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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용남중18회친구들 원문보기 글쓴이: 에나/이완희
* 날 짜: 2011년 2월 26일(토요일)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산청 웅석봉
* 산행거리: 10.6km
* 산행시간: 4시간 40분(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 산행속도: 보통걸음
* 산행인원: 1+2명
일요일은 비가 온다고 하므로 안내산행에 동행할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나홀로 산행을 작정하고 컴에서 지도하나 빼 들고 웅석봉으로 향합니다.
산청 웅석봉(熊石峰)! 지리산과 연결돼 있는 웅석봉(1099.3km)은 천왕봉(1915.4m)에서 가지를 친 능선이 중봉(1875m) - 하봉(1781m) - 새봉(1315.4m) - 왕등재(1048m) - 밤머리재(570m)를 거쳐 동쪽 끝자락에 솟구친 산이나, 지리산과는 별개의 독립된 봉우리이며 곰바우산이라고도 한답니다. 곰골로 이어지는 북쪽 사면이 너무나도 가팔라, 곰이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산청읍에서 보면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부른다는 등 여러 설이 있습니다. 산청 덕산의 구곡산(961m)과 더불어, 지리산 일대를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고요.
산청읍 내리저수지 주차장 - 선녀탕 갈림길 - 왕재(850m) - 웅석봉 - 십자봉(900m) - 230m고개를 거쳐 제자리로 돌아오는 반시계 방향의 원점회귀산행입니다.(남자는 거시기가 왼쪽으로 뻗어(?) 있어(左支) 왼편으로 도는게 중심을 잡기가 편하다고 하므로^0^)
제법 널따란 주차장에는 선객(先客)이 세워둔 차가 한 대만 보이고 한산합니다. 신발을 갈아 신는 등 채비를 하고 있으니 차가 한 대 더 들어서서는 두 사람이 내려 꾸벅 인사를 합니다. 진주 직원들입니다. 젊은 사람들이라 이름이 얼른 생각나질 않아 응응... 얼버무리며 인사를 합니다. 이리하여 나홀로 산행이 3인동행으로 되는 것입니다. 이네들은 이 코스가 초행(初行)이라 하므로 내가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여 가이드역을 맡게 됩니다.
포장도를 따릅니다. 주차장 바로 곁에 지곡사(智谷寺)가 있는데, 신라 법흥왕 때에 응진 스님이 창건한 국태사(國泰寺)가 모태라고 하며, 현재의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심적사 갈림길을 지납니다. 웅석봉과 거의 맞볼 정도로 높은 산중턱에 자리 잡은 절입니다.
곰골은 응달에 위치하는 관계로 아직도 얼음이 꽁꽁 얼어 있고, 그 밑으로 맑디맑은 물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때묻지 않은 곰골! 이대로 길이길이 보전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포장된 임도가 끈나는 선녀탕 갈림길(240m)에서 왕재로 갈까, 일단은 곰골을 따라 선녀탕(약 100m거리)으로 갔다가 되돌아 나올까 잠간 망설이다가, 선녀탕 또한 얼어 있을 것이 분명하므로 별로 볼 것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오른 쪽으로 꺽어 오르며 왕재를 향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합니다.
100m 남짓 오르니 강신등폭포가 계곡에 걸쳐 있습니다. 위쪽의 비스듬한 바위를 타고 흘러내린 물이 수직에 가까운 각도를 이루며 힘을 주면서 떨어지는 곳으로, 크지는 않지만 밑에는 웅덩이까지 갖춰 어느 정도 위용을 자랑하는 편입니다만. 지금은 얼어붙어 거대한 빙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점차 가팔라집니다. 하늘만 약간 빠끔할 뿐 조망도 거의 없는 길이 계곡을 옆에다 끼고 위로위로 이어집니다. 골짝을 횡단하는 곳에 설치된 제1 나무다리 밑에도 비스듬이 누운 폭포가 있는데, 웅덩이가 없을 뿐 강신등폭포에 버금가는 위용을 자랑하며 운치를 더해주는 곳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역시 꽁꽁 얼어 있습니다. 제2 나무다리를 지납니다. 길이도 형태도 제1 나무다리와 비슷합니다. 몇 년 전 같이 설치해 놓았는데, 이젠 비가와도 웅석봉 산행에 걱정이 없습니다. 숯가마터를 지나갑니다. 빙 둘러 높지 않은 돌담을 쌓아 놓은 곳으로, 예전엔 <숯가마터> 표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아는 사람들만 짐작할 뿐입니다. 세월이란 악마는 모든 걸 다 앗아가나 봅니다.
