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디어 9월 마지막 날입니다.
한가위 맞으실 준비는 잘 하고 계시나요?
퇴근길에 보잘 것 없지만 작은 추석빔이라도 몇 가지 준비한답시고
여기저기 들러서 집에 오니 집안 곳곳이 어설프길래 오랜만에 설거지를 좀 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좀 어색하더군요.
자주 해야 하는데... 그래야 나이들어 구박받지 않을 텐데......
오늘은 설거지 이야기나 좀 해 볼게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설거지만 가지고도 할 말이 무척 많답니다. ^^*
먼저,
설거지와 설겆이 어떤 게 맞죠?
"음식을 먹은 뒤에 그릇을 씻어서 치우는 일"은 '설겆이'가 아니라 '설거지'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뒷설거지, 비설거지죠.
'설겆이'는 본래 '설겆다'라는 낱말에 '이'가 붙어서 된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설겆-'이라는 말이 '설거지'외에는 어디에도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글 맞춤법에서 말뿌리(어원)를 밝혀 적지 않고 '설거지'로 소리나는 대로 적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말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은 '설거짓물'과 '설거지물'입니다.
어떤 게 맞죠?
이건 발음을 따져야 합니다.
'설거지물'을
[설거진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짓물'로 쓰는 게 맞고,
[설거지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지물'로 쓰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발음하세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설거지물'은 [설거지물]로 발음합니다.
1988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면서
다른 사전들의 발음 정보와 서울 사람들의 실제 발음을 고려해서 그렇게 판단한 겁니다.
그에 따라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은 '설거지물'이 맞춤법에 맞는 표기입니다.
그런 보기를 더 보면 '머리말'입니다.
발음을 [머린말]로 한다면 '머릿말'로 적어야 하겠지만,
그 발음이 [머리말]이 표준어 규정에 맞으므로 '머리말'로 적습니다.
더 나갑시다. ^^*
설거지물을 개숫물이라고 합니다.
이를 어떤 사전에 보면 '開水물'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이는 크게 잘못된 겁니다.
개수는 그릇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입니다.
그래서 '개수 물'은 그릇을 씻는 물로 곧, 설거지물이 되는 거죠.
이를 한자쟁이들이 開水물로 풀어놓은 겁니다.
그래놓고 그런 것을 사전에 올려놓으면 그게 곧 표준어가 되어버립니다. 큰 잘못입니다.
바로 그런 덜떨어진 한자쟁이 학자들 때문에,
'우레'를 '우뢰(雨雷)'라고 사전에 올려 표준어를 만든 겁니다.
우레는 천둥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인데, 왜 한자 雨雷를 억지로 만드냐고요.
제발 사전을 만들 때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만들길 빕니다.
민족의 큰 명절인 한가위를 맞으면서
영어 천지가 되고 있는 주변을 조금은 마음 아리게 살펴보면서 정신 차리고 살았으면...^^*
오늘 저녁에는 파머스 3층에서 영주문협이 주최하는 시낭송회가 있습니다.
시간을 내셔서 가을 정취 속으로 한번 푹 빠져보시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