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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07
S#1 회의실
긴장된 얼굴로 들어오는 지수.
도연, 창가에 등 돌리고 서있고 테이블에 지수 포트폴리오 놓여있다.
지수 실례합니다.
도연 (돌아보는, 무심한 표정이고)
지수 안녕, (하, 하다가 도연 알아보는, 헉! 놀라 뚝 서고)
도연 (감정없는 지수 똑바로 쳐다본다) ...
-프래쉬컷. 펜션에서 도연과의 장면...
지수 어머... (끔찍한 맞대면에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막고)
도연 (태연하게 다가오며 사무적인) 오랜만입니다. 앉으세요.
지수 (너무 당황해 어쩔줄 모르는) ...저기...
도연 (웃긴다는, 냉정한) 왜 그렇게 놀래요? 나 이 방송국에 있는거 몰랐어요?
(하다가) 아, 까맣게 잊어버렸을수도 있겠네요. (앉고)
지수 (그건 아닌) 여기... 안 계신줄 알았어요.
도연 (힐긋 보는) 면접 안 볼거예요?
지수 (너무 사무적인 태도에 얼른 정신 차리고 일단 앉는)
도연 새로 포트폴리오 갖고 왔습니까?
지수 아 네... (포트폴리오 내밀고)
도연 (받으며) 아카데미 출신이라던데, 이쪽 공부는 언제부터 했어요?
지수 (당혹스러워 시선 둘데 모르고) ...2년.. 됐어요.
도연 (어쩔수 없이 약간의 비아냥섞인) 부군은... (첫장 넘기며) 안녕하신가요?
지수 네?... (도연의 비아냥 느끼는, 일부러) 네, 덕분에요... (하지만 당혹스럽고)
도연 (포트폴리오 탁탁 넘기며 차갑게) 굳건한 가정에,
이제 자아실현에 나선건가요?
지수 (굳어지고)
도연 요즘 트랜드는 아닌데... 창의적이긴 하네요. (포트폴리오 탁 닫으며,
사무적인) 현장 경험 없죠? 방송 일 할 자신 있어요?
지수 (더 못견디고 일어서는)
도연 (보면)
지수 제가 잘못 온거 같네요. (황망히 돌아서 나가는)
도연 (나가는 지수 흔들림 없이 본다)
S#2 복도
급하게 나오는 지수, 화끈거리는 얼굴 만지며 도망치듯 뛰어간다.
S#3 회의실
팔짱끼고 앉아서 물끄러미 포트폴리오 쳐다보고 있는 도연.
종배, 작은 쟁반에 커피 두 잔 놓고 들어온다.
종배 형, 윤지수씨 안오셨어요?... (하다가 코 킁킁거리는) 어, 왔긴왔는데?
이게 그 뭣이냐... 그 불란서제 무슨 향순데?
도연 (지수가 미처 챙기지 못한 포트폴리오 집어드는)
종배 벌써 가셨어요? 형!
도연 (아무일 없었던듯) ...한잔만 두고 가봐. (포트폴리오 찬찬히 보는)
S#4 백화점 가전 매장 층
걸어오며 얘기하는 세정과 정선.
정선 이제 다 끝난거야?
세정 (손에 든 수첩 보며) 어, 기본적으로 필요한건 다 끝났어.
정선 어지간하다. 어쩜 첨부터 끝까지 다 지 손으로 골라?
세정 (웃으며) 우리 부부가 쓸건데? 당연히 내가 골라야지.
정선 그럴거면서 하루에 다 해치워?
세정 빨리 우리집에 가서 살려구. (하다가) 아! 차부터 뽑았어야 했는데.
정선 당분간 내 차 쓰던가.
세정 안돼, 매일 나가야되는데. (정선 팔 잡으며) 언니, 자동차 대리점부터 가자.
정선 못말려, 정말... 그래, 가자. (가는데)
S#5 지수 가게
구경하는 여자 두엇 있는 가게. 민수, 물건 담긴 쇼핑백 들고 나가는 손님 뒤에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돌아서는데 기운없이 들어오는 지수.
민수 (자기 실적에 먼저 신난, 쇼윈도 쪽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테이블 세팅
가리키며) 저 크리스마스 테이블 세팅 통째로 하나 팔았다? 그릇까지 다.
그리고 촛대 하나랑, 머그컵 세트...
지수 (소파로 가서 힘없이 앉는)
민수 (와서 앉으며) 참, 어떻게 됐어? 면접 잘 봤어?
지수 (외투 벗으며) 잘 안됐어...
민수 잘 안됐어? 아니 왜?
지수 (핸드폰 울린다. 받는) 여보세요?
종배(휠) ‘맛과 멋’ 조연출 김종밴데요, 낼 모레 회의날 나오시래요.
지수 (놀라는) 네? 지금 뭐라 그러셨어요?
종배(휠) 아, 구피디님이 같이 일해보시자구요.
지수 (예상 못했던 소식에 순간 당황해서) 저하구 일을 하자구요?
종배(휠) 예, 낼 모레 두시까지 오늘 오셨던 사무실로 오시면 돼요.
지수 (어떡하나) ...
민수 (입모양으로) 왜?
종배(휠)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수 저기... (결심한) 저기요, 죄송한데 저 그 일 못할거 같거든요... 감독님한테
못하겠다고 전해주세요. 죄송합니다. (끊는)
민수 (놀라) 뭐야? 방송국이야? 근데 왜 못하겠다구 그래?
지수 그냥...
민수 언니가 얼마나 벼르던 기횐데 그냥이야? 뭐야?
지수 ...마음에 빚진 사람이거든... 불편해서 못하겠어.
민수 그럼 일 잘해서 갚으면 되지... (하다가) 언니가 피디한테 빚질 일이 다
있었어? 언제?
지수 (혼잣말처럼) ...두고두고 생각날때마다 참 미안해... (씁쓸한) 그때 내
자괴감이 너무 커서...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건데, 그 사람한테는.
(자책) 그러면 안되는거였어.
민수 (퍼뜩 떠오르는) 혹시 그때 그 사람 아냐? 언니 술취했을때 데려왔던
그 남자! (갸웃하며) 젊던데?
지수 언제 한번 만나면 꼭 말하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했다구.
민수 (이상한 듯 보고)
지수 ...근데 이렇게 만나냐... (고개 푹 떨군다)
S#6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도연에게 다가오는 종배.
종배 (이상한듯) 형, 윤지수씨 못하겠대요.
도연 (돌아보는, 예상했던, 아무렇지 않게) 안한대냐?
종배 아니 못하겠대.
도연 (잠시 멈칫) 못...하겠대?
종배 그러게, 집에 가는 길에 교통사고 났나? (갸우뚱) 어떡해요?
도연 (아무렇지 않은듯) 뭘 어떡해? 하기싫음 하지 말아야지. (다시 돌아앉는데
표정 어두워진다)
S#7 웹디자인 회사 일각
담당자와 마주 앉아있는 세정.
탁자 위에 세정이 그동안 진행했던 파티들 자료와 사진들 놓여있다.
세정 홈페이지 구축이 제일 급하니까, 빨리 좀 부탁해요, 팀장님.
담당 회사 이름하고 로고는요?
세정 네이밍하고 로고 디자인은 미국에서 해왔어.
담당 (웃으며) 오실장님 추진력 알아줘야 된다니까. 아참, 이제 오사장님인가요?
세정 사장은 무슨? 업계 1위 만들때까지 내가 다 뛰어다닐건데.
담당 아 이거 철야작업 해야겠는데요.
세정 (강조하는) 화면 너무 날리면 안돼요.
S#8 다인 학교 교문 앞
친구들과 나오는 다인. 재민, 교문 옆에 서서 다인 본다.
