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표선면 붉은오름
지도
제주도 표선면 붉은오름
표선면 가시리 소재 붉은오름은 남조로 상에 있다. 한라산에서 보면 동쪽으로 제1횡단(5·16)도로가 있고 그다음 한라산 자락을 남북(남원~조천)으로 이어주는 대동맥이 남조로이다. 이곳은 제주도 숲으로는 가장 이름난 사려니숲과 접해 있고 입구는 사려니숲 입구로 가기 전 이삼백m 앞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서귀포시 자연휴양림 붉은오름’으로 진입한다. 붉은오름은 제주에서 가장 외진 산골, ‘도(ㄷ+아래아)리송당(좌면의 교래리와 송당리)’를 지나야 닫는 곳이다.
남조로가 조성되기 전만 해도 이 오름은 접근하기 어려운 깊은 산골이었으나 지금은 남조로가 좋아지고 서귀포시에서 2012년 11월 ‘자연휴양림’을 개설해 10여 년에 이른다. 해발 569m, 비고 129m이니 붉은오롬은 해발 440m로 한라산중턱(가슴)에 솟아있으니 한라산의 유방 격인 셈이다. 서쪽은 한라산, 동쪽은 물영아리, 여문영아리, 가무니, 구두리 오름이 있다. 그러나 이 오롬들에서 붉은오름을 보아도 붉은빛은 없다. 아래쪽은 5·16 이후 식수한 소나무, 삼나무들로 검푸르다. 그러나 산상의 겨울은 잎이 진 낙엽수들로 희뿌옇다.
궁금한 것은 가시리 붉은오름은 ‘왜 붉은오름이라 부르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이 오름의 뜻도 유래도 밝혀지지 않았다. 필자는 이를 세 가지로 설명해 본다.
첫째, 제주도 오름들은 대부분 화산 폭발 시 분출한 쇄석물(산상-산하)이 붉은빛을 띠고 있다.
둘째, 말찻오름부터는 산장(한라) 목축지에 속하고 그 아래는 상잣성지역으로 말 먹이던 곳으로 붉은 송이가 드러나 목초지로 좋지 않은 곳이어서(산하) ‘붉은오름’이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5·16이후 심은 나무들로 지금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려져 있을 뿐이다.
셋째, 이 오름 굼부리 북서쪽 능선에 커다란 검붉은 라바돔이 있다. 그런데 그 빛깔로 ‘붉은오름’이라 했을 수도 있다. 이 라바돔은(산상) 말찻오름이 검은색인 데 비해 그 색이 다르다. 이런 점에서 붉은오름이라 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두 번째로 보는데 그 이유는 산상에는 제주산 나무들이 무성한데 산 아래는 제주산 숲이 없는 ‘인공조림지’이기 때문이다.
붉은오름 620m 길은 산수국이 자라는 삼나무 숲을 지난다. 그 아래는 산상, 좀작살나무, 푸른 고사리, 관중, 양애끈, 박쥐나무, 덧나무, 등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초봄에는 앙상한 나무 아래 노란 복수초가 총총이 빛나던 곳이다. 계단을 오르노라면 산딸나무 하얀 꽃잎이 계단을 타고 오른다. 구지뽕, 상수리나무, 참빗살나무도 보이는데 키 큰 나무 아래로는 다른 풀들은 보기 어렵고 제주산 목초로 소들이 좋아하는 제완지 풀이 깔렸다.
제주도 해변과 숲이 없는 중산간 오름들은 비교적 그 형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가시리 붉은오름은 깊은 숲을 이루니 그 형태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제주도에는 붉(ㅂ+아래아+ㄺ)은오름, 밝은오름, 붉은오름, 벌건오름 등이 10여 개에 있으니 이 또한 파악이 어렵다. 그래서 이 오름의 이름을 붙인다면 표선면 가시리에 소재해 있고, 표선면 가시리 열세 개 오름 중에 가장 잘 다듬어졌고, 새각시 유방처럼 봉긋하게 이쁘니 ‘가시(제주에서 장인, 장모를 가시아방, 어멍이라 함)오름’이라 함이 가장 아름답고 격에 맞을 것 같다.
이 오름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그 모양을 어느 정도 파악해 볼 수 있다. 북편 계단을 따라서 경사면을 오르면 숲이 끝나고 하늘이 보이는 곳, 그곳에 바로 이 오름 전망대가 서 있다. 전망대에 서면 비로소 막혔던 사방이 열린다. 북쪽으로는 조천읍 물찻오름, 말찻오름, 제주시 봉개동의 물장오리, 개오리(견월악), 절물오름 등이 보인다. 또한 남쪽으로는 널리 펼쳐진 사려니 숲 너머로 남원읍의 민오름, 머체오름, 거린큰오름-족은오름, 사려니오름, 마흐니오름, 논고름(논고악) 등이 보인다.
그러나 전망대에서는 이 오름 굼부리가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 아래로 숲을 내려다보니 푸른 나무 위에 수백의 흰나비 떼가 앉은듯한데 자세히 보니 산딸나무 하얀 꽃이 한창이다. 다시 굼부리를 따라서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동고서저(東高西低)로 굼부리가 비틀어진 것을 보게 된다. 굼부리 주위, 비탈에는 새덕이나무 열매가 푸르다. 제주 특산 솔비나무는 봉오리를 맺었고 하얀 꽃이 산딸나무 꽃인가 했더니 아카시아 잎을 닮은 마가목 꽃이다.
이 오름은 굼부리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다. 산속의 봄, 굼부리 안으로 내려가니 마른 고사리가 꽤 보이고 황새와 억새들은 4월인데도 누런빛이었다. 그러나 한여름, 가시오름은 중턱이나 산등성이나 굼부리 안이나 할 거 없이 짙 푸른빛이다. 굼부리를 돌아 북쪽으로 나가며 다시 가팔라지는데 올라갈 때 만나던 중턱 계단 길에 이른다. 바로 중턱에서 말굽형 굼부리를 이루는 곳이나 가득 찬 숲이 있어 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시오름은 ‘패션스타일리스트’다. 패션상품은 제조보다 판매촉진과 유통이 더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예술, 이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의 기획, 액세서리, 소품 등 전체적인 스타일을 창조한다. 이런 점에서 이 오름을 ‘가시오름’이라 불러 본다. 문화시대는 스토리텔링이 무기다. 스토리텔링이 없이는 수고와 땀 흘림이 무의미하다. 자연과 숙박 중심에서 ‘가시오름’은 어떻게 ‘패션스타일리스트’의 길을 갈지 기대해 본다.
제주도 표선면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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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붉은 오름] 탐방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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