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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텔로 혹은 베니스의 무어인>
대본 아리고 보이토
초연 1887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배경 15세기말 키프러스 섬 해안과 총독의 성
<1992 로열 오페라 / 145분 / 한글자막>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게오르그 솔티 지휘 /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
오텔로...........무어인으로 베네치아 공화국의 장군. 신임 키프러스 총독...........플라시도 도밍고(드라마틱 테너)
데스데모나.....오텔로의 아내....................................................................키리 테 카나와(소프라노)
이아고...........베네치아의 장교. 오텔로의 기수............................................세르게이 라이페르쿠스(바리톤)
카시오...........베네치아의 장교, 오텔로의 부관............................................로빈 레게이트(레제로 테너)
로데리고........데스데모나를 사모하여 키프러스 섬까지 온 젋고 부유한 사내.....(테너)
에밀리아........이아고의 아내이자 데스데모나의 시녀....................................클레어 포웰(메조소프라노)
몬타노...........키프러스의 전임 총독..........................................................(베이스)
로도비코........베네치아에서 온 특사..........................................................(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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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오텔로>의 드림팀이 만난 1992년 로열 오페라의 전설적 실황
마리오 델 모나코 이후 최고의 오텔로로 자타가 공인하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영상물만 해도 네 종류 이상을 남기고 있다. 모두가 의미있는 공연들이지만 프로덕션의 완성도가 높고 도밍고의 가창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만들어진 것으로는 1992년 로열 오페라 실황이 꼽힌다. 거장 엘리야 모신스키가 연출한 이 프로덕션은 세계적 찬사를 받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사용했는가하면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바 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키프러스 해안가가 배경인 첫 장면에서 희생당하는 예수의 모습이 무대 배경으로 나타난 것을 필두로 종교적 형상을 이용하여 극의 분위기를 어둡고 긴장감있게 끌고 나간다.
그러나 본 영상물의 가치는 도밍고에게만 있지 않다. 데스데모나를 부른 키리 테 카나와는 그녀의 모든 영상자료 중에서 가장 어울리는 적역을 만난 듯 보인다. 절대적 악당 이아고를 부른 세르게이 레이페르쿠스는 악인의 뒤틀린 심성을 연기만이 아니라 노래로서 일깨운다. '노래하는 연기'로 유명했던 티토 곱비에 못지않다. 직선적인 게오르그 솔티의 지휘는 극적 감정이 고양되는 장면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 보통 '오셀로' 혹은 '오델로'로 표기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그 자신이 모티브를 창작한 것이 아니다. 베네치아 공화국에 전해진 흑인 용장에 대한 얘기를 다듬어 연극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오텔로'라는 이탈리아식 표기가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다. 이 오페라의 대본을 쓴 아리고 보이토 또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지나치게 구애받지 않았다. 1막을 과감히 생략한 점이 그렇고 등장인물의 대사도 잘 축약하여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영국의 비평가들조차 베르디의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창조물이나 다름없다고 격찬해 왔다.
○ <오텔로>의 타이틀 롤은 드라마틱 테너의 전유물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주인공 역할은 리릭 테너가 맡지만, 오텔로는 흑인이란 핸디캡을 극복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장군으로서 젊고 아름다운 데스데모나의 사랑까지 얻은 행운아인 것이다. 그런 영웅이 이아고의 간계에 말려 아내를 죽이고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얘기가 <오텔로>다. 따라서 어두운 분위기로 내면적인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테너에게 적격이다.
