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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미국 정부의 셧다운, 치명적 바이러스, 운석 충돌... 2013년 Nature 뉴스는 할리우드 재난영화급(級) 사건들을 줄줄이 다뤘다. 그러나 기분 좋은 뉴스들도 있었다. 인류의 우주탐사 활동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고, 인간의 가장 은밀한 장기인 뇌(腦)를 연구하는데 거액의 자금이 지원되기 시작했으며, 줄기세포 요법과 HIV 치료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하(以下)에서는 2013년의 주목할 만한 과학적 사건들을 간단한 코멘트와 통계수치를 곁들여 요약해 보고자 한다.
(1) 우주의 비밀
2013년 우주론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기다리던 손님이 오지 않았다(no-show)`는 것이다. 즉, 미국 사우스다코타州 리드市 소재 샌포드 지하연구소에서는 지하 1.5km의 금광에서 370kg의 액체 제논(xenon)을 이용하여 LUX(Large Underground Xenon)라는 실험을 실시했는데, 땅을 통과해 들어오는 암흑물질(dark matter)의 입자를 포착하는데 실패했다(첨부그림 1 참조). 그러나 LUX 실험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암흑물질에 관한 정보, 즉 ① 암흑물질의 질량과 ② 암흑물질과 가시물질(visible matter) 간의 상호작용 경향(propensity to interact)에 관한 논의를 좀 더 구체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럿거스 대학의 매튜 스트래슬러 교수(이론물리학)는 "지난 3년간의 선행연구에서 나온 암흑물질에 대한 정보는 통계적 변동(statistical fluctuations)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유럽 우주기구(ESA)의 플랑크 위성이 제공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에 의하면, 암흑물질은 - 그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 우주의 총물질 중 84%를 차지한다고 한다(첨부그림 2 참조). 또한 플랑크 위성의 CMB는 "우주는 빅뱅 이후에 신속히 팽창했다"는 급팽창 가설(hypothesis of inflation)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우주의 급팽창 여부를 좀 더 확실히 확인하려면, 그것이 CMB 광자(CMB photons)의 편광(polarization) 분포에 미친 영향을 예측해야 하는데, 이 신호는 매우 미세하여 현재까지는 측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남극 사우스폴의 망원경이 최초로 편광신호를 탐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천문학자들은 CMB 광자의 편광 분포(이것을 `B-mode polarization`라고 함)를 측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편 남극 빙하 속에 설치된 아이스큐브 관측소의 망원경은 "종전에 발견한 고에너지 중성미자(neutrino)가 먼 우주에서 날아온 것이 확실하다"고 확인함으로써, 중성미자 천문학(neutrino astronomy)의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을 시사했는데, 이 역시 2013년에 생긴 일이다.
(2)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미 연방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은 서서히 감소하여, 2013년 10월 현재 이미 2010년 대비 16.3%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3년 10월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연방정부의 기능이 16일 동안 마비되자, 미국의 연구개발 활동은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다. 연구비 지원은 끊기고; 주요 망원경, 남극기지, 대부분의 연방연구소가 멈춰섰으며; 정부가 운영하는 핵심 데이터베이스의 가동이 중단됐다. 정부에 소속된 상당수 연구원들은 비필수인력(non-essential)으로 분류되어 직장과 연구실에 출입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심지어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셧다운이 해제된 후, 연방정부의 각급 기관들은 미지급 보조금을 지급하고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이러한 상황은 경쟁국들의 상황과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과학기술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안, EU는 2014~20년의 연구개발비 예산을 800억 유로(미화 1,100억 달러)로 확정했는데, 이는 2007~13년 대비 27% 증가한 금액이다. 그리고 중국, 독일, 일본, 한국 역시 연구개발비 예산을 증액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3) BRAIN 프로젝트
2013년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브레인 프로젝트(BRAIN initiative)를 발표하자, 미국의 신경과학자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신경과학계에 있어서, 브레인 프로젝트는 인간 달착륙 프로그램에 맞먹는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뇌 지도 작성 계획(brain-mapping proposal)」으로 시작됐던 브레인 프로젝트는, 이제 「뇌 해독(deciphering the brain)을 위한 신기술 개발」 등 보다 일반적인 분야로 신속히 방향을 전환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비전이나 자금조달 및 운용계획은 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EU는 연초에 10억 유로(미화 13억 달러)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인간두뇌 시뮬레이션 10개년 계획」 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오바마 정부의 브레인 프로젝트와 함께, 신경과학계의 초점이 「분자 및 세포 수준의 연구」에서 「생각, 기억, 행동이 생성되는 메커니즘」 쪽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이브 마더 교수(신경과학)는 이에 대해, "보다 커다란 뇌 회로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논평했다.
