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드립니다. 가입하고 인사 드리는데, 제 글 누나의 텃밭이 퍼날라져서 낱이 좀 부끄럽네요. 유치행기입니다.
문충선님이 사시는 유치에 다녀왔습니다. 일요일인데다가 비마저 추적추적 내려서 황금빛 가을 들판을 보고 싶었고, 수몰마을축제 때 가봤던 그 길이 생각나, 문충선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흔쾌히 오라더군요.
광주 첨단 저희집 아파트에서 차로 1시간 반 걸렸습니다. 송정리-나주-봉황-세지-금정 길을 탔습니다. 유치면 소재지 다리 건너 만물상회에서 길을 물으니 상세히 가르켜주셨습니다. 유치 신소재지에서 10리 쯤 더 산골로 들어가더군요.
정말 깊은 산중이었습니다. 국사봉을 중심으로 화순과 장흥 나주가 머리를 맞댄 장흥 쪽이었습니다. 한때 50가구가 살았다는 마을은 지금 7가구가 살고 있었고, 중1인 하늘이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하늘이엄마는 광주와 그곳을 오가고 살고 있구요. 문충선님 주소득은 벌이었습니다. 첩첩산중이라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였고, 쳐다보면 하늘이었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라 하늘이 엄마가 내려와 있어서 같이 즐거운 얘기 나눴습니다.
제가 지금 몸이 좀 불편한데, 이런 상태로 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구요.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는 집사람과 오래 떨어져 살기도 힘들어서 이래저래 얘기도 하구 바람도 쐘 겸 들렀지요. 도시를 벗어나 들판과 배밭, 산골을 보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었습니다.
하늘이네와 점심밥을 잡곡밥으로 얻어 먹고, 홍시도 먹고, 단감도 따먹고, 산에 가 밤도 주워 쪄먹었습니다. 음악도 듣구요. 특히나 초등학교 2학년인 딸 희원이가 즐거워 했습니다. 가시에 찔리면서도, 모기에 물리면서도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산골이라 마을에는 논이 많지 않았지만, 산골 다랑치논은 묵정밭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논을 만들 때 사람들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당산나무도 있구, 은행나무도 있구, 하늘이 엄마는 어제 깊은 산에 가서 더덕을 여러개 캐왔다더군요.
먹고 사는 이런저런 얘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도 그곳에서 먹고 왔습니다. 여러가지 잡곡이 섞인 밥. 오는 길 역시 1시간 30분 걸렸는데 깜깜한 밤이라서 풍경이 없어 저으기 싫더군요. 조금 일찍 길을 나섰더라면 오는 길눈 역시 즐거웠을 것인데요.
문충선님 말은 저더러 그곳에서 내년에 조그만 농사붙이를 해보지 않겠느냐더군요. 그러고 싶습니다. 내년이면 제 손으로 황금물결을 만들어 보고, 채소도 가꾸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