2년만에 보는 딸... 뭉클하며 눈물 날 듯 보는데
교문 앞에서 손 흔들고 혼자 재민쪽으로 오는 다인.
재민 (반가운) 다인아!
다인 (보고 뚝 선다. 이내 흥하고 빠르게 가는)
S#9 거리
종종거리며 빠르게 가는 다인. 재민, 성큼성큼 얼만큼 거리 유지하며 뒤따라간다.
기척 느끼고 있던 다인, 어느 순간 홱 돌아선다.
다인 왜 자꾸 따라오세요?
재민 아빠 안 보고 싶었어? 아빤 우리 다인이, (하는데)
다인 누가 아빠야?... (하지만 초췌해진 재민 보는 눈이 흔들린다)
재민 (멈칫하는)
다인 (도로 쌩 돌아서고)
재민 (따라가며) 아빠가 편지 많이 보냈는데... 읽었어? (일부러 쾌활하게)
아빠가 니 답장 엄청 기다렸어!
다인 (뚝 멈추는, 다시 돌아서는, 또박또박) 2년 전에 꼭 말하고 싶은게 있었어,
아빠한테.
재민 (말이라도 해주니 반가운, 웃으며) 뭔데? 말해봐.
다인 (쏘아대는) 이런 아빤줄 알았으면 아빠 딸로 안태어났어.
재민 (놀라고) !
다인 옛날에 아빠가 그랬잖아. 아빠 딸 될려구 내가 기를 써서 일등한거라구.
(떨리는) 3억마리 정자 중에서 내가 일등이어서 아빠 딸 된게 보통
인연이냐구... (눈물나려는) 근데 괜히 일등했어!
재민 (콱 메이는, 눈물 글썽해서) 우리 딸... 많이 컸구나...
다인 (말은 해댔지만 가슴 아프다, 다시 홱 돌아서가는데 눈물 뚝 떨어지고)
재민 (딸의 상처에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는, 눈물 어려 보고 섰다)
S#10 식당 앞 거리 (저녁)
걸어오다 놀라서 도연 보는 세정.
세정 (멈춰서는) 그러는 법이 어딨어? 귀국하자마자 바로 일을 하래?
도연 미국 체류 많이 봐줬잖아, 사표 쓸 각오했었는데.
세정 사표 쓰면 되지.
도연 (황당한) 뭐?
세정 안그래도 자기 그 방송국 다니는거 별루였어. 비전이 없잖아.
도연 (기막혀) 오세정.
세정 이참에 프러덕션 차리는거 생각해봐. 프러덕션 사장이 훨씬 더
근사하잖아. 자기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 골라 만들 수 있구.
도연 (다시 가며) 내 일이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구.
세정 (이해 안되는) 그 일이 왜 좋은데? 맨날 음식이나 집안 꾸미기 같은걸로
쪼물락 쪼물락.
도연 (굳어지는, 돌아서며) 난 사람사는데 꼭 필요한 작은것들이 소중하고 좋아.
맛있게 먹고 안락하게 쉬고, 편안히 자고. 삶의 기본이잖아.
세정 (기색 모르고) 기본만 갖고 어떻게 살아?...
도연 (상대 안하려는, 좋게) 밥이나 먹자. (들어가고)
세정 (그제야 아차! 얼른 따라 들어가는)
S#11 식당 앞 (저녁)
혼자 앉아있는 세정. 앞자리에 도연 가방과 지수 포트폴리오 놓여있다.
세정 (물마시고 내려놓다 포트폴리오 본다)
도연 (손수건으로 손 닦으며 자리로 오는데)
세정 (무심히 포트폴리오 집어드는)
도연 (얼른 다가와 포트폴리오 뺏어들며) 주문했어? (앉고)
세정 (벙해서) 보게 줘봐.
도연 (본능적으로 보이기 싫은) 뭘봐, 볼거 없어. (가방 밑으로 넣고)
세정 테이블 세팅이라면 내가 더 전문가야. 실력 어떤지 봐줄께.
도연 (말돌리는, 웃으며) 주문했냐구요.
세정 (서운한) 주문했어요!
S#12 마실 앞 (저녁)
베개 든 큰 비닐봉지와 장본 비닐봉지 들고 오는 서운, 무심코 간판 본다.
서운 마..실?... (갸웃하며) 어디서 봤드라... (하다가 생각난) 아이구 재수 없어.
재수없게 마실이 뭐여, 마실이! (가는데)
선녀 (막 나오다가 듣고, 발끈) 이보세요! 왜 남의 가게 이름 갖고,
서운 (막 돌아보는)
선녀 (동시에) 재수 없대요! (하다가 서운 화들짝 놀라는) 어머!
서운 (선녀 알아보고 놀라 눈 커지고)
S#13 재민집 거실 (저녁)
급하게 뛰어들어오다 베개 뭉치 깔고 엎어지는 서운.
재민, 싱크대에서 라면 넣다가 돌아본다.
재민 (놀라) 어머니! (얼른 다가오는)
서운 (겨우 몸 바로하며) 야야, 애 애비야. 다, 다인이 다인이 에미랑
이 동네 살어, 야.
재민 ...차차 말씀 드릴려고 했는데, 만나셨어요?
서운 (정색하고) 알고 왔으면, 일부러 왔단 말여?
재민 (앉으며) 그냥 근처에 있고 싶어서 왔어요.
서운 근처? 누구 근처? 다인이?... (하다가 의혹) 애비... 다인에미 땜시
이사온거냐?
재민 (멋쩍은, 긁적이며) 아! 라면 불겠다. (일어서려는데)
서운 (허벅지 눌러앉히며) 아이구, 교수를 허지말구 북장사를 혀라, 이눔아.
재민 (무슨 말인가? 보면)
서운 뒷북 참 잘친다, 너! 뒷북을 쳐도 어지간히 쳐! (열나서 다다다 해대는)
다인에미가 너 받아나줄성 싶어서! 너 그때 그 백여시 겉은거한테 뻥
차이고 술독에 빠져살 때 말이다, 내가 다인에미 찾아 안갔었냐.
너 낙동강 오리알 됐다구, 위 빵구나서 죽게 생겼은게 너 한번만 너
봐달라고 내가 싹싹 빌어도 나 몰라라 콧등으로 흥, 하더라!
재민 (놀라는) 에미 찾아갔었어요?
서운 그려! 무릎만 안꿇었지 이 무건 머리 조아리며 빌었다, 내가! 그뿐이여?
2년동안 다인이 한번 나한테 안뵈줬어!
재민 (짐작되는) ...다인이가 안간다고 했을거예요.
서운 자식이 그러는데 에미는 인제와 너 봐줄거 같어?
그래서 한동네로 기어들어와!
재민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걱정마세요, 어머니.
서운 (웃긴다는) 니가 알아서 한다는 말을 해도 되는 놈이냐!
재민 (멋쩍게 일어서며) 라면 다시 끓여야겠다. (싱크대로 가고)
S#14 지수집 주방 (저녁)
부대찌개 한숟가락 떠서 맛보고 있는 다인. 민수, 싱크대에서 부대찌개 남은 재료 정리하고 있다. 수저 놓고 있는 지수.
다인 카- 죽인다.
지수 (놓다가 보는) 맛있어?
다인 얼큰하고 칼칼하면서도 시원해. 엄마 부대찌개 캡이야.
민수 (비닐팩에 남은 햄 넣으며) 쟤 크면 술 좀 마시겠어.
지수 좋지! (싱크대로 오며) 같이 포장마차두 가구... (민수 한대 탁 치며) 또
아무렇게나! (롤팩 꺼내며) 햄 매일 먹는거 아니잖아. (롤팩에 진공포장하며)
이렇게 해야 신선하게 오래 간다니까!
민수 먹는거 철저한 버릇은 여전하다니까?
