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소리 님께서 남기신 글
<장발장> 2006. 1.6일 평방 원고
<장발장>
남피디: 일출 보셨나요?
벌겋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무슨 소원들을 비셨어요?
그러나 사실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랍니다.
지구가 부지런히 돌고 있기 때문이래요.
올 한 해 좋은 일이요? 그것도 마찮가지 아니겠어요?
좋은 일이 하늘에서 어느 날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태양이신 하느님을 중심으로 부지런히 맴돌면
내 인생에도 해뜰 날, 오지 않을까요?
새 해 일출의 소식을 가득 담고 오신 분이세요.
망미성당 보좌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님 나오셨습니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조신부: 안녕하십니까? 망미성당 보좌 조영만 세례자요한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해가 바뀌었네요. 제가 쫌 애교를 떨까요?
우리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남피디: 신부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신부님, 축하드려요.
이번에 드디어 주임신부님으로 발령이 나셨더라구요.
가시는 본당이 범서... 시지요?
조신부: 감사합니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표정관리가 안됩니다.
다른 동기 신부님들 아직 보좌하는데,
저만 주임 나간다고 웃을 수 만도 없고 또 사실,
이건 의외의 감정인데 두려움도 참 많이 앞섭니다.
나름대로 보좌를 5년이나 했다고
이제는 나가기만 하면 모든 일 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주임 발령을 받고 나니, 첫 마음이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설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책임감도 많이 느끼구요,
이런 저런 생각에 막연한 두려움도 느끼고...
여하튼 그렇게 기쁘지 만도 안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남피디: 왜 이러세요? 신부님. 신부님. 잘 하실꺼예요.
아마 평화방송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들으시면
잘 하실꺼라 격려해 주실텐데요... 너무 걱정 마세요.
조신부: 그러니까 더 힘듭니다만, 열심히,
아니지요, 기쁘게 살겠습니다.
그동안 망미성당 보좌 조영만신부입니다...하고
인사드렸던 것이 오늘 마지막이네요.
다음 주엔 범서 성당 주임, 조영만 신부입니다.
하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남피디: 그럼 오늘 보좌로서 마지막 하시는 방송이신데,
어떤 이야기 들려주시겠어요?
조신부: 오늘 안나 자매님께서 인사말에 하셨던 이야기,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 이 말이 참 좋았습니다. 흔히 그러잖아요.
새해가 되면 이런 저런 소원도 빌고 또 무사하게
한 해를 보내기 위해 기도도하고 굿판도 벌이지만,
한 해를 마치면 어떤가요? 오만 일들이 벌어져 있지요?
그래서 한 해를 마칠때 마다 꼭 등장하는 말,
다사다난 했던 지난 한 해 어쩌구저쩌구가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지 않습니까? 마찮가집니다.
2006년, 병술년 한 해도 우리가 그렇게 일출을 보고 빌어도 그렇고
그런 일들, 원치 않는 사건 사고와
뜻하지 않는 고통들이 아마도 즐비하게 벌어질 것입니다.
무사하기를 바라지만, 사실, 무사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살이 아닙니까? 배는 어느 때 제일 안전한 줄 아세요?
남피디: 그거야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요.
조신부: 맞습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대단히 애석하게도
배라는 존재는 항구에 대 놓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거칠고 무슨 일 생길지 험난한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
기어이 목적지에 도달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배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사하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 닥쳐오는 일들을
헤치고 나아가 기어이 목적지, 우리에게 명을 주신 이 생명의
목적에까지 도달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인간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한 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행여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 때문에 쓰러지지 아니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달라고 기도하는 편이
훨씬 더 믿는 사람다운, 신앙인다운, 우리 가톨릭 신자다운
기도이자 희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피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부지런히 도는 것처럼,
우리도 떠오르는 태양만 물끄러미 바라볼 일이 아니라,
지금 부지런히 돌고 있는 이 지구의 자전을 우리도 살아가자...?
