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그 전장인 34장보다 더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호야김(Jehoiakim) 왕 때에 일어난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니 34장보다 약 15년에서 2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의 기록입니다. 그렇지만 예레미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일관된 주제를 위해 삽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다소 엉뚱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레갑 사람들의 집안 사람들을 하나님의 성전 한 방에 모아서 포도주를 마시게 하라는 명령입니다(2절). 레갑(רֵכָב, Recab)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고 여러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겐 사람(קֵינִי, Kenites) 레갑의 자손들로 알려져 있는데(대상 2:55), 레갑 사람들은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는 이리저리 떠돌며 지내는 유목민들이고, 포도주를 비롯한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엄격한 규율에 따라 살아가면서 절제와 근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레갑 족속을 나실인의 전형(典型)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떠돌던 레갑 족속이 바벨론의 침공으로 인하여 잠시 예루살렘 성 안에 들어와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혹은 예루살렘 주변에 장막을 치고 거주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 당시 레갑 사람들의 대표는 야아사냐(Jaazaniah)인 것으로 보이는데, 야아사냐는 예레미야의 아들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예레미야는 예레미야서에 나오는 선지자 예레미야와는 다른 인물로 동명이인(同名異人)입니다. 예레미야는 이 야아사냐와 더불어 레갑 사람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있는 하난(Hanan)의 아들들의 방에 들어오게 하였습니다(3절, 4절). 하난은 신실한 선지자 겸 제사장이었을 것입니다. 마아세야(Maaseiah)의 방 위라고 한 것을 보니 2층에 있는 방이었는데, 마아세야는 성전 문을 지키는 직책을 맡은 제사장으로서 꽤 높은 직위의 사람이었으니 아마 외부와 어느 정도 격리될 수 있는 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방에 레갑 사람들을 모은 예레미야는 그들에게 포도주가 가득 담긴 종지와 술잔을 놓고 마시라고 권합니다(5절). 그런데 이러한 예레미야의 권유에 레갑 사람들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그들의 선조(先祖)인 요나답(יוֹנָדָב, Jonadab)의 명령을 예레미야에게 상기(想起)시키며, 레갑 사람들은 요나답의 명령에 따라 지금까지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고, 집도 짓지 않았고, 파종하여 농사를 짓거나 포도원을 소유하지도 않았으며 계속 장막(천막)에서만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6절~10절). 요나답은 여호나답(יְהוֹנָדָב, Jehonadab)이라고도 불리는데, 요나답은 북이스라엘에서 예후와 함께 아합이 섬겼던 바알 우상을 척결했던 인물입니다. 레갑 사람들은 요나답이 명령한 내용을 그대로 지키며 경건하게 절제의 삶을 살아왔었습니다. 그렇게 살아왔던 레갑 사람들이 바벨론의 공격을 피하여 예루살렘에 피신하고 있었을 뿐(11절), 지금까지 지켜왔던 규율을 어기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예레미야에게 말한 것입니다.
이러한 레갑 사람들의 말이 끝나자 하나님께서 레갑 족속의 이러한 태도와 유다 백성의 태도를 비교하시면서 유다 백성의 죄악을 지적하십니다(13절~17절). 하나님은 일부러 예레미야에게 레갑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고, 레갑 사람들의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믿음을 보게 하셔서 유다 백성의 죄악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하신 것입니다. 레갑 사람들은 그들의 선조인 요나답의 명령을 끝까지 지키며 정결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유다 백성은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말씀하셨음에도 순종하지 않고 하나님을 거역했다는 것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레갑 사람들의 믿음을 칭찬하며, 그러한 견고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레갑 사람들은 대대손손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서 섬길 자들이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축복하십니다(18절, 19절). 하나님은 언제나 신실하게 하나님 앞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신앙의 삶을 살아가는 자들을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이 시대에도 주변의 환경이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믿음 위에 서서 하나님을 온전히 따르는 자들을 찾으십니다. 우리가, 내가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레갑 사람들과 같은 자가 되어 하나님 앞에 서야 하지 않을까요?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