선녀 (뛰어들어오는) 얘, 얘! 얘!
셋 (돌아보면)
선녀 (다인 보고) 다인이 학원 안갔니?
다인 (삐죽하며) 할머니 또 나 몰래 비밀 얘기할려구요?
선녀 (웃으며) 스무살 되면 끼워주께. 잠깐 방에 가 있을래?
다인 (뿌해서 나가고)
선녀 (앉으며, 작게) 지수야, 다인아빠 이 동네로 이사왔대!
지수 알아요.
선녀 왜 이 동네로 이살 왔대니? 참, 그럼 제주도에서 완전히
올라 온거래니? 아니다, 찾아와서 뭐래디?
지수 (말하기 싫은) 몰라, 슬쩍 왔다가 슬쩍 갔어요.
선녀 (벙해서) 뭐가 그래? 와서 무슨 말인가 했을거 아냐. (혹시) 잘못했다구
싹싹 빌디?
지수 (황당하다는) 그 사람이 나한테 왜 빌어?
선녀 안빌어? 니 속을 그렇게 뒤집어놓고는 그 못된년한테 뻥차였다
돌아왔는데 안빌어? 빌고 벌을 받아야지! (말하다보니 화나는)
그 천하에 못되고 못된 그년은 어디서 발뻗고 산대니?
S#15 세정집 외경 (밤)
S#16 세정집 거실 (밤)
현대적이고 찬 느낌의 소파와 콘솔 등으로 꾸며진 거실, 티비 켜져있다.
소파에 기댄채 도연 무릎 사이로 두다리 넣고 앉아있는 세정, 늘 그래왔던 아주
익숙한 자세. 탁자에 과일접시 놓여있고.
세정 인터넷 홈피 만드는 사이에 난 사무실 구하구, 파티플래너하구 스텝들
고용하구, 홍보 시작하구 그럴려구. (도연 보면)
도연 (딴생각에 빠져있다)
<프래쉬컷>
‘제가 잘못 온거 같네요’ 하고 황망히 나가던 지수.
종배(소리) (이상한듯) 형, 윤지수씨 못하겠대요.
세정 (발로 도연 다리 툭치며) 자기 무슨 생각해?
도연 (흠칫 놀라) 어? 어, 일 땜에.
세정 스텝 구성 아직 안 끝났어?
도연 어, 아직.
세정 그깟 음식 프로에 무슨 뜸을 그렇게 들여?... (하다가 아차 싶어 헤- 웃고)
자기가 내 일 얘기 안들어주고 딴생각했잖아.
도연 (과일 집으며) 앞으로 바빠질거라며.
세정 (달라고 입벌리는) 아-
도연 (선선히 넣어주고 다시 집어서 먹는)
세정 (먹다가) 자기 나 사랑해?
도연 (어처구니없는 듯 웃으며) 그렇게 좀 묻지 말랬잖아.
세정 (익숙한) 사랑하냐고 물으면 안사랑해도 사랑해, 할 수밖에 없다구? 그래서
말은 의미가 없다! 그래두 해요. 자꾸 말해야 그렇게 느껴지지. 얼른?
도연 (할수없이 말해주는) 그래, 사랑해.
세정 (씩 웃으며) 으유 치사해. (도연 팔짱 끼고)
S#17 세정집 침실 (밤)
거실과 같은 컨셉으로 꾸며진 침실. 한쪽에 2인용 소파와 테이블 놓여있다.
세정 잠들어있고 도연, 어둠 속에 소파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다.
S#18 지수방 (밤)
이부자리 깔린 방. 잠들어있는 다인.
지수, 스탠드 켜놓고 작은 상에서 장부 정리하고 있다.
문득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지수.
도연(소리) 부군은... 안녕하신가요?
지수 (씁쓸하게 웃고) ...
S#19 정선집 침실 (밤)
서로 등 돌리고 누워있는 정선과 석주.
석주 도연이 자식 별종이야. (불편한 듯 정선 쪽으로 몸 돌리며) 세정이
하는대로 다 져주냐? 집에 크리스마스 파티에... 무슨 집에서 크리스마스야.
정선 그러게, (의미있는) 당신 후밴데 달라도 너무 달라.
석주 (받아치는, 등돌리며) 세정이 처제도... 알고보니까 당신과는 아냐?
정선 (힐긋 석주쪽 째리는데, 이불 어깨로 내려간다. 탁 잡아 끌어당기고)
석주 어 이거... 이불이라도 하나 가져와봐.
정선 (기막힌, 힐긋 돌아보면)
석주 (능글)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자꾸 애들 방에서 자하니까 나 혼자
자버릇해서 이런거잖아.
정선 (꼬듯) 그럼 다시 이방 쓸까?
석주 (못들은척 가는 코코는 소리 내고)
정선 (기막힌 듯 보다가 이불 확 제치고 일어나 내려서는)
석주 (놀라 눈 번쩍 뜨고 보면)
정선 (파우더룸 장에서 이불 하나 꺼내와서 덮는, 등 돌리고)
석주 (원래 이불 끌어다 덮는다. 편한 듯 바로 누으며) 아... (눈감고)
정선 (힐긋 그런 남편 돌아본다. 쓸쓸하다)
S#20 세정집 거실 (다른날, 아침)
서재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하는 도연, 막 신발 신는데
세정, 사진액자와 도연 지갑 들고 침실에서 달려나온다.
세정 자기 지갑 가져 가야지!
도연 (영문 몰라) 내 지갑?
세정 (웃으며 지갑 펼쳐보이면 세정 사진 꼽혀있고)
도연 (웃으며) 기어이. (받고)
세정 (둘이 찍은 사진 담긴 액자 내밀며) 이것두. 결혼사진은 죽어두 싫대서
봐준거야. 대신 이건 꼭 책상에 걸어놔야 돼요.
도연 (졌다는듯) 이거 안걸어놔도 나 결혼한거 다 알어.
세정 (가방에 넣어주며 장난스레) 가서 검사한다. (뽀뽀 쪽하고)
S#21 지수 가게
캐롤송 울려퍼지는 가게. 새로 들어온 크리스마스용 물건 박스들 한쪽에 쌓여있고 목장갑 낀 지수, 박스에서 물건들 꺼내 탁자에 놓고 있다. 문 요령 소리 들린다.
지수 어서오세요! (돌아보면)
도연 (지수가 두고간 포트폴리오 들고 들어온다. 작업복 차림인 지수 의외고)
지수 (놀라) 여긴 어떻게...
도연 (사무적인) 아카데미에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가게 훑어본다. 장사까지
하네? 의외인 듯 지수 보면)
지수 (포트폴리오 보고) ...제가 가지러 가면 되는데요.
도연 (바로 본론으로) 일 못한다고 했다면서요?
지수 네...
도연 (약간 도전적인) 왜 못합니까, 일할려고 학원까지 다녔다면서.
지수 (담담하려 애쓰며) 서로 불편하잖아요.
도연 (황당하다는) 뭐가 불편해요?
지수 (그걸 몰라서 묻나? 자기도 황당해서 보면)
도연 (감정 없이 말하지만 뼈있는) 우리, 깃털보다 더 가벼운 관계 아니었나?
더구나 윤지수씨, 과거 아무 의미 없는 인연에 얼굴 붉힐 정도로 순수하진
않았던거 같은데.
지수 (확 굳어지지만 할말없다)
도연 (여유있게 팔짱 끼며) 뭐가 겁나서 일을 못하지? (포트폴리오로 몸 툭툭
치며 가게 둘러보는) 뭐가 무서워요? 내가 무서워요?
지수 (미안함은 있지만 그 태도에 불쾌해지는) 누가 겁나서 일을 못해요!
내가 불편해서 싫어요. 하기 싫어 안할거니까, (포트폴리오 탁 빼내서
탁자에 탁 놓으며) 가보세요.
