

 

 

 

 

 

 

 

 

 

 

거대한 쓰나미가 육지로 들이 닥쳐야 그 괴력을 실감하듯...

저 먼 바다에서 밀려 오는 쓰나미 파도를 보고도,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생각지도 않고

 

오늘도

 

아내와 자녀...자신의 가족-한베가족에게 조금도 도움 안되는

쓸데없는 잡담과 패거리 동네 놀이터 쌈박질과 "형님 동생"

개인 사담의 글들을 도배하며

 

밀려 오는 쓰나미를 경고하는 경비대원 마이크 소리가 시끄럽다고

집단으로 몰려가 테러하고 있는 요지경이 펼치지고 있는

 

한베가족 카페...

 

오늘(어제) 저녁에도

 

저녁 식사를 하고, 밖의 마당 한 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밥주기를 기다리는 우리집 개(발발이)와 둘이서...

 

따뜻하고 화사한 전등 불빛이 가득한 집안에서,

저녁 밥을 먹거나, 방을 오고 가는 아내와 아이들을

물끄러미 슬프게 바라보았다.

 

'사랑과 영혼'의 남자 주인공 같이...

 

이게...나만의 한베결혼자 -한베기족의 슬픈 자화상일까...

 

 

 

 

 

 

 

 

 

 

 

 


        Unchained Melody - Righteous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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