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황덕도'
연도교 개통되면 뱃길과 나룻배 추억 속으로 사라지겠지
|
|
칠천도에서 도선을 타고 황덕도로 가는 사람들. 칠천도와 황덕도를 잇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
- 칠천도서 배로 5분 거리… 황토·장수 섬
- 예로부터 갈치·대구 어장으로 유명
- 새시촌락 앞바다는 굴양식장 천지
- 황덕도~칠천도 연결하는 연도교 공사 한창
- 2.6㎞ 해안도로 걸으며 고즈넉한 바다 감상
- 해안 덱 끝 지점 등대서 바라보는 경치 압권
경남 거제도 내 '섬 속의 섬' 황덕도(黃德島)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거제도 부속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인 칠천도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다.
거제도의 9개 유인도(관광섬 외도 제외) 가운데 7번째로 크다.
황덕도는 황토와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 '누른등', '장수섬'으로도 불린다.
현재 칠천도와 연결하는 연도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상판은 얹혀져 있고 접속도로 공사만 남은 상태다. 다리가 완공되면
칠천도와 황덕도를 운항하는 나룻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나룻배를 타고 섬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낭만 간직한 '섬 속의 섬'
황덕도로 가려면 칠천도를 먼저 찾아야 한다.
칠천도는 2010년 거제도 본섬과 다리로 연결돼
차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칠천연륙교를 지나 10여 분 달리면 황덕도가 눈에 들어온다.
칠천도에서 수영으로 건너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
두 섬은 250여m 떨어져 있다.
예전 황덕도 주민들은 실제 헤엄을 쳐 건너기도 했다.
다리가 아직 개통되지 않아 '통통배' 도선이나 나룻배를 이용해야 한다. 도선은 선장(010-2901-9357)에게 전화하면 바로 달려온다.
도선을 타면 5분여 만에 황덕도에 도착한다.
황덕도는 지부리, 암몰, 새시 등 3개 촌락으로 형성돼 있다.
전체 17가구, 29명의 주민이 사는 아담하고 조용한 섬이다.
도선을 타고 지부리에 내리면
가장 먼저 잔디밭이 깔린 2층 건물이 보인다.
초등학교 분교였으나 폐교 후 펜션으로 개축해 사용 중이다.
해안에는 하얀 부이가 빼곡하다.
굴 양식장이다.
섬 앞바다에 떠있는 낚시꾼용 해상콘도 2동은 마을에서 관리 중이다.
선착장 곳곳에 낚시꾼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해안도로는 한적하다.
섬 주민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10여 분을 걸으면 섬에서 가장 큰 '암몰촌락'이 나온다.
해안도로는 여기서 끊긴다.
이 곳에서 야트막한 언덕을 가로질러 섬의 반대편으로 가면 '새시촌락'이 둥지를 틀고 있다.
■ 여수~부산 뱃길 밝힌 등대섬
|
|
|
덱이 설치된 황덕도의 해안도로. |
새시촌락 앞바다도 굴양식장 천지다.
굴양식장 주위에 운집한 낚시배들은 장관이다.
이 곳 역시 해안도로가 끊겨있지만, 대신 해안가에
500여m가량의 덱을 설치해 산책할 수 있게 해놓았다.
황덕도의 해안선 길이는 약 3.6㎞.
이 중 해안도로와 해안 덱으로 연결된 길이는 2.6㎞이며,
나머지 1㎞ 구간은 끊겨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해안도로를 걷는 내내 차량 한대 없는 고즈넉함과 바닷가의 빼어난 경치가 마음을 푸근하게 감싼다.
해안 덱의 끝부분에서 섬의 정상으로 이어진 가파른 길을 10여 분 올라가면 하얀 등대가 나온다.
섬의 상징이다.
이 등대는 오래 전부터 여수~부산 뱃길을 밝혀주는 길잡이 노릇을 했다.
등대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압권이다.
거제도 본섬과 칠천도, 멀리 고성만과 마산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정신을 맑게 해준다.
황덕도는 예로부터 갈치와 대구 어장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섬 주민의 절반가량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섬 주위로 낚시배들이 모여드는 것 은 어장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 섬 오가는 나룻배는 추억 속으로
해안도로를 돌아오는 길에 대문 없는 집의 주인 이명재(72) 씨가 나와
취재진에게 쉬어가라며 집으로 안내한다.
대청마루에 앉으니 커피를 내온다.
주민들의 인심은 섬 풍경처럼 넉넉하다.
물이 빠진 해안가에는 섬을 찾은 아주머니 3명이 홍합을 채취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온 황옥남(여·63) 씨는
"부부동반으로 왔는데 남편들은 낚시하고 우리는 고동을 잡고 있는데,
물이 맑아서인지 지천으로 널려 있다"며 즐거워했다.
황덕도와 칠천도와 잇는 다리는 2016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다리 길이는 264m로 닐센아치교 형태다.
걸어서만 건널 수 있는 보도교로 계획됐다가 추진 과정에서 차량 통행이 가능한 다리로 변경됐다.
다리에는 중앙선이 없지만 차량 교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다리 개통시기가 다가오면서 섬 주민들은 신이 났다.
평생의 숙원사업인 다리 개통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리가 개통되고 나면 뱃길과 나룻배는 추억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어 아쉬움도 크다.
# 허경식 이장
- 황덕도 나고자란 '산 증인'…끊긴 해안도로 연결이 숙원
허경식(73) 이장은 거제도 내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이장이다.
지난 1986년부터 지금까지 28년간 내리 이장을 맡아오고 있다.
그만큼 성실과 신뢰를 인증받고 있는 셈이다.
그가 이장을 맡고 있는 황덕마을은 황덕도의 지부리, 암몰, 새시 등
3개 촌락과 칠천도의 나룻배 출발지인 고다리 촌락 등
4개 촌락으로 구성돼 있다.
고다리 촌락에는 4가구가 살고 있다.
그는 고다리 출신이다.
이 곳에서 태어나 계속 살고 있다.
그는 이장 일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나룻배를 타고 황덕도를 오간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그가 황덕도에서 나룻배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이라는데 주저없이 동의한다.
그는 황덕도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황덕도에서 당시 거제도의 번화가였던 장승포 읍내로 가려면 하루 해가 짧았다.
섬 주민들이 직접 노를 저어 칠천도 고다리 촌락에 도착한 후 비포장 도로를 몇 시간 걸어 칠천도 도선장에 간다. 다시 도선을 이용해 거제도 본섬에 내린 후 완행버스를 타고 장승포읍내로 향하는 불편을 겪었다.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섬 수산물을 내다 팔기가 그만큼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섬 주민들이 돌아가며 노 젓기를 담당했는데 때로는 부녀자들도 노를 저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선으로 칠천도에 내린 후 곧바로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까닭에 1시간대면 장승포나 신현 등
시가지로 나갈 수 있을 만큼 생활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허 이장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확신한다.
그는 "섬 주민 대부분이 나이든 노인이거나 혼자 살고 있어 병원 등 나들이하기가 힘들었는데
다리가 개통되면 이런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와 주민들의 남은 바람이 있다면 여기저기 끊겨있는 해안도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허 이장은 "해안도로가 모두 이어지면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 더는 외롭지 않은 섬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