① 올해 들어 이처럼 꿈 같은 일들이 실현 가능하게 된 것은, 칼슘 감지 염료(calcium-sensing dye) 덕분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염료를 이용하여 척추동물(제브라 피시)의 뇌 전체에서 발화하는 신경세포의 영상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첨부그림 4 참조). ② 한편 뇌 지도작성 능력을 향상시킨 일등공신은 CLARITY라는 화학 처치법인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불투명한 조직을 투명하게 할 수 있으므로, 힘들여 뇌조직 절편을 만들지 않더라도 신경회로를 노출시킬 수 있다. ③ 전통적인 신경해부학 접근방법도 BigBrain 프로젝트(최초의 상세한 3차원 뇌지도 작성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④ 마지막으로, 신경과학자들은 빛을 이용하여 해마의 유전자변형 뉴런을 자극함으로써, 마우스에게 가짜 기억(false memory)을 주입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신경신호를 정확하게 조작하는 것이 그리 먼 훗날의 일이 아님을 시사한다.
(4) 바이러스와의 전쟁
오늘날 지구상에서 회색질척수염(일명 소아마비)이 발생하는 곳은 3개국(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뿐이다. 그러나 2013년 들어, 이 지역에서 소아마비를 완전히 뿌리뽑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의 경우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지역은 감소했지만, 폴리오 바이러스를 박멸하려는 보건당국의 노력이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백신 접종에 종사하는 보건의료 근로자들이 암살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 번째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소아마비 빈발지역인 남부지방에서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지만, 소말리아(180명 이상)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간헐적 발병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소아마비는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남부 이스라엘에서는 야생형 폴리오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지방에서는 최근 만연하고 있는 폴리오바이러스를 소탕하기 위해 대규모 백신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3년 지구 상에는 두 가지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첫 번째 바이러스는 H7N9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지난 4월 중국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주요 도시의 조류시장을 폐쇄함으로써 진정됐지만, 143명의 감염자와 45명의 사망자를 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과학자들은 조류 인플루엔자의 재등장을 감시하고 있는데, 해당 바이러스가 가금류에게 뚜렷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데다가, 바이러스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동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두 번째 바이러스는 MERS 코로나바이러스로, 2012년 9월에 처음으로 보고된 이래 쉽게 진압되지 않고 있다(첨부그림 5 참조). MERS 환자는 꾸준히 발생하여, 12월 12일 현재 185명의 감염자와 7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지만, 중동과 유럽에서도 발병사례가 널리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감염경로 통제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5) 우주 탐사: 마지막 프론티어를 향해
행성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던 미국의 케플러 우주선은 지난 5월 박살나기 전에 애타게 기다리던 성과를 거뒀다. 그것은 자그마치 3,500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케플러 우주선의 반작용 조절용 바퀴가 고장나자, 과학자들은 `케플러 위성에게 추가임무를 부여한다`는 꿈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다른 우주비행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3명의 우주인이 (궤도를 돌고 있는) 실험선과 도킹하는데 성공했다. NASA가 발사한 큐리오시티 탐사선은 화성 표면을 탐사하고 있으며, 최종 목적지인 샤프산을 향해 4.5km 이상을 주행한 상태다. 이것도 모자라는지, 인도와 미국은 11월에 화성 궤도선을 발사했다. 그리고 중국은 지난 12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달 표면에 탐사선을 착륙시켰다.
