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 종일 엄청 바빴다. 이번 토요일 한국 미사 때 성모의 밤 행사가 있다. 얼마 전에 행사 때 쓸 장미 50송이는 미리 주문해 놓았다. 오늘은 아침 일찍 미국 성당에 가서 Steve에게 도움을 청해서 테이블이랑 준비물를 챙겨놓았다. 고마운 마음에 아침을 사겠다고 하니 일찍 먹고 나왔다고 하며 파네라에서 간단히 먹자고 했다. 베이글과 커피로 간단히 먹었다.
서둘러서 오전 병원 봉사 까지 마치고 한시 가까이 되어서야 집에 왔다. 어제 안젤라가 잔뜩 잘라준 부추와 상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추로 만들어 먹는 음식은 모두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다듬기는 절대적으로 "노 땡큐"이다. 눈이 빠지게 한시간 가까이 다듬어서 1/3은 부침개와 만두 속을 하려고 신문지에 싸서 냉장 보관을 해두었다. 2/3는 양파를 조금 썰어넣고 겉절이 처럼 가볍게 젓갈 양념을 해서 부추 김치를 담그었는데 양이 엄청 많았다. 동생이랑 혼자 사는 교우와 나눔을 하려고 세통으로 나누어 담았다. 엄청난 양의 상추는 요즈음 동영상에 계속 뜨는 물김치를 시도해보려고 씻어서 채반에 담아놓고 김치 국물 만들 재료만 준비해 놓았다. 성모의 밤 행사 때 교우들이 성모님께 개인적으로 봉헌할 장미를 꽂을 커다란 바구니를 챙겨서 꽃가게로 향했다. 근사한 장미 꽃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안개꽃과 그린 잎으로 바구니에 베이스를 하기 위해서 였다. 단골이라서 깎아준다고 35불에 해주었다. 조금이라도 깎아주면 기분이 너무 좋다. 어제도 망가진 틀니를 새것으로 바꾸어야하는 동네 아저씨 치과 봉사를 갔었다. 의사 선생님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이라고 상황을 자세히 말씀드렸더니 삼천불인데 팔백불을 디스카운트 해주셔서 아저씨가 펄쩍펄쩍 뛰시며 만세를 외치며 좋아하셨다. 나도 의사 선생님을 끌어안고 "선생님 최고야"를 반복했다. 살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아직 까지도 역시 살만한 따뜻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노을을 보며 집으로 와서 상추로 물김치 만들어놓고 9시가 넘어서야 양념 냄새 풍기는 옷을 벗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피로가 풀리는듯 했다. 꽃집 가기 전에 병원 봉사해주는 교우집에 들려서 마늘쫑과 딸기를 얻어왔다. 샤워 후에 밭에서 직접 따오셨다는 딸기를 먹었는데 세상에나~기똥차게 달고 맛있었다. 기운이 있으면 나도 따러가고 싶은데 요즈음 지쳐서 그럴 힘이 없다.
때론 24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늦출 수 없다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스피드를 맘껏 즐겨야겠지?
첫댓글 영자야~
네가 즐기는 봉사를 줄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를 않으니
네 마음껏 봉사하다가 가는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있을때 많이 나누어주고
최선을 다 해 다른이들을 위해 봉사 할 수 있게
네 건강을 위해 기도 매일 아침하고 있다.
성애가 오래 전 부터 매일 아침 나를 위해 기도해준다는 것은 익히 얼고있었지만 아직 까지 끊임없이 해주고 있음을 알고나니 그동안 내가 건강 상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낼 수 있었음이 너의 기도 덕분이었구나. 친구야,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