○ 플라시도 도밍고의 <오텔로> 영상물은 이것 외에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의 1986년 영화판, 로열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의 1996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판, 2001년 라 스칼라 실황 등이 더 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오텔로
주세페 베르디
베르디가 작곡한 비극 오페라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원작을 오페라에 맞게 각색하여 이아고의 계략에 초점을 맞췄다. 원작보다 전개 속도가 빨라 극적 긴박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한 남자의 계략이 만든 비극
이 극의 배경은 15세기 키프로스 섬이다. 키프로스 섬에 새로운 총독으로 임명된 오텔로는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다. 부관으로 임명되지 못한 이아고는 불만을 가지고 복수를 하기 위해 계략을 짠다. 오텔로의 부인 데스데모나를 연모하는 로데리고에게 카시오가 연적임을 말하고, 술에 취한 카시오와 싸움을 붙인다. 퇴임한 총독 몬타노가 싸움에 휘말려 카시오에게 상처를 받고 오텔로는 카시오를 파면시킨다. 걱정하는 카시오에게 다가간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요청하라고 충고한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여주어 카시오에 대한 오텔로의 신뢰를 저버리게 한다. 데스데모나는 카시오의 용서를 오텔로에게 청하지만 오텔로는 화를 내며 이를 거부한다. 오텔로의 이마를 닦아 주려다 거부당해 땅에 떨어진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에밀리아가 줍는다. 이아고는 그녀로부터 손수건을 건네받고 오텔로에게 손수건이 카시오에게 있음을 알린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에게 손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하지만, 잃어버린 그녀는 주지 못한다. 이에 그녀의 부정을 비난하지만, 데스데모나는 결백을 주장한다. 이아고는 오텔로가 보는 가운데 카시오에게 숙소에 떨어져 있는 손수건을 보이도록 유도한다. 손수건의 행방을 알게 된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배신을 확신한다. 오텔로가 고위직책을 받아 베네치아로 가게 됨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질투에 눈 먼 오텔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데스데모나를 모욕한다. 이아고의 부추김에 침실에 홀로 있는 데스데모나의 목을 졸라 죽이러 오텔로가 들어온다. 동시에 이아고는 로데리고에게 카시오를 살해할 때가 되었음을 알린다. 카시오의 죽음을 알리러 침실에 들어온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의 죽음에 사람들의 도움을 청한 후 이아고의 계략을 폭로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텔로는 스스로 가슴을 찔러 자살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존경과 사랑
베르디의 20여 년 동안의 활발한 작곡 활동은 1874년 〈레퀴엠〉 작곡 이후 점차적으로 감소한다. 그리고 베르디는 오페라 〈아이다〉의 성공을 끝으로 작곡활동을 접고 10여 년 동안 고향 부세토에서 지냈다. 그러한 베르디에게 다시 작곡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이가 출판업자 리코르디였다. 리코르디는 아리고 보이토라는 대본가를 베르디에게 소개해 주었다. 베르디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보이토는 자신이 각색한 《오텔로》 대본을 베르디에게 보여주었다. 이 대본을 접한 베르디는 새로운 영감을 받고 다시 작곡활동을 하게 된다.
아리고 보이토의 대본이 베르디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그 대본이 《오텔로》라는 것도 중요하다. 베르디가 평생 동안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던 작가가 셰익스피어였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로 작곡하는 것은 베르디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오텔로〉를 작곡하기 전까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는 〈맥베스〉 밖에 없을 정도로 신중을 가했다. 이러한 중에 보이토의 대본은 베르디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화 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다.
작품에 대한 베르디의 정열은 대단했다. 작곡가는 수정의 수정을 거침으로써 작품에 대한 신중함을 보였다. 보이토의 대본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 이렇게 대본과 작곡 모두에 열의를 보이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한 노력으로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자신의 오페라로 보여준 것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미래를 담은 작품
〈오텔로〉는 이전의 베르디의 오페라와는 차이가 있다. 베르디는 원래 바그너와는 다른 음악적 노선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의 칩거 생활에도 음악적 흐름을 잊지 않고 있었던 베르디는 〈오텔로〉에 바그너의 새로운 시도들을 담아냈다. 작품은 관현악 확대,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경계의 불분명함,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의 흔적 등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베르디는 바그너의 음악 특징을 단순히 결합시키지는 않았다. 〈오텔로〉에는 여전히 전통 이탈리아 오페라의 2중창,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렇게 베르디는 과거의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징과 새로운 바그너적 요소를 결합시켜 이탈리아 오페라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테너가 평생 올라야 할 가장 높은 산
〈오텔로〉에서 테너는 아주 돋보이는 역할이다. 이 역할은 드라마틱 테너로 강함과 동시에 극적인 목소리를 요구한다. 플리시도 도밍고는 “세상의 테너는 오텔로를 부를 수 있는 테너와 그렇지 않은 테너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라고 하며 이 역할의 특별함을 이야기한 바 있다. 오텔로 역에 적합한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대가 마리오 델 모나코는 오텔로 역을 “테너가 넘어야 할 장애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비”라고 말할 정도로 역할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확실히 오텔로 역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고음을 노래할 수 있는 가창 실력과 2막과 3막의 오텔로의 급격한 심리를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오페라의 마지막까지 끌고 나가는 집중력까지 요구되는 어려운 역이다.
