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2. 쇠날. 날씨: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해가 쨍쨍난다.
아침열기ㅡ텃밭 농사ㅡ텃밭 일지ㅡ천연발효빵 2차 발효 시키기ㅡ점심ㅡ밧줄놀이터ㅡ그림그리기ㅡ발효빵 굽기ㅡ청소ㅡ다 함께 마침회ㅡ맑은샘 밥상
[텃밭 물주기와 천연발효빵 굽기]
텃밭 둘러보고 밧줄놀이터에서 어제 같이 달아놓은 그물침대 타기로 아침을 연다. 2학년 현우가 3학년은 날마다 아침산책을 하냐며 묻는다. 부쩍 3학년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선생과 같이 일하고 노는 곳에 현우가 있다.
가뭄이라 아침마다 둘씩 짝이 되어 물조리개에 물을 받아 날마다 밭에 물을 준다. 우리 아이들 정성을 봐서라도 비님이 오셔야 한다. 교실에서 시와 피리, 아름다운 동화 읽기, 이야기로 아침열기를 이어간다. 숲 속에서 몸과 마음을 깨워 자연의 기운을 담아 교실로 가져와, 서로 호흡과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와 음악으로 하루를 열어내는 우리들의 시간은 단 한 번밖에 없는 지금이다.
아침 공부 텃밭 수업은 4,5,6학년이 양재천 마늘과 밀밭에서 일하고, 1,2,3학년은 마을 텃밭에서 풀을 매고 모종을 심는다. 낮은 학년 아이들은 저마다 호미, 모종, 지지대, 삽, 물조리개를 들고 밭에 간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라 얼른 마치고 들어오려는데 한 시간이 휙 간다. 3학년이 쉬지 않고 물을 떠날라 물을 주는데 힘들다는 말도 않고 줄곧 밭에 물을 준다. 밭 풀매기보다 더 낫다는 눈치다. 그래도 그렇지, 오가는 200미터 길을 정말 열심히 물을 떠나른다. 감탄할만한 일하기다. 서연이와 단희가 수돗가에서 줄곧 물조리개에 물을 담으면, 윤태와 인웅이, 영호와 은후, 시우와 준우가 일정한 거리를 나르는 일나누기로 물을 주고 있다. 역시 2학년 현우는 형들과 같이 물을 떠나르고 싶다. 지후와 유민이, 오제와 지율이가 동생들과 풀을 잡는다. 1학년이 모종을 심고, 2학년이 풀을 뽑는데 2학년 이준이와 병찬, 민혁이는 호미보다 삽을 들고 고랑 풀을 삽으로 처리하는 선생을 따라한다. 날이 더우니 시간이 흐르자 풀 뽑는 게 속도가 안난다. 이럴 때는 뚜렷하게 시간과 일할 곳을 알려주고 끝날 때를 가늠해 몸을 써서 일을 마치도록 해야한다. 10분 뒤 마치고 돌아간다고 하고, 학년마다 풀 뽑을 곳과 할 일을 정해 일한 뒤 학교로 들어간다. 1, 2학년은 풀 뽑기 마무리하고, 3학년은 고추 지지대를 모두 박았다. 일을 마친 뒤 둘러본 텃밭엔 줄곧 물을 주고 풀을 맨 자국이 그대로 보인다.
11시 교실에서 텃밭일지 쓴 뒤 11시 40분쯤 알찬샘은 천연발효빵 1차발효 뒤 반죽 모양을 잡고 2차 발효 채비를 했다. 저온숙성 뒤 1차 발효된 반죽 상태가 좋아 모두 설렌다. 냄새와 매끄러운 겉이 보기도 좋다. 한 모둠에 넷이 들어가 세 모둠으로 빵을 만들고 있는데 협력해서 척척 단계를 밟는다.
쇠날 점심 시간은 길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마당이 좁아 날마다 못하는 야구를 하러 마을 농구장쪽으로 가는데 같이 갈 선생을 찾는다. 선생들이 돌아가며 가곤 하는데, 서류 꾸미는 일을이 있어 못간다 했더니 오늘 점심 바깥 놀이 당번인 허아람 선생이 간다 해서 야구하러 가지 않는 아이들을 지켜볼 선생이 없어 보인다. 하던 걸 중단하고 학교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불러 숲 속 밧줄 놀이터로 갔다. 가자마자 그물침대 타느라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을 지켜보며 한 쪽에서 새로 온 부드러운 밧줄로 놀이감을 만드는데 힘을 쓰니 그늘 속에서도 땀이 난다. 그런데 그물침대 타다 일이 생긴다. 한 어린이가 줄곧 타고 싶어 내리지 않으니 다른 어린이들이 화가 나서 선생에게 온 게다. 50초까지 세서 돌아가며 타자는 걸 말해주는데, 50초를 세도 내리지 않으니, 어린이들이 끌어당겨 내리고 만다. 그러니 울음이 터져나오고, 역시 더 타고 싶은 어린이도 화가 나서 그물침대에 침을 묻히고 만다. 끝내 선생에게 불려오고 사과하지 않으면 놀이터에 올 수 없다고 하니 한참 걸려 사과를 한다. 바로 스무 번 절하기 명상을 해야는데 규칙을 선생이 깜박했다. 놀이 속에 웃음과 울음이 같이 가며 규칙을 배워간다.
1시 30분 낮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빵을 구울 채비를 같이 해야 되서 알찬샘은 1층 강당에서 동무 얼굴 그리기를 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그림을 그리는 건 어렵지만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서로 얼굴을 보며 웃거나 그림을 보며 웃는 게다. 자세히 동무 얼굴을 보며 형태를 잡고 특징을 그려내는 건 그림 공부도 되고 서로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드디어 2차 발효를 마친 반질반질한 반죽을 꺼내 밀가루를 뿌리고 모양을 잡아 전기오븐에 넣는데 모두가 설렌다. 잘 부풀어오르고 냄새 좋은 빵이 나왔다. 어서 먹고 싶지만 식을 때까지 기다려 모두의 새참으로 잘 먹었다. 달마다 빵 굽는 학교는 줄곧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