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은 바람을 잡지 않는다.
입추가 지나면서 매미는 더 정열적으로 매엠 매엠 울어댑니다. 빨리 짝을 만나 이승에서의 사랑을 나누고 멀리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미의 일생을 살펴보니,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기다렸다가 성충이 되고, 이 세상에 나와서 10여일 정도 살다가 일생을 마감합니다.
자연의 이치는 한번 왔다가 한번 가는 것이 일생입니다.
숲속 달팽이는 빨리 달리는 노루를 부러워 하지 않고, 바다에서 느긋하게 유영하는 거북이는 하늘에서 빠르게 비상하는 독수리의 날갯짓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도 않고, 먼 미래에 있지도 않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훔쳐 올 수 있는 것은 더 더욱 아니고, 단지 내 마음속에 고요하게 흐르는 물줄기처럼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가는 편안함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행복입니다.
걸을 수만 있다면, 들을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볼 수만 있다면, 먹을 수만 있다면.... 누군가는 지금 이 한 가지를 위하여 간절히 간절히 기도를 합니다.
놀랍게도 나는 이 간절한 소원을 모두 다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때로는 지혜롭지 못해도, 내 삶에 나는 날마다 감사하면서 밝고 어진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두 스님이 시주를 마치고 절로 들어가던 중에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시냇가에 한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물살이 세고 징검다리가 없어서 그 여인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한 스님이 여인을 가까이해서는 아니 되니 여인을 두고 서둘러 시냇물을 건너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은 그럴 수 없다며 여인에게 등을 들이대며 업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여인을 건네준 후 두 스님은 다시 길을 재촉하면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수도하는 몸으로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인을 업었던 스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더욱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습니다. "자네는 단순히 그 여인이 시냇물을 건널 수 있게 도왔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신성한 계율이라는 것을 어찌 잊었단 말인가?"
그 스님은 계속해서 동료스님을 질책했습니다. 두어 시간 쯤, 계속 잔소리를 듣던 스님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사람아, 나는 벌써 두어 시간 전에 그 여인을 시냇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그 여인을 등에 업고 있는가?"
바둑을 둘 때, 프로기사가 될 때까지는 정석을 계율 외우듯이 암기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방면에서 진정한 프로, 전문가가 되려면 기본과 원칙, 정석이나 계율을 융합시켜서 전체 국면에 맞게끔 운용의 묘를 살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스님들도 계율에만 집착하여 중생의 어려움에 눈을 감아서는 진정 큰스님이 되기는 여려울 듯합니다.
사람들은 집착하고 소유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혼자 소유하려고 욕심내지 않습니다.
바람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습니다.
기러기가 연못을 스쳐지나가도 그 뿐, 연못은 기러기의 흔적을 남겨 두지 않습니다.
대숲은 애써 바람을 잡으려 하지 않고, 연못도 애써 기러기를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가면 가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자연은 무엇에건 집착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핵심가치와 노하우는 공유하면서도 지나치게 형식적인 것들에 집착하여 소중한 핵심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집착하여 소유하고 잡아두려 하기 보다는 잠시 머무르는 시간만이라도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여 반갑게 환영하고 서로가 소중히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스님이 여인을 건네주고 마음 쓰지 않듯이 대숲이 바람을 미련없이 보내주고 연못이 기러기 흔적을 남기지 않듯 한번 왔다가 되돌아 가는 소풍같은 인생에서 소유에 너무 집착하지 아니하고, 자연스레 이치에 맞게 정성과 사랑을 다하여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