1막,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의 2중창 ‘밤의 정적 속으로 소란은 사라지고(Già nella notte densa s'estingue ogni clamor)’
이아고의 중상모략에 카시오를 해임시킨 오텔로가 모두를 물리고 홀로 있다. 데스데모나는 오텔로가 걱정되어 나오며, 두 사람은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내용은 어린 시절 전쟁터에서 고생했던 오텔로의 이야기와 이러한 기구한 인생을 가진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데스데모나의 고백이다. 베르디의 2중창 중에서도 아름다운 곡으로 꼽힌다.
2막, 이아고의 아리아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Credo in un Dio crudel)’
부관자리에서 해임된 카시오를 위로하며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청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홀로 남은 이아고는 자신의 악마적인 신앙을 노래하는데, 이 노래가 바로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이다. 내용은 이아고 자신을 만들어낸, 자신의 신을 믿는다는 내용으로 천국을 부정하며 냉소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보다 대담한 표현으로 이아고의 원색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2막, 오텔로와 이아고의 2중창 ‘대리석 같은 하늘에 맹세한다(Sì, pel ciel marmoreo giuro)’
카시오에게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이 있다고 말하는 이아고의 달콤한 속삭임에 분노에 빠진 오텔로가 이아고와 함께 부르는 복수의 2중창이다.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에게 카시오의 용서를 청하는 장면에서부터 이어지는 긴장과 갈등이 이 2중창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이 2중창 역시 이아고의 아리아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 만큼 셰익스피어 원작 이상의 긴장감을 보인다.
4막, 데스데모나의 아리아 〈버들의 노래〉 ‘쓸쓸한 들판에서 노래하며 우는... 아베 마리아(Piangea cantando nell’erma landa... Ave Maria)’
오텔로의 의심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데스데모나는 취침 전에 불길함에 사로잡힌다. 데스데모나는 에밀리아에게 그녀 어머니의 시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후에 읊조리던 민요 ‘버들의 노래’를 회상하며 들려준다. 영국 민요풍의 ‘버들의 노래’는 아름다운 선율로 데스데모나의 쓸쓸하고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버들의 노래’가 끝난 후, 에밀리아는 침실에서 나간다. 홀로 남은 데스데모나는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드리는데, 아름다운 낭송풍의 선율이 특징인 ‘아베 마리아’를 이어 부른다.
4막, 오텔로의 아리아 〈오텔로의 죽음〉 ‘나를 두려워 마라(Niun mi tema)’
오텔로는 잠든 데스데모나의 침실에 찾아와 그녀에게 마지막 키스를 한다. 그리고는 데스데모나의 애원에도 그녀의 목을 조른다. 곧 이어 들어온 에밀리아에게 자신이 그녀를 죽였음을 말하지만, 로데리고가 죽기 직전 이아고의 계략을 고백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아고의 모든 계략을 알게 된 오텔로가 숨겨 두었던 단검으로 가슴을 찌르며 부르는 최후의 아리아이다. 마지막 힘을 다해 죽은 데스데모나에게 다가가며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입맞추고 싶소”라고 노래하는 장면에서 오텔로의 처절한 슬픔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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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2월 14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베르디, 오텔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각색한 4막 오페라
1887년 작곡, 초연. 불협화음, 현대적 화성 등을 사용한 베르디의 현대적 오페라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늙고 검은 숫양 하나가 어르신의 하얀 암양을 올라타고 있답니다. 일어나세요, 어서요!”
셰익스피어의 비극 [베네치아의 무어인 오셀로Othello, The Moor of Venice]의 1막에서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러밴쇼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문장은 당시 흑인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종적 편견을 잘 드러내줍니다. 인간으로 취급 받지 못했던 흑인이면서도 뛰어난 지략과 무예로 키프러스 총독의 자리에 오른 주인공 오셀로는 결국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백인들의 증오와 자기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파멸에 이르게 되지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랑하는 아내의 정절을 의심해 자기 손으로 죽여버렸던 것입니다.
희귀한 사랑, 절망의 사랑
17세기 비평가 토머스 라이머(Thomas Rymer)는 [오셀로]을 혹평하며 “전혀 개연성이 없는 허구”라고 말했답니다. 15세기 베네치아에서 흑인이 장군이나 총사령관의 지위에 오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같은 대(大)귀족 집안의 처녀가 흑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의 이 작품이 백인과 흑인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옳지 못한 풍속을 부추길까봐 두렵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어렵고 희귀한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잃게 되었을 때의 절망이 그토록 큰 것’이라는 점에서 [오셀로]의 줄거리가 설득력을 갖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비극의 공통적인 특징은, 고귀한 인물이 ‘성격적 결함’에 의해 영광과 행복의 절정에서 불행의 나락으로 추락해,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공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셀로의 결함은 흑인이라는 열등의식 때문에 자신의 지위와 행복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전쟁터에서 살아온 군인답게 단순하고 용감하며, 사람이나 사실을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버리는 성격도 비극을 초래하는 데 일조합니다.
