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210편
적의 허실을 정탐하러 먼저 떠난 왕영 등은 양원현 경계인 오음산 북쪽에 당도하여, 역시 정탐하러 나온 북군 장수인 섭청·성본과 마주쳤다. 양군은 북을 울리고 깃발을 흔들며 대치하였다. 북군 장수 성본이 앞으로 나서자, 송군 쪽에서는 왕영이 나섰다. 왕영은 아무런 말없이 쟁을 들고 말을 박차고 나가 곧장 성본에게 달려들었다. 양군은 함성을 질렀다. 성본도 쟁을 들고 왕영을 맞이하였다.
두 장수가 10여 합쯤 싸웠을 때, 호삼랑이 칼을 춤추며 달려 나가 남편을 도왔다. 성본은 두 장수를 대적할 수 없어 말을 돌려 달아났다. 호삼랑이 추격하여 칼을 휘둘러 성본을 베어 말에서 떨어뜨렸다. 왕영 등은 그 기세를 틈타 병력을 휘몰아 돌격하였다. 섭청은 더 이상 대적하지 못하고 병마를 이끌고 급히 퇴각하였다. 송군은 추격하여 5백여 명을 죽였다. 나머지는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섭청은 겨우 백여 기만을 이끌고 양원성 남쪽 20리 지점까지 달아났는데, 그곳에는 경영의 군마가 이미 당도하여 영채를 세우고 있었다.
원래 섭청은 반년 전에 전호의 명을 받고 주장 서위 등과 함께 양원을 지키고 있었는데, 경영이 선봉이 되어 병력을 거느리고 온다는 말을 듣고 주장 서위에게 말해 본부군마를 이끌고 정탐하러 나오면서 그 기회에 경영을 만나 보려고 했었다. 서위는 편장 성본과 함께 가게 했는데, 성본은 호삼랑에게 죽음을 당하고 섭청은 달아나다가 마침 경영의 병마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섭청이 영채로 들어가 옛 주인의 딸인 경영을 만났다. 경영은 비록 여자이긴 했지만 위풍이 늠름하여 장군다웠다. 경영은 섭청을 알아보고 좌우를 물리친 다음 섭청에게 말했다.
“제가 오늘 비록 호랑이 굴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수하에 겨우 5천 인마뿐이니 부모의 원수를 어찌 갚을 수 있겠습니까? 혼자 몸을 빼내 도망치려 해도, 만약 저들이 알게 되면 도리어 해를 입을 것입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하고 있는데, 마침 오셨네요.”
섭청이 말했다.
“소인도 계책을 생각해 보았지만, 방도가 없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즉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홀연 송군이 추격해 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경영은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적을 맞이하러 나갔다.
양군이 대치하여 진을 벌였다. 북군의 진에서 문기가 열리면서 은빛 말을 탄 미모의 젊은 여장군이 나왔다. 여장군의 앞에 서 있는 깃발에는 ‘평남선봉 군주 경영’이라고 쓰여 있었다. 송군 진영의 장병들은 그녀를 보고 저마다 갈채했다. 양진에서 울리는 북소리가 하늘을 진동하고 오색 깃발들이 눈을 가렸다.
왜각호 왕영이 미모의 여자를 보자 쟁을 들고 말을 몰아 달려 나갔다. 양군이 함성을 질렀다. 경영도 화극을 들고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두 장수가 10여 합을 싸웠는데, 왕왜호는 여장군의 미모에 정신이 팔려 쟁법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경영은 미음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이 아주 나쁜 놈이로구나!”
빈틈을 보고 화극으로 왕영의 왼쪽 다리를 찔렀다. 왕영은 두 다리가 허공으로 붕 뜨면서 거꾸로 말에서 떨어졌다. 호삼랑은 남편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욕을 했다.
“천한 음란한 년이 어찌 감히 이렇게 무례하냐!”
나는 듯이 말을 몰아 왕영을 구하러 달려 나갔다. 경영은 화극을 들고 호삼랑을 가로막아 싸웠다. 왕영이 땅에서 일어나지 못하자, 북군들이 왕영을 사로잡으러 달려들었다. 송군 쪽에서 손신과 고대수가 달려 나가 사력을 다해 왕영을 구하여 본진으로 돌아왔다.
고대수는 호삼랑이 경영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쌍도를 들고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가 싸움을 도왔다. 세 여장군의 여섯 개 팔과, 네 자루의 칼과 한 자루의 화극이 말 위에서 서로 얽혔다. 마치 바람에 옥가루가 날리는 듯하고 눈꽃이 흩어지는 듯하여, 양진의 군사들은 눈앞이 어질어질하였다.
