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정호승 시집-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마음이 외롭거나 허(虛)할 때 산을 찾아 꽃과 자연스럽고 구불구불 모나지 않은 길을 걸어가노라면 이름 모를 산새가 숨어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하고 구름이 그려주는 그림을 보는 것도 행복일 것입니다. 산사나 암자에 앉아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시름을 슬쩍 놓기도 하고 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곱게 빗어 마음에 갈무리합니다.
강과 바다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마음을 잔잔하게 하기도 하며 강가의 풍부한 수분으로 건강한 풀과 나무와 꽃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달이라도 강속에서 빛을 발하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입니다.
강(江)의 종점은 바다입니다. 바다는 크고 넓습니다. 화가 나면 사나워집니다. 강이 그리워 자꾸 땅으로 올라오려고 애를 씁니다. 이내 바다는 강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수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 다른 수평선이 있다는 진리를 알았을 때는. 달 속에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는 믿음을 얄팍한 지식이 밀어냈음을 알았을 때는 인생이 이만큼 왔는지 몰랐습니다.
첫댓글 감사 합니다.
즐거운 가을 나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