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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 여왕님
안녕 여시들
난 겨울방학을 맞아 잉여롭게 포켓몬 블랙이나 깨고 앉아있는 한 여자사람이야!
내가 1주일만인 어제, 드디어 스토리 엔딩을 봤는데 너무 슬퍼서
게임 끝나고 막 울었다......... 내가 포켓몬 덕후여서 초딩때부터 전시리즈 다 깨봤는데
이렇게 스토리 탄탄하고 사람 마음을 흔들어놓은 건 블랙/화이트가 처음인 것 같아
( ▲ 왼쪽부터 물/풀/불 시작포켓몬인데 ㅋ 꼬부기이상해씨파이리 만 못함 )
나 사실 처음에 플레이하다가 하루도 안 되어서 그만둘 뻔했다
제작자들이 아이디어가 떨어졌는지 몬스터들이 옛날만큼 안 귀여웠거든 ㅡㅡ;
그런데 차츰 플레이하다보니까 엔딩을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하나 생기더라.
이유는 이 녀석!!
이름은 N이라고 하고 키도 훤칠하게 크고 서글서글한 눈매가 아주 인상적이지.
그런데 이런 훈남이 악당이다...? 악당인데... 악당인데 연민을 느끼게 해.
뒤에 아주 슬픈 이야기가 있어.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거야.
( ▲ 주인공인 블랙이랑 화이트! 갠적으로 여캐는 얘가 제일 이쁜듯... 팬아트 보면 매력 터져!! )
언제나와 같이 트레이너가 포켓몬 박사한테서 시작포켓몬 한 마리를 받고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돼.
이리저리 포켓몬 키우다가 첫번째 도시를 지나니까 어떤 초록색 긴 머리를 묶은 남자가 나오더라.
꿈을 꾸는 듯이 몽롱한 눈빛을 가진 이 남자애는 자기만의 뚜렷한 사상을 갖고 있어.
바로 '이 세상 모든 포켓몬을 풀어주어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
지금 인간은 포켓몬들을 구속시키고 학대하고 있으며, 이것은 생명체에게 못 할 짓이라는 거야.
이 신념을 목숨처럼 믿고 지키는 N의 뒤에는 플라스마 단이라는 단체가 있는데
수백명의 조무래기들 (로켓단이랑 비슷함) 과 간부? 급인 일곱 명의 현자들,
즉 칠현인 (七賢人)이 있어. 무슨 파워레인저ㅋ도 아니고 ㅋ
그 칠현인 중에는 게치스라는 간부 중에도 대빵인 놈이 있는데
이 놈은 N의 양아버지이며 자기 양아들을 신세계의 제왕으로 만들려고 해.
게치스 이 ㄱㅅㄲ에 관해서는 조금 더 있다가 설명해줄게.
( ▲ 아무 포켓몬하고도 말이 잘 통하는 N은 다른 악당과는 달리 매번 포켓몬이 바뀜 )
아무튼 N은 포켓몬을 사랑해.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자라온 탓에 인간과 공감을 할 수 없는 대신에 포켓몬과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너다섯 차례 플레이어와 붙으면 항상 훈계조로
'포켓몬을 싸움에 내보내고 상처를 입히다니, 너가 진정 그러고도 포켓몬을 친구라 부를 수 있느냐'
라는 말을 해... 그런데 난 항상 느끼는 게 얘 말투에는 질책이나 비아냥보다는
언제나 약간의 연민? 이랄까 슬픔 같은 게 깔려있었던 기억이야.
아무리 플레이어에게 깨져도 ㅡㅡ; 얘는 플레이어를 증오하거나 해치지 않아
오히려 자기만의 논리를 이해시키려 하고, 때로는 너무나도 다른 입장을 보이는 플레이어에게 흥미를 느껴.
블랙 버젼에서 나는 여캐를 키웠는데, 놀이공원 이벤트를 밤에 봤거든?
뇌문시티 앞 회전차??? 아무튼 그 놀이기구에서 둘이서만 한 칸에 들어가 야경을 보면서
사실은 자기가 플라스마 단의 왕이라는 걸 밝혀. 그 다음에 포켓몬 이야기, 진리 이야기,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윽 내 가슴이 다 터질 듯 했엉 ㅋㅋㅋㅋㅋ
시밤 나 플레이어한테 빙의한듯.....................