도연 (탁 돌아보며 비난하듯, 세게) 그럼 취미생활이었어요? 안정적인 교수 남편
있겠다, 아이 웬만큼 컸겠다... (비웃듯) 뒤늦게 자기계발한답시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유한부인들처럼. 그거였어요?
지수 (모멸감에 입 딱 벌어지고) 말 다했어요?
도연 (냉정하게) 나, 윤지수씨 작품 스타일 맘에 들어서 일하자고 했어요.
재능 보고 선택했고, 프로이길 원했는데... 취미였으면, (하는데)
지수 (강하게) 아니예요! (다다다 해대는) 나요, 시간 남아돌아 취미생활로 이쪽일
해보겠다고 설친것두 아니구요, 뒤늦게 자기계발한다구 헤매고 다니지도
않았어요! 그쪽이 뭘 알아요? 뭘 안다구 취미래요? 왜 그렇게 자기 멋대루,
(하다가 그런 자기 모습에 뒤늦게 당황하는, 후- 하며 돌아서는데 열난다.
손부채질하고)
도연 (예전 지수 모습 다시 보고 자기도모르게 살짝 미소 어렸다 사라지고)
그럼 못할 이유 없겠네요.
지수 (결심했다, 확 돌아서며) 그래요, 해요! 못할거 없어요!
도연 (얼른 표정 수습, 당연하다는듯) 그래요, 해요.
지수 (도연 반응에 잠시 멈칫했다가) 그래요, 한다구요!
도연 (무심히) 있다가 두시예요, 첫 회의. (포트폴리오 내려놓고 나간다)
지수 (얼결에 결정하고 벙해서 보다가) 그래에... 자기가 괜찮다는데 내가 왜
못해? 일인데 못할게 뭐있어!... (하다가 자기 차림새 내려다본다. 편한
작업복 차림의 추레한 모습에 뒤늦게 속상해진다) 아유... (바지 털다가
거울 가서 들여다보는, 흐트러진 머리 쓸어내리며) 꼴좀봐...
S#22 지수집 지수방
나름대로 옷 차려입고 화장하고 있는 지수. 다 한 듯 거울 보며 이리저리 살펴보고 가까이 들여다도 본다. 일어나서 옷차림새 보는 지수, 아무래도 옷이 맘에 안든다.
다시 옷장 문 열어 이옷 저옷 뒤적이는데 들어오는 선녀.
선녀 뭐가 이렇게 오려 걸려?... 2시라며.
지수 (뒤적이며) 아니 옷이... 너무 칙칙한거 같애서.
선녀 (훑어보며) 칙칙한건 알아 다행이다. 이래서 여자는! 평소에 가꿔야
되는거야. 비켜봐! (옷장 옷 살피며) 옷 하나, 화장 하나에 나이가 열 살도
왔다갔다 해, 이것아... (여성스런 옷 꺼내주며) 자, 이게 젤 낫다.
지수 (갸웃하며) 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을까?
선녀 입어나 봐! 지금꺼부다 열밴 나아.
지수 (받아들고 윗옷 단추 끄르며) 다인이한테 저녁 전엔 올거라구 해요.
선녀 그러게 뭔놈의 회의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대니?
S#23 정선집 거실
외출복 차림으로 나오는 정선.
정선 무슨 현장에 간식을 사 날르래... (신발 신고)
S#24 공사현장
골조 적당히 만들어진 공사 현장. (현장 헌팅 상황에 맞게 조정 예정입니다)
정선, 막걸리며 음료수, 떡, 족발 등 잔뜩 든 비닐봉지 든 배달원 데리고 온다.
작업하고 있던 인부들, 화사한 차림새의 정선 힐긋 본다.
인부1 (50대) 어떻게 오셨수?
정선 (새초롬) 강사장 댁에서 왔어요. (배달원에게) 이분들 드리세요.
인부1 아이구 사모님이신갑네. 이봐! 명진! 명진!
배달원 (인부2에게 건네주고 가면)
명진 (안에서 나오고)
인부 (호들갑) 사모님이시라네. 우리 반장이예요.
명진 (안전모 벗고 꾸벅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정선 (젊네?) 간식거리 좀 사왔어요.
명진 예, 감사합니다. (돌아보며) 다들 오시라고 하세요.
<시간경과>
한쪽에 적당히 모여앉아 막걸리며 족발등 꺼내놓고 먹는 인부들.
실내에서 공사 상황 둘러보고 나오는 정선. 명진, 말없이 뒤따라 나온다.
인부1 (막걸리 든 종이컵 내밀며) 한잔 드세요, 사모님.
정선 아뇨, 됐어요. 저 술 못해요.
인부1 막걸리가 술이간요? (하며 일어나서 들이대고)
명진 (동시에) 오씨 아저씨, 그냥 두세요. (하는데)
종이컵 출렁하면서 정선의 옷과 아이보리색 신발에 막걸리 쏟아진다.
정선 (놀라) 어머!
명진 (놀라 다가서는데)
인부1 (놀라) 아이구! (얼른 목장갑 낀 손으로 쓱 닦는)
정선 (신발에 시커멓게 묻은 흙보고 기겁해서 빽) 어머 아저씨! (급한 마음에
신발 벗어들며) 어머머... (냄새 맡는) 어머, 이 냄새 좀 봐... (하다가
엉덩방아 쿵 찧는, 신발 놓치고)
인부1 (놀라서 잡아 일으키며) 아이구 죄송합니다, 사모님. 죄송해요...
명진 (얼른 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 생수병 물에 적셔 정선 신발 닦는데)
정선 (몸 바로하다 보고 더 펄쩍 뛰는) 뭐하는거예요! (신발 확 잡아채며)
여기다 물까지 묻히면 어떡해? 아니 증말, 이게 뭔지 알기나 해요?
명진 (황당하다는) 신발이잖아요.
정선 명품 스웨이드야! (짜증 극이다) 어떡해, 이거 다 버렸어, 다 버렸어.
막걸리에 물에,
명진 (진심) 죄송합니다, 제가 변상해드릴께요.
정선 (황당한, 웃긴다는) 이게 얼마짜린줄이나 알아요?
명진 (너무 극한 반응에 은근히 성질난다) 얼맙니까?
정선 (더 상대하고 싶지않은, 신발 신으며) 백만원이라면 물어줄래요?
명진 (놀라서 멈칫하는데)
정선 (쌩하니 가고)
S#25 거리
걸으며 석주에게 핸드폰하고 있는 정선.
정선 (열나서) 무슨 인부들이 그렇게 버릇이 없어! 이게 보통 신발이예요?
이태리 갔을때 특별 주문해서 가져온거잖아... (잠시) 이걸 지가 어떻게
물어줘? 이거 물어주고 자재 빼돌리게?... (잠시) 속상하니까 그렇지!
(신발 내려다보며) 세정이네 선물 사러 가야 되는데... (하다가 옷에 묻은
막걸리 보는) 아우... 못살아! (옷 터느라고 플립 닫고)
S#26 석주 회사 공장
공장 순시하면서 핸드폰 받고 있는 석주. 뒤에 직원 몇 명 따라오고.
석주 (직원들 의식해서 좋게) 딴거 갈아신고 가면 되지... (하다가 끊어진 핸드폰
들여다보는, 확 성질 오르지만 참는데 다시 핸드폰 울린다. 받는)
네, 강석줍니다... (잠시 놀라) 야! 재민아!
S#27 정선집 거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침실에서 나오는 정선,
신발장에서 옷과 매치되는 다른 신발 찾아 신는데 현관벨 울린다.
정선 (인터폰 받는) 누구세요?
명진(휠) 신발값 드리러 왔습니다.