열정적이고 순수한 아내 데스데모나의 결함은, 고결한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남들이 자신과 같다고 믿고 남을 무조건 신뢰하는 점입니다. 이아고는 스스로 ‘악의 원자’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할 정도로 악을 사랑합니다. 냉혹하고 교활하며 이기적인 성격이어서 타인의 고통에 쾌감을 느끼는 독특한 캐릭터죠. 셰익스피어는 1566년 이탈리아 작가 지랄디 친티오가 발표한 [오텔로]를 토대로 했습니다. 친티오의 원작에서는 오셀로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물증이 고전적인 ‘편지’였지만, 셰익스피어는 이를 좀더 감각적인 증거인 ‘손수건’으로 바꾸어놓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Otello]('오셀로'의 이탈리아어 이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토대로 했지만, 이보다 좀 덜 알려진 로시니의 오페라 [오텔로]는 친티오의 원작을 따른 작품입니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 원작 5막 중 1막을 생략하고 4막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파멸하는 영웅
1막. 15세기 키프러스 섬. 오텔로는 키프러스 앞바다에서 베네치아 해군을 지휘하여 터키 함대를 물속에 가라앉히고 돌아옵니다. 귀족 로드리고는 베네치아 최고의 미인이자 대귀족의 딸인 데스데모나를 숭배했지만 오텔로에게 빼앗겼고, 이아고는 오텔로가 자신이 아닌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 것에 자존심이 상해 복수의 뜻을 품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은 부관 카시오에게 술을 많이 먹여 취하게 만든 뒤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오텔로로 하여금 카시오를 해임하게 만듭니다. 이 소란에 데스데모나가 밖으로 나오자 오텔로는 모두가 떠난 고요한 바닷가에서 데스데모나와 사랑의 이중창 ‘Gia nella notte densa’(밤의 어둠 속에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를 노래합니다.
오페라의 2막. 이아고는 부관 자리에서 해임되어 절망하고 있는 카시오에게 오텔로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찾아가 복직을 부탁해보라고 꼬드긴 뒤 ‘이아고의 신조 Credo in un Dio crudel'(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를 노래하지요. 카시오는 이아고의 충고대로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사정하고, 이아고는 이 둘의 모습을 얼핏 본 오텔로에게 교묘하게 말을 꾸며 아내와 카시오의 사이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데스데모나가 카시오를 용서해달라고 간청하자 오텔로의 의심은 점점 커집니다. 땀이 난 이마를 닦아주려던 데스데모나의 손을 오텔로가 뿌리치는 바람에 바닥에 손수건이 떨어지자, 데스데모나의 시녀 에밀리아가 그 손수건을 주웠습니다. 에밀리아의 남편인 이아고는 이 손수건을 가로채갑니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카시오의 꿈 얘기까지 지어내 들려주며,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이 카시오에게 있다고 말하지요. 오텔로는 분노와 절망 속에서 이아고와 함께 ‘Si, pel ciel marmoreo giuro’(대리석 같은 저 하늘에 맹세한다)라며 복수의 이중창을 부릅니다.
3막. 다시금 카시오의 복직을 간청하는 데스데모나에게 오텔로는 자신이 준 손수건의 행방을 추궁합니다. 손수건을 잃어버린 데스데모나가 당황하자 이를 결정적인 증거로 믿게 된 오텔로는 데스데모나를 모욕하고, 혼자 남아 끔찍한 절망 속에서 ‘Dio! mi potevi scagliar’(주여! 제게 온갖 치욕을 주시는군요)를 노래합니다. 이때 이아고는 오텔로가 숨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카시오를 데리고 나와 카시오에게 애인 비앙카와의 연애 얘기를 물어보지요. 숨어 엿듣던 오텔로는 비앙카 이야기를 데스데모나 이야기로 오해합니다. 이때 카시오는 자기 집에 떨어져 있던 손수건의 주인을 모르겠다며 이아고에게 꺼내 보여줍니다. 오텔로는 여기서 확증을 얻게 되지요.