( ▲ 팬아트. 놀이공원 씬을 주제로 한 것 같아. )
그리고 점점 게임이 진행되어 가면서, 플레이어에게 흥미를 넘어선 호감을 느껴.
대사나 분위기가 엄청 묘한데 ㅋㅋㅋㅋㅋㅋ 남캐로 플레이 해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ㅋㅋㅋㅋㅋ
무조건 강해지기 위해 포켓몬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자기발전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의 사이
그러니까 그 정 가운데, 포켓몬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플레이어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는 N은 이 지방의 전설의 포켓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
이야기인즉슨, 옛날에 한 마리의 전설의 포켓몬이 있었고
그 포켓몬과 함께 세상을 창조해나가던 쌍둥이 신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포켓몬-인간의 관계에 대해 형과 동생이 싸우게 되었대. 형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동생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거지. 둘이 의견의 마찰이 잦고 결국은 혈투가 벌어지자
전설의 포켓몬은 스스로의 몸을 둘로 나누어 한 쪽은 형과, 다른 쪽은 동생과 편을 먹게 된 거야.
양쪽이 서로 싸우는 동안 세상이 멸망할 지경에 이르자 전설의 포켓몬들이 봉인돼.
한 마리는 어둠의 돌, 한 마리는 빛의 돌로. 그게 얘네들이야.
N은 어찌어찌해서 박물관에서 어둠의 돌을 훔쳐서 달아나고 (블랙 기준)
그 돌의 봉인을 해제해서 까만 애를 길들여.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자신을 막고 싶으면 하얀 애를 깨워 싸우러 오라고 하지.
자기가 신세계의 영웅이 될 거라고, 너가 정녕 영웅의 자질을 갖추었다면
하얀 애도 너를 위해 깨어날 거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플레이어도 어찌어찌 하다가 빛의 돌을 찾게 되는데
이 돌은 8개의 관장을 다 이기고 사천왕을 다 깰 때까지도 깨어나지 않아.
( ▲ N의 방인데 분위기 존나 섬뜩함 )
빛의 돌 가지고 N네 성으로 룰루랄라 놀러감. 이 때 음악은 참 똥줄 타는 긴박한 분위기가 최고임!!
웅장하기 그지 없는 이 넓은 성에 N의 방을 들르게 되는데 약간 섬뜩하면서도 불쌍해.
모형 기차, 블록, 농구골대, 다트보드 등 아이들 장난감이 많은데
문제는 N은 청소년, 아니 거의 청년에 가까운 나이인데다가 심지어
'새 것으로 보이는 장난감'도 여러 개 있다는 거야. 즉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언제까지나 아이로만 가두어놓으려고 했던 게치스의 생각이 엿보이는 거지.
게다가 농구골대에 꽂혀 있는 기차, 그림에 꽂혀 있는 다트 등은
N이 머리는 기똥차지만 저런 장난감을 어떻게 갖고 노는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해.
결국 N을 다시 만났을 때 약간은 서운하다는 듯이 N이 플레이어에게 말해.
너한테 실망했다고. 확고한 믿음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하얀 애가 너를 진정한 영웅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럴만한 인물이 안 된 것 같다면서. 사실 이 부분에서 '네가 조금 좋아지기도 했었어'라고도 말함 !!!!
그런데 그 말을 하자마자 ㅋ 하얀 애 빡침 ㅋ
얘가 갑자기 가방 속에서 요동치더니 현란한 3D 그래픽 보여주면서 깨어남
N의 통역에 따르자면 플레이어한테 자기를 믿으라면서 같이 싸워주기를 바람
먼저 준비해둔 마스터볼로 전설의 포켓몬을 잡고 N의 까만 애랑 맞짱을 떠서 이기게 되지.
여담이지만 얘네 둘이 싸우는 거 진짜 멋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내가 이겨놓고도 ... 가슴이 아픈거야
N의 세계관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거거든. 포켓몬 해방이 유일한 삶의 이유였던 N은
영웅으로 간택받았는데도 패배해버린 자신의 비참함과, 결국 이 모든 노력은
부질없었던 것인가를 스스로게 물으면서 멘탈붕괴를 일으키게 돼.