새해 덕담치고는 웅장한데요, 신부님.
조신부: 그런가요? 그래서 오늘 라디오 동화 준비하며
이 노래가 생각났어요. 헤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남피디: 노래 안하시기로 해놓고... 양희은... 제목은 모르겠어요.
헤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는 이 동화, 궁금하시지요? 신부님?
조신부: 실패한 자기 인생에 쓰러지지 아니하고
기어이 일어나 다시 걷는 사람,
여러분들 다 잘 아시는 장발장이라는 동화입니다.
남피디: 빵을 훔쳐 감옥에 갔다가 출옥해 어느 주교님의
도움으로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그런 내용 아니던가요?
조신부: 사실 우리들이 아는 이야기는 이 소설의 앞부분이지요.
그러나 장발장이 주인공으로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은
대단히 역사적인, 그리고 그 프랑스 혁명의 시대가
감당해야 했던 아픔들을 담고 있습니다.
한 인간에 대한 집요한 성찰과 내면의 아픔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숱한 민중들을 향해 기어이 저항하게
만드는 사실은 대단히 장중한 소설이고 벅찬 내용이기에
저희들이 10분짜리 동화로 다루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축약이 불가피해지는데요,
이래저래 좀 건너뛰지만 잘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남피디: 홍새롬 작가가 구성했습니다.
이야기에는 저 남승혜와 조영만 신부님이 함께 합니다.
2006년. 1월. 첫 번째로 들려드리는 사랑이 있는 세상,
라디오 동화 나레이션 드라마, 첫 번째 이야기,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입니다.
장발장
해설(남피디) : 황금빛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던 어느 겨울 저녁,
얇고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얼마 전 감옥에서 풀려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거리를 헤매고 있었죠.
장발장(조신부): 아~~ 전과자의 낙인이 찍힌 나에게
사람들은 낡은 헛간조차 내주려 하질 않는구나... 으... 춥다...
어디로 가지? 배도 고프고~~~
해설(남피디) : 사내는 겨울바람을 뚫고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어느덧 걷다보니 자그마한 성당 앞이었고 배고픔과 추위에
지친 사내는 불빛에 이끌리듯 사제관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사제복을 입은 미리엘 주교가 사내에게 다가왔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저는 장발장이라고 합니다.
19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며칠 전 석방되었습니다.
비록 전과자의 몸이지만 제게 자비를 베푸시어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 나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습니다.
미리엘(조신부) : 그래요, 당신은 나의 형제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형제를 돌보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
해설(남피디) : 미리엘 주교는 장발장을 사제관으로 데려와
식탁 가득 음식을 차려 놓았습니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가
차려준 식탁에 앉아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은그릇에 가득 담긴 음식들은 너무나 푸짐하고 훌륭했습니다.
(B.G up down)
남피디: 식사가 끝나고 포근한 잠자리에 누운
장발장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간 날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어린시절 부모님을 모두 잃고 혼자 사는 누이와 조카들을 돌보며
힘겹게 살았던 일들... 어느 해 겨울, 배가 고파 울부짖는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고 그 자리에서 붙잡혀 감옥에 갇혔던 지난날...
굶주리고 있을 조카들 때문에 여러 번 탈옥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붙잡히고 말았고 그 때문에 19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지우고 싶은 아픈 날들이 가물가물 떠올랐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감옥에서는 풀려났지만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해설(남피디) : 살아갈 일이 막막해 깊은 한숨을 내쉬던 그 때,
장발장의 머릿속에 갑자기 아까 식사 때 보았던
미리엘 주교의 은그릇이 떠올랐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안돼~!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신 분이야.
그런 고마운 분의 은그릇을 훔칠 생각을 하다니....안 돼!
해설(남피디) :그러나 한 번 떠오른 생각은 멈출 수가 없었고
결국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녘, 장발장은 자기도 모르게 벽장 속
은그릇을 훔쳐 사제관을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효과음) 똑똑똑~!!