베네치아 본국의 대사 일행이 키프러스 섬에 도착해 오텔로에게 귀환을 명하고, 키프러스의 후임자로는 카시오를 임명한다는 명령서를 낭독합니다. 오텔로는 군중 앞에서 데스데모나를 밀쳐 쓰러뜨리고, 모든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4막은 데스데모나의 침실입니다. 서글프고 참담한 심경으로 ‘버들의 노래’ ‘Mia madre aveva una povera ancella’(내 어머니께는 사랑에 빠진 가련한 하녀가 있었지)를 부르는 데스데모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Ave Maria’(아베 마리아)를 기도합니다.
이때 오텔로가 방에 들어와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비난하며 죽이려 합니다. 데스데모나는 결백을 주장하며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오텔로는 사정없이 목을 조릅니다. 마침 방에 들어온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의 모습을 보고 달려나가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였다!’고 외칩니다.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에밀리아는 손수건에 얽힌 이아고의 흉계를 폭로하지요. 마지막 아리아 ‘Nium mi tema’(칼을 들었다고 두려워하지 말라)를 부른 뒤 오텔로는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는 데스데모나에게 기어가 마지막 키스를 한 뒤 숨을 거둡니다.
이탈리아를 환호하게 한 현대적 베르디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세상에 나온 1887년은 바그너의 음악극이 유럽 오페라계를 지배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아름답고 극적인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던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독일 음악극이 더 큰 주목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본작가이자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의 작곡자이기도 한 친구 아리고 보이토는 현역에서 물러나 자연과 더불어 조용히 살고 있던 베르디를 끈질기게 설득해 다시 한 번 펜을 쥐게 합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텔로]가 초연되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오페라로 독일을 제압했다며 환호했고, 이 작품은 즉시 이탈리아의 15개 극장에서 상연되어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베르디가 지나치게 바그너를 의식해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텔로]의 음악은 과연 베르디의 도약일까요, 바그너의 모방일까요? 불협화음의 증가와 현대적 화성, 그리고 현대음악에 근접한 음악적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오텔로]는 역시 베르디의 개성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걸작입니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이아고는 비열하고 치졸한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었지만,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훨씬 복합적이고 매력 있는 주인공으로 그려졌습니다. 오페라에서는 비록 악역이라 하더라도 관객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평가 라이머는 [오셀로]의 세 가지 교훈을 다음과 같이 유머러스하게 정리했군요.
a. 신분을 뛰어넘는 축복 받지 못한 결혼은 비극으로 끝난다.
b. 여자들은 손수건을 잘 관리해야 한다.
c. 남편들은 질투를 하기 전에 과학적인 증거부터 잡아라.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오텔로-데스데모나-이아고 순)
[음반] 존 비커스, 레오니 리자넥, 티토 고비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로마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0년 녹음(BMG)
[음반] 플라시도 도밍고, 레나타 스코토, 셰릴 밀른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내셔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암브로시언 합창단, 1978년 녹음(BMG)
[DVD] 플라시도 도밍고, 르네 플레밍, 제임스 모리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 1995년 메트로폴리탄 실황(한글자막)(DG)
[DVD] 알렉산드르 안토넨코,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 마르셀로 알바레스 등,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스티븐 랭그리지 연출, 2008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C-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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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2월 29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오텔로의 죽음
베르디 <오텔로>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에 대한 베르디의 흥미는 초기 무렵의 [맥베스] (1847)의 오페라로 시작하여 늙은 뒤의 2대 걸작이라고 하는 [오텔로]와[활슈타후(팔스타프, Falstaff)] 로 계승된다. 가끔 오페라 비극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송되는 이 [오텔로]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착잡(錯雜)한 줄거리를, 시인이며 작곡가였던 보이토(Arrigo Boito)가 대본을 써서 간결하게 만든 것이다.
오페라 비극의 최고 걸작으로 칭송 받는 <오텔로>
그의 뛰어난 대본에 베르디가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는 음악을 붙였다. 이 오페라는 베르디적인 규범(規範)에서는 벗어난 작품이다. 그것은 베르디가 번호 붙은 오페라 형식(번호 오페라)을 채용하기로 유명했으나 이 오페라에는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 오페라에는 보다 극성(劇性)이 높고 매우 참신한 작품이 되었다. 당시 이 작품은 바그너 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오페라는 극성이 풍부한 종합적 작품을 목표로 삼은 이탈리아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에서 베르디는 힘차게 퍼져나가는 음악을 배치하여 오텔로의 높은 기상(氣象)과 군인으로서의 기개(氣槪), 또는 그의 신경병적인 질투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부드럽고 순수한 데스데모나에게는 거기 알맞은 우아한 음악을, 간교(奸巧)한 이아고는 뱀처럼 냉혹하고 비뚫어진 음악을 부쳤다. 무대 위에 전개되는 드라마는 제1막의 태풍 장면에서 마지막 막에 데스데모나가 살해되고 이어 오텔로가 자살하기 까지 차츰 더 격렬함이 증가된다. 이 음악과 드라마가 철저히 융합된 작품 속에서 생기(生氣)가 점점 더 불어나는 것이다.