정선 (황당... 일단 열어주고 문 열면)
명진 (가볍게 목례하고 봉투 내민다. 정선 똑바로 보고)
정선 지금 나한테 장난쳐요?
명진 (무뚝뚝) 죄송했습니다. (현관 옆 콘솔에 봉투 놓고) 안녕히 계세요. (간다)
정선 어머머... (봉투 탁 집어들며) 얼마 들고와서 기세등등이야?
(봉투 들여다본다. 수표 집어서 보면 백만원짜리다. 놀라서 문 보는)
S#28 방송국 외경
S#29 사무실 앞
걸어오는 지수, 문 앞에 멈춰선다. 마음 단단히 다지고 심호흡하는데...
선경 (문 열고 나오다가 지수 보는) 안녕하세요?
지수 (누군지 몰랐다가 아!... 기억하는) 혹시 전에,
종배 (뒤이어 문열고 나오고)
선경 네, 댁 촬영 갔을때요.
윤선생님이 코디네이터로 오신단 얘기 듣고 정말 반가웠어요.
지수 (같이 일하는구나) 아... (순간 당황했다가 웃으며) 고마워요.
종배 (지수 앞으로 와서 꾸벅) 오셨어요? (웃으며) 지난번에 뵜을때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2년 동안 더 젊어지셔서요.
지수 (멋쩍게 웃는, 난처하다)
종배 들어가세요. 감독님 자리에 계세요.
S#30 사무실
들어오는 지수, 도연 자리로 간다.
책상 위에 놓인 열린 가방 사이로 액자 반쯤 밀려나와있다.
지수 (다가가는, 마음 결심하고 왔다. 아무렇지 않은척) 안녕하세요?
도연 (돌아보는) 왔어요?
지수 (당당한) 네, 왔어요.
도연 (그런 지수 힐긋 보고 옆 의자 가리키며) 앉으세요.
지수 (앉는, 담담하게 도연 보고)
도연 평소에 우리 프로 본적 있죠?
지수 그럼요. 매주 안빼고 봤어요.
도연 윤지수씨는 2부 ‘멋’을 맡을거니까... (책꽂이 뒤적이며 자료찾는) 지금까지
방송했던 테이블 세팅 자료를 보시고 (가방 밀며 찾는) 겹치지 않게,
(하는데 손길에 밀려 가방 떨어지면서 액자 밖으로 나온다.
다정한 세정과 도연의 사진 보이고)
지수 (막 가방 집으려고 몸 굽히다가 얼핏 액자 보는)
도연 (자기도 모르게 급히 액자 집으려다 지수와 얼굴 부딪힐듯하고 멈칫)
둘 (가까이서 시선 마주친다)
지수 (당황해 얼른 몸 일으키고)
도연 (얼른 액자와 가방 집어드는)
지수 (사진 정확히 못봤다. 머쓱해서 다른곳 보고)
도연 (액자 서랍에 넣고 닫다가 자료 포트폴리오 본다. 꺼내주며) 여깄네요.
지수 네. (받고, 다음 얘기 기다리며 보면)
도연 나머진 회의때 얘기하죠. 가보세요.
지수 (받아들고 일어나 나가는)
도연 (다시 서랍 열어 액자 보는, 내가 왜 이랬지... 스스로 찜찜하다)
S#31 회의실
지수, 도연, 종배, 선경, 요리연구가 한선생, 회의탁자에 둘러앉아 회의하고 있다.
각각의 앞에 프린트물과 종이컵, 음료병 등 놓여있다.
한선생 신년맞이 우리가족 특별 상차림이예요.
종배 탕평채, 돼지갈비찜, 생야채 샐러드가 이번주 주요리네요.
한선생 가족 영양 관리와 원기를 북돋아주면서 웰빙 코드에도 맞는 메뉴예요.
도연 신년맞이 특별 상차림인데 주메뉴 가지수가 너무 적은거 아닌가?
윤지수씨 어때요? (지수 대할 때 의식적인 차가움으로)
지수 가지수가 너무 많으면 주부들이 부담스럽죠. 그리고 탕평채는 색상하고
모양도 예뻐서 식탁을 굉장히 풍성하게 만들어줘요.
한선생 (예민하게) 요리 연구 겸업이예요?
지수 아닙니다. 푸드 코디네이터만 해요.
한선생 (그럼 됐어, 끄덕이며) 하나만 하기도 힘들지.
<시간경과>
한선생은 없고 지수, 도연, 종배, 선경만 회의하고 있다.
지수 그릇은 음식을 살리는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로 하구, 센터피스는 신년과
겨울 이미지에 맞게 화이트 톤의 꽃하구 눈가루 느낌이 어떨까 해요.
도연 (트집 잡아보는) 요새 퓨전 너무 흔하잖아요. 음식이 한식이니까 아예 전통
식기로 가면 어때요?
지수 (자기 주장하는) 그럼 상차림이 좀 지루해보일수 있어요. 음식하구 식기
까지 통일하면 테이블 코디도 전통식으로 해야되거든요.
도연 (못미더운 듯 갸웃하며) 그럼... 구상한 스타일대로 준비해서 가져오세요.
촬영 당일 날 문제 생기면 안되니까 일단 보고 결정하죠.
지수 (자존심 상해 멈칫했다가, 꿀꺽) 네, 알겠습니다.
도연 (프린트물 뒤적이며) 종배야, 3부 ‘그 집에 가고 싶다’ 후보 리스트 어딨냐?
종배 아차! (벌떡 일어서며) 얼른 가져올께요.
도연 잠깐 쉽시다.
지수 (일어나서 문쪽으로 나가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도연 (무심코 보는데 ‘다인아빠’ 떠있다. 보다가 지수에게 무심한) 전화 왔어요.
지수 (얼른 와서 핸드폰 보는, 당황해서 받는) 잠깐만요... (핸드폰 들고 나가고)
S#32 복도
핸드폰 들고 나오는 지수.
지수 (딱딱한) 왜 전화했어요!
재민(휠) 오늘 다인이 좀 볼수 없을까?
지수 오늘 왜요.
재민(휠)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다인이 좀 보고 싶은데.
지수 (냉정한) 크리스마스라서 안돼요. 다인이하고 스케줄 있어요...
S#33 회의실
들어오는 지수. 종배, 프린트물 도연에게 주고 돌아서는데 도연 핸드폰 울린다.
도연 (프린트물 보며 액정 안보고 받는) 여보세요?
지수 (자리로 가는데)
세정(휠) 자기 몇시에 끝나? 내가 데리러갈께. 나 차 뽑았거든.
도연 데리러 오다니? (자기도 모르게 지수 힐긋 보는)
지수 (앉다가 멈칫해서 보면)
세정(휠) 잊었어? 오늘 우리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있잖아.
도연 (통화하기 불편한) 아 그렇지... (잠시, 시계 보며) 다섯시쯤... 어... (끊는데)
종배 (반색하는) 형수님이예요?
지수 (형수님 소리에 놀라 보는)
선경 부럽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와이프가 데리러 오구.
지수 (와이프 소리에 더 놀라고! 결혼했구나... 기분 묘한데)
도연 (괜히 지수 앞에서 편치 않다. 힐긋 지수 보다 눈 마주치고)
지수 (지레 당황해 시선 내리는, 프린트물 보고)
종배 근데 형수 그렇게 끝내준다며요? 이쁘고 늘씬하구,
선경 미국서 어떻게 만나셨어요?
도연 (당황해 나무라듯) 쓸데없는 소릴해, 회의 중에.
종배 (머쓱해서) 지금 쉬는 시간이잖아요.
도연 (듣고 보니 그런, 종이컵 들어 훌쩍 마시는데 비었다. 종이컵 구기며)
회의 합시다.