헌병(남피디) : 계십니까?
미리엘(조신부) : 뉘시오?
해설(남피디) : 미리엘 주교가 문을 열어보니
건장한 헌병들이 문 앞에 서 있었고 헌병 옆에는
수갑을 찬 장발장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습니다.
헌병(남피디) : 주교님, 이 사람이 은그릇을 가지고
사제관 담을 넘어 도망치는 걸 붙잡아 왔습니다.
주교님의 은그릇이 맞습니까?
해설(남피디) : 그러자 은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리엘 주교가 장발장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미리엘(조신부) : 그렇게 몰래 떠나시다니요.
헌데 제가 준 은 촛대는 왜 두고 가셨습니까?
해설(남피디) : 장발장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습니다.
헌병(남피디) : 주교님, 그게 정말입니까?
미리엘(조신부) : 아, 정말이구 말구요, 이분은 도둑이 아닙니다.
제가 은그릇을 드렸으니까요.
해설(남피디) : 헌병들은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두기 않았지만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죠. 헌병들이 돌아가고 나자
미리엘 주교가 장발장에게 말했습니다.
미리엘(조신부) : 이 은촛대도 함께 가져가세요.
대신 한 가지 사실만은 잊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이 은으로 얻은 돈은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써야합니다.
당신은 이제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아셨습니까
장발장(조신부) : 으흐흐흑~~ 주교님...(신부님)~~~~
해설(남피디)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19년을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마음속에서 자라던
미움과 악한 마음이 한꺼번에 스르르 녹고 있었습니다.
장발장은 죽는 날까지 미리엘 주교가 베푼 사랑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세월은 흘러
어느 도시에 뿌리를 내린 장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감춘 채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은그릇을 팔아 시작한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여 장발장은
어느덧 큰 공장을 가지게 되었고 성실하게 번 돈을
가난한 사람들과 그 고장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장발장의 선행이 알려지자
프랑스 국왕은 그를 시장에 임명했습니다.
장발장은 자신의 예전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장직을 몇 번이나 사양했지만 끝내 응낙하고 말았습니다.
시장에 오른 장발장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러나 단 한 사람 자베르 경감만이
장발장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자베르(조신부) : 아무리 봐도 마들렌 시장은 장발장을 닮았단 말야~~
여러 번 탈옥을 시도했던 흉악범 장발장... 내 손으로 붙잡았는데
암, 내 똑똑히 기억하지... 몇 해 전 미리엘 주교의 은그릇을 훔친 것도
바로 네 놈이란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너 같은 거리의 부랑자와 범죄자들은 모조리 사라져야 해...
내 기필코 너를 잡고 말겠다!! 기필코~!!
해설(남피디) : 자베르 경감에게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장발장은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노인(조신부) : 살....살...려....주..시오...
사람(남피디) : 어머~~ 사람이 수레바퀴 밑에 깔렸나봐~~
저걸 어째~~~ 누가 어떻게 좀 해봐요~~
사람 2(조신부) : 노인인 것 같은데~~ 이거 큰일이군~!!
해설(남피디) :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 있었지만
무거운 수레를 들어올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던 이 때,
길을 걷던 장발장이 수레바퀴에 깔린 노인을 발견하고
다급히 뛰어가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레 밑으로 들어가 바퀴를 들어올렸습니다.
바퀴 밑에 깔려있던 노인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오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시민(조신부) : 시장님께서 노인을 살리셨다~~
시장님 만세~~만세~~ 만세~~
시민 2(남피디) : 아우~ 우리 시장님 너무 멋진 것 같아~~
어쩜~~ 내 이상형이야~~
해설(남피디) :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 틈 속에
그러나 음흉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자베르 경감이었습니다.
자베르(조신부) :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장발장...
네 놈밖에 없지~ 내 반드시 네 신분을 밝혀내고 말테다~!!