또 베르디의 오케스트라는 막이 오르자 몰아치는 폭풍 장면에서 마지막에 주역이 자살하는 장면에 감도는 암울(暗鬱)한 음향까지 일종 독특한 섬세함과 치밀함을 반영하고 있다. 베르디는 오텔로 역에 특정한 가수에 맞추어 작곡하지 않았다. 애초 [오텔로]는 극장과 계약하지 않고 순수한 예술적 욕구에 따라 작곡했다. 그리고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이 정해져서야 그 역에 알맞은 가수를 찾게 되었다. 타마뇨(Francesco Tamagno, 1850-1905)가 발탁되어 초연을 장식하고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겼지만, 강인(强靭)한 그 목소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섬세한 심리묘사는 별로 시원치 않아 베르디의 마음을 100% 만족시키지는 못했다고 한다. 근년에는 모나코(Mario Del Monaco, 1915-1982)와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가 각기 영웅적인 면과 히스테릭한 면을 교묘하게 표현하여 역사에 남는 오텔로 상(像)을 창조했다.
베르디 <오텔로>, '오텔로의 죽음'
나를 두려워할 건 없다,
내가 무기를 지녔다고 해도,
이것이 내 인생이 도달한 끝이다...
오! 영광이여! 오텔로를 떠났다.
그리고 너는... 이렇게 창백하게
힘없이, 말도 없이, 아름답고
경건한 여자인데 사악(邪惡)한 별 아래 태어나,
그 절개(節槪)있는 삶을 살다가 차갑게 식어,
하늘로 불려갔다.
데스데모나! 데스데모나! 아! 죽었다! 죽었다!
죽어 버렸다!
아직 무기가 하나 있다!
너를 죽이기 전에, 아내여, 네게 입맞춤을 했건만
지금은 죽어가며
누어있는 어둠 속에 있으며...
입맞춤을... 다시 한 번 입맞춤을...
아, 또 다른 입맞춤을...
오텔로가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
이 아리아는 오텔로가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이다. 음악은 제1막 끝의 “사랑의 2중창”의 동기를 회상(回想)하고, “사랑의 2중창”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모두 말하는 동안에 “죽음이여 어서 오라”고 하는 죽음에 대한 갈망(渴望)이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죽음’이 ‘사랑의 성취(成就)’임을 간단히 말하고 있다. 그에게는 이 이상 사랑을 성취할 방법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사랑의 2중창 속에 죽음에 대한 바람이 나타나고 죽음의 장면에서 사랑의 2중창의 동기가 다시 나타난다는 구조(構造)이니까 말하자면 “오텔로의 사랑의 2중창”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추천 음반
[CD]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76) 도밍고(T) Bruno Walter Society, Music & Arts 수입반
클라이버의 스칼라 극장 등장은 그의 경력에 새로운 눈부신 색채를 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탈리아의 명연출가 제휘렐리와의 관계가 깊어진 데에 큰 뜻이 있다. 1975년 제휘렐리의 참신한 연출 아래 [장미의 기사](R. 슈튜라우스)로 스칼라 극장 무대에 데뷔한 클라이버는 압도적인 절찬 속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어 1976년 겨울이 다 저문 12월 7일 역시 제휘렐리의 신연출로 막을 올린 [오텔로]를 지휘하면서 그의 명성울 확고부동하게 다져 놓았다. 부르노 발터 협회의 이 음반은 그 연주의 웅장한 스케일과 클라이버로서는 극히 드문, 생동감 넘치는 녹음이라는 점에서 귀중하다. 아직 36세의 풋풋한 나이었던 도밍고 그리고 전성기의 후레니(프레니, Mirella Freni), 카푸찔리(Piero Cappuccilli) 등의 명창과 함께 그지없이 유려한 선율의 소용돌이를 꿰뚫고 음악을 뜨겁게 절정으로 휘몰고 올라가는, 넘치는 고양감(高揚感)과 아찔한 쾌감은 길이 잊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CD] 숄티 지휘, 빈 휠하모니 관현악단/빈 국립가극장 합창단(1977) 코수따(T) Decca
이탈리아 태생이며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코쑤따(Carlo Cossutta)는 1974년 [오텔로]를 노래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단숨에 얻었다. 그 후 19년간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프라이스(Margaret Price)의 데스데모나, 바퀴에(Gabriel Bacquier)의 이아고의 트리오도 전성기였다. 특히 바퀴에의 이아고 역은 기막힌 명 바리톤으로 오텔로와 그 밖의 인물들을 농락했다. 웅장한 빈 휠하모니의 음향을 타고 숄티(솔티, Georg Solti)도 한껏 불타고 있다.