S#34 방송국 앞
약간 어둑하다. 현관에서 나오는 지수. 도연, 저만치 뒤에서 나온다.
지수, 걸어가는데 막 들어오는 세정 차.
세정, 지수 지나쳐 현관 앞에 가서 끽 선다.
세정 (막 나오는 도연 본다. 씩 웃고 차창 내리는)
지수 (추운 듯 옷깃 여미는데)
세정(소리) 구도연씨! 자기야!
지수 (멈칫하는, 도연의 아내구나... 어쩔 수 없는 관심 생기는, 돌아본다)
세정 (막 운전석 문 열고 내리는, 몸 숙인 상태라 얼굴 제대로 안보이고)
지수 (기웃해서 보다가 어떤 느낌에 쳐다보면)
도연 (지수 보고 있다)
지수 (화들짝 놀라 몸 돌리는, 무안해서 얼른 간다)
세정 (운전석에서 내려 돌아오는) 내 차 어때?... (하다가 도연 시선 따라
돌아본다)
지수 (뒤통수 부끄럽다, 으... 하며 눈 질끈 감았다 뜬다. 기분 묘하고)
세정 (지수 뒷모습 보고) 누구야?
도연 어? (얼른 차 둘러보며) 차 좋네. (한바퀴 돌아서 보며 힐긋 보면)
지수 (사라지고 없다)
세정 이쁘지? (차키 탁 주며) 자기가 운전해.
S#35 거리 + 세정 차안
세정 차 운전하고 오는 도연. 둘, 얘기 나누고 있다.
세정 자기 찬 언제 나온대?
도연 내일 아침에 집으로 갖고 온대... (하다가 어? 본다)
저만치 앞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고 섰는 지수.
세정 (아쉽다는) 음... 차 나올때까지 출퇴근 시킬려고 했는데.
도연 (차를 안 가져왔나? 갸웃하는데)
지수 (겨울바람에 추운 듯 양팔로 몸 감싼다)
도연 (그런 지수 스쳐지나가는, 추운데 서있는 지수가 신경 쓰인다.
사이드 밀러로 지수 보고)
S#36 세정집 주방 (저녁)
넓은 식탁 가운데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센터피스 놓여있고 그 옆으로 색색의 화려한 음식들과 와인 등 놓여져 있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세팅이다.
거실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곳곳의 촛대에 밝혀진 촛불 등 보인다.
세정, 칵테일 드레스 차림으로 돌아다니며 세명의 잔에 와인 따르고 있다.
석주 파티플래너라 다르긴 다르다. 이걸 언제 다 만들었어?
세정 (자기 잔에 따라달라고 도연에게 와인병 건네고 앉으며) 유능한
파티플래너로서, 가장 맛있고, 예쁜 고급 요리를 주문했죠.
석주 (너스레) 알어, 알어. 암튼 솔직하다니까.
정선 어쨌든 고맙다. 니 덕에 오랜만에 정말 크리스마스 분위기 낸다.
도연 (와인잔 들며) 건배부터 하시죠.
모두 (잔 들고)
석주 근데 뭘 건배하지?
세정 언니네 가정과 (도연 보며) 우리 가정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넷 (건배하고 마시고)
S#37 지수 가게 (저녁)
어두운 가게. 크리스마스 식탁보와 작은 촛대 놓인 쇼윈도쪽 테이블에 마주앉아있는 지수와 다인. 작은 초 두개 밝혀져있는 케익 놓여있다.
지수 우리 딸 건강을 위해!
다인 우리 엄마 행복을 위해!
지수 다인이 행복을 위해!
다인 엄마가 멋진 푸드코디네이터가 되길!
지수 (웃으며) 그만해. 촛농 떨어지겠다.
다인 하나만 더! 외할머니, 이모, 엄마의 건강을 위해! 분다!
둘 동시에 훅! 분다. 촛불 꺼지면 다인, 얼른 성냥으로 촛대에 불 밝힌다.
아늑하고 희미한 촛불 아래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모녀.
S#38 지수 가게 밖 (밤)
흐릿한 불빛 아래서 서로 선물 꾸러미 교환하고 있는 지수와 다인 보인다.
밖에서 그런 모녀 모습 섰는 재민, 손에 선물 꾸러미 든 쇼핑백 두개 들고 있다.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다정한 모녀 모습 쓸쓸히 보고섰는 재민.
S#39 세정집 주방 (밤)
식사하고 있는 넷.
세정 정말 행복하다. 올해 크리스마스 행운은 다 나한테 온거 같애.
석주 (갑자기 생각난, 한숨처럼) 그런거 같다... (혀차고)
정선 왜 그래요?
석주 아니 아까 오후에 재민이 자식 전활 받았거든.
세정 (뚝 굳어지고)
도연 (무심히 와인 마시는데)
정선 (놀라) 재민씨? 정교수?
도연 (확 석주 보는)
석주 자식, 그래도 살아서 오기는 왔대. 낼 점심 먹기로 했어.
세정 (어떻게 된건가? 보고)
도연 (무슨 말인가?) 살아서 오다뇨?
석주 아... 너두 한번 봤지? 재민이 그 자식, (기막힌) 진짜 악질 불여시한테
빠져서 물불 안가리고 이혼했잖냐.
도연 (허걱, 놀라는) 이...혼이라뇨? (안 믿기는) 이혼했어요? (궁금해서 쳐다보는)
세정 (지레 찔려서 와인 마시고)
정선 (조소) 이혼만 했으면 좋게요? 상대 여자한테도 버림받고 얼마나 꼴이
우스워졌는데요.
도연 (경악하는, 와인잔 잡고있던 손 떨리고)
세정 (예상밖인, 무심코) 재결합 안했어요?
정선 넌 뚱딴지 같이 무슨 재결합 얘길 해? 내막 알지도 못하면서.
세정 (아차하는, 얼른 와인 마시고, 자기 입장 때문에 도연 반응 눈치 못챈다)
도연 (심각한) 이혼을... 언제 했어요?
석주 그게... 그 해 겨울이었으니까... 맞다! 도연이 너 미국가기 전이었을걸?
야... 재민이 이혼한게 벌써 2년 됐네.
도연 (뒤통수 한대 퍽 맞은 듯 더 큰 충격) !
석주 (고개 흔들며) 재민이 그 자식, 걸려도 아주 된통 걸렸어.
물불 안가리고 사랑타령할 때 알아는 봤지만 말야, 아주 보통내기 아닌
기집애한테 걸렸어. 혼 쏙 빼놓고 볼 재미 다 보고 뻥 찬거지.
세정 (울컥, 하지만 감추고) 뭐... 연애하다 헤어질수 있는거 아닌가?
정선 정교수 혼자 미쳐날뛸 위인 못돼, 얘. 더구나 그 와이프, 쉽게 버릴만큼
허접한 여자두 아니었구. (단정 짓는) 그 백여우한테 당한거야.
석주 그런 기집애한테 꼭 순진한 남자들이 걸리지.
세정 (억울하지만 말도 못하고, 분한 듯 입술 깨물고)
도연 (충격에 더해서 이해 안되는 소식에 혼란스런, 와인 훌쩍 털어넣는)
S#40 지수 가게 (밤)
지수, 스카프(청록색이나 핑크 계열의 실크스카프) 두르고 다인, 일어나서 겨울 외투 입어보고 있다. 테이블에 케익 조각 담긴 접시들 놓여있다.
지수 어때, 맘에 들어?
다인 (웃으며) 짱이야. 엄만?
지수 당근 짱이지. 너무 이뻐, 고마워 우리 딸. (하는데)
재민 (쇼핑백 두개 들고 불쑥 들어오는)
지수, 다인 (보고 놀라서 동시에 굳어지면)
재민 (쇼핑백 두개 내밀며) 이거만 주고 갈려구...
