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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나탈리 포트만 | 정신분열과 광기에 시달리는 발레리나를 다룬 심리스릴러 영화 ‘블랙스완(Black Swan)’이 예매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을 맡은 미모의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이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미국배우조합상, 영국아카데미상,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카고비평가협회상 등 6개의 유명 영화제가 포트먼에게 여우주연상을 선사했다.
포트만은 1994년 영화 레옹(Leon)에서 킬러와 동행하는 깜찍한 소녀 마틸다를 연기해 존재를 알렸고, 이후 영화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에서 다스베이더의 배우자인 아미달라 여왕을 연기해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더구나 영화 블랙스완 촬영 중 안무가와 눈이 맞아 약혼을 했고 현재 만삭의 몸이 되어 화제를 낳았다.
그런데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이 여배우가 어렸을 때부터 과학 영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NYT)를 비롯해 각종 과학매체들은 포트먼의 과학 사랑을 보도하느라 열을 올렸다.
인텔 과학영재 발굴대회 준결승까지 올라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3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포트먼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한 번도 A학점을 놓친 적이 없다. 게다가 미국 시오셋(Syosset)고 재학 중에는 세계 최고의 과학경시대회라 불리는 인텔 과학영재 발굴대회(Intel Science Talent Search)에 출전해 준결승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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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과학 꿈나무들이 입상을 열망하는 인텔 과학영재 발굴대회(Intel STS) | 인텔대회는 반도체 개발로 유명한 미국 인텔사가 후원하는 과학행사로, 모든 과학 꿈나무들이 입상을 간절히 원하는 과학영재들의 아카데미상과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제70회를 맞은 인텔대회 출신 중에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만 7명에 달하며,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 2명, 미국 국가과학기술훈장(National Medal of Science and Technology) 6명을 비롯해 과학천재들에게 지급되는 미국 맥아더 재단의 장학금 수혜자가 줄을 잇는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2009년 인텔과 MOU를 체결한 이후 아태지역에서 과학기술, 공학, 수학 분야 영재들을 선발해 인텔대회에 출전시킨다.
포트만은 1998년 ‘효소를 이용해 설탕으로 수소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A Simple Method To Demonstrate the Enzymatic Production of Hydrogen from Sugar)’이라는 논문을 써서 인텔대회 준결승에까지 오른다. 논문은 버려지는 쓰레기를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환경친화적인 처리법을 담고 있다. 또한 친구들과 ‘지구를 감시하는 아이들(World Patrol Kids)’이라는 그룹을 조직해 ‘재활용을 합시다(Recycle It)’라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노래 제목을 검색하면 앳된 모습의 포트먼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인텔대회에 출전은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과학실험에 투자해야 하며 주말이나 방학 중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만큼 힘든 일이다. 그러나 포트먼의 끈기는 남달랐다. 그녀를 지도했던 교사와 교수들은 “똑똑하면서도 추진력이 있고 집중력이 높다”는 평을 내린다.