NASA의 보이저 1호는 다른 우주선들을 까마득하게 앞지르고 있다. 그것은 무려 36년 동안 장장 190억 km를 날아가, 마침내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interstellar space)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보이저 1호가 실제로 성간공간으로 진입한 것은 2012년 8월의 일이지만, 담당 과학자들은 올해까지 그 사실을 확신하지 못해 발표를 미뤄 왔다. 보이저 1호의 다음 목적지는 기린자리(Camelopardalis)를 통과하는 것인데, 이는 - 현재의 속도를 유지할 경우 - 4만 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 보너스 뉴스: 러시아 첼리아빈스크에 떨어진 운석 - 그림으로 대체함.
(6) 유전자 특허 불인정
지난 6월, "자연적으로 발생한 인간의 유전자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하여, 약 20년 만에 미국의 특허 관행이 방향을 급선회했다. 판결의 결과는 아직 미지수이며, 이제서야 그 영향이 조금 느껴질 정도다. 소송에서 패소한 미리어드 제네틱스사는 발암 유전자 BRCA1과 BRCA2를 근거로 한 유방암 진단 키트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잃었고, 경쟁사들은 즉시 싼값에 BRCA1/2 테스트를 출시했다. 그러나 미리어드는 "(유방암 진단 키트와 관련된) 다른 특허의 경우에는 여전히 효력이 인정된다"고 주장하며, 6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판결의 후폭풍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연방법원은 미리어드의 판례를 근거로 하여, 시퀘넘사의 산전검사 키트(임신부의 혈액 속에 있는 태아의 DNA를 검사하여, 아기의 건강을 미리 체크하는 기구)에 대한 특허를 무효화했다. 변호사들에 의하면, 향후 미국의 특허정책은 천연물(예: 유전자, 세포 등)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더욱 기울어질 것이라고 한다.
(7) 흔들리는 기후변화 정책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볼 때, 2013년은 실망스러운 해였다. 수은 배출에 관한 랜드마크적 협약(미나마타 협약, 현재까지 90여 개국 이상이 참가)을 제외하면, 2013년도의 정치 아젠다에서 대규모 환경협약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일본은 단기적인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포기했다. 캐나다는 UN 사막화 방지협약에서 탈퇴했고, 9월에 출범한 호주 정부는 기후변화 담당 관청과 탄소세를 폐지했다. EU는 어류 남획을 종식시키는 정책을 채택하여 어획량을 (과학자들이 말하는) 소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지난 5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마도 사상 최초로) 일시적으로 400ppm을 넘어섰다. IPCC가 지난 9월에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최근 수십 년 동안 일어난 기후변화는 과거 천 년을 돌이켜 볼 때 유례 없는 수준으로, 자연환경을 변화시켜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태풍 하이옌의 기록적 풍속은 - 지구온난화가 하이옌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는지, 만일 영향을 미쳤다면 그 정도는 얼마인지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 기후변화의 파괴적 위력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은 있다. 최근 미국과 EU의 탄소 배출량이 소폭 감소했으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글로벌 전력생산량이 5,000TWh(테라와트시)에 달했는데, 이는 중국의 전력 소비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최근 15년 동안, 지구의 온도 상승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한 이유"에 쏠려 있다. 지난 8월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온도 상승에 반영되지 않은 열이 심해에 저장되고 있으며, 조만간 지구 표면의 온도상승이 재개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11월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은 북극의 기후변화 데이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통계적 인공물(statistical artefact)에 불과하다"고 한다. 향후 어떤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보너스 뉴스: 타르피치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카메라로 포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 그림으로 대체함.
(8) 과학의 문을 활짝 열어라
2013년은 과학연구의 논문과 데이터를 좀 더 널리 공개하려는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은 해였다. 지난 2월 미국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결과는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출판 후 12개월 이내에`라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었다. 이에 반해 영국은 `즉시 공개`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향후 몇 년 동안 신축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11년에 발표된 논문 중 절반은 인터넷 어디에선가 무료로 열람할 수 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출판사의 웹사이트가 아니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논문공개에 드는 비용과, 논문 공개의 실익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유전학자들은 DNA 시퀀스와 임상정보의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글로벌 연대를 결성했다. 의학연구 분야의 경우, 영국 정부는 과학자들이 환자의 의료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대대적 개혁을 시작했다. 또한 보건당국들은 각종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예컨대 유럽 식약청은 제약사들에게 임상시험을 공개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영업비밀 공개를 꺼리는 제약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다소 주춤한 상태다.