지수 (확 열나지만 다인 앞이라 참고, 얼른 다인 눈치 보는데)
다인 (몸 돌리고 의자에 앉는, 케익 푹 먹고)
재민 (예상했던, 웃으며 쇼핑백 각각 옆에 놓고) 크리스마스니까... (나간다)
지수 (걱정으로) 다인아, 놀랬지? 사실은,
다인 (먹으며 시선 내리깔고) 아빠 만났었어.
지수 (놀라는) 만났었어? 언제?
다인 학교로 찾아왔었어.
지수 근데 왜 말 안했어?
다인 엄마 속상할까봐.
지수 (짠한) 다인아. 아빠는... 다인이 아빠야. 왜 니가 아빨 피해? 그러지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착잡하고)
다인 2년 동안 나 만나러 오지도 않았잖아.
지수 그건, (말문 막혔다가, 얼른) 그건 아빠가 아팠잖아. (다인이 쪽 쇼핑백 들어
포장된 상자 꺼내 내미는) 자, 선물 뜯어봐. 얼르은?
다인 (뜯어보고 싶었던 마음 감추고 화난척 팍팍 뜯는, 상자 열면 예쁜 구두
나온다)
지수 구두네? 신어봐.
다인 (막 꺼내다가 멈칫하는, 도로 상자에 탁 넣는)
지수 (의아) 왜? 안 신어봐?
다인 (가늘게 울먹이는) 205야. (실제 다인이 치수에 맞춰서 대사 바꿔주세요)
지수 205?... (다인 실망감 느끼는) 아빠가 우리 다인이 발이 얼마나 컸는지
몰랐구나... (하다가 멈칫)
<프래쉬컷- 2회 56씬. 지수 발에 꼭 맞는 신발 신겨주던 도연>
지수 (참 세심했었구나... 새삼 찡해지고)
S#41 세정집 침실 (밤)
서로 등 돌리고 누워있는 도연과 세정. 둘, 동상이몽이다.
도연 (의혹으로 가득차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고)
석주(소리) 도연이 너 미국가기 전이었을걸? 야... 재민이 이혼한게 벌써 2년 됐네.
도연(마음속 소리) 2년 전에... 그때 이혼을 했어?
세정 (찜찜하고 불쾌한 듯 얼굴 찌푸리고 생각에 잠겨있다)
정선(소리) (조소) 이혼만 했으면 좋게요? 상대 여자한테도 버림받고 얼마나 꼴이
우스워졌는데요.
세정(마음속 소리) 나하구 끝났는데, 왜 재결합을 안했지?...
도연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눈감는데 미칠 것 같다. 감정에 벌떡
일어나 걸터앉는, 뒤늦게 세정 떠올라 돌아보면)
세정 (등돌린채 미동도 없다. 자기 생각에 골몰해 도연 기척 못느낀다)
석주(소리) 낼 점심 먹기로 했어.
세정(마음속 소리, 불안한) 혹시 나라고 얘기하는거 아냐? 아... 안되는데... (끔찍한
예상에 불안해지는, 눈감고)
도연 (걸터앉은채 고개 푹 떨구고)
S#42 지수집 거실 (다음날, 아침)
그릇 바구니 들고 현관으로 가는 지수.
선녀 (혀차며) 얼마나 대단한거라고 미리 검사를 한대니?
민수 방송국 푸드 코디네이터가 아무나 하는건줄 알우?
선녀 푸드 코디네이터? (속상한) 배운 도둑질이라구 허구헌날 집에서 하던
짓으로 벌어먹겠다구...
지수 (힐긋 째리고) 민수야, 인터넷에 가게 알바 광고 꼭 내. (바구니 드는)
민수 언니 차부터 사야겠다. 그 무건걸 어떻게 들고 다녀?
선녀 그러게 남편 밥 먹는 복은 왜 차!
지수 (익숙한, 못들은척) 갔다 올께요.
다인 (외투 입고 뛰어나오는) 엄마, 택시 타는데까지 내가 들어다주께.
지수 (환하게 웃으며) 우리 딸 밖에 없어.
선녀 좋겠다, 너는! 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팬티쪼가리 하나 사주는 딸 없드라.
지수 (애 같은 엄마 보고 피식 웃는)
S#43 방송국 사무실
커피잔 들고 창밖 바라보던 도연, 시계 본다.
10시 가리키는 시계 보고 돌아서려다 멈칫한다. 다시 창밖 보는 도연.
도연의 시선으로 그릇들 잔뜩 든 바구니 들고 낑낑거리며 오고 있는 지수 보인다.
차가 없구나... 기막힌 도연.
S#44 스튜디오
빈 스튜디오 일각에 4인용 식탁만 놓고 그 위에 세팅하고 있는 지수.
도연, 팔짱 끼고 두어걸음 떨어져서 화난 눈으로 보고있다.
잔뜩 긴장해서 이마에 땀까지 맺혀 준비하고 있는 지수.
지수, 마지막으로 어디 비뚤어진데 없다 이리저리 기웃한다. 다 됐다...
고개 들어 도연 보다가 그 무서운 시선에 흠칫 놀란다.
도연 (얼른 표정 사무적으로 풀고) 다 됐습니까?
지수 네.
도연 (한걸음 정도 다가가 쭉 훑어보는)
지수 (잔뜩 긴장해 도연 보면)
도연 (시선 테이블에 둔채) 다음거 봅시다.
지수 (영문 몰라) 네?
도연 (지수 냉정히 보며) 두 번째 세팅 보자구요.
지수 (당황하는) ...제가 준비한건 이건데요.
종배, 선경 (구경하러 들어오고)
도연 (황당하다는) 한세트만 준빌했어요? 윤지수씨 프로 맞아요?
종배, 선경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서로 쳐다보며 멈칫)
지수 구상한 스타일대로 준비해오라구,
도연 (말자르며, 기막힌듯) 테이블 세팅 구상을 한가지만 생각했어요?
아마추어에서 첫 프로 데뷘데, 내가 이거 아니라고 하면 어떡할 거예요.
지수 (예상외 상황에 당혹스러운, 어쩔줄 모르고. 그 위로...)
도연 (차게) 또 준비해서 올거예요?
지수 (침착하려 애쓰며) 이게 마음에 안드세요?
도연 (단번에) 썩 괜찮지도, 썩 아니지도 않아요.
지수 (자존심 확 상하는, 입술 깨물고)
종배, 선경 (서로 왜 저래? 몰라... 지들도 긴장해서 꼼짝 못하고 붙어 섰고)
도연 (약간 시비조) 센터피스 꽃은 왜 없어요?
지수 꽃은 촬영날 새벽시장 갈려구... (마음 다지고) 죄송합니다, 낼 모레
센터피스 꽃하고 다른 세팅 준비해서 다시 오겠습니다.
도연 (여지없이) 그럼 모레 11시까지 오세요.
지수 (지나치게 찬 반응에 이상한 듯 도연 보고)
<시간 경과>
그릇 위까지 쌓인 무거운 바구니 낑낑 들고 나가는 지수. 도연, 부글거리는 맘으로 보고 섰다. 어깨에 가방 메고 양손으로 바구니 들고 힘겹게 사라지는 지수.
종배 (다가와서 작게) 형, 세팅 괜찮은데 왜 그래요? 뭐가 맘에 안드는데?
도연 (대꾸할말 없다. 대신) 식탁이랑 의자부터 치워.
S#45 엘리베이터 앞
그릇 바구니 엘리베이터 앞 왼쪽에 놓여있고 지수, 오른편에 서서 머리 벽에 기대고 서있다. 참담하고 비참하고 서글프다... 고개 가볍게 찧듯이 쿵쿵하고 있는 지수.