[CD] 레바인 지휘, 내셔널 휠하모니 관현악단/앰브로지안 오페라 합창단(1978) RCA
당대 최고의 오텔로 역인 도밍고, 그리고 스코토(Renata Scotto)의 데스데모나, 밀른즈(Sherrill Milnes)의 이아고 등 각기 절정기의 목소리와 역할을 기록한 것이며 레바인의 다이내믹하고 명쾌한 음악은 오페라의 참맛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CD] 마젤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5) 도밍고(T) EMI
마젤이 지휘하는 스칼라 극장 연주는 산뜻하고 힘 찬 터치로 명쾌하게 드라마를 끌고 나가며 가수진도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역할 중에서도 오텔로가 가장 어울린다고 인정 받는 도밍고는 무어인 장군의 비극을 절묘한 노래와 연기로 표현하고 있고 리치아렐리(Katia Ricciarelli)의 데스데모나도 청초하고 약간 어두운 아름다운 노래와 고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디아스(Justino Dias)의 이아고도 그 교묘한 연기로 비뚤어진 악역을 훌륭히 연기하여 드라마에 진실감을 더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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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6월 2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버들의 노래
베르디 <오텔로>
72세의 베르디가 평생 두고 애독했다는 쉐익스피어(셰익스피어, Shakespeare) 전집 중에서 [오셀로Othello]를 보이토(Arrigo Boito)가 전4막 극으로 각색한 것을 작곡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며 드라마와 음악이 완전히 융합된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고 걸작이다.
<오텔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고 걸작
15세기 말 베네찌아(베네치아) 공화국 통치 하의 키프로스 섬이다. 무어 흑인의 장군이며 섬의 총독인 오텔로는 터키 군을 격퇴하고 사나운 태풍 속을 무사히 귀환한다. 카시오가 부관으로 승진한 것을 시기하는 기수(旗手) 이아고는 음모를 꾸민다. 카시오를 흠뻑 취하게 해서 분란(紛亂)을 일으켜 그 자리에있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아고는 낙심하는 카시오를 부추겨 오텔로의 백인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찾아가 남편에게 선처를 부탁하라고 시킨다. 그리고, 그 뒤에서 둘이 만나는 장면을 슬쩍 보게 한다든지, 지난 날 오텔로가 아내에게 준 손수건을 카시오가 가진 양 꾸미든가 하여 오텔로의 질투심을 북돋운다. 교묘한 이아고의 술책에 걸려든 오텔로는 그만 착란상태에 빠져 죄 없는 데스데모나를 침실에서 죽이고 만다. 그러나 이아고의 아내이며 그녀의 시녀인 에밀리아의 고발로 모든 일은 이아고가 꾸민 흉계임이 밝혀지고 오텔로는 비탄과 후회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베르디 <오텔로> '버들의 노래'
“노래하며 울고 있었다,
황량한 들판에서,
불쌍한 여인.
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깊숙이 고개 숙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노래합시다, 장례용 버드나무는
언젠가는 내 상여(喪輿)의 꽃 장식”
서둘러요, 곧 오텔로가 올 테니까.
“꽃밭에는 냇물이 흐르고
찢어진 가슴은 신음하고 있었다.
눈썹에서는 끊임없이
쓰디 쓴 눈물이 흘러 나왔다.
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노래합시다, 장례용 버드나무는
언젠가는 내 상여의 꽃 장식.
새도 숲 속의 나무 가지에서
부드러운 노래를 향해 내려 왔다.
눈은 울고 또 울어서
바위라도 가엽게 여길 정도로…”
이 반지를 거두어 줘
가여운 바르바라! 이 이야기는 언제나
뻔한 말로 끝나기 마련.
“태어나면서부터 그는 영광을 위해
나는 사랑을 위해…”
들어 봐. 누군가가 울고 있다.
