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와 협력 연구 기관의 과학자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명왕성의 위성들이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사실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독특한 천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단 명왕성은 자기 지름의 거의 절반 정도인 위성 카론과 질량 중심점을 두고 공전하고 있습니다.
명왕성과 카론의 질량 중심점은 명왕성의 밖에 있는데, 현재까지 태양계에서 발견된 모든 천체 가운데 유일한 경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명왕성과 카론은 사실상 쌍성계에 가까운 형태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명왕성과 카론의 쌍성계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4개의 위성이 공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태양계에서 알려진 가장 복잡한 시스템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크 쇼월터(Mark Showalter of the SETI Institute in Mountain View, California and Doug Hamilton of the University of Maryland at College Park)와 그의 동료들은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허블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서 이 4개 위성의 독특한 자전을 밝혀냈습니다.
명왕성의 작은 네 개의 위성 - 스틱스, 케로베로스, 히드라, 닉스 - 들은 명왕성과 카론의 중력 변화에 크게 요동칩니다. 여기에다 닉스처럼 찌그러진 길죽한 위성은 자전 주기와 방향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즉, 규칙적으로 자전축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제멋대로 자전을 한다는 것이죠. (아래 영상 참조)
(명왕성의 위성들. This composite image from the Hubble Space Telescope shows Pluto and its largest moon, Charon, at the center. Pluto's four smaller moons orbit this 'binary planet' and can be seen to the right and left. The smaller moons must be imaged with 1000 times longer exposure times because they are far dimmer than Pluto and Charon. Credit: NASA/M. Showalter )
(닉스의 자전. This set of computer modeling illustrations of Pluto’s moon Nix shows how the orientation of the moon changes unpredictably as it orbits the “double planet” Pluto-Charon.
연구팀은 닉스 이외에 나머지 위성들 역시 불규칙 자전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전하는 천체는 현재까지 토성의 위성인 하이페리온을 비롯해서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태양계 밖에서는 이런 이중 행성이 흔하게 존재할지도 모르고 이런 방식으로 자전하는 위성 역시 아주 드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움직이는 위성들이라면 과연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공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위성들이 안정적으로 공전할 수 있는데는 역시 상호간의 중력이 크게 작용합니다. 닉스, 스틱스, 히드라는 상호간의 중력에 의해 궤도가 일정한 비를 이루는 궤도 공명이 존재합니다. 이는 이 위성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에서는 한 가지 더 독특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위성 케르베로스는 매우 검은 표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숯처럼 검은 표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아직 그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케르베로스는 그 기원이 다른 위성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새로운 발견들은 현재 명왕성에 접근 중인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가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들 위성이 얼마나 불규칙하게 자전을 하는 지, 그리고 실제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결국 뉴 호라이즌스의 근접 관측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