도연, 저만치서 급하게 뛰어오다가 그런 지수 보고 멈칫 선다.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서 20대 여자 후다닥 나오다 지수 바구니에 오른쪽
다리 걸린다. ‘아!’ 하며 비틀 넘어질뻔하는 여자. 어? 놀라는 도연.
그 바람에 바구니 위에 놓였던 더블플레이트 흰접시 떨어져 깨진다.
뒤늦게 정신 차리고 돌아보는 지수, 상황 파악하고 급히 다가간다.
지수 괜찮으세요?
여자 (아픈 듯 손으로 다리 만지는데 스타킹 줄 나갔고, 다리도 살짝 긁혔다.
버럭) 이거 아줌마꺼예요? (무슨 식당 아줌마 대하듯 보는)
지수 (당황해) 네...
여자 (열나서 해대는) 정신 나갔어요? 엘리베이터 앞에 이딴걸 두면 어떡해요!
(다리 만지며) 스타킹 다 나갔잖아요!
도연 (다가오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
지수 (연신 머리 조아리며) 죄송합니다, 제가 새로 사다드릴께요.
여자 됐어요! 늦어죽겠는데... (시계 보고 도연 반대쪽으로 급히 가며) 재수 없어!
지수 (보다가 얼른 앉아 깨진 접시 조각들 줍는다. 급한 마음에 손수건 꺼내
조각들 담고)
도연 (초라한 지수 모습이 기막히고 미치겠다... 하!- 하며 고개 돌리는)
S#46 방송국 앞
바구니 들고 나오는 지수. 도연 새 차, 붕하고 와서 끽 선다.
지수, 차 기세에 흠칫해서 보는데
도연 (차창 내리고) 타요.
지수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아요. (목례하고 가려는데)
도연 (운전석에서 내린다. 와서 바구니 뺏어드는)
지수 (순식간에 바구니 뺏기고 어? 보는데)
도연 (바구니 뒷좌석에 넣고, 지수 보는) 타요.
S#47 세정 사무실 (후에 사장실과 회의실, 사무실 정도로 구분될 정도)
제법 널찍한 사무실. 중개업자와 빈 사무실 둘러보고 있는 세정.
중개 입주 다 되고 딱 하나 남은거예요.
세정 (창밖 내다보고) 전망도 좋네요. 지금 계약하죠. (돌아서다가 멈칫)
석주(소리) 낼 점심 먹기로 했어.
세정 (시계 본다. 12시. 신경 쓰이고)
S#48 한정식집
앉아있는 석주, 재민 기다리며 문쪽 바라보는데 들어오는 재민.
석주 (보고 반색하는) 야, 재민아! (벌떡 일어나 다가가는)
재민 (싱긋 웃으며) 잘 지냈냐?
석주 (얼싸안으며) 독한놈. 어떻게 2년내내 거처도 안 알려주냐?
재민 누구 볼 낯이 있었겠냐? (웃으며) 쪽팔려서.
석주 (재민 보는) 야 임마, 너 꼴이 왜 이래?
<시간경과>
식사하고 있는 재민과 석주.
석주 (재민 살피며) 눈 보니까 제정신은 돌아온거 같고...
앞으론 뭐할거야? (조심스런) 학교는 어떻게 됐어?
재민 (미소) 휴직처리 해줬잖아. 다음 학기부터 다시 강의하기로 했어.
석주 (환해지는) 자식, 능력은 있어가지구. 다행이다, 임마. 근데 집은,
제수씨가 칼같이 반갈라 준 돈, 2년 동안 다 털어먹었을거 아냐.
재민 쪼그만거 하나 얻었어, 전세루. 다인이 사는 근처에다.
석주 (놀라는) 뭐?... (하다가 바로 눈치채는) 그럼 너 혹시?
재민 다인엄마하구 다시 시작할려구. (멋쩍게 웃으며) 몰래 이사했다, 그 동네루.
석주 (반기면서 타박하는) 어이구 자식, 염치두 좋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니가 여태 한일 중에서 젤 잘한 일야... 아직 혼자지? 제수씨.
재민 (당연하다는) 그럼. 다인엄마가 어떤 여잔데. 아직 화는 안 풀었드라.
석주 당연하지 임마... (하다가) 야 근데, 그때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제수씨 왜 그렇게 냉정하게 이혼한거냐?
<프래쉬컷- 4회 63씬에서 유혹하는 세정의 눈. 당황하는 재민>
재민 (자기도 모르게) 못된 기집애...
석주 뭐? (확 궁금한) 야 뭔데, 뭐, 어?
재민 (얼른 정신 차리고) 아냐. (밥 먹으며 무심한척) 참, 그 제수씨하고 친한
동생 있잖아, 그 아가씬 잘 있냐?
석주 아, 세정이? 야 그 여우야 잘 있지. 결혼했어.
재민 (놀라는) 결혼?
석주 야 진짜 사람 인연 모르는거드라. 걔 내 후배, 너 알지? 방송국 피디, 걔랑
결혼했어.
재민 (더 놀라는) 누구?
석주 (뒤늦게 궁금증이 더 급하다) 야야 너 괜히 말돌리지 말구, 너 정말 그때
그 여자 누구였냐? 뭐하는 애였어? 어?
재민 (뜻밖의 소식에 충격 감추지만 굳어있고)
석주 아니, 내 마누란 아닐거 아냐. 근데 왜 말을 안해? 니 인생 피박씌운
기집애, 혹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집 딸이냐?
재민 (씁쓸한) 그렇게 궁금하냐? (말해줄 듯 석주 보고)
석주 (기대에 차서 눈 커지고)
S#49 부동산 앞
계약서 봉투 가방에 넣으며 나오는 세정, 시계 보다가 멈춘다.
석주(소리) 이번에 재민이 만나면 누군지 꼭 알아내야겠어.
세정 (은근히 불안해진다) 뭐, 여태 안한 내 얘길 이제와 하겠어?...
(순간 그런 자기가 싫은) 오세정, 니가 뭘 어쨌다구! (짜증난다. 차로 가며)
죽을 죄졌어? 왜 다들 나한테 뭐라 그러는거야?...
S#50 거리
운전하는 도연. 옆좌석의 지수, 불편한 표정으로 창밖 보고 있다.
서로 말없이 가는 둘.
도연 (불쑥) 차 없어요?
지수 네? (돌아보면)
도연 (사무적인) 남편 차 말구요. 가게 하잖아요, 차도 없이 장사했어요?
지수 ...뭐 별루... 따로 차가 필요하지 않아서요.
도연 (일부러 지수 말 유도하는) 남편한테 실어다 달래던지, 데리러 오래던지
하지. 교수면 지금 방학 아닌가?
지수 (난감하지만 둘러대는) 방학이어도 가끔 학교 나갈 일 있어요.
도연 (힐긋 보는, 약간 비아냥조) 와이프가 저 무거운 짐 들고 나가는데,
남편이 차 안내줘요? 학교 나가면 꼭 차 끌고 가야한대요?
지수 (점점 더 난감해진다) 오늘 저 방송국 나오는 날인줄 몰라요.
도연 (끝까지 둘러대는 지수에게 울컥) 혹시 남편 실직했어요?
지수 네?
도연 가게에 방송 일까지, 이일 저일 안가리고 뛰어다니잖아요.
아줌마 가장 같애요 윤지수씨.
지수 (찔리지만 얼른) 어우 아니예요, 내가 재밌어서 하는거예요.
도연 (더 못견디겠다. 갑자기 휙 핸들 꺾어 차 길가에 대는)
지수 (놀라서 도연 보면)
도연 (핸들 잡은채 앞 보며) 도대체 당신 속을 모르겠어!
지수 (영문 몰라) 그게 무슨...
도연 (터지는) 그때 왜 그랬어요? 정말 왜 그랬어, 나한테!
(분노와 의혹으로 지수 보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