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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상승, 가공임 하락
中 大連 공장들 울상
-인건비 상승과 가공임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련지역 진출업체들의 현주소-
중국 대련 지역에 진출한 국내 공장들이 임금은 올라가는데 임가공비는 오히려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중국 현지의 임금상승 속도는 거의 매년 20%대에 가까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진출이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메리트가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그렇지가 않다.
업체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성수기에 고급 우븐류를 생산하는 공장 중에는 중국 위안화로 1500원 가량(각종 보험료 및 사회보장비용 포함)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 업체들도 많았다. 비수기에도 많게는 약 1200원 가량을 지불하는 공장들이 많았다. 이는 비교적 고급 기능 인력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현지 업체들로서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대도시의 임금 상승 속도가 매우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현지 진출업체들을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임금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임가공비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대련 지역에 진출한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국내 내수시장을 겨냥한 숙녀복이나 코트류, 캐주얼 등을 생산하는 비율이 높다. 그런데 최근 국내 내수경기의 침체로 말미암아 판매율이 떨어지면서 생산 물량이 급속히 줄어들었고 리오더가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임가공비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국내 물량이 대부분 소량 다품종에다 스타일도 까다로운 것이 많아 이래저래 공장 운영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
현지에서 숙녀복을 생산하는 D사의 관계자는 '임가공비가 상승하기는커녕 오히려 반값 정도로 폭락하는 현상까지 맞고 있다'는 말로 내수시장 침체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국내 브랜드나 오더 핸들링 업자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 자체를 비용 측면에서 우선 고려하기 때문에 무조건 가격 경쟁을 유도해 임가공비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어떤 업체들은 한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다른 업체에 가서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가공비 제한선을 제시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지 업체들이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생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거래선이 국내 내수시장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산해 제 3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도 많지 않아 기댈 언덕이 내수시장 밖에 없다는 것이 한계점이 되고 있다. 국내에 본사나 프로모션이 없는 영세업체일수록 더 심각하다. 프로모션을 끼고 있는 업체들은 그나마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이곳 저곳에서 오더를 받는 공장들은 대부분 물량확보도 제대로 안 되는 까닭에 채산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러한 상황이 빚어지자 일부 업체들은 재빨리 구조조정에 돌입해 일부 인원을 줄이는가하는 등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소량 다품종 오더가 주종을 이룸에 따라 공장 규모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내수시장만을 바라보고 있던 업체들은 재빨리 수출 물량을 섭외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임금 상승 요인이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과당경쟁에서 일부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생산 아이템이 비슷한 업체들 사이에 인력 빼가기 현상이 임금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중국의 지방 소도시에서 올라온 인력을 데려다 기능을 양성시킨 후에 작업을 투입하는 것이 보통인데 신생공장이 생기거나 공장 확장을 꾀하는 일이 있으면 스카웃 열풍이 불어 성수기에 임금이 올라가는 현상이 종종 생긴다고 한다.
이런 과당 스카웃 경쟁의 피해자는 결국 국내업체들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업체들은 임금 지금체계가 국내 업체와 다르기 때문에 스카웃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임금 상승 요인으로 스카웃 경쟁만 자제해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업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임가공비 하락 현상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지나치고 불필요한 가격 경쟁은 업체들간에 서로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피해는 현지 진출기업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대련 지역의 진출공장들은 과거 수년전 국내 공장들이 겪었던 임가공비 하락, 임금상승, 과당경쟁, 인력 빼가기 등의 문제점을 똑같은 경험하고 있다. 결국 현지 진출업체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심정으로 공장을 운영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주먹구구식 투자나 경영이 절대 금물이며 공장의 규모 확대보다는 내실화를 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부분 공장들이 오더량이 많을 시점을 감안해 시설과 인력을 부풀려 놓았다가 오더가 줄어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당분간 국내 내수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을 대비해 발빠른 체질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李相澈 部長] chul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