근데 ㅋㅋㅋㅋㅋㅋ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게치스 개자식 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말했던 N의 양아버지라는 사람 말이야. 뜬금 없이 나타나더니
N한테 막 욕 함 ㅋ '아무 쓸모짝도 없는 미련한 놈 같으니'라면서 ㅋㅋㅋㅋㅋ
사실은 이 놈이 모든 것의 배후에 있었던 거야. 나쁜 놈이 당연히 포켓몬의 권리 따위를
걱정해서 신세계를 창조할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지. 그저 머리 좋고, 포켓몬과 소통할 수 있는
자기 양아들의 능력을 이용해서 N을 왕으로 추앙하는 대신에
혀로 낼름낼름하면서 군중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거였어. 최종 목표는 N이 왕이 되고 난 후에
모든 권력을 자기가 섭렵하는 것이었겠지.
실제로 게임에서 보면 이 놈이 말을 참 잘 하고, 선동되는 사람들이 넘쳐나.
( ▲ 이 개자식이 게치스임... 나쁜 놈 .......... ㅜㅜ )
결국, 게치스는 N을 자식으로써 키운 게 아니라 사육한 거야.
조그만 틀에 가둬놓고 바깥세상과는 소통하지 못하게 하면서.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일부러 주인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포켓몬들만 데려와서
N에게 보여줬기 때문에 N이 세상에는 좋은 트레이너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게 한 거야.
그래서 결국엔 게치스랑 플레이어랑 또 붙고..... 하아 바닥 난 내 포켓몬의 체력..... ^_ㅜ
가까스로 어찌어찌해서 이기면 패배한 게치스는 잡혀가지만,
허술한 경비를 틈타 나중에 도망가버려. 이런 우라질................
그리고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N과 플레이어, 둘만 남은 공간에서
N이 이것저것 하소연하기 시작해.
이제서야 고백하는 거지만, 자신은 플레이어와 처음 만난 날
플레이어의 포켓몬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말은
'이 아이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라는 놀라운 말이었다며
그 무렵부터 자신의 목표에 회의감이며 불신을 느끼기 시작했대.
그리고 훌륭한 트레이너인 플레이어를 부러워해.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N은
'네게도 꿈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려줬었지?
이제는 너도 그 꿈을 향해 멈추지 말고 달려라'라면서
까만 애를 타고 '안녕'하면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려. 마지막 장면이 너무 슬펐어 ㅜㅜ
( ▲ 남주랑 N )
도대체 이 캐릭터에게 이 정도의 애정을 느낀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1) 포켓몬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악당답지 않은 악당,
그러니까 그럴싸한 말로 군중을 속인 뒤에 오로지 표어로만 내세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목표 대신에 진짜로
진실된 마음으로 그릇되었지만 정의를 표방했던 뚜렷한 신념
2) 플레이어와 단 둘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순히
포켓몬 배틀만 하지 않고 이념과 방향, 현실과 이상에 관한
어찌 보면 아이들 게임에는 너무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갖고 대화하며
점차 플레이어와 호감도를 쌓아나가는 과정, 그리고
3) 누군가에게 지배당했었던 한 편으로는 어리석다고 볼 수 있는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 동정할 수 밖에 없는 소년
죄를 뉘우치고 좀더 나은 자신을 찾고 싶다는 젊은 마음 탓인 것 같아.
플레이어는 조금이라도 N의 마음에 난 상처와 불신을 치유해주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N은 스토리를 다 깨고 난 뒤, 게임의 2부에서 등장하지 않아.
오직 경찰에게서 들려온 소식은 '어딘가에서 드래곤 포켓몬을 타고
하늘을 나는 N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한다'는 소문 뿐.
으으........ 마무리는 어떻게 하지.............
아무튼 얘 때문에 지금 가슴앓이 하고 있는 중 ㅜㅜ
제발 얘 또 나오게 해줘.......... 너무 매력 있는 캐릭터란 말이야..........
여주 엉덩이 뒤에 저거....... 분명 꼬리 맞지?
아.........내가 하고 만다.........기다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헐 하고 싶어 ㅠㅠㅠㅠ 근데 블랙이랑 화이트는 무슨 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