조용히 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그를 사랑하다 죽으려고요. 노래합시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에밀리아, 안녕. 눈썹이 뜨거워지고 있다.
눈물이 나옴을 알리는 것이지. 잘 자요.
오, 에밀리아, 에밀리아, 안녕.
에밀리아, 잘 있어요.
남편의 의심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데스데모나가 취침 전에 시녀 에밀리아에게 머리를 빗기면서 지난날 어머니의 시녀가 노래하던 슬픈 [버들의 노래]를 회상하며 들려준다. 도중에 차츰 죽음의 예감이 짙어진다. 에밀리아가 중간에 말을 걸어 노래는 중단되지만 그것이 불안감을 더한다. 오페라 장면에서는 “조용히 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일까?”의 물음에 에밀리아의 대답은 “바람 소리에요”라는 목소리가 끼어들고 마지막 “안녕”에서는 슬픔을 나누는 에밀리아의 연기가 큰 몫을 한다. 이 장면은 곧 다음의 가톨릭 전례문(典禮文)인 아일랜드 민요 투의 [아베 마리아]로 유려(流麗)하게 이어진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토스카니니 지휘, NBC교향악단/합창단(1951) 헤르바 넬리(S) RCA
베르디 후기 오페라의 의미를 밖으로부터가 아니라 내부의 필연성에서 찾으려고 한 토스카니니의 기백 넘치는 연주이다. 비나이(Ramon Vinay)의 오텔로도 토스카니니의 기백에 조금도 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인간적인 고뇌로 노래하고 있다. 발뎅고(Giuseppe Valdengo)의 노래 역시 비나이에 뒤지지 않고 빼어난 목소리와 힘 있는 높은 음 속에 이아고의 표정을 살려내어 비나이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CD] 카라얀 지휘, 빈 휠하모니 관현악단/빈 국립 가극장 합창단(1961) 테발디(S) DECCA
이 오페라의 가장 이상적인 연주가 카라얀의 음반이다. 현대 최고의 오텔로 가수로 꼽히는 델 모나코와 리리코 스핀토(lirico spinto=스핀토는 ‘남다른’‘짓눌린’이란 뜻의 형용사. 성악에서는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 ‘리리코 스핀토 테노레’와 같이 서정성[리리코]과 극성[드라마틱]의 양쪽 성격을 아울러 갖춘 목소리의 형용사로 쓰임)의 테발디(Renata Tebaldi)가 더할 나위 없는 배역이다. 오텔로 역이 보통 이상으로 극적인 박력과 호소력 있는 표현을 요구하기 때문에 델 모나코의 긴장된 노래가 제일 알맞는다. 여기에 카라얀의 강력하고 철저한 철저한 통솔이 사람의 목소리와 관현악을 동질의 것으로 일체화시켜, 베르디 음악에서 풍성하고 화려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격렬한 질투로 몸부림치고, 델 모나코는 트럼페트처럼 포효하며 바이올린은 데스데모나의 슬픔에 흐느낀다. 이만큼 스케일이 크고 극적이며 기픈 감동을 안겨주는 연주는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DVD] 카라얀 지휘, 베를린 휠하모니 관현악단/ 베를린 독일 오페라단 합창단(1974) 후레니(S) 카라얀 연출 DG
공연 실황이 아닌 스투디오(스튜디오)에서 영화로 제작한 오페라이다. 무대의 제약된 고간을 뛰어넘어 드라마의 현장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항구에 나와 개선하는 오텔로에게 열기에 찬 환호를 보내는 군중의 첫 장면을 비롯하여 실제 공연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리얼하고 세련된 여러 화면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카라얀 특유의 미학이 그려내는 화려하고 극적인 화면 구성은 누구나 쉽게 이 오페라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비커즈(Jon Vickers), 후레니(Mirella Freni)는 이미 LP나 CD에서 [오텔로]의 주역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명가수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배역들도 노래와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출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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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1 / 박종호> ★★★
메트 판과 같은 연출이지만 무엇보다도 키리 테 카나와(데스데모나 역)와 세르게이 라이페르쿠스(이아고 역)가 볼 만하다. 카나와는 한동안 미렐라 프레니와 함께 데스데모나를 도맡은 소프라노로 그녀의 독특한 음성은 몇 가지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미모와 함께 데스데모나 역으로 적격이었다. 라이페르쿠스의 연기는 참으로 뛰어나서 그는 최고의 이아고 중 한 명임에 분명하다. 메트 판에 비해서 조명이 어두워서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산만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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