(9) HIV 치료법의 눈부신 발전
`HIV의 예방·치료·완치라는 3가지 목표는 별개의 목표가 아니므로 따로 떼어 추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점점 더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초기에 HIV 감염을 치료하면 면역계를 온전하게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데 이어, 3월에는 "HIV에 감염된 아기를 초기에 항역전사바이러스 요법(antiretroviral therapy)으로 완치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에 WHO는 "종전보다 더욱 빠른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HIV의 치료를 막는 방해요인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미국의 의사들은 지난 7월 "줄기세포 이식으로 두 명의 HIV 환자를 완치시켰다"고 보고했지만, 12월에는 "완치된 줄만 알았던 환자들에게서 HIV가 다시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한편 백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연구결과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① HIV의 핵심 단백질의 구조가 새로 밝혀졌다. ②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광범위 중화항체(broadly neutralizing antibody)의 생성과정이 밝혀졌다. ③ 광범위 중화항체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백신이 원숭이의 HIV 감염을 예방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HIV의 비밀이 가장 많이 밝혀진 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버드 의과대학의 브루스 워커 교수는 말했다.
※ 보너스 뉴스: 2013년을 빛낸 과학계의 말
(10) 줄기세포 분야의 업적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한국의 황 우석이라는 연구자가 "세계 최초로 인간의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하여 큰 화제가 되었지만 결국 사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봄, `세계 최초`의 영예는 결국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열광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황우석이 거짓 발표를 했을 때만 해도 치료적 클로닝(therapeutic cloning), 즉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생성`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그러나,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미탈리포프 교수가 배아줄기세포의 임상적 이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클로닝이 널리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는 단지 배아 파괴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니며, (인간의 성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들어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한다. 2013년 일본의 연구진은 예비연구를 위해 지원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연구의 내용은 `iPSC로부터 만들어진 망막 상피세포를 이용하여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1월, 일본 의회는 iPSC 연구와 관련 치료법의 승인을 앞당기기 위해 재생의학법(regenerative-medicine law)을 통과시켰다.
한편 임상에서는 미승인 줄기세포 요법을 시술하는 의사들과 보건당국 간의 밀고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2013년 이탈리아의 보건부장관은 말기질환 환자들에게 미검증 줄기세포 요법(환자의 골수줄기세포를 추출하여 실험실에서 조작을 가한 다음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방법)을 실시하도록 승인하고, 임상시험을 실시하도록 보조금까지 지급했다가, 과학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이를 번복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탈리아 법원이 "동(同)위원회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탈리아 보건의료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11) DNA를 이용한 신원확인
2013년은 `익명의 DNA 데이터에서 신원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른 해였다. 지난 1월 화이트헤드 생물의학연구소의 야니브 에를리히 박사(컴퓨터 생물학)는 피험자의 DNA를 공공데이터의 자료와 비교분석함으로써 그 사람의 신원을 밝혀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게놈 해커`로 알려진 그는 지난 10월, 온라인 족보 사이트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1,300만 명의 가계도를 작성해 내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 가계도는 자그마치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DNA 분석은 인류의 조상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해 준다. 과학자들은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24,000년 된 소년의 유해를 이용하여,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전체 중 최대 1/3은 유럽의 조상에서 유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이로부터 수십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체를 시퀀싱한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상호간은 물론, 그들과 현생인류, 미지의 원시인류 사이에 광범위한 이종교배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그루지아의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180만 년 전의 두개골 5개를 분석한 결과, 세 종류의 호미닌(Homo habilis, Homo rudolfensis, Homo erectus)은 실제로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다(첨부그림 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