해설(남피디) : 장발장은 자베르 경감이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쿵 뛰었지만 그래도
가련한 노인을 구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한 여인이
자베르 경감 앞으로 끌려왔습니다.
길거리 한 복판에서 한 신사와 싸우다가 붙들려 온 여인이었는데
자베르 경감은 여인이 죄를 지었다고 확신하며 말했습니다.
자베르(조신부) : 이 여자를 감옥에 집어 넣어!
여인(남피디) : 안돼요~ 그럼 내 딸 코제트는 어떡하라구요~
음식점 주인에게 진 빚을 갚지 못하면 내 딸 코제트를
영영 만날 수 없게 된단 말이에요~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코제트는 겨우 여섯 살이라구요~
자베르(조신부) : 뭘 하고 있나 당장 이 여자를 감옥에 처넣어~!!
해설(남피디) : 그 때 장발장이 경찰서 안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이 여인이 연행될 때 나는 광장에 있었소.
잘못은 상대방에게 있었소. 젊은 남자가 이 여인을 먼저 괴롭혔소.
그러니 이 여인을 풀어주고 그 남자를 체포하시오.
해설(남피디) : 자베르 경감은 난데없이 나타난 장발장이 못마땅했습니다.
자베르(조신부) : 마들렌 시장님.
그 분은 큰 저택을 가지고 있는 신사입니다.
그런 분이 하찮은 여인을 상대로 먼저 잘못을 저질렀을 리가 없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이 여인도 이 도시의 시민이오.
가난하다고 해서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오. 당장 이 여인을 풀어주시오!
해설(남피디): 장발장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서려있었습니다.
자베르 경감은 몹시 자존심이 상했죠.
그러나 시장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발장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여인은 딸을 걱정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인(남피디) : 고맙습니다. 시장님~
장발장(조신부) : 내가 대신 빚을 갚고 코제트를 당신에게 데려다주리다.
약속은 꼭 지킬테니 이제 그만 눈물을 거두시오.
해설(남피디) : 장발장이 여인을 구해주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자베르 경감이 장발장을 찾아왔습니다.
자베르 경감은 다짜고짜 장발장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자베르(조신부) : 마들렌 시장님, 저를 파면시켜 주십시오.
시장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자베르 경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자베르(조신부) : 제가 그만 시장님을 파리 경시청에 고발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장님을 의심했습니다.
시장님은 제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범죄자와 몹시 닮으셨습니다.
그 자는 장발장이라고 하는 흉악범입니다.
그런데 오늘 경시청에서 진짜 장발장이 잡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동안 시장님을 의심하고 있었다니...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제 사직서를 받아주십시오~!
해설(남피디) : 자베르 경감은 탁자 위에
사직서를 내려놓고 방을 나갔습니다.
장발장은 놀란 가슴을 억누르려 애를 썼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누군가 내 죄를 뒤집어 썼구나,,,,
하지만 한편으론 잘된 일일지 몰라...
난 지금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시장이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
그래...난 이제 장발장이 아냐...
내가 장발장이었다는 증거는 모조리 없애야 해~!
해설(남피디) : 장발장은 미친 사람처럼 서둘러 금고를 열었습니다.
금고 속에는 처음 이 도시에 들어오던 날 입고 있던
낡은 옷과 배낭이 들어 있었습니다.
장발장은 낡은 물건들을 벽난로에 던져 넣었는데,
그 때 벽난로 위에 놓인 은촛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그래, 저것도 없애야 해~!
해설(남피디) : 장발장은 은촛대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방 어디선가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목소리(조신부) : (에코) 장발장!! 너는 미리엘 주교님을 배신할 생각인가?
한 사람이 너를 대신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데도 모른 체할 것이더냐?
이제 너는 그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할 것이다!!
해설(남피디) : 장발장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외침 소리에 은촛대를 움켜쥐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그리고 재판이 있던 날, 장발장은 재판장으로 걸어가
스스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자신이 바로 장발장이라고...
