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쓰러지지 않는>으로 동포들의 이야기를 단편영화로 제작한 최아람 감독이 영화의 뒷이야기와 소감을 후기로 남겨주었네요! 회원분들과 나누고 싶어, 본인의 동의를 얻어 공유합니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2213709988714715&id=100002272075371
뒤늦게 풀어보는 <부당, 쓰러지지 않는> 후기
(혼자 하는 주절주절 GV)
- 동포들의 고교무상화 투쟁이 끝나기 전에 하루빨리 한국사회에 많이 알리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바다 건너 우리학교를 소개합니다>와 <우리의 목소리가 가닿는다면> 같은 6분 내외의 짧은 영상들에 이어 이번엔 단편 다큐로 인터넷 외의 창구를 통해 알렸으면 하는 고민이었죠. 하지만 국내의 어디 지방이라면 카메라만 들고 가서 찜질방에라도 묵으며 촬영할텐데, 일본이라는 절대적 교통,체류비가 필요한 상황에 엄두도 못 내고 있었어요. 어찌어찌 기획안을 써서 제작지원에 내봤지만 떨어졌...ㅋㅋ(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떨어질만 한 기획안이었음) 재판은 진행되고 있고 어쩌지도 못하고 마음 속에서 포기를 하고 있던 2018년이었죠.
-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기회는 갑자기 왔어요. <하늘색 심포니>의 박영이 감독님이 일본에서 촬영스탭이 필요하다며 연락을!!!! 일본에 갈 수 있는 왕복 비행기표가 생긴거죠ㅜㅜㅜ 거기다 마침 일본 갈 날짜가 오사카 2심 일주일 전!!! 이건 다큐를 찍으라는 하늘의 계시다!!! 그래서 기획구성안을 현실적으로 다시 짜고 한국에서 섭외와 촬영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다큐는 박영이 감독님 아니면 찍지 못 했을 겁니다ㅜㅜ흑흑 감사합니다! 거기다 중요한 촬영인데 한국에서부터 스탭으로 불러주셔서 동포들의 믿음을 얻은 것 같아 그것이 더 눈물나게 기뻤어요. (그리고 제작비를 지원해 준 다큐창작소에도 감사를ㅜㅜ)
- 그런데 일본을 가려고 보니, 전 일본어를 하나도 모른다는 현실이... 거기다 해외를 혼자 나가는 것도 처음... 심지어 비행기 표도 처음 끊어 봄ㅋㅋㅋㅋ(그래서 수하물 미포함으로 하는 실수를;;;;;;)
하지만 진짜 비극은...제가 심각한 길치, 방향치 그리고 기계치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끄는 캐리어 18kg, 어깨에 맨 장비들 15kg, 한쪽 어깨엔 트라이포드, 반대쪽 어깨엔 우산을 끼우고, 한 손으로 폰을 들고 지도 어플을 보며 오사카 바닥을 정확히 전철역에서부터 동서남북 한 시간 반을 왔다갔다하던 그 비 오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ㅂㄷㅂㄷ 거짓말 안 하고 진짜 오사카 바닥에서 욕하며 울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ㅜㅜ 덕분에 그때 지도 어플에 나침반 기능이 있는 걸 처음 알게 됨^^ㅋㅋ 그 일본에서의 열흘 동안 놀랍게도 지도 어플을 보고 한 번에 제대로 방향 맞춰서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그래서 마지막 즈음엔 스스로가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습니다.
- 총 열흘 정도를 머물렀는데 동포들의 사랑이 일본어 까막눈에 길치, 쫄보 최아람을 일본에서 살렸습니다ㅜㅜ 집을 숙소로 내어준 성혜언니는 아침 일찍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절 위해 먼 역까지 운전해주고 기차 타기 전 직접 싼 김밥을 쥐어주질 않나, 체류기간 중 절반이 넘어갈 무렵 심신이 너무 지쳤을 때(아 그날이 오사카의 그 비오는 날이었음) 향대 어머니는 어떻게 아시고 동포식당으로 데려가 주시고ㅜㅜ 김치를 먹는데 진짜ㅜㅜ 이것이 '소울푸드'라는 것인가!!ㅜㅜㅜ 정말 몸과 마음에 힘이 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배영애 선생님은 동네 맛집에서 밥도 사주시고 직접 치즈케익까지 구워 한 판을 다 싸주셨어요 흑흑.
