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제일 깔끔한 지옥, 미국의 '수퍼맥스' 감옥]
악질 테러범·흉악범 교도소… 24시간 중 23시간을 독방에
창문 없고 대화·면회 금지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
현상금이 880만달러(약 102억원)로 불어난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사진〉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하다. 지난달 탈옥 이후 멕시코 정부가 380만달러, 이달 초 미국 정부가 500만달러를 현상금으로 내걸었지만, 소재 파악도 못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멕시코 정부가 구스만을 붙잡았을 때 미국으로 넘겼으면 이번 탈옥은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미국의 수퍼맥스 감옥에 넣었다면 구스만의 탈옥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최고 수준의 보안(super-maximum security)이라는 말에서 따온 수퍼맥스(supermax) 감옥은 최고의 감시 및 보안 수준을 갖춰 사실상 탈옥이 불가능한 교도소를 말한다.
미국의 수퍼맥스 감옥엔 국가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테러범들과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돼야 할 흉악범·마약범 등 악질 중범죄자들이 갇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콜로라도주에 있는 미 연방 수퍼맥스 감옥 '플로렌스 교도행정 시설'이다. 이곳엔 1993년 뉴욕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폭발물을 터뜨린 람지 유세프, 2001년 9·11 테러에 가담한 자카리아스 무사위, '유나바머' 사건의 시오도어 카진스키 등 악명 높은 테러범들이 수감돼 있다. 2013년 보스턴마라톤 대회 당일 결승선 부근에서 급조 폭발물을 폭발시켜 26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사형 선고를 받은 조하르 차르나예프도 최근 이곳으로 옮겨졌다.
연방 수퍼맥스 감옥에 갇힌 수감자는 최소 20년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이들이며, 모두 독방에 갇혀 있다. 문의 작은 구멍으로 식사를 배급받으며 24시간 중 23시간을 독방에서 보내야 한다. 감방 밖을 나설 땐 수갑과 족쇄, 허리에 사슬을 둘러야 하고 다른 수감자와의 만남도 차단된다. 가족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다. 독방의 침대와 가구는 콘크리트로 돼 있으며 창문도 없고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도록 방음 설비가 되어 있다.
수퍼맥스 감옥을 두고 CBS 방송 등 미국 언론은 '깔끔한 지옥'이라고 했다.
LA타임스는 최근 아일랜드 정부가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거부한 이유로 수퍼맥스를 든 사례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비판받는 수퍼맥스 감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국으로 넘겨지면 수퍼맥스 감옥에 수감될 것이 뻔한 범죄자들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며 보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