그래서 결국 장발장은 자베르 경감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다시 갇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장발장의 마음은 편안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사랑하는 딸 코제트를 기다리던 여인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아~~ 그 여인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나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다!!
해설(남피디) : 장발장은 다시 감옥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련하게 죽어간 여인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B.G up down)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던 날 감옥을 탈출한 장발장은
코제트가 있는 음식점으로 향했습니다.
독한 음식점 주인 부부는 어린 코제트를 하인처럼 부려먹고 있었습니다.
장발장은 큰 돈을 주고 코제트를 음식점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내 삶을 이 아이를 위해 살겠어...
해설(남피디) : 파리로 온 장발장은 한적한 곳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코제트는 장발장을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하며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코제트(남피디) : 아빠~ 이리 와보세요~ 여기 꽃이 피었어요~
해설(남피디): 장발장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코제트를 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두려움은 떨쳐낼 수가 없었죠.
자베르 경감이 끈질기게 뒤를 쫓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뜻을 이어 거지로 변장한 채
가난한 사람들을 남몰래 도우며 살았습니다.
장발장은 돈을 나누어 주는 거지라고 불리기 시작했고
이 소문은 곧 자베르 경감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자베르(조신부) : 돈을 나누어 주는 거지?? 틀림없는 장발장이야~!
해설(남피디): 자베르 경감은 마치 사냥개처럼 장발장을 뒤쫓았고
장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또 다시 도망쳐야 했습니다.
며칠 밤을 도망쳐 도착한 곳은 어느 수도원이었습니다.
장발장은 수도원에서 일하던 노인에게
하룻밤 쉬어 갈 곳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노인(조신부) : 아니...마들렌 시장님이 아니십니까?
장발장(조신부) : 아니...당신은??
해설 (남피디) : 뜻밖에도 그 노인은 예전에 장발장이
수레바퀴에서 구해준 사람이었습니다.
노인(조신부) : 여기서 수녀원의 정원사로 일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잘 얘기해놨습니다. 코제트도 수녀원 기숙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구요~~
장발장(조신부) : 고맙네~~
노인(조신부) : 웬걸요~ 저야말로 감사하죠.
이 목숨 살려주신 은혜를 이렇게 갚을 기회를 주셔서요.
제가 이렇게 살아있는 건 다 시장님 덕분입니다.
해설(남피디) : 수녀원은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전했고,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코제트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습니다.
장발장은 누구보다 코제트를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친딸처럼 돌보며 키워왔기 때문에 이제는 코제트와
떨어져서는 한 시도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제트에게 어느 날 마리우스라는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마리우스(조신부): 오~ 코제트~ 나의 꽃사슴~~
당신을 내 목숨보다 사랑하오~~
코제트(남피디) : 오~~ 마리우스~~ 밤 하늘의 별을 헤아릴 수 없듯이
당신의 향한 제 마음도 헤아릴 수 없답니다~~사랑해요~~ 마리우스~~
해설(남피디) : 코제트는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프랑스는 혁명이 발발해 대단히 어수선 했습니다.
산업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생활은 극도로 궁핍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혁명이 있을 것이라는 조짐이 온 사회를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장발장(조신부) : 이런 위험한 프랑스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프랑스를 떠나 영국으로 가야겠다~!! 코제트 떠나자꾸나. 이곳은 위험해.
해설(남피디) : 장발장의 결심을 알아차린 코제트는 몹시 슬펐습니다.
조신부: 안돼요. 그럴 수 없어요. 코제트는 안됩니다.
제가 코제트를 지키겠습니다. 그러니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조신부: 마리우스라고 했나? 잠시 이리와 보게.
자네 둘이 사랑하는 것은 알고 있다네.
그러나 코제트는 나의 유일한... 딸이야... 그러니 나의 전부라 할 수 있지.
조신부: 이미 그녀는 나에게도 전부입니다.
조신부: 사실, 나는 그녀를 위해 지금까지도 도망을 치고 있는 사람이라네.