하버드대에서 포트먼을 지도한 애비게일 베어드(Abigail Baird) 미국 바사대 심리학 교수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포트먼은 마감을 늦춰달라거나 실험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며, “TV에 출연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전에 레포트를 완성할 만큼 학업에 열심인 학생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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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강연회에서 실험을 시연해보이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 | 이후 포트만은 하버드대 심리학과에 진학해 뇌신경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2002년 완성한 졸업논문의 제목은 ‘사물 연속성을 지각할 때의 전두엽 활성화(Frontal Lobe Activation During Object Permanence)’이다. 이는 뇌세포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논문으로, 공동 연구논문이 신경과학 학술지인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포트만의 본명인 나탈리 허슐랙(Natalie Hershlag)의 이름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아이의 눈 앞에서 인형을 감췄을 때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과정이 전두엽 내 혈중 산소농도와 관련이 있는지를 근적외선으로 검출해내는 내용이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고 발전해왔는지가 궁금하다”고 밝힌 그녀는 영화계 은퇴 후에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계속 연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모와 두뇌 겸비한 여배우들의 계보
숨막히는 미모와 과학적 두뇌를 모두 겸비한 여배우가 포트먼이 처음은 아니다. 1940년대 헐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꼽히던 헤디 라마(Hedy Lamarr, 1913-2000)는 군 통신 분야에서 수많은 발명을 해냈고 그만큼 많은 특허를 보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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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0년대 헐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로 꼽히던 과학자 헤디 라마 |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해 1949년 영화 ‘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h)’의 주인공을 맡았던 그녀의 전공은 특이하게도 ‘로켓 과학’이다. 특히 어뢰나 미사일 등의 무기를 무선으로 조종할 때 주파수 교란에 방해받지 않고 진로를 유지하게 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대표적으로는 주파수 도약(frequency hopping)과 대역 확산(spread spectrum)에 대한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헐리우드에는 라마의 뒤를 잇는 미녀 과학자들이 더 있다. 드라마 ‘케빈은 열두살’에서 시작해 ‘웨스트윙’, ‘뉴욕경찰 24시’, ‘영 저스티스’ 등의 드라마에도 연이어 출연 중인 대니카 맥켈러(Danica McKellar)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LA의 캘리포니아대 재학 중 ‘자기장의 특정 성질을 증명할 수 있는 수학공식’을 고안해 최고성적인 숨마쿰라우데(summa cum laude)를 받으며 졸업했다. 이후로도 수학을 쉽게 풀이한 과학교양서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과학자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도 과학자인 여배우가 있다. 과학괴짜들을 다룬 인기 시트콤 ‘빅뱅이론(Big Bang Theory)’에서 촌스런 신경과학자 파울러 역을 맡은 마임 비알릭(Mayim Bialik)이다. 1990년대 인기 시트콤 ‘블라섬’으로 데뷔한 그녀는 실제로 UCLA에서 신경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유전체 희귀질환인 프래더윌리증후군(Prader-Willi Syndrome) 환자들과 연관된 뇌화학 분야를 연구했다.
연기와 과학은 자부심과 긍지 높아야 가능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학자를 연기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애석하게도 과학전공자가 아니다.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Stark Trek)’ 시리즈에서 뾰족귀 외계인 스팍 박사를 연기한 레너드 니모이(Leona Nimoy)는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스타트렉을 보며 꿈을 키워온 과학자들은 지금도 니모이를 ‘자기 연구실로 초대하고 싶은 유명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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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생물학자를 연기하면서 실제 신경생물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배우 마임 비알릭 | 과학도 출신 연기자들의 자부심은 높은 편이다. 비알릭은 “과학과 연기가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다”라며 그 이유로 “두 분야 모두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긍지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비알릭은 “연기자가 오디션을 볼 때는 초라한 파이를 손님들에게 내놓는 제빵사가 된 기분”이라면서도 “대학 졸업 후에도 과학자의 길을 걸으려면 눈물이 쏙 빠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과학과 연기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기면 머리가 나쁠 가능성이 높다’는 편견도 존재한다. 헤디 라마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었던 리사 퍼킨스(Lisa Perkins) 감독은 편견의 원인으로 ‘열등감’을 지목한다. 그는 “미모가 굉장한 사람과 마주하면 자신이 초라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며, “자신의 기분을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투사하는 것이 미녀 과학자들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이유”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으며 하나씩 꿈을 이뤄가는 나탈리 포트만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과학도 출신의 연기자들이 속속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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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따미 두번씩 강조해주니 외워지네그랴. 유대인이구만.ㅋㅋ 블랙스완을 아직 못봤으. 근데 레옹에서 나온 그 여자아이라니 놀랍네 인상적 연기였는데 날라리 여자아이말아녀 시방. 호오..이름도 과학자같구만 포트만.
어찌 두번씩 복사되었다냐? ㅋㅋ
븍랙스완, 봤다. 모두에게 강추! 특히 성자에게 강추! 과학영재였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레옹에서 나온 그 아이였다니 대단하구나. 포트먼은 마감을 늦춰달라거나 실험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는 구절이 더욱 놀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