배낭과 캐리어 짐들을 이고지고 고베에서 오사카로 넘어가 바로 화요행동 촬영갔을 때(그때도 길 못 찾아서 늦음), 촬영 온다기에 여러 명의 촬영팀이 오는 줄 알았는데 웬 여자애 하나가 짐 몽땅 들고 땀 뻘뻘 흘리며 온 게 안쓰러웠는지 어머니회의 홍정숙 어머니는 끝나고 밥도 사주시고 ㅜㅜ
아아 진짜 말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가는 곳 마다 폐를 끼치면서도 얼굴에 철판 깔고 신세지고 다녔던 열흘이었죠. 숙소와 촬영장소를 내어 주신 샛바람문고를 비롯해 여러 편의를 봐주신 고교무상화 오사카 연락회 나가사키 선생님, 후지나가 선생님 등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숙소 얘기가 나와서 샛바람문고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오사카에 머무는 동안 삼 일 정도를 샛바람문고라는 서점의 3층 다락방 같은 곳에서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 세상에서 귀신을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일본 특유의 좁은 집 구조와 엄청엄청 많은 책들, 불꺼진 1,2층과 화장실을 가려면 또 2층으로 내려가야 하는 구조, 낯선 환경에서 혼자 자야 하는 상황 등. 매우 조용하고 아늑했지만 어릴 적 티비나 책에서 보던 일본귀신을 조우하게 될까봐 밤이 무서웠습니다ㅋㅋㅋ
- 재판 날 저 또한 너무 긴장되더군요. 그리고 딱 패소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의 감정은...너무나 억이 막혀서 뭘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그 순간 제 카메라도 갈 곳을 못 찾고 방황을 합니다;; 동포들의 울고 구호 외치는 모습을 일본 기자들과 경쟁적으로 대놓고 찍지도 못하겠고, 나도 눈물이 차오는데 그곳에서 이방인이자 비당사자인 내가 내 감정대로 목놓아 울 수도 없고...
그 와중에 동포들은 일본 언론들에 성실히 다 인터뷰를 해주는데 비록 일본어는 모르지만 그 모습들을 찍었습니다. 향대 어머니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함께 무너져내렸습니다. 서로 껴안고 엉엉 울었어요. "아람아 봤지? 이게 지금 우리 동포들이 당하는 현실이야" 라고 말씀하시며 어머니는 울었고, 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군요. 그 순간엔 무언가를 찍는 것보다 함께 울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향대어머니가 일본언론과 직전에 한 얘기를 번역을 받아 보고 또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전혀 감정의 여지 없이 씩씩하게 '아뇨. 끝난 게 아닙니다. 우린 전혀 기죽지 않아요. 우린 계속 싸워갈 겁니다. 전혀 기죽지 않아요' 라고 하셨더군요.
- 향대어머니와 진희는 모녀예요^^ 그리고 촬영 장소는 집이 아니라 샛바람문고였습니다. (관객들이 '와 저 집은 책이 엄청 많구나'라고 생각했다고ㅋㅋ)원래 1차 편집본엔 출연자들 이름이 '이향대'와 '리진희'였어요. 제가 이름 자막을 달 때 '성을 이로 할까요 리로 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남쪽 잡지에 기고도 하시는 어머니는 '난 요즘 이향대로 살고 있으니 이씨고 해주고, 진희는 리진희로 살고 있으니 리씨로 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얼마 후 다시 연락이 와서 진희가 엄마와 성이 다르게 나오는 게 싫었던지 어머니도 '리향대'가 되셨습니다.
- 그간 유튜브와 페이스북 위주로 영상활동을 해왔는데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위주로 영상이 노출되고 공유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기회에 KBS열린채널과 영화제를 통해 전혀 관심의 영역이 다르고 몰랐던 관객들에게도 동포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아 제목 '부당, 쓰러지지 않는'의 뜻은요, '부당판결'할 때 부당(不当)은 '후토우'라고 읽어요. 그런데 쓰러지지 않는(不倒) 또한 '후토우'라고 읽는답니다. 일본어 제목은 그래서 '후토우, 후토우'인 거죠. 부당한 차별 속에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동포들의 광고단체 'Uri-AD'의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참 언제나 부끄러운 작업들이지만 물심양면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자료제공 부터 많은 도움을 주신 몽당연필과 부산의 김지운 감독님 등 한 분, 한 분 셀 수도 없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도 또 세상에 내보이면서도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과, 저라는 사람을 지금까지 그리고 여전히 만드는 건 동지들,동포들,동무들,동료들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갈 길이 머니 잘 부탁드립니다.
<부당, 쓰러지지 않는>은 유튜브로 계속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JxjDgrTXONM
성혜언니의 감동의 도시락ㅜㅜ
배영애 선생님께서 손수 구워주신 치즈케이크. 가져가서 먹으라고 한 판을 다 포장해 주셨다. 이 외에도 또 여름에 촬영한다고 손수건들을 선물로 한무더기 안겨주셨다ㅜㅜ
샛바람문고에서의 숙소
샛바람문고에서 진희와~ 진희 옆 맥주는 향대 어머니꺼고 진희는 사과주스 먹고 있습니다^^;;
재판 시작 전 법원 앞에서 배영애 선생님과
내내 살뜰히 챙겨주신 성혜언니ㅜㅜ♡
2심 판결 후 저녁의 보고집회에서 김복동 할머니
숨은 람 찾기
감동의 김치오꼬노미야끼ㅜㅜ 우리가 먹은 메뉴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지막 밤
제목 아이디어를 얻은 Uri-AD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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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아래 유투브에서 영화 감상이 가능합니다^_^
많이 봐주시고,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세요:) 최아람 감독의 작품활동을 몽당연필도 응원합니다!
https://youtu.be/JxjDgrTXONM
첫댓글 3.22(금) 인디다큐 <부당,쓰러지지않는> 상영회 후 몽당연필 회원들과 최아람 감독뉨~
고생하셨습니다~~~~!!!! 멋지다~~~!!!
고생 많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