세 여장군이 20여 합을 싸웠는데, 경영이 화극으로 허공을 한 번 찌르더니 말을 돌려 화극을 끌면서 달아났다. 호삼랑과 고대수가 일제히 추격하였다. 경영은 왼손으로 화극을 잡고 오른손으로 돌을 쥐고서, 버들가지 같은 허리를 돌리면서 별빛 같은 눈동자로 흘겨보면서 호사랑을 향해 날렸다. 돌은 호삼랑의 오른쪽 팔뚝을 맞혔다. 호삼랑이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칼 한 자루를 떨어뜨린 채 말을 돌려 본진으로 돌아갔다. 고대수는 호삼랑이 돌에 맞는 것을 보고, 경영을 버려두고 호삼랑을 구하러 달려갔다.
경영이 고대수를 추격하자, 손신이 크게 노하여 쌍편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손신이 경영과 교전하기도 전에 경영이 돌을 날려 ‘쨍’ 소리를 내며 손신의 투구를 맞혔다. 손신은 깜짝 놀라 감히 더 나아가지 못하고 급히 본진으로 돌아와, 왕영·호삼랑을 보호하며 후퇴하였다.
경영이 병력을 몰아 막 추격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포성이 울렸다. 때는 2월이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펄럭이는 깃발이 나부끼고 꽃그늘 아래로 말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산기슭 뒤편에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임충과 손안, 그리고 보군두령 이규 등이 송공명의 명을 받고 접응하러 온 것이었다.
양군이 마주치자, 북이 울리고 깃발이 흔들리면서 양진에서 함성이 올랐다. 이쪽에서 표자두 임충이 장팔사모를 들고 앞으로 나서자, 저쪽에서는 경시족 경영이 화극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임충은 적장이 여자인 것을 보고 소리쳤다.
“이 발칙한 년! 어찌 감히 천병에 항거하느냐!”
경영은 아무 말 없이 화극을 들고 말을 박차고 임충에게 달려들었다. 임충도 사모를 들고 달려 나갔다. 두 말이 얽히고 병기가 부딪혔다. 몇 합을 싸우지 않아, 경영은 임충을 당해내지 못하고 파탄 난 척하며 화극으로 허공을 한 번 찌른 뒤 말을 돌려 동쪽으로 달아났다. 임충이 말을 몰아 추격하자, 송군 진영에서 손안이 경영의 깃발을 알아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임장군! 추격하지 마시오! 속임수가 있을 것 같소!”
하지만 임충은 수단이 고강하므로 그 말을 듣지 않고, 말을 박차고 바짝 추격하였다. 푸른 풀이 무성한 풀밭 위에 여덟 개의 말발굽이 엎어놓은 술잔들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바람을 일으키며 내달렸다. 경영은 임충이 가까이 추격해 온 것을 보고, 왼손으로 화극을 잡고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몸을 비틀면서 임충의 면상을 향해 날렸다.
임충은 눈이 밝고 손이 재빨라 사모로 날아오는 돌을 막았다. 경영은 돌이 맞지 않은 것을 보고, 다시 두 번째 돌을 날렸다. 돌은 마치 유성처럼 번쩍이며 날아갔다. 귀신도 곡할 만큼 놀라운 솜씨였다. 임충은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돌을 맞고 선혈을 흘리면서 사모를 끌면서 본진으로 돌아갔다. 경영이 말을 몰아 추격하였다.
손안이 그걸 보고 막 달려 나가려고 하는데, 본진의 군병들이 길을 열면서 중간에서 5백 보군이 뛰쳐나갔다. 앞장선 장수는 이규·노지심·무송·해진·해보 등 보병전에 익숙한 다섯 맹장들이었다. 이규는 도끼를 들고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계집년이 어디서 무례하게 구느냐!”
경영은 흉맹한 자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돌을 던졌다. 날아온 돌은 이규의 이마에 정통으로 맞았다. 이규는 깜짝 놀랐지만, 피부가 두껍고 뼈가 튼튼해서 아프기는 했지만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경영은 돌에 맞고서도 이규가 쓰러지지 않자, 말을 몰아 본진으로 들어갔다. 이규는 크게 노하여 호랑이 수염을 곤두세우고 둥근 눈을 부릅뜨고서 포효하면서 곧장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노지심·무송·해진·해보는 이규가 실수할까 두려워 일제히 돌격했다.
손안은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경영은 여러 명이 추격해 오는 것을 보고, 또 돌을 날렸다. 해진이 돌에 맞고 넘어지자, 해보·노지심·무송이 급히 달려가 구했다. 그래도 이규는 계속 추격했다. 경영이 이규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또 돌을 날렸다. 돌은 또 이규의 이마에 적중했다. 두 번이나 같은 곳에 돌을 맞자, 비로소 선혈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규는 끝내 무쇠 같은 사나이였다. 시커먼 이마가 터져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쌍도끼를 휘두르며 적진 속으로 뛰어들어 북군을 마구 베어 넘겼다.
손안은 경영이 본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병력을 몰아 공격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