조신부: 네?
조신부: 내 원래 이름은 장발장이었지... 벌써 30년이 흘렀군...
그래 그렇게 하세. 나도 이제는 더 도망치며 살고 싶지 않아.
자네가 나를 밀고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코제트만은 안되네.
조신부: 정 그러시다면 할 수 없지요.
남피디: 마리우스가 평생을 쫓아다니던 자베르 경감을 만나러 간 사이
혁명의 총소리는 울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더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혁명군과 군대는 총질을 가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첩자로 몰려 사형대에 올랐지요.
사람들을 괴롭히던 자베르 경감도 그 때 정부의 첩자로 몰려
재판도 없이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그를 위해 변호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노인 하나가 앞에 나서 그들을 말렸습니다.
조신부: 이 사람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내가 원한도 가장 많구요,
그러니 이 사람은 나에게 맡겨주시오.
내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남피디: 그 자리에 몰려 있던 사람들 중
누구도 그 노인을 말릴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허름한 차림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선을 하고
어려운 이들을 도왔던 시민들의 친구였던 장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은 자베르 경감을 데리고 산 속으로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장발장이 경감을 홀로 처치할꺼라고 생각했지요.
조신부: 자베르 당신도 참 많이 늙었구려.
나도 당신 덕택에 잘 늙을 수 있었소.
그런데 그것 아시오? 당신이 나를 감옥에 제일 처음 집어넣었을 때...
그 때 조금이라도 나를 도와주었더라면 나와 당신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정의란게 말이요... 사랑이 없으면 정의는 폭력에 불과하다오.
지금 벌어지는 혁명을 보시구랴. 이 혁명도 반드시 실패할게요.
복수 만으로는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거든.
자베르 경감. 이제 내가 당신에게 자유를 줘야겠구만.
이 길로 도망 치도록 하시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오.
(BG)
코제트(남피디) : 아빠... 죄송해요.
마리우스가 아빠를 밀고하려고 했다고 뒤에 들었어요. 아빠 용서해주세요.
조신부: 아니다... 다 나의 죄인걸. 그래 지금 밖은 어떠니...
남피디: 사람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곧 혁명군이 도착할꺼래요.
조신부: 쿨럭쿨럭.
남피디: 아빠...
조신부: 괜찮타. 나도 오래 살았지...
내가 지은 죄를 다 갚았는지 아직 알 길이 없는데...
시간이 이젠 별로 없구나. 사랑하는 내 딸 코제트야,
저기 저 은촛대를 가지고 오너라... 그래...
이젠 내가 너에게 이것을 물려주어야겠구나.
내게는 이것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것이란다.
이 촛대를 주신 분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다면
환하게 웃고 계실지 모르겠구나.
코제트(남피디) : 오~~ 아버지~~~ 그
런 약한 말씀 마세요~~ 흑흑흑~~
해설(남피디) : 코제트는 무릎을 꿇고 병이 들어
앙상한 장발장의 손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코제트의 눈물이 장발장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장발장의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딸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였을까요?
은촛대 위의 밝은 촛불아래 평온하게 눈을 감은
장발장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번져있었습니다.
남피디: 사랑이 있는 세상 새 해 첫 번째로 문을 연 라디오 동화,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었습니다.
조신부: 사실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은
그야말로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장발장이라는 한 개인의 역사뿐이 아니라 그 시대를 관통하던
혁명과 투쟁, 그리고 사랑을 담고 있지만
결국 그 이야기 모두의 주인공의 사람이 아닐까... 싶어
소설의 뒷 부분을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소설의 맛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뭐랄까요?
자베르...라는 경감이 끝까지 자기 발목을 잡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인간 장발장의 모습이
2006년, 병술년 한 해 우리 모두의 일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이야기들,
올 한 해 여러분들과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남피디: 안녕히 계십시오.
J.S. Bach: Cantata;BWV 80,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내 주는 강한 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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