하산하는 일행을 만납니다. 오늘 처음 보는 산객입니다. 아마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의 일행들인 모양입니다.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선녀탕에서 왕재까지의 2km구간의 가파름은 지리산의 법계사-천왕봉과 비견되는 곳으로 많은 산객들이 조망이 좋은 천왕봉을 택하고, 더군다나 산청읍에서 홍계방향으로 길이 나고 나서부터는 웅석봉에 오르고자하는 이들마저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에 이르는 능선산행을 선호하므로 이 코스를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이기에 더욱 반가운 것입니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곳을 갈지(之)자로 돌고돌아 왕재로 올라섭니다. 웅석봉과 밤머리재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는 곳입니다. 웅석봉 2.0km 이정표가 떨어져 있는 것을 땅바닥에 놓아 진행방향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애초에 용접이 시원찮았는데, 모진 바람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어이 사고가 난 것입니다. 잠시 떨어진 표지판을 들고 이정표 역할을 하며 흔적을 남깁니다.
맞은편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하봉 일대와 새봉, 도토리봉 등이 나목(裸木) 사이로 언뜻언뜻 보입니다. 왕재에서 웅석봉과 마주보는 1079m봉(삼거리봉)까지는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산행 내내 함께하며, 군데군데 나오는 전망대에선 산청읍 쪽의 조망이 참 좋습니다. 지리산 쪽과는 달리 곰골은 날카로운 바위벼랑으로 된 곳이 많아,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을 정도입니다.
그 모진 추위도 이제 한풀 꺾여, 어제와 오늘의 기온이 평년 수준을 되찾는 바람에 햇볕을 받는 곳에는 언 땅이 녹아 질퍽합니다. 봄이 지척에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빨치산의 애환이 서려있다는 달뜨기능선이 분기하는 삼거리봉(1079m)에서 넓은 헬기장으로 내려섭니다. 웅석봉은 이제 300m만 남았습니다. 오른쪽 아래 50m 지점에 샘이 있으나, 관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하기에 생략합니다.
헬기장에서 좀 가파른 길로 웅석봉을 오릅니다. 정상 바로 아래서 어천으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고, 옆에 산불감시초소와 풍력, 태양력 발전기가 있습니다. 매달려 있는 리본은 이 산을 찾는 이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윽고 정상에 도착합니다. 작은 바위 몇 개로 된 넓지 않은 정상엔, 산청산악회에서 세운 곰을 새긴 정상석과 삼각점(산청 25)이 이웃해 있고 그 동쪽 아래엔 나무로 산신제를 지내기 좋도록 해 놓은 곳이 있고, 오늘도 진주의 모산악회 회원들이 돼지머리를 차려 놓고 산신제 뒤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린 정상석 서편의 편편한 공간, 천왕봉이 건너다 보이고 곰골의 벼랑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점심자리를 잡고 일단은 먹고 주변을 조망하기로 합니다.
웅석봉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구석구석 속살을 드러내고, 왕산(923.2m), 필봉산(848m), 황매산(1108m), 둔철산(811.7m)을 비롯하여 구곡산과 황금능선 등 높고 낮은 주변의 산들이 죄다 들어오고, 내가 사는 진주도 보이는 곳이지만 희뿌연 연무가 막아, 오늘은 보이질 않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이렇게 조망이 좋은 곳도 흔치는 않을 겁니다.
경호강을 바라보며 십자봉 방면으로 내려갑니다. 상당한 기울기의 북쪽 사면의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흙거죽이 녹아 질퍽거리고 있어 조심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차칫 넘어지면 다리 세 개 모두가 온전치 못할 것입니다.
순한 길을 한동안 진행하다 어천마을과 내리 갈림길 안부에서, 내리 방향으로 십자봉을 우회합니다. 어천마을 쪽 큰 바위에, 커다란 십자가 형상이 있어 십자봉으로 불리어지는 봉우리입니다. 지도에는 무명(無名)봉으로 표기되어 있는 곳입니다. 우회하여 조금만 내려가면 이른바 칼날능선입니다. 좁은 바위가 칼날처럼 이어지는 곳입니다.
