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그륌메와 미로슬라브 볼프의 공공신학으로 본 한국 극우 개신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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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공공신학자. 사진 왼쪽이 베른하르트 그륌메(Bernhard Grümme) 교수이고, 오른쪽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 교수이다. |
세속화, 다원주의, 세계화, 특히 현재 유럽 각국에서 젊은 세대의 우경화 혹은 극우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종교는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질문받는다.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 신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공공신학은 태생부터 이러한 질문에 답을 추구하며, 신앙의 언어가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길을 모색해 왔다.
또한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치’와 ‘종교’의 위험한 결탁이 자리한다. 특히, 전광훈과 손현보로 대표되는 극우 개신교 세력은 차별과 혐오, 배제를 선동하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 거칠고 비판적으로 표현한다면 기독교라는 ‘외피’를 썼을 뿐 기독교와는 전혀 상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공공신학의 두 거장, 독일의 베른하르트 그륌메(Bernhard Grümme)와 미국의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의 시선으로 한국 극우 개신교의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 물론 이 두 학자의 태생이나 활동 배경은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그렇기에 일대일로 적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르지만, 그들의 중심 목소리를 경청하며 우리의 부족한 면을 거칠게 비판하고자 한다.
신학적 빈곤: 닫힌 신앙
가톨릭 신학자이자 종교교육학자인 그륌메는 세속화와 다문화라는 현대 유럽의 도전에 맞서, 신학이 공공 영역에서 시민교육과 민주적 가치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저서 ⟪Öffentliche Theologie: Religion und Bildung im Horizont der Moderne⟫에서 강조하듯, 종교교육은 현대 사회의 도덕적, 문화적 질문에 답하고, 세속화된 공론장에서 종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다. 종교 시민 교육이라고 불러도 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극우 개신교는 세속화와 다원주의라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한 채,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신앙을 고수하며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한다. 이들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 가치마저 부정하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친다. 그륌메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신학의 공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실천적 결핍: 화해와 포용 대신 증오와 분열을 택한 신앙
크로아티아(Croatia) 출신으로 독일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로슬라브 볼프는 세계화와 다원주의 시대에 ‘화해’와 ‘포용’의 신학을 제시한다. 그는 ⟪Exclusion and Embrace⟫에서 “타자를 포용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는 것”이라며,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이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그의 “예일 응답”은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대화와 이해를 촉구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록 볼프 교수가 강조하는 화해와 포용은 다문화와 다인종, 다종교 사회인 미국에서의 공공신학을 기반으로 하지만, 한국처럼 동질성이 강한 사회에서도 타자와의 공존을 위한 화해와 포용은 교회와 신학의 핵심 과제다. 그러나 전광훈과 손현보로 대표되는 한국 극우 개신교는 이 정신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특정 정치 세력과 결탁해 이념적 대립을 격화시키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특히 손현보는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목사로, 동성애 혐오 발언과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앞장서며 “동성애는 죄악”,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고 가정을 파괴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과,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국가들에서 가정 붕괴가 없다는 증거에 반하는 거짓이다. 더욱이 최근 그의 기독교 국가론—국가를 기독교 원칙으로만 통치하자는 주장—은 다원적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볼프의 입장에서 이는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에서 강조하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통해 고통받는 타자와 연대하는 하나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들은 증오와 분열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앙도 서슴없이 왜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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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집단난동 사태 당시 판사실에 침입한 40대 남성 이모씨가 지난 1월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씨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특임 전도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씨는 지난 19일 서부지법 7층까지 올라가 판사의 집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침입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로 이튿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뉴시스 |
빗나간 공공성: 공적 담론 파괴와 민주주의 위협
그륌메는 종교가 세속적 공공영역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며, 교육을 통한 시민 형성과 다문화적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 극우 개신교는 공론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중재자 역할을 포기했다. 오히려 가짜 뉴스와 혐오 표현을 퍼뜨리며 공적 담론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볼프는 신학이 공적 갈등을 중재하고, 다원주의 속에서 공적 선을 증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한국 극우 개신교는 자신의 신념과 다른 목소리를 ‘악’으로 규정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억압하려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양성과 관용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사회 전체의 공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공공신학의 이름으로, 혐오와 배제에 맞서다
그륌메와 볼프의 공공신학은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한국 극우 개신교의 행태가 ‘공공신학’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세속화와 다원주의를 외면하고, 화해와 포용 대신 증오와 분열을 택하며, 공적 담론을 파괴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신앙의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다.
진정한 공공신학은 그륌메가 강조하듯, 세속 사회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성찰을 통해 공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볼프가 역설하듯, 타자를 포용하고 화해를 추구하며,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는 실천을 통해 공적 선을 실현해야 한다. 여기에 차별과 혐오가 들어설 틈은 없다.
지금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신념이 아니라, 비판적 성찰과 열린 대화이다. 혐오와 배제를 넘어, 희망과 화해, 정의와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신학의 참된 의미를 회복해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공신학적 성찰과 실천에 동참해야 한다.