옛 헬기장을 지납니다. 이미 용도폐기 된지 오래되어 수풀이 무성합니다. 아는 사람만 겨우 짐작할 뿐입니다. 경사도는 좀 있지만, 부드러운 흙길을 타고 내려가 샘에 다다릅니다. 비가 많이 오면 도랑으로, 갈수기에는 샘으로의 역할을 하는 곳인데 지금은 말라 있습니다.
임도와 만나고 또 만나고 하다, 350m고개에선 임도를 따라 좌회전하여 내려갑니다.
직진하여 내리저수지로 가는 길은 농장을 통과하는지라 철조망으로 막아 놨습니다. 예전엔 열려있던 길인데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굳이 그리로 갈 필요도 없지만......
선녀탕 쪽으로 250m쯤 가면 임도에서 벗어나 내리저수지 주차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는데 그리로 내려갑니다. 임도를 쭉 따라도 선녀탕 갈림길을 지나 주차장에서 만나는데, 훨씬 멀기 때문에 일부러 아니면 잘 가질 않습니다. 주차장까지 200m라고 되어 있으나, 걸어보면 그보다는 훨씬 더 멉니다. 우거진 숲길로 가다 내리저수지 위 개울에 흙 범벅이 된 신발을 씻고 주차장으로 올라섭니다. 원점회귀산행이 완성된 것입니다.
혼자가 가든 서너 명이 가든 또 여럿이 가든 그때마다 좋다는 생각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하루 낮 동안만 머물다 내려와도 인간 세상에 적응이 잘 안 되는 걸로 봐선, 그만큼 산이란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내 멋대로의 결론을 내립니다.
정형외과 의사는 무릎 연골이 다 닳고 없으니 산행을 자제하라고 권하지만, 내 힘이 다할 때까지 산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영원히 함께 하겠지만...... 어느 휴일은 또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가슴 가득 봄바람을 불어넣고서!
* 구간거리(10.6km)
내리저수지 주차장 - 1.3km - 선녀탕 갈림길 - 0.1km - 강신등폭포 - 0.7km - 제1나무다리 - 0.3km - 제2나무다리 - 0.9km - 왕재 - 1.7km - 웅석봉 밑 헬기장 - 0.3km - 웅석봉 - 1.0km - 십자봉 - 3.3km - 350m고개 - 0.25km - 내리저수지 주차장 지름길 - 0.4km - 내리저수지 주차장
*산행일정
내리저수지 주차장 : 10:00
선녀탕 갈림길 : 10:09
강신등폭포 : 10:13
제2폭포 : 10:27
제1 나무다리 : 10:32
제2 나무다리 : 10:40
왕재 : 11:18
전망대 : 11:46
달뜨기능선 갈림길 : 12:13
헬기장 : 12:17
정상 : 12:28-13:00
어천마을 갈림길 : 13:29
칼날능선 : 13:36-13:39
350고개 : 14:25
내리저수지 지름길 : 14:29
내리 저수지 : 14:40
선녀탕 갈림길 이정표
강신등폭포의 빙벽
제1木橋
제2木橋
고로쇠 수액 채집 파이프,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삭음의 멋 이런 멋진 삭음을 기대해 본다.
아래 그림보고 세우지 마라^^
합성사진이다.
왕재의 이정표가 되어
능선에서 본 지리산 천왕봉과 우측으로 중봉, 하봉
달뜨기능선 갈림길
헬기장
산불감시초소 풍력발전기
태양열발전기와 리본
웅석봉 정상에서 당겨잡은 천왕봉
웅석봉 정상석
곰골
산신제 뒤풀이하는 산꾼들
바로 밑의 어천 마을과 건너편의 심거마을 그리고 둔철산
둔철산
멀리 보이는 황매산
왕산, 필봉산.
산청읍과 경호강
일행들
나
정상의 삼각점(산청25)
십자봉 갈림길
칼날능선의 조망, 웅석봉과 왕재로 이어지는 능선
칼날능선의 조망, 왕재와 그 위의 천왕봉
칼날능선의 조망, 산청읍과 경호강. 그리고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350고개 이정표
내리 저수지 주차장
지곡사址
첫댓글 산 사나이 완이씨 멋지네요, 부럽네요....
3월 5일 수원 매탄동에 아들녀석 이사해주러 갔다 왔어요, 이젠 자주 올라가봐야 할 것이고... 언제 올라가면 형님 모시고 밥먹읍시다^^
좋아 ,오면 연락해 보고싶다.
산행 열심히 하는군 정말 즐거운 추억 사진으로